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팀은 약 20명 정도인데 팀장이 일이 참 많음
일이 너무 많아서 매일 야근을 하는데
워커홀릭인지 성격이 좋은 건지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이 꿋꿋하게 본인 할 거 다 하심
(참고로 팀장 여자고 30대 중반)
매일 야근하는 거 안쓰러워서
우리들이 도와주고 싶어도
영어로 데이터 분석하고 보고서 쓰는 거라
도와드리고 싶어도 도울 수가 없음..
그 일하는 만큼 돈이야 더 받겠지만
그래도 뭔가 미안해서 팀원들이 더 잘해주려는 게 있음
같은 여자로서 멋있기도 하고.
근데 이런 대우를 똑같이 받고 싶어하고
똑같이 안 해주면 차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음
우리 막내 직원임(28살)
사례를 몇 개만 써보겠음
1.식당 메뉴
우리 팀장 해물 못 먹음. 그리고 국물음식 좋아함.
근데 어느날 구내식당 메뉴로 전복미역국 나옴.
그건 해물 잘 먹는 내 입에도 좀 비렸음.
근데 국이 나름 특식이라 다른 반찬이 부실한 상황.
팀장은 일하느라 늘 밥먹으러 20분정도 늦게 내려옴
분명 팀장은 이 국을 못 먹을 거고
점심도 부실하게 먹을 거 뻔함
그래서 내가 숟가락 내려놓고 매점 다녀옴
(내가 왜 라면 사오는지 팀원들도 아는 상황)
컵라면이랑 김밥 포장된 거 하나 사놓고 세팅하니까
팀장 내려오길래 이거 같이 먹으라고 줌
고마워하면서 팀장 잘 먹고 밥 다 먹고 나 커피 사줌
근데 며칠 뒤에 밥 먹고 있는데
막내직원한테 카톡이 하나 옴
자기 볼일 좀 있어서 식당 좀 늦게 갈 건데
오늘 메뉴 콩나물국이던데 자기 콩나물 싫어한다고
라면 하나만 사다놔 달라는 거임;
내가 지보다 상사고
이런 부탁할만큼 친분 있지도 않은데..?
그래서 사원증 있었지만 안 가져왔다고 하고 거절함
(사원증 바코드로 매점 결제 가능)
이때 어이가 없었는데 걍 참고 넘어갔음.
2.야근 메뉴
어쩌다 회사에 일이 생겨 팀원 절반이 야근하게 됨
메뉴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것저것 메뉴 중에 갈비찜이 있었음
무난한 메뉴라 다들 그거 먹자고 하고 있는데
막내가 자긴 갈비찜 싫어하고
해물찜 먹고 싶다고 그거 시키면 안 되냐고 함.
듣자마자 팀장은 못 먹는데..싶었고
아니나 다를까
다른 대리 하나가 팀장님은 해물 못 드시니까
그냥 다 먹을 수 있는 갈비찜 시키라고 하고 다시 일함
갑자기 막내 입 댓발 나와서 궁시렁거림
나도 갈비찜 싫은데 왜 팀장님만.. 이럼
그래서 내가 팀장님은 못 먹는 거고,
누구씨는 그냥 안 먹는 거 아니냐고.
게다가 우리는 비교적 일찍 퇴근하지만
팀장님은 오늘 밤 새야할 수도 있는데
그럼 맨밥만 먹냐고 한소리 함.
평소에도 자주 궁시렁 거려서 짜증나서 그런지
개빡쳐서 말 쎄게 한 거 나도 인정 ㅇㅇ
근데 막상 갈비찜 오니까 지가 젤 잘 처먹음.
3.프린트물
어떤 직원 바로 옆에 프린터가 있음
우리 팀원 중 프린트 제일 많이 하는 사람이 울 팀장 ㅇㅇ
한 몇 백장 나온다 싶으면 다 팀장 거임
그래서 그 직원이 안 시켜도
팀장거는 알아서 자리로 가져다줌
한 두장 찔끔찔끔 나왔을 때는 내용 보고
팀장 거다 싶으면 전해주고
(영어나 일어로 된 거면 대부분 팀장 거)
아닌 것 같으면 제 자리에 둠.
그런 수고를 하는 이유는 안 봐도 다들 앎.
그런 거라도 해줘야 우리 맘이 편하기 때문임.
근데 어느날 일하고 있는데 막내 직원이
그 프린터 옆 직원한테
“지금 나온 거 제거예용!!” 이럼
그 직원 일하다 말고 뭔소린가 싶어서 쳐다봄
근데 “프린터물요! 방금 나온 거 제거예요!” 한 번 더 말함.
이 직원은 막내랑 동갑이지만 2년 선배임
그 직원도 어이 없었는지
냉랭한 표정으로 “근데요?;” 함
그니까 당황했는지 아니.. 그게.. 어쩌구 함
그 직원은 다시 못들은척 일하고
막내는 계속 자리에서 궁시렁 거리다가 지가 가지러감
이때 뭔가 눈치챘음
아, 얘 지금 팀장이 받는 대우가 받고 싶은가보다..
4.업무 도와주기
팀장 일을 우리가 대신 해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잡일쯤은 도와줄 수 있음
한국어로 된 데이터 분석 정도는
인터넷 찾아가면서 할 수 있고
이미 다 된 보고서 검토하는 것도
통계 대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함
그래서 연차 좀 되는 직원들은 알아서 팀장 일 나눠맡음
팀장은 됐다고 괜찮다고 하는데
우리가 일 맡아해주면 너무 고맙다고 말하고
커피 사주고 절대 그냥 안 넘어가고 그럼
근데 개빡치게 이 막내 직원이
자기 오늘 칼퇴해야 하는데 일이 좀 많다고
주변 동료들한테 이것저것 나눠해달라고 부탁했다함
당근 부탁받은 직원들은 ? 했고 거절함
근데 거절 당하고 넘어갔음 됐는데
얘가 여기다 대고 우리 팀은 팀장 시녀들 밖에 없냐고
왜 팀장한테만 설설기고
자기 부탁은 안 들어주냐 했다더라고?
그래서 그거 들은 사람들이
팀장이랑 너랑 같냐고 했더니
그럼 다른 건 뭐냐, 같은 사람이고 일 많은 거 똑같은데
왜 누군 다 맞춰주고 자긴 다 맞추기만 해야하냐고,
신입는 뭐 할 말 없는 줄 아냐고 했다네?
여기까지가 내가 지금 전해들은 상황인데
내가 팀장 바로 밑이라 한번 불러서 뭐라할 생각임
뭐라고 말해야 제대로 알아먹고 생각 뜯어고칠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