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넘게 모쏠이던 친구가 ‘하루만에 존예 여자친구’를 만들었다..

일단 내 친구부터 소개하자면

키 170의 적당한 체형에

못생기지도 잘생기지도 않은 걍 평범한 외모임

특이한건 얘가 남자들이랑 있을 땐

존나 웃기고 쾌활한 앤데

여자가 옆에 있다? 바로 꿀먹은 벙어리 됨.

내가 2대2 과팅 잡았을때

2시간동안 “응” “아니”만 하다가

여자 애들 빡쳐서 나가버린 일도 있었음..

남녀공학 나왔다는데

고딩때 학교생활 어찌했는지 궁금할 정도임.

암튼 이런 앤데

얘가 항상 “아 나는 언제 연애하냐”

이런 말만 입에 달고 살았음.

골 때리는건 20살때 얘가

바에서 단기알바 하다가 쭉쭉빵빵한

연상 누님한테 대시 받은 적이 있었는데

자신없다고 질질 끌다가 버스 놓친 적도 있음.

이렇게 21살까지 모솔로 지내다가

얘가 군입대를 4개월 앞둔 시점이였음

그때가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이었는데

얘 페북에 갑자기 연애중이 뜬거임

어제만해도 여자 만나고 싶다고

징징 거리던 애였는데

ㄹㅇ충격 먹고 바로 전화 때렸더니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사정이 있었더라..

얘가 입대 전에 휴학하고

공장에서 잠깐 일을 했었는데

밖에 나가지를 않다보니 6개월동안

머리가 범죄자 마냥 길어서

모자 푹 눌러쓰고 동네 미용실을 갔다고 함.

쪽팔려서 아는 사람 없을 때 갈거라고

아침 일찍 갔는데

미용실 주인은 없고 여직원 한명밖에 없었다고 함

그때 직원분이 친구 들어오자마자

범죄자인 줄 알고 놀래서 그 자리에서 굳었다고 함..

여튼 머리를 잘랐는데

직원분이랑 친구랑 대화가 잘 통했나봄.

여자랑 말도 못하는 새끼가

직원분이 상냥하게 대답해주고 웃어주니까

친구가 신나서 쓸데없는 얘기까지 꺼내면서

자르려던 머리는 제쳐두고

한시간동안 수다를 떨었다고함.

고생끝에 머리 다 자르고

친구가 계산하고 나가려는데

갑자기 직원분이 “잠시만요!” 이랬다는거임

친구가 어리둥절해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잠시 얘기 좀 더 할 수 있냐고..

내 친구 심장 벌렁벌렁 해져서

빛의속도로 “네!”라고 대답했다함ㅋㅋ

아침이라 손님도 별로 없겠다

쇼파에 앉아서 얘기 나눴는데

직원분이 이틀전에 남자친구랑 헤어졌는데

자기는 아직도 많이 사랑하는데

남자친구가 바람나서 어쩔 수 없이 헤어졌고

크리스마스 앞두고 너무 슬프다고 하길래

친구가 어깨 토닥토닥 거려줬다함

(그게 내 친구 생에 첫 스킨십임..)

직원분이 일하고 있는 와중에도 계속 생각나고

손님한테 이런 얘기 하는거 실례인거 안다고

죄송하다고 하는데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기계처럼

“아..네 괜찮아요!” 만 무한반복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직원분이

“그래서 말인데 저랑 딱 일주일만 사귀면 안될까요..?”

라고 했다함.

골 때리는 상황에 친구 완전 얼타서

“네? 네? 왜요?” 거리는데

전남친이 질투가 많은 편이라

이렇게라도 하면 돌아오지 않을까 라는게 이유였음.

내 친구 고민 좀 해본다고

가게 밖에서 담배 한개 십분동안 물고있다가

들어가서

“네 그럼 딱 일주일만 사겨요!”

라고 박력있게 말했다함.

여튼 이렇게 해서 사귀게 됐다는데

얘 타임라인에 연애중 뜨니까

지인들이 전부 충격 먹은거..

심지어 얘 엄마도 페북하는데 엄마도 충격 받음

여자애도 못생겼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얘랑 왜 만나지 할 정도로 예뻤음.

이렇게 21살 남자와 23살 여자가

인연 아닌 인연사이가 됐는데

얘네들이 같은 찍은 사진도 없으니까

저녁에 직원분 일 끝나고 카페에서

둘이 커플 st 사진도 찍고

옷차려 입고 고급진 식당가서

분위기 있게 사진도 찍고

걍 사진찍기용 데이트를 즐김

크리스마스 이브 때는 더 가관으로

키스샷까지 찍어서 올려버림.

