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추 포기하고 맞선 본 남자랑 6개월 만에 결혼 해버린 여자

31살에 소개 받아서

7번 만난 후 프로포즈 받고

6개월만에 식 올려서 올해 8년차

자녀는 7살 아들, 3살 아들+딸

이렇게 애는 셋 입니다.

-혼전임신이냐?

아닙니다

허니문베이비로 임신했는데 유산하고

몸 추스릴겸 신혼 1년 보내고

임신 계획해서 바로 첫째 임신.

첫째 좀 키우고 어린이집 보내고 나니

둘째도 욕심이 나길래 시도했는데

쌍둥이가 생겨 얼떨결에 아이가 셋..

-맞선을 본 이유

믿었던 남친이 바람나서 헤어지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에

출산을 하게 되면 32살 전에는 꼭 낳고 싶었습니다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기다리다가

솔직히 언제 만날지도 모르겠고

당시 마음에 들지 않던 (40대) 직장상사는 계속 들이대고..

30살 때부터 아빠가 맞선 얘기를 계속 한 게 기억이 나서

소개 들어오면 다 나가보겠다고

꼭 얘기해달라고 했었습니다.

사람의 가치관과 인성 등을 보려면

만나서 얘기를 나눠봐야해서

소위 말하는 조건은 묻지도 않고

들어오는대로 우선 나가고 봤습니다.

조건을 많이 본다는 맞선 시장에서(?)

내 조건의 상대방으로 나오는 분들은

어떤 분들일까 하는 호기심도 컸었습니다.

그렇게 맞선을 보기 전에

결혼하면 며느리가 본인 하는 일 도와서

같이 일하기를 바라는 집도 있고,

전업주부를 하며 남편 내조 원하는 집도 있었는데

이런 내용들은 만나기 전에

미리 얘기를 해보고 맞선을 봤었습니다.

그렇게 맞선을 보러 나가고 느낀 점이

나는 진심으로 결혼하고 싶은 상대를

만나기위해 나왔는데 상대방은

부모 등쌀에 밀려 나오는 분도 많구나

맞선이 다 결혼하고 싶어서 나오는 건 아니구나

이런 것들이 많이 느껴졌었습니다.

그러다 지금 남편이랑 맞선을 보게 됐구요.

남편이랑 결혼을 결심한 이유가

성실함과 겸손함이었습니다.

남편이 20대 때 한달 중 이틀만 쉬며

미래를 준비한 성실함을 보면서

이 정도의 성실함이면

사업하다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제로 베이스에서 나랑 과일장사를 해도

이 사람과는 잘 살수 있을 거 같다는 확신.

어릴 때부터 주위에 사업하는 분들을 많이 봐서

어려움이 왔을 때 잘 이겨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생각했고,

살아가는데 돈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내 아이의 아빠라고 했을 때

인성이나 삶에 대한 태도가 더 중요했었거든요.

사업은 망해도 사람은 망하는게 아니잖아요.

처음 만난 날 대화에서 남편에게,

놀고 싶은 마음이 클텐데도

주말에도 열심히 일한게 대단한 것 같다고 하니

나만 그런거 아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 엄청 많다

그렇게 대답하더라구요.

당시 내가 보기엔 대단한데

본인은 평범하다고 하는 그 겸손함이 좋았었습니다.

-결혼 결심한 이유 (남편 입장)

버스정류장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남편이 데리러 오겠다고 했었습니다.

남편이 운전해오며 멀리서

저 여자면 좋겠다 생각했다는데

제가 다행히 그 여자였어요.

외모는 수수+평범한데 밝고 생기있는 스타일.

우선 외적인 부분에서 첫인상이 마음에 들었는데

얘기 나눠보니 마인드도 괜찮았다고 하더라구요.

남편에게 제가 11번째 맞선녀인가 그랬는데

첫만남에서 회사매출, 직원수 등을

물어보지 않았던 유일한 여자였고

조건보다는 어떤 사람인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결혼해서 살아보니..

많이 달랐습니다

같은게 거의 없어요.

식습관, 소비습관, 생활습관 등등

저는 나에게 피해주는거 아니면

바꾸려 하지 않고 그대로 지냈고

남편은 바꾸길 원하는 부분은

본인 스타일대로 바꾸길 원해서 바꿔줬고

다른 부분이 많았지만

딱히 큰 문제는 안되기에 싸울 일은 크게 없었습니다.

물론 다행히도

어른을 대하는 태도 (예의 바름)

삶을 대하는 자세 (맡은 일에 대한 성실함)

등등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애들이 어리고 아빠에게 놀아달라고 할 때가 많지만

집에 오면 몸과 마음이 쉴 수 있게

남편 생각을 많이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남편도 그 부분을 고맙게 생각하구요

고생하는거 알아주는 마음

사실 사회생활 X같을 때 많을텐데

처자식 보며 참고 힘내고 할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항상 고맙다고

여보 최고라고 자주 표현해줍니다.

애들에게도 아빠 출퇴근 할 때 깨어있으면

나와서 인사하라고 시키고

아빠의 노고가 당연한게 아니라

감사한거라 꼭 가르칩니다.

배달음식을 시켜도 먹기 전에

아빠는 가족을 위해 일하시느라

지금은 같이 못먹지만 나중에 드시게

아빠꺼 먼저 덜어놓자고 하며

꼭 아빠꺼 먼저 챙기는 모습 보여줬습니다.

이제는 애들이 먼저 먹기 전에

아빠꺼 덜어놓게 그릇 달라고 합니다.

어제 남편이랑 로또 1등 당첨자 얘기하다가

우리는 서로를 만난게 로또라고

잘 만났다는 대화가 생각나며

이제 겨우 8년 살고 후기 쓰는게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한해를 돌아보며 저의 30대도 뒤돌아볼겸 적었습니다.

힘들다면 힘든 세상이지만

그 속에서도 다들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좋은날들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