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해서 33살에 팀장된 여상사에게 간택 당해 결혼 당한 남자

애 재워놓고 글쓴다..

와이프를 처음본건 27살 신입사원 때임

당시 와이프는 33살에 팀장까지 단 십에이스였음

입사하기 전부터 주위사람들한테

라인 잘타야 출세한다 라는 말을 귀아프게 들은 터라

승진 좀 빨리 하고픈 맘에

팀장한테 딱 달라붙어서 잡일 같은거 존나 도와줌

첨엔 직원들도 아니꼽게 보다가

직원들 잔업까지 내가 다 처리하니까

그제서야 마음의 문을 좀 열더라

그렇게 한 몇개월 일하다보니

대충 회사 상황이 눈에 들어오는데

알고보니 우리부서가

다른 부서 펑크낸거 처리도 하고

본업도 하느라 업무난이도 개빡센 부서였더라고

본인 회사가 좃소 IT기업이라

이러 이렇게 프로그램 만들어주세요 하고

외주 들어오면 만들어주고

돈받는 그런 회사였는데

외주가 존나 들어오면 ㄹㅇ 직원들 존나 갈려나가고 그랬음..

하루 10시간 일한적도 있을만큼 빡센 회산데

그중에서 더 헬일 부서에 배정받으니

신입 때부터 산전수전 다 겪은 정예는 아니고

걍 실전경험 많기로 유명한 그런 부서였음

그중에서도 팀장님은 나이도 어린데

일도 잘하는 그런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는데

그런 사람 옆에서 일을 배우니까

일이 ㄹㅇ 쑥쑥 늘더라고

그렇게 성과도 많이 내고

일도 오래하다 보니까 직원끼리도 엄청 친해지고

회식자리도 늘어났음

그러다 우연하게 나랑 팀장님이 집방향이 같아서

팀장님 술꼴으면 내가 데려다주는 일이 많았는데

그지랄을 한 3년 하니까

팀장님이랑 말도 트이고 친해지더라

이때까지만 해도 팀장님이랑 나랑

사귄다 하는 감정은 감히 상상도 못했음

어느날 팀장님이 다른 직원들 다 퇴근 시키고

나보고는 남아서 일 좀 도와달라 그러더라

난 오케이 하고 일 다 끝내고 가려는데

팀장님이 배고프지 않냐면서

밥 사줄테니까 밥 먹자고

맛집 아니까 따라오라길래 따라갔는데

밥집이 아니라 술집이었음

팀장님이랑 단 둘이 술마시는 일은 거의 없었어서

긴장도 되고 어색해서 뒤질뻔했는데

의외로 대화가 잘 통했음

둘다 영화 좋아하고 집돌이 집순이라

공감대 형성도 되고

차이점이 있다면 팀장님은 술을 존나 잘마시는데

나는 술을 존나 못마신다는거였음

좀 마시다가 필름 끊기고

정신 들어서 눈떠보니 모텔이더라

아 좃됐다 싶어서 손톱 깨물고 있다가

팀장님 일어나시길래

정말 죄송하다고

제가 무례한짓 했으면 사과하겠다 하니까

팀장님이 웃으면서

내가 끌고 온건데? 하시는데

갑자기 팀장님이 처음으로 존나 이뻐보이기 시작하더라

해장한다고 국밥집 갔는데

바로 국밥 먹으면서 고백했다

그렇게 한 6개월 연애하다가

팀장님이 결혼 얘기 먼저 꺼냈고

내가 결혼을 한다고? 하면서 얼떨떨하고

뭔가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데

결혼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됨

ㄹㅇ팀장님 일처리는 기가 막히더라..

집 같은 경우는

팀장님이 원래 부모님이랑 살다가

부모님이 건강상의 문제로 귀농하셨는데

그냥 그 집으로 신혼집 하라고 하셔서

집은 따로 안 사도 됐었고

나머지 비용도 대부분 팀장님이 하셔서..

난 ㄹㅇ 돈 거의 안 들이고 결혼했다..

결혼하고 얼마 안있으니까 애가 생기더라

애 낳고 육아휴가를 쓰려는데

연봉이 나랑 팀장님이랑 차이가 어마어마 하게 나서

그냥 내가 육아휴가 쓰고

지금 집안일 하면서 애 보고있는데

집안일 하면서 애보는게 여간일이 아니더라고

집안일 하다보니 모르는 것도 많고

우리 엄마생각도 나고 해서

엄마랑 통화를 자주 하는데

엄마랑만 통화하긴 좀 그렇잖아

장모님이랑도 통화를 자주하면서

요리 레시피도 물어보고 집안일도 물어보고 그랬더니

장모님이 와이프한테 느그 서방 싹싹하고

예의 바르다고 입이 마르게 칭찬하신다고 했다함ㅋㅋ

와이프는 또 감동이라고 울면서

내 머리 쓰다듬어 주는데

뭔가 기분 이상하고 잡혀사는 것 같지만 존나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