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 증상 개무시 하다가 화장실에서 ‘지옥’ 체험 중인 환자

치질 수술 받은지

오늘로써 3일짜 되는 날이다.

방금 삼신할매랑 저녁밥 먹고

잠시 쉬는 타이밍에 이렇게 마지막 유언을 남긴다.

항문이라 부르기엔 조금 거부감이 드니

전여친 애칭이었던 애솔이라 부르도록 하겠다.

애솔이에게 하자가 있다는걸 눈치챘을 때는

바야흐로 3년 전이었다.

변을 볼 때마다 선홍빛 자몽 쥬스가

서비스로 나오는걸 보고도

오지랖 넓은 후장새끼라며

괜한 애솔이를 탓하고 욕하며 무시하고

감히 휴지로 틀어막고 다녔던 나날들.

애솔이 이 좃같은것 때문에

이쁜 흰바지, 연청바지가 있어도

못입고 다닌다고 투덜거리던 나날들.

밤새도록 술 퍼먹고 첫차타고 가던 어느 새벽.

느닷없이 아래에서 피가 흐르고 있음을 느끼고

심각한 상황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객기부리며 그만 쏟으라고

엉덩이를 후드려팼던 그 때의 기억.

애솔아.

그때의 건방졌던 나를 반성한다.

너는 내가 걱정되어

여러가지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했지만,

나는 그것이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

그냥 지나가는 바람, 그것과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건강하다고 생각했다.

너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울버린이 아니었다.

그렇게 너는 나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남아버렸다.

본인은 평고 자신감 하나만큼은 알아주는 사람이었다.

호기심도 많고 은근 뻔뻔하다는 소리도

자주 듣는 열혈 청년이었다.

애솔이가 비명을 지르고 쓰러진 어느 날.

나는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하고

급하게 항외과를 찾아갔다.

어여쁜 간호사들이 유난히 많았던 그 병원.

내 또래쯤으로 보이는 간호사들이

유독 많았지만 그래도 나는 당당했다.

진료실에 들어갔다.

의사와 상담을 마치고

의사는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엎드려 침대에 누으라고 지시했다.

태아처럼 웅크린 나의 몸.

그리고 실 한오라기 걸침 없이 내비춰진 나의 알궁댕이.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당당했다.

이들은 이 분야에서 전문가고

수많은 환자를 대해봤을 테니까.

내가 부끄러워 할 건 없다.

오히려 이렇게 젊은 똥꼬를 바라보는게

그나마 덜 역겹지 않을까 하는

시건방진 생각도 들었다.

한참을 바라보던 의사는 이내 입을 열었다.

“어휴..이거 심각한데요.. 얼마나 된거에요?”

의사의 물음에 3년정도 지났을 거라고 대답을 하자

의사는 나에게 야단을 쳤다.

대장 내시경으로 안쪽의 상황을 봐야겠다고 한다.

모든게 처음이라 그것조차 신기했다.

그 한 번도 허락해본 적 없는 나의 애솔이.

오늘 처음으로 무언가가 너를 헤집어놓겠구나.

긴장할 틈도 없이

라텍스 장갑을 낀 의사의 손이 느껴진다.

자비없는 그의 손놀림.

당황한 나는 나도 모르게 외친다.

‘선생님! 선생님! 잠시만요, 선생ㄴ..!앟ㅎ..쌤..’

괜찮다고 다독이며 도킹을 시도하시는 의사쌤.

그 순간 나를 바라보는 간호사들의 눈빛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나는 너희들에게 모든걸 보여주고 있지만

그녀들의 눈빛은 그저

고깃덩어리를 바라보는 눈빛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진료를 마치고 다시 상담에 들어간다.

커다란 모니터에는

환자들의 더러운 똥구멍 사진과

개불같이 생긴 사진들이 띄워져있다.

“ㅋㅋ존나 더럽게 생겼네.”

내 사진이었다.

모니터에 띄워진 나의 똥구멍 사진들을

가르키며 의사가 얘기한다.

보통 3개의 덩어리가 있어도 불편함을 느끼는데

학생은 혹이 4개까지 생겼다.

수술 날짜를 잡아야 한다.

지체할 것 없이 다음날 바로 수술을 하기로 마음먹고

그렇게 나는 상처받은 애솔이를 치료해주기로 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나는 병실에 누워있었다.

마침 아무도 입원한 사람이 없어

1인실 처럼 쓰고있는 2인실.

낯선 입원실 풍경. 모든게 신기했다.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있을때 쯤.

의사와 간호사들이 병실에 들어온다.

의사는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간호사에게 내 바지를 내리라고 지시한다.

‘나 스스로 벗을 수 있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아직 하반신의 마취가 풀리지 않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간호사가 내 바지춤을 휘어잡는다.

뭔가 겁탈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 와중에 가오 지키려고 내가 직접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허리조차도

제대로 돌리지 못하는 하찮은 몸뚱이..

생선처럼 퍼덕이며 안간힘을 쓰는 내 자신이

너무도 초라했다.

그렇게 그녀는 내 바지를 벗기고

의사는 애솔이를 노려봤다.

수술은 성공적.

애솔이의 상처는 치료되었지만

그것은 다른 형태로 마음의 상처가 되어 돌아왔다.

입원해있는 기간동안 의사는

하루에도 5번씩 순회진료를 돌며 애솔이를 검사했다.

그 때마다 간호사들의 생기없는 눈빛을 바라보아야 했고.

때때로 간호사 혼자 와서

애솔이를 소독하고 가기도 했다.

자신감과 당당함이 넘치고 뻔뻔했던 나는

어느새 노크소리만 들려도

알아서 바지를 벗고 엄마 뱃속의 아기처럼

웅크린 자세로 그들을 맞이했고,

그때의 나는 간호사가 짖으라면

개처럼 짖을 수 있을 정도로 조교가 되어있었다.

아침 일찍 퇴원수속을 밟고 집으로 돌아온 날.

무통주사를 제거하고

세상 누구보다 겸손하진 마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첫 배변을 보고나니

어떤 인자한 할머니가 손짓하시더라.

그 웃음이 너무 따듯해서.

그녀의 품이 너무 포근해서

나도 모르게 그녀의 품에 안겨

잠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화장실 바닥에 누워있었고.

왠지 나란 존재를

어딘가에 알려야 할 것 같은 강박감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글을 남긴다.

너네는 변기위에 10분 이상 앉아있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