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건들면 들어오는 ‘학부모 민원’ 때문에 학교 때려치기 직전인 선생님

올해 임용된 학교 선생임.

1학기가 끝나가며 한 학기 동안 있던 일에 대해

현타가 좀 쎄게와서 글 적어봄

1.시험 문제 왜 어렵게 내냐는 학부모 민원.

중간고사가 끝나고 일주일 뒤에 들어온 민원임.

요약하자면

“시험 문제 왜 어렵게 내서 자기 아들이 못 풀게 했냐?”

“내신 성적 떨어져서 대학 못 가면 니가 책임질 수 있냐?”

라는 내용이었음.

애초에 민원이 들어온 문제의 수준이 빡셌냐고?

아니?

된소리 되기에 대해 예시가 아닌 것을 고르는 문제였음.

이 정도면 정규 교육과정 밟고 지나온 애들은

10년, 20년이 지나도 풀 수 있는 문제임.

학부모의 일주일 민원 공세에

교감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더니 나온 결론이 뭔 줄 아냐?

수행평가 비중을 높여서

해당 학생의 내신에 영향이 가지 않게끔 하라는 거였음.

그리고 시험을 더 쉽게 내라는 말은 덤.

2.수업 시간에 통화하는 학생을 지적했더니

사생활 침해라는 민원.

학교에서는 핸드폰과 태블릿 PC를

적극활용한 수업을 강조하고 있음.

뭐 여기까진 좋다 이거야.

띵X벨이라는 사이트만 활용해도

몇몇 애들 참여율이 나름 높아지는 점은 눈에 보이니까.

그런데 활동을 위해서 핸드폰을 나눠주면?

수업 시간에 앞에서 수업을 하든 말든,

서로 인스타 피드 공유하고, 게임하고,

커뮤니티하는 애들도 있고

제일 악질은 지 친구랑 통화하는 경우도 있었음.

그래서 통화하는 학생에게

“수업에 방해되지 않게끔

통화는 되도록이면 자제하자” 라고 잘 타일렀음.

그리고 그날 바로 저녁 6시부터 7시 20분까지

해당 학생 어머니랑 전화 데이트 해야했음.

“왜 학생의 사생활을 침해하냐.

통화하며 사적인 이야기가 오갔을텐데

사춘기의 아들이 불쾌해한다.

교사란 사람이 음흉한 것 같다.

아이 아빠가 교육청, 경찰쪽에 아는 사람 많다.

신고할려는 것을 내가 겨우 말렸다.

만약 급한 전화였으면 어떡할려고 통화를 못 하게 하냐.”

이러는데 내가 무슨 힘이 있겠음?

그냥 “예예” 하며 죄송하다고 하고

다음부터는 조심하겠다, 감사하다하고 끊었지.

그 때 교무실에 혼자 앉아있는데 사실 좀 울었음.

내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영혼까지 털린 기분.

해당 학부모 결국 교장 선생님과도 통화하여

그 다음주 교무 회의 때 언급하더라.

학생들이 핸드폰을 다른 곳에 사용하지 않게끔

동료 교사들과 협의하여 방안을 마련하라고.

그러자 옆 반 담임 선생님이

‘답이 없다. 그냥 포기해라.’라고 조언해준 것은 덤.

3.수행 평가 공지하다 학생이 욕설,

지적했더니 바로 민원.

아침 조회 시간에 다른 교과 수행 평가가 있으니까

준비하라는 말을 했더니

학생이 “이게 뭔 개 좃같은 소리야~” 라고 큰소리를 냈음.

해당 학생을 복도로 불러내 욕설에 대해 훈계함.

그랬더니 돌아온 말은

“선생님 저희 아빠 사업 크게 하시는데

혹시 감당이 돼요?” 였음.

이젠 하다하다 학생한테까지 저런 말 들으니

머리가 어지럽고 토가 나올려고 하더라.

역시나 다음날 점심 시간에

학생 아버지한테 전화 옴.

“아들 얘기 들어보니 선생님한테 한 소리도 아니고,

애가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았으면 그러겠냐,

선생님도 학생일 적이 있으니 그 기분을 알지 않냐.

다음부턴 혼내려고 하지 말고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고

공감해줄 생각부터 해보시도록 해라.”

이 말 듣고 점심 먹을 생각도 안 들어서

그냥 나가서 줄담배만 계속 피다가 들어왔음.

제일 화가 나는 건 저런 말을 들어도

그냥 “예예”

“다음부턴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라는 말 밖에 못 하는 내 처지임.

+@ 3번 학생의 자퇴.

저 친구는 결국 6월달에 자퇴했음.

왜 자퇴하고 싶냐고 상담을 했었는데

“저는 학교에서 공부 안 해도

나중에 연봉 10억 받을거여서요 ㅋㅋ.

선생님도 저 잘 되면 직원으로 써줄게요 ㅋㅋ.”

라는 개념 빠진 소리를 해대서

학년 부장 선생님께 결국 말씀드렸더니

학생의 가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부모님과 직접 통화해보라고 하시길래

어머님께 전화를 걸었지만 안 받고

아버님께 전화를 거니

“예, 그냥 애 하고 싶다는 대로 두세요. 참견 마시고.”

라는 답이 돌아왔다.

1학년 때 그 학생의 담임이었던 선생님께서는

내게 “걔 일베하고 그런 애에요.

저런 놈이 학교에 있는 게 도움 더 안 돼요.

그냥 속 시원하게 생각하시고 신경 끄세요.

그냥 저희가 교사로써 할 수 있는건

학생들한테 아무런 참견도 하지 않는게 유일해요.”

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우리가 어릴 때 학교 다니면서 봐왔던

그런 예전 멋있던 선생님들의 모습들?

이게 지금 이 시대 학교 선생들의 현실임

이제 그런거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