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일어날 것 같으면 뼈 때리는 명언 날리고 중재 시키는 노가다 아재들

방학일 때 용돈 좀 모아볼까 해서

노가다를 잠깐 뛰러왔었는데

같이 일하는 아재들에게

가슴 뛰는 명언들을 진짜 많이 들었다.

1.해병대

“이건 해병대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여”

맨날 이걸 입버릇 처럼 달고 있는

노가다 아재가 있었음

일명 저 ‘해병대 아재’는

하루도 빠짐없이 해병대 노래를 불러댔는데

종종 다른 아저씨들과 그거 때문에 시비가 걸리곤 했음

“거 최씨, 아가리 처다물고 밥 좀 처 드쇼

맨날 그 씨벌 해병대 그거”

“므어라고오?”

와? 또 저번처럼 처 맞아볼라고?”

“크크크 어이 최씨

그 놈에 해병대가 왜 방위한테 처 맞고 그랴?”

처음 몇번은 오히려 그 해병대 아저씨가

측은했어서 나쁘게 보진 않았음..

근데 진짜 농담끼 쫙 빼고 입 5번 여는데

해병대라는 단어가 포함 안되는게 2번 정도임;;

오죽하면 작업 반장도

“어이 최씨 아가리 좀 닫고 일혀”

라고 할 정도..;;

한번은 좀 멀리 작업을 나가서

작업반장이 차로 태워다 준 날이었음..

뒤에 다 퍼질러 자고 있고 난 조수석에 앉아있는데

“최씨 너무 미워하지 마라

점마 좀 븅신같아도 사람은 착하다.”

“아 옙, 안 미워합니다;;”

“그거 아나? 나도 해병대다.”

“아, 네..최씨 아저씨도 아세요?”

“모르졔, 이 건설사 사장도 해병대다”

“와..근데 모르세요?”

“모르졔”

“으데가 해병대 나온거 말고는 자랑할거 읍는 놈들이나

해병대~ 해병대~ 노래를 부르는기다.”

지금도 인간 파악 리트머스지로

가장 정확한 판별법중 하나로 쓰고 있음.

2.강한 부정은 긍정

대학생들 알바 오면

맨날 사내놈들이 너무 호리호리하다는 둥

요즘 젊은 놈들 계집애 같아서

쓸모 없다는 둥 하는 꼰대가 있었음.

한번은 그 중에서도 유독 피부도 하얗고

마른 형이 알바 왔는데

실제로 힘도 좀 약해서 시멘트 포대

혼자 어깨에 올리질 못해서 도움 받고 그랬음.

(이게 이상한게 아님..

전문 노가다 꾼이 아니면 힘듬)

근데 아주 이 형을 잡아 먹을듯이 따라다니면서

“마! 니 그렇게 삐쩍 꼬라서 뭐한다고 노가다판에 왔냐?”

이지랄을 했음

참 먹는 시간에도

“요즘 사내새끼들 보면 소름돋아

뭐 계집애처럼 아에 화장까지 하고 다니더라고”

먼지를 좀 많이 먹는 작업을 하는 날은

한번씩 끝나고 반장이

기름칠 좀 해야된다고 삼결살 쏘는데

그날도 그랬음..

그 알바형은 힘들고 빡쳐서 술 좀 많이 마시는 듯 했는데

결국 꽐라되서 근처 찜질방 재웠다 함.

그 다음날 그 꼰대랑 알바형 둘다 안 나옴.

분위기가 이상해서 아저씨들한테 물어보니까

“그 미친놈이 어제 그 알바 있잖아?

갸 찜질방에서 기절했는데 그세 거기를 빨았댜”

“그래가 경찰서 잡혀갔다.”

3.하루에 20번

알바들 사이에서 변태 아저씨로 불리는 사람이 있음

오전 참 시간에 막걸리 한잔 들어가면

그때부터 음담패설의 제왕이 됨

“내가 그래서 그 가스나를” 부터 시작해서

“~했는데 그라니까 막 ~하며 죽겠다 하데~? 크하하하”

처음 몇 마디는 동료 아저씨들도

분위기 맞춰주느라 좋다고 웃어줬는데

이게 오후까지 이어지는 날이면

일부러 못들은 척 하기 시작함

그러면 이제 알바들한테 와서 음담패설을 하는데

“마! 니들 나이엔 하루에 20번도 하지?”

“아뇨.. 한번도 못해봤는데요”

“마! 내가 니네 나이땐 돌도 씹어 묵고!

껍데기 다 벗겨질때 까지 스무번도 하고! 다해써! 크하하하!”

그러다 한 알바가 좀 그만하라고 했다가

언쟁이 심해져 주먹다짐까지 함..

알바는 고소할꺼라고 씌익씌익 거리고 있는데

그 변태 아재 친구분이 와서 말해줌..

“내가 대신 사과할께 미안하다. 니가 좀 봐주라..”

“아 몰라요, 난 고소할겁니다”

“..그래 꼭 해야되면 하는건데..

점마 저거..에휴..사연이 있다..”

“아 뭐요??”

“..점마 사고로 그기 없다..”

“..”

“그래서 술만 처 마시믄 저러는거다.”

“사람은 지 제일 아픈거 겉으로 끄집어내서

갑옷처럼 두르고 다니는 놈도 있다.”

“그거 좀 안쓰럽다 생각되면 니가 좀 너그럽게 봐주라..”

그리고 실제로 그 알바는

생각이 많은 듯한 표정을 짓더니

결국 고소는 하지 않았음.

4.직업의 귀천없어도 인간의 귀천은 있음.

노가다판에 거의 고정 npc 처럼 존재한다는..

알바에게

“이일 오래하지 말아라”

“공부 열심히 해라”

하는 아저씨들

내가 일하는 곳도 그런 아저씨가 하나 있었는데

좀 노가다판 첫 출근한 대학생 형한테

붙잡고 하루종일 그 얘기를 하는 걸 보더니

옆에 있던 한 아저씨가

“저새끼 저거 지 먹물 출신이라고

그 티내고 싶어 저러는거다.”

(노가다판에선 그냥 유식한 사람들 먹물이라고 부름)

“나는 내 아들하고 딸 다 여기서 번 돈으로

대학까지 보냈고 아들 장가도 보냈다.”

“ㅆ발 세상에 쪽팔린 일이 어딨노?

쪽팔린 인간이 있는거지.”

암튼 온갖 산전 수전 다 겪어본 아재들이 하는 말이라

무게감이 장난 없음.

물론 위에 글은 수많은 대화중 일부일 뿐임

사실 10마디 중에 9마디는 개소리고

가끔 1마디 하나가 머리 띵하게 만들면서 명언이 됨.

아무튼 잠깐 알바하러 왔던 일이고

일하고 있을 때는 빨리 때려쳐야지 하는데

막상 노가다 안 나가면

이상하게 몸이 근질근질하고 생각나서

몸이 저절로 노가다판으로 가져서 아직도 뛰는 중임

참 묘한 직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