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창암

오늘 원래 편의점 알바가는날인데

알바도 나가고 집에서 술먹고 있다

불쌍하다 사는게 ㅋㅋ..

아비란건 사업 실패하고 보증 서다가 다 날려먹고

하늘로 증발해버린건지 감쪽같이 사라졌고

어미란건 집나간지 오래다

그 뒤로는 나 혼자 여동생 둘 키우고있다

8년째다

고딩때 집파탄나고 고등학교 바로 중퇴했다

은사님께서 여러방면으로 알아봐주시고

다행히 상속포기해서 빚은 안받았다

자퇴할때 친구들이랑 선생님들끼리 조금모았다면서

돈봉투 건네시는데

100만원 들어있는거보고 그자리에서 펑펑울었다

그 돈으로 반지하 월세 단칸방

진짜 허름한곳 하나 구할 수 있었다

당시 중학생이던 여동생 둘은

힘든데도 아무말없이 잘 따라와줬다

고딩이 뭐 할줄 아는게있냐..

인력사무소가서 빌면서 일 시켜달라했지

처음엔 허리가 너무 아파서

매일밤 눈물로 조용히 울면서 잠들었는데

나중엔 나 좋게보신 기술자분이 보조로 데려가서

2일에 한번 짝수날만 출근했던게

벌써 5년이 지났다

이걸로는 여동생들 대학 못보낼거 같아서

한 3개월쯤 노가다 하다가 투잡해서

금토일엔 주방보조도 하고 적금들기 시작한게

아마 18~19살 사이 겨울즈음에 시작했던거같다

솔직히 죽고싶단 생각 너무했다

몸이 힘든건 3개월쯤하니까

요령생기고 그래서 버틸만했는데

나도 아직 19살인데 여동생 둘이나 짐 딸려서

왜 이렇게 살아야하나 생각하니까 힘들더라

그래도 이렇게 8년을 살았다

큰녀석이 20살 되니까

취직준비 한다해서 기겁을했다

큰녀석이 공부를 진짜 잘했는데

담임과 면담하니까 내신 성적도

교내 3등안에 드는데 수시를 하나도 안썼다했다

그날 너무 화가나고 힘들어서

술한잔 하면서 어떻게 된건지 설명을 들으니까

걍 다 나 때문이더라

그날 엄청 울었다 슬퍼서

그래도 담임선생이 수능을 너무 잘봐서

대학 진학 가능하다고 해서 늦지않게 지원했다

대학 붙고 둘이 껴앉고 울었다

그런데 둘째가 문제더라 ㅋㅋ

첫째는 과외 구해서 장학금타면서

못난오빠 용돈도 주고 그러는데

둘째 학원 보내달라고 해서

보내주고 나니까 감당이 안되더라

물론 학원가고 싶다한건 아니고

성적이 잘안나와서 우울해하는거보고

유명한데 보내줬다

안간다는거 달래고 달래서 간신히보냈다

학원비가 너무 비싸서

어쩔수없이 알바하나 더 해야했다

시간맞고 중졸인 내가 할수있는게

야간 편의점밖에 없더라..

낮에는 격일로 노가다 뛰고

점심때 빨리먹고 잠시 자고

저녁엔 바로 집와서 씻지도 못하고 쪽잠자다가

알람울리면 편의점가고..

너무 힘들었지만

둘째도 대학 보내려면 어쩔수없었다

결국 둘째도 대학 잘보냈다

그 이후로는 주방보조도 격일로 노가다 나가면서

고졸이라도 하고싶어서 검정고시 준비했다

1년인가 공부하니 굳은 머리라도 되더라

동생들이 앞으로 걱정말라고

오빠도 하고싶은거 하라고 했다

진짜 앞으로 행복할일만 남은 줄알았다

근데 예전부터 이상하게 속이 이상하고

먹어도 토하고 체중이 자꾸빠져서

혼자 병원가서 검사했는데 하필 췌장암이란다

그동안 삶이 너무 주작같아서 이것도 주작같더라

혈관까지 퍼졌다는데 더 안듣고 나왔다

어차피 돈도 없고..

걍 그래서 일도 안나가고

술먹고 한탄하고 있는거다

내 평생의 소원은 하나였다

동생들 좋은데 시집보내고 행복해하는거 지켜보기

조카들 예쁘게 낳으면 만져보고도 싶은데

못할 것 같아서 무섭다

동생들한테 아직 얘기 안해서 아직 모른다

어떡할지 모르겠다

못견딜거같을때 비상금 100만원들고 몰래 집나가서

여행한번 해보고싶다

일본 메밀국수가 유명하다던데

그거한번 먹고싶다 내가좋아하거든

제주도도 가고싶고

비행기도 타보고싶다

연애도 해보고싶다

이나이 먹고도 여자 손한번 못잡아봤다

허름한 반지하 월세방도 이정도 사니 정든다

솔직히 요즘 너무 힘들다

아프기도하고 약먹으면 기운이 너무없고

165 58이었는데 지금은 48키로다

ㅋㅋ완전 멸치 다돼버렸다

언제는 쓰러져서 하루동안 코피흘린적도있다

진짜 죽는건 줄알았다

진짜 언제가도 이상없다고 하더라

아 그리고 항암제 부작용때매 탈모오더라

탈모있는 사람보고 맨날놀렸는데

나도 이제 모자쓰고 다닌다

엄마아빠 얼굴도 기억안난다

전생에 뭔죄를 지었으면 이럴까싶고

그냥 혼자 여행한번 가고싶다

난 여행한번도 못가봤다

중학생때 학교에서 간거빼고 없다

걍 신은 없는듯싶다

대신 여동생들 잘 키웠으니까

8년동안 힘들지만 후회없게 살았다

아 이럴줄 알았으면 연애 좀 해볼걸..

그냥 후회되는 것같기도 하고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