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시방 가는 길에 벌벌 떠는 햄스터와 친구 먹은 재수생

재작년 수능 말아벅고 여친한테도 차이고

우울해서 학원 알아본다는 명목으로

한창 피방가서 겜만 하면서 살았다

그날은 아직도 기억한다

피방가는 길이였다

오전 7시쯤 집앞 카페에 햄스터 한마리가

박스에 오들오들 떨고 있더라

뒤진 줄 알고 쓰레기통에 버려야하나

묻어줘야하나 잠깐 고민하다가

손으로 만지니까 아직 따뜻하더라

급히 폰 켜고 주변 병원 알아봤는데

시간이 시간인지라 다 닫았더라.

그래서 그냥 박스 들고 집으로 데리고와서

전기장판에 햄스터 올려놨다

동물병원 여는 시간 알아보니 9시반부터 진료더라

10분 정도 지나니까

좀 움직일만 한지 꼬물꼬물 거리드라

갑자기 뺠뺠뺠 돌아댕기다가

뭐 얼어버린듯이 멈추기도 했고

겁도 없이 처음 본 내 팔에 대범하게 올라가더라

동물병원 문 열기 전까지 이새끼 구경 좀 하다가

주워온 박스에 집어넣어서 병원갔다

처음간 동물병원 원장놈이 햄스터는 진료 못본다해서

주변에 소동물 보는곳으로 소개해줬다.

욕 존나 하면서 햄스터 박스채로 들고

다른 병원으로 갔다 10분 거리더라

니 데리고 10분이나 걸었다 햄스터 새끼야

그러고 진료 받았는데 좀 가격이 쎄더라

무슨 내가 감기 처방 받은거보다 비싸

버려진 애라서 이것저것 검사하니

아무 이상 없다더라

그리고 의사가 뭐 이것저것 설명하더라

사료 같은거랑 합사 시키지말고

뭐 베딩 어쩌고 저쩌고

키울 때 필요한거 추천해주는거 목록주길래

집와서 인터넷으로 다 주문했다

사실 주문전까지 이새끼 키운다는거 상상도 못했다

왜 샀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뭔가 홀려서 산듯

그렇게 1년 6개월을 이새끼랑 함께 했다

진짜 열심히 키웠다

정말 행복했다

이새끼랑 같이 살면서 대학도 갔고 정말 많이 웃었다

원래 5분에 하나씩 담배피는 꼴초였는데

담배핀 손으로 만지면 몸에 안 좋을까봐

점점 줄이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끊었다

기분 좋을때도 우울할때도

이새끼는 그냥 조건없이 나 좋아해주면서

나 보면 뺠뺠뺠 따라오면서 애교부렸다

나 재수하면서 이새끼가 유일한 낙이였다

책임감도 생겨서

성적도 오르고 결국 재수 성공했다

항상 이새끼 볼 생각에 기분 좋았다

학교 동아리 뒷풀이도 이새끼랑 놀려고 안갔고

친구놈들이랑 노는 것도 이새끼 때문에

술먹고 날밤 까본 적도 없다.

정말로 정말 행복했다

근데 잠깐이더라

오늘 이새끼 하늘나라 보낸지 4개월 정도 넘었다

자는 줄 알고 그냥 냅두고 있다가

이새끼가 인기척 느끼면 가만히 있을 새끼가 아닌데

깨워도 반응을 안하더라

쥐 새꺄

형 ㅆ바꺼 올해 수능 다시 본다

일단 영장나와서 군휴학 때려놓고

수능치고 자퇴나 할란다

너 죽고 바로 시작해서 한번 더보게

너 땜에 수의대 가고싶더라

정말 보고싶다 쥐새끼야

공부못할때 니 보면서 수능 공부할때가 너무 그립다

내 방에 아직도 니 쳇바퀴 그대로 있다.

아침에 눈 떠보면 너가 돌고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매일밤 힘들게 잠든다

형 이제 쓰레기 인생아니고 사람처럼 살아간다

부모님도 요즘 자식취급 해주신다.

근데 너가 없다

너 빼고 다 있는거같다.

형 이제 학원 끝나고 집오는길인데

너 너무 보고싶어서

그냥 힘들때 자주 오던 곳에 글이라도 남겨본다

거기서 응원이라도 해줘라

그리고 나 뒤질때까지 계속 지켜봐라

너 죽고 형 담배도 다시 핀다

신나게 피다가 곧 따라갈테니 얼마 안 걸릴거다

진짜 보고싶다 쥐새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