시골로 출장갈 일이 생겨서
혼자 차타고 2시간 달려서 도착한 뒤에
잠깐 내려서 담배피고 있는데
길에 무슨 봉투에 벌레 한마리가 붙어있어서
그거 잡는다고 발로 찼다가 다리가 찢어짐
알고보니 봉투 안에 누가 깨진 유리창을 넣어둠
한뼘정도 찢어졌는데
점점 손바닥 크기만큼 상처가 벌어지고
출혈이 심했음
처음에는 고통이 극심하고
순간 식은땀도 많이 났는데
이상하게 5분정도 지나니 크게 아프진 않았음
때마침 근처에 병원이 보이길래
차 옆에다 걍 대놓고
걸어서 응급실 간 뒤 접수 문의하니까
원무과에 가서 접수하고 대기하라고 안내 받음
그래서 한 이십분 기다리고 있다가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러감
나- 지금 피를 많이 흘리고 있는데 대기 시간이 긴가요?
간호사- 누가요?
나- 제가요
하니까 이상하게 쳐다보면서 간호사가 상처를 확인함.
상처를 확인한 간호사가 기겁하면서
바로 의사선생님 불러옴
대충봐도 상처가 크고 출혈이 심했고
걸으면 피로 발자국이 생길 정도였음
그리고 앉아있던 자리에 피가 뚝뚝 떨어져있었음
근데 이상하게 고통이 심하진 않았음
상처 확인한다고 간호사가 바지 가위로 자른다길래
이거 비싼 바진데 안 자르면 안되냐고 물어봄
그러니까 이상한 눈으로 쳐다봄..
물론 이미 찢어졌지만..
암튼 바로 수술 통보 받고 거즈로 응급처치 받음
간호사가 계속 안 아프냐고 계속 물어봄
별로 아프진 않았음
나 들어가기전에 응급실에서
아프다고 곡소리 내는 사람 여럿있었는데
내가 피 뚝뚝 흘리면서 별로 안 아프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조용해지더니
그냥 멍하니 날 쳐다만 보고 있는 느낌을 받음
점심 안 먹고 다친 상황이라
일단 밥 먹고 오면 안되냐고 간호사한테 물어봤는데
수술전에 아무것도 먹으면 안된다고 해서 못먹음
갑자기 울적해져서
“배고픈데 밥 먹고 다칠걸~, 밥 먹고 다칠걸~”
하면서 신세한탄 했는데 사람들이 웃는 소리가 남
간호사 누나한테 그럼 밥 못 먹으니까
저랑 커피라도 한잔 하고 오자고
기습 공격했는데
물도 마시면 안된다고 혼남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걍 마음에 안든듯
대기 시간이 길어지다가
수술복 입고 누워서 수술실로 들어갔는데
드라마에서 보던 그런 분위기의 수술실과
약 냄새가 코를 찌를 정도로 심하게 남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나를 수술하기 위해 모여있었음
의사가 호흡기를 꽂아주고
약 같은걸 주사하면서 자꾸
“괜찮습니다~ 긴장하지 마세요~ 편안하게 있으세요~”
하면서 나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함
별로 긴장은 하지 않았는데여 하니까
의사가 그럼 긴장 좀 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함
그러다 골똘히 생각해보니
“앞으로 내가 살면서 이런 수술실 들어올 일이
얼마나 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됨
위기를 기회로
어찌보면 이건 기회다라고 발상을 하기 시작함
호흡기를 끼워주면서
“자꾸 크게 호흡하세요 크게 호흡하세요”라고
의사가 이야기 하는데
눈치상 수면 마취로 날 재울려고 하는듯 했음
그냥 잠들기가 너무 아쉬웠음
왜냐하면 다시 수술실에 올 일이 없을거 같으니까..
나- 선생님, 저는 곧 잠드는겁니까?
의사- 괜찮습니다~ 금방 끝날 거예요~
나- 선생님.. 저는 곧 잠드는 거냐구요
의사- 환자분 긴장 풀고 눈 감고 호흡을 크게해보세요~
나- 선생님! 잠들기 전에 한마디만 하고 가겠습니다
의사- 네?
나- 이쁘게 꼬매주세요☆
라고 말하고 기억이 안남
정신 차려보니 병실에 누워있고
다리에는 스탬플러가 박혀있었음
멍하니 있으니 의사선생님이 찾아와서
3겹이나 꿰맸다고 웃으면서 말함
생각보다 다리에 스탬플러가 박혀있는게 어색해서
“안 이쁘잖아요! 선생님!” 오열했더니
의사가 토닥여주면서
디자인 있는 밴드 붙여준다고 약속함
약속하면서 “피자 먹고 싶은데 어떻게해요 선생님?”
라고 물어봄
내 본심은 목발이 필요하다는 뜻이였는데
갑자기 자기가 피자 한판 사준다고 하더니
진짜 병실로 피자 가따 줌
피자는 드립이였고
사실 피자 안 좋아하는데 그래도 다 먹음
간호사가 말하길 시골이다보니
억센 성향을 띄는 환자가 많은데
그 와중에 너무 잘 따라줘서 간만에 너무 좋았다
그래서 잘 챙겨준거 같다 같은 말을 함
자기도 오랜만에 착한 환자 만나서 좋다고 함
그럼 커피 한잔 할거냐고 물어봤는데
그건 싫다고 함
출장길에 다친거라 다음날 바로 퇴원 신청하고
직장 근처 병원으로 옮김
퇴원할때 간호사들이
“환자님 다음에 꼭 또 오셔야해요~”라고 인사하길래
그땐 좋은 말인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음
퇴원하고 직장 상사가 데리러와서
전날 주차해놨던 차 가지러가니
주차 위반 딱지가 붙어있어서 과태료 냄
옮긴 병원에서 치료 끝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는데
점점 상처가 벌어지더니 비만 오면 욱신거림
다시 그 시골 병원 가야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