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이고 뭐고 애 분유값도 못 구하길래 마트 끌고 간 아재

전에 한번 카드를 잃어버린적이 있음.

어머니가 내 카드를 사용하고 계시는데

아마 마트에서 계산 후에 어디서 흘리신거 같았음.

나는 일하고 있어서 상황은 모르고

그냥 처음 마트 결제 문자 온거 본 뒤

한 두시간쯤 지났을때 결제문자 또 왔길래

보니까 같은 마트에서 5만 2천 몇백원 결제 되었음.

그냥 장보시면서 빠진거 사셨구나,

흔한 일이라 그러구나 생각하고 말았음.

그런데 다음날 경찰서에서 전화 옴.

분실 카드 사용한 사람이 자수하러 왔는데

카드 조회하니 주인이 나라고.

경찰서 오시라고. 뭔소린가 싶었는데

설명 듣고 어제 그 두번째 결제한게

어머니가 한게 아니였다는걸 알게 되고

어머니 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니

어머니 본인도 그제서야

카드를 잃어 버린줄 아시고 놀라셨음.

한번도 그런 실수 하신적 없으셨고

연세도 많으시구 이런 일도 경험해 본적 없으셔서

큰일 나시는줄 알고 걱정하심.

나도 도둑놈 잡았다는 생각에 좀 빡쳤음.

마침 가게가 바로 경찰서 근처라

바로 가서 2층의 해당 부서 담당형사님께 가니

웬 20대 초반?

많아봐야 22-3살 정도 되어 보이는

이쁘장 하고 어린 여자애가 한쪽 의자에 앉아 있었음.

형사님이 설명하시길

저 여자분이 사용하셨고

자수 하러 왔고 변상하겠다고 하신다고.

그리고 서로 직접 대질 하는데 정말 애띤 여자애였음.

우리 동네 사는 친구인지

그냥 츄리닝에 티셔츠 하나 입고 있는데

딱 봐도 형편이 좋아 보이는 모습은 아니였음;

그러더니 나 보자마자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이더니

돈은 없고 젖은 안나오고

아기는 배고파 울고 분유라고 사야하는데

돈이 없어서 마트 안에만 돌아다니다가

떨어져 있는 카드 보고 쓰면 안되는줄 알지만

급한 마음에 분유 두통 샀다고 함.

옆에 있던 형사님이 확인했는데

분유 2통 맞다며 여자애가 제출한 영수중 줌.

난 미혼이라 아이 키워본적은 없지만

전에 형 심부름으로 조카 분유 몇번 사다준적 있어서 암.

한통에 3만원도 넘는데 2만 몇천원짜리 두통,

훔친 카드 쓰는 와중에도 젤 싼걸 고른거 같았음.

연신 죄송하다며 꼭 갚을테니 용서해달라고 하는데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지면서 짠했음.

거짓말도 없었고

사과하고 용서하는 모습도 진심이였고

정말 양심있고 착하고 이쁜 여자아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너무 딱하다는 생각만 들었음.

나는 괜찮다고

변상 안해도 되니까

아이 잘 돌보시라고 하고 가려는데

반드시 꼭 갚을테니 연락처 달라고 함

괜찮다고 했는데

자꾸 조르면서 눈물 흘리는 모습에

착한 이 친구에게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큰 상처였나 싶어서

그럼 나중에 아이 크고

여유되면 갚으라고 연락처 알려주고

나한테 바로 확인 전화 하고 저장함.

그렇게 그 친구 돌래보내고

형사님이 따로 나에게 말씀하시길

미혼모고 애 혼자 애 낳아 키우는 상황이라고 알려주심.

암튼 그렇게 마무리하고

가게와서 일 마저하는데 (장사함)

자꾸 이 아이 생각이 나는거임.

뭐라도 챙겨줬어야 할걸,

가게 데리고 와서 밥이라도 먹일껄 그랬나?

자꾸 이런 생각.

그렇게 일 마치고 퇴근길에

본가에 들려 어머니께 있었던 일 말씀 드리니까

어머니가 크게 걱정하고 안타까워 하시면서

내일 그 아이 좀 부르라고 함.

그러면서 그런 애를 그냥 보내면 어떡하냐고

진짜 욕 뒤지게 먹었음.

다음날 아침 그 친구한테 전화를 해서

잠깐 시간 좀 내달라고 하니까

뭔가 불안한듯 했지만 거절 못하고 네 라고 대답함.

근처 동네라 어머니 모시고 그쪽으로 갔는데

만나자 마자 어머니가 그 친구 손을 잡으면서

얼마나 고생이 많냐며 위로 해주심

그리고 차에 타라고

아이 키울려면 필요한게 많다면서 함께 마트로 감.

그 친군 죄송하다며

안 그러셔도 된다고 정말 미안해 하는데

어머니가

“아이만 생각해. 지금 미안하고 죄송한건

나중에 아이 다 크고 나서 생각하고 지금은 아이만 생각하렴.

어리고 이쁜애 혼자서 얼마나 고생했을꼬” 하며

손을 토닥여 주니 그 친구는

“감사합니다” 하며 계속 움.

나도 운전하는데 짠해서 눈물나고.

그렇게 마트에 가서 아기 필요한 분유부터

기저귀 옷 대야 같은거 다 삼.

생필품이랑 먹을거도

다 누가보면 시어머니랑 부부 인줄.

그 친구는 괜찮다고 하지만 어머니가 다 알아서 삼.

그리고 식당가 가서 밥도 사맥이고.

(참고로 아기는 그 친구 주인집 아주머니가

잠깐 돌봐주고 있다고 했음)

먹는게 부족해서 젖도 안나오는 거라며

엄마가 잘 먹어야 한다며

진짜 딸처럼 이것저것 다 먹여주고 챙겨주심.

그 친군 고맙다면서 계속 움.

어머닌 이것도 다 인연이고 우리 좋은 인연 쌓자 하심.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22살이고

이 친군 고아였고 혼자 자립해서 대학까지 갔는데

남친을 사귀게 되었고

처음에 착하고 자상하고 자길 잘 챙겨주는 모습에

마음을 주고 의지 하였는데

알고보니 여자친구가 여러명이였고

걍 자기랑 한번 자는게 목적이었던 사람이였다고함.

그렇게 처음 관계 후 돌변하곤 헤어졌는데

후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알렸지만 무시하고 잠수타고

그뒤로 연락도 두절되었다고.

생명이라 지울 수도 없고

아이를 낳고 본인처럼 고아로 만들수는 절대 없고

어떻게든 혼자서 키우려고 했는데

갓난 아기가 있다보니 어디에 일하러 갈 수도 없고

그러다 보니 통장 잔고는 없어지고

그런 상황이었음.

어린 친구라 지자체에서 도와주는

정책 같은것도 잘 모르는 상황 이였음.

그날은 이후로 어머니가 여러모로 챙겨 주셨음.

본인 시간과 사비는 물론

교회에 말해서 후원도 많이 해주고.

그리고 우리가게 직원으로 고용하게 됨.

점심 파트 타임이지만

그 시간은 어머니가 아기 돌봐 주심.

정말 일도 열심히하고 예쁘고 착하고 상냥해서

손님들이 참 좋아했고 나도 큰 도움 받았음.

아기가 좀 더 크고 난 뒤부터는 풀타임 근무함.

그렇게 3년을 같이 일하며

가족 같이 지내고 돌잔치도 해주고

새벽에 응급실도 몇번을 가고

첫 옹알이 할때랑 첫 걸음아 할때

다같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름.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이쁘고 착한 사람을 본적이 있나 싶음.

우리 어머니도 딸 하나 생겼다고 좋아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