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힙합이 느껴지는 부산 상남자가 착한 식당 이모를 돕는 법.

부산에 골목촌.

어딘지는 이야기 하지 않겠다

빼곡히 붙어져있는 옆집들에

방음조차 제대로 될까 싶은 동네

며칠 전에 하루종일 비가 오던 날

타일시공을 하는 나는

비를 최대한 덜맞기 위해

아무데나 가까워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비가 오면 그 물기로 인해서

코팅이 벗겨질대로 벗겨져

미끌거리는 타일 바닥에 허름한 식당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밥을 시켰다

제육볶음 4개 나오는데 상당히 오래 걸리더라

배가 너무 고픈 나는 이모님에게 한번 여쭈어 보았다

“이모님 나오는데 오래 걸립니까?”

“있어봐요 12시부터 오픈인데 빨리 온 사람이 문제지”

불친절하다

기분 나쁘다

기분 나쁜걸 참으며 밥을 먹는데 음식맛은 또 괜찮더라

다 먹고 나서 계산 할려고

정확한 금액을 현금으로 꺼냈는데 화를 낸다

“콜라값 2천원은 왜 빼먹노?”

“아 맞네 콜라값 줄게요”

“계산은 정확해야지 총각아”

기분 나쁘다

다신 안온다

그렇게 비가 조금 사그라들면 가자고

앞에 흡연용 재떨이가 있길래

거기서 사람들이랑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근데 어린 애 하나가 우리가 먹었던 가게로 들어간다

속으로 말리고 싶었다

저 아줌마 무섭다고..

담배 피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도

내 눈은 계속 그 식당에 꽃혀있었는데

멀 샀는지는 모르겠지만

애 몸통만큼 가득 채워진 비닐봉다리를 가지고 나오길래

아이에게 간뒤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쉬는거 부터 무라 뎁혀서 묵고”

하고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근호야 내일은 어디서 물래?”

“요기 괜찮네 행님”

난 저 가게가 궁금해졌다

다음날 똑같은 인원 똑같은 메뉴

하지만 달라진 아줌마에 대한 시선

다시 계산을 할때쯤에 물어봤다

물론 이번에는 현찰을 넉넉히 챙겨서

“어제 저희 밥먹고 들어가던 애 여기 뭐사러 왔던거예요?

맛있는 냄새 나서 나도 사가게요”

“공기밥 사러 온 애 말하는거예요?”

“공기밥 아니던데?

비닐봉지 채로 들고간 애 있잖아요”

“예 그 애 공기밥만 사러오는건데?”

“공기밥을 한봉다리를 사가요?”

“근처 사는 앤데 부모님 일한다고 바빠서

집에 밥 못해놓고 갈때 여기에 공기밥 사러오는데

그래서 그냥 햄이랑 국 하나 뎁혀서 같이 주는거지”

“그 돈은 그럼 그집 부모님한테 받아요?”

“먼 돈을 받아 그냥 먹으라고 주는거지”

“좋은일 하시네 이모님”

나는 어릴 때 골목 주택에서 살았는데

집들이 하도 빽빽히 붙어있다 보니까

모르고 싶어도 옆집 앞집 뒷집 분위기를 알게 됐다.

그리고 남몰래 위로하기도 했고.

그리고 일을 마치고 저녁에 줄자를 하나 가지고 식당으로 갔다

아직 영업을 하기를 바라면서

실비집이다 보니 아직 할것이다는 확신

역시나 아직 한다

이모님한테 가서 여쭙는다

“이모님 여기 바닥 많이 미끌거리던데

비오면 사람들 안 미끄러워합니까”

“타일이 오래 되가꼬 미끌거립니다 근데 왜요?”

“제가 이거 안 미끄러운 재질로 타일 붙여드릴까?”

“머한다꼬요?”

의심하는 눈초리

낯선사람이 하는 이야기에 대한 불신.

당연히 이해가 간다.

“애 밥 못묵는다고 챙기주는 이모님 마음이 예뻐서요

쉬는날 바깥에만이라도 해줄게요

이거 사람 넘어진다”

“해주면 좋지요 돈 들어요?”

“안 듭니다”

월요일날 영업을 쉰다고 해서 가서 시공을 해주고 왔다

쉬는날인데 뭔일인가 싶어서 와봤는 이모님은

이때서야 나를 그냥 완전히 믿으시고는

고생했는데 배고프다고

라면이라도 하나 끓여먹고 가라면서

라면을 하나 해주셨다

또 한번 더 물으신다

“뭐할라고 이런거 해줍니까? 돈 아깝구로”

난 꾸준히 자비로 이런 공사들을 아직도 하고 있다

난 왜 크면서 더 오지랖만 넓어지나 하는 생각이

가끔 들때가 있는데

어릴 때 길거리에서 사는게 힘들어서

펑펑 울면서 주저 앉아 있을 때가 한번 있었는데

차에서 아재 하나가 내려서는

“마 니 왜 울고 처자빠져 있노

집 어디고 타라” 하더니

타고 가면서 이유를 묻길래

돈이 없어서 서러워서 운다고 하니깐

우는걸 끝까지 다 듣고 있다가

집에 도착하니깐 나한테 5만원 주고 가면서

힘들어도 이겨내라

남자새끼가 멀 질질 짜고 있냐고 했었다

그때 그분이 멋있어 보여서

무의식적으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였을까?

나이가 들수록 각박하다는걸 알아채고 있는 내가

사람 냄새라는게 아직도 있다는

한줄기 희망이라도 가지고 싶어서일까?

나도 답을 모르기에

그냥 대충 이야기 하고 떼운다

“그냥 이모님 좋은일 했으니까 나도 해주는겁니다”

이센스가 말했다

존나 고생하고 열심히 하는 애들

고생했다고 너 존나 멋있다 라고 이야기 해주는게

그게 힙합이라고

난 그럼 힙합이다

+와이프는 알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