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연하 여친에게 빚 4천 있다고 솔직하게 말하기”

본인 나이 만 나이로 41임

와이프는 33임 (줄여서 Y로 할께요)

같은 회사 근무하다가 Y는 퇴사했고,

그 뒤에 연락해서 따로 술마시자고 꼬심

퇴사 전에도 마음은 있었음 ㅋㅋㅋ

꼬셔진걸로 보아하니 Y도 맘이 없지는 않았나봄

우째우째 결혼까지 하긴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떻게 결혼한거지?

하는 생각에 한번씩 오싹오싹함

현재 회사에서 16년째 근무중이고 급여도 나쁘지 않음

문제는 본인 경제관념이 박살났었음

급여 들어오면 전부 카드값으로 빠져나가고,

그럼 또 한달 동안 카드 긁고 담달에 메꾸고 했었음

이거까지는 뭔 문제냐 하시겠지만,

현금 필요하면 현금서비스 막 쓰고 그랬음

걍 뭐 급여 들어오면 메꾸면 되고,

연체만 안하면 되는거 아닌가 라고 생각함

근데 간간히 급여 이상으로 긁히는 일이 생기면,

현금서비스로 돌려막는 상황까지 생김

여튼 그런식으로 뭔 돈을 그렇게 썼냐,

명품이라도 샀냐,

고가의 취미가 있냐 하면 그런건 아니고

술마셨음 ㅋㅋㅋ

술만 마셨음..

딱히 취미랄 것도 없었고

친구 만나면 웬만하면 내가 계산하고

가끔 주말에 여행가서 큰돈 쓰고

차도 60개월 할부로 샀음 ㅋㅋㅋㅋㅋ

그러다 Y를 만남

Y는 정말 경제관념이 철저했음

이자 내기 싫어서 할부도 절대 안하고

신용카드 안쓰고 무조건 체크카드.

일단 기본적으로 소비를 대충 하지 않음

철저하게 받는 돈, 나가는 돈 체크하는 사람이었음

본인과는 정반대의 성향

Y는 당연히 처음엔

나의 이 미친 경제관념을 잘 몰랐었음

그땐 이 양반이 회사도 오래다녔고

집도 있다고 하고

돈도 잘 쓰는거보니 모아놓은게 좀 있거나,

아님 부모님이 좀 사는줄 알았다고 함

근데 그건 아니었고

집은 그냥 투룸 빌라에서 전세 살다가

전세금 올린다고 하니까,

아 귀찮은데 그냥 사자 해서 샀던거임

빌라인데 이름만 오피스텔인 그런 건물 있잖음

월세로 많이 사는.

그리고 차도 풀할부(말이 할부지 Y입장에선 빚) 였음.

연애할 때야 오픈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으니

둘이 하하호호 하고 연애는 잘했음

그러다 결혼 얘기가 슬슬 나오면서

오픈을 해야하는 상황이 됨

문제는 그때 당시에도 본인 상황이

그렇게 절망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었음

돈이야 벌어서 갚으면 되는거고,

채무도 자산이라고 하지 않음?

이따위 생각하면서

요래저래 해서 요런 상황입니다 헤헤 했더니

Y: ..?

본인: ?

딱봐도 뇌정지 온 표정임..

그러다 점점 사색이 됨

여기서 말 걸었다가 진짜 좃될거 같아서 가만히 있었음

부모님한테 혼나는 자세로 두손 모으고 대기..

계속 대치상태..

시간은 흐르고..

Y는 나중에 얘기하자 하고 자리를 뜸