그렇게 일주일이 순삭되고

(살면서 이렇게 시간이 빠른지 처음 알았다함.)

친구가 먼저 “저희 일주일 다 끝났어요”

라고 말을 꺼내니까

여자분이 일주일만에 헤어진거 티내면

좀 이상하지 않냐고.

아직 전남친한테 연락도 안 왔는데

조금만 더 있어보자고 해서

일주일이 한달이 되고 두달이 됨.

그렇게 계속 시간이 흐르다보니

여자애도 내 친구도

서로 진심으로 사랑에 빠져버림.

입대 일주일 전에 여자분 막 울고불고

안가면 안되냐고 난리였는데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라

여자분이 직접 내 친구 머리 다 밀어주고

훈련소까지 배웅하고

친구 엄마랑 같이 훈련소 앞에서

울어대며 면회 매일 갈거라고

몸건강하라면서 실신할 정도로 움..

내 친구 씩씩하게 울음 참으면서 안아주고

멋있는척 당당하게 입소함.

얘가 훈련소에 있을 때 편지도 진짜 많이오고

이 여자랑 꼭 결혼해야겠다 라고 생각했다함.

근데.. 혹시나가 역시나

얘가 자대배치 받고 여자애가 첫 면회를 왔는데

(수료식날 휴가 짤려서 못옴)

여자애 표정이 이상했다함.

친구가 이상한 낌새 느끼고 왜그러냐고 물어보니

요즘 계속 전남친한테 연락이 오는데

너무 흔들린다고.

너한테 너무 미안해서 말 안 하려했는데

숨기는 것보다 말하는게 나을 것 같아서 말한다고.

안 그래도 힘들텐데

내가 너무 나쁜년이라며 울었다함.

호구새끼인 내 친구는

멋있는척 하려고 마음 잡고

너 마음가는대로 하라며

우리 만난 목적이 원래 그거였으니까

잘 된거 아니냐고.

지난 몇개월동안 행복했고 과분했다면서

고맙다고 하고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서 막사로 가버렸다함.

면회식당이랑 막사까지 5분 거린데

5분동안 그렇게 운적이 처음이라 하더라.

그 후로 한달동안 얘한테 편지 한통도 안 왔는데

오랜만에 주말에 싸지방 가서 페북 들어갔더니

연애중은 이미 사라졌고

전남친이랑 찍은 사진 올라와있었다고 함.

예상은 했지만 멘탈 다 깨지고

탈영 생각까지 했다함

그 후로 전역까지 싸지방 한번도 안 갔다고 하더라.

어떤날은 너무 생각나서

목소리만이라도 들어보려고 전화했는데

이미 번호도 바꾼건지 없는 번호라 뜸.

자대 있을동안 성격도 개판되고

뭐만하면 짜증나고 해서

설문조사 할 때도 매번 호명 당하고

명령불복종으로 영창도 갔다옴..

중대장이 얘 사정 알고나서

커버 잘 쳐주고 매번 챙겨줘서

시간 좀 지나서 원래 성격으로 돌아왔지만

후임 애들이 얘 때문에 스트레스 진짜 많이 받았다더라.

싸이코가 휴가도 안 나가려고 하고

부대에 박혀서 짜증만 부리니까

밑에 애들이 미칠 수 밖에 없었음.

그렇게 길고긴 군생활이 끝나고

24살이 됨.

전역 후에는 그 여자 때문에 트라우마가 더 심해져서

더 이상 꾸미지도 않고

여자 만날 생각조차 잊고 공장에 박혀살게됨.

그러다 어느날

츄리닝 입고 모자 푹 눌러쓰고

동네 슈퍼를 갔는데 영화처럼 그 여자를 봄.

친구가 겨우 잊고 살았는데

미칠거 같아서 몸 돌려서 나가려고 했더니

갑자기 여자애가 “야!” 라고 고함을 지름.

그래서 그냥 잘지냈냐 더 예뻐졌네

이런말 해주고 스쳐지나가면 되는데

븅신같이 눈물 터져서

손에 들고 있던 라면팩 던져버리고

걍 집으로 뛰어가버렸다함.

그 이후로 한번도 마주친적 없고

몇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연애 못하고 있음.

고작 4개월 만났는데

세상에 여자가 그 여자 밖에 없는 줄 알고

다시 뺏을 용기도 없는

그냥 븅신 중에 븅신인데

그게 바로 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