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지각할 것 같다고 ‘전날에 미리 출근’해버린 성실한 직원..

내가 지독한 길치에다가

머리도 멍청한 편이라..

아침에 일어나서 직장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네이버 지도켜서 계산해봐도 잘 가늠을 못하거든..

그래서 18살때 첫 알바 시작한 그 이후부터

어디 알바를 가든 취직을 하든

항상 출근날 전에 미리 출근을 해봄

그렇게 알바만 하다가

20대 중반에 첫 취직을 하던 시기였음

회사가 시골인데다가

외곽에 있어서 버스가 딱 한대 다니더라고..

보니까 배차시간도 명확하지 않고 그래서

얼마나 걸리는지 실험하기 위해

여느때처럼 정식 출근 일주일 전에

미리 출근해보기로 다짐했음..

첫날은 실패..

집앞에 정류장이라

아침에 가서 버스 기다리는데 안 오더라고..

3시간정도 기다렸는데 안 와서

외할머니가 산책하다 돌아오시는 길에

“너 여기서 뭐혀?” 하시길래

“할머니 기다렸어용~”하고 같이 들어감

첫날 출근 실험 실패하고

버스사 검색해서 전화했더니

여기 버스는 사람이 너무 없으니까

하루에 딱 두번 온다고 함..

버스 출퇴근은 과감히 포기하기로 하고

급하게 자전거샵 가서 자전거 사옴

아침에 자전거길 따라 회사까지 가면서

시간 재봤더니 한 3,40분 정도 걸림..

출근 실험 두번째날

그렇게 자전거 타고 회사에 도착했는데

회사 경비견 뚱식이가 반겨줌

경비견이긴 하지만

사람만 보면 눈 반쯤 감겨서

뚱실뚱실 걸어오면서 꼬리에 모터달고 반겨주는

아주 귀여운 녀석이었음

뚱식이 처음 보던 나는

웬 개 한마리가 첨보는 사람한테

미친듯이 꼬리 흔들면서 반겨주니까

너무 귀여워서 같이 놀고 있었는데

회사도 도착했겠다 뚱식이랑 놀만큼 놀았겠다

다시 집에 갈라고 뒤를 딱 돌았더니

오 ㅅ발..

사장님 일가족이 뒤에서 나 지켜보고 있었음..

사장님이랑 도련님 실실 웃으면서

사장님이 “뚱식이 귀엽제?” 하시는데

어버버 거리다가 “네 ㅋㅋㅋ”함.

뒤이어서 나 면접 봐주던 차장님도 걸어오시더니

나보자마자 ‘저새끼 뭐지?’ 하는 표정이셨음..

“야. 너 오늘 출근날아닌데..??” 하시길래

오해 하실까봐 사실대로 말씀드림.

제가 옛날부터 워낙 길치고

어릴 때부터 전날에 미리 출근을 해본다고..

오늘도 아침 기상 시간 맞춰서

출근 실험을 한 것이다 라고 이실직고함..

다행이 차장님이랑 사장님도 빵 터지셔서

엄청 엄청 좋아하셨음..

사실 옛날부터 이렇게 출근 실험하다가

알바 사장님들한테 걸린적이 몇번 있긴한데..

다들 엄청 좋아해주시긴 했었던 것 같음

걸려서 마주치면 내가 쪽팔려서 그렇지

사장님들은 좋아하더라고

사장님이 밥 먹었냐 하시길래

밥 먹는 시간도 고려하느라 먹고 왔다함..

하지만 자전거 타고 오니까

금새 소화돼서 배고프긴 했음..

그러니까 사장님이 자기는 항상

출근해서 아침밥 드신다길래

밥은 먹었지만 자전거 타고 오느라

배고프긴 하다고 했더니

나랑 사장님이랑 차장님이랑 과장님이랑

사장실에 모여서 짜장면 먹음 ㅎㅎ

진짜 맛있었음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사무실이랑 업무 현장도 둘러보고 하다가

화장실가서 소화된 아침밥 시원하게 배출한 뒤에

정식 출근날 뵙겠다 하고 다시 자전거 타고 집옴..

첫날 눈도장이 제대로 찍혀서 그런지

실수 좀 해도 너그럽게 넘어가주시고

ㅈ소인 편에 속했지만 나름 참 좋았던 거 같음

특히 안 좋은 일 있어도

뚱식이랑 놀면 기분 다 풀리고 했던게 좋았음

털찐 진돗개 너무너무 귀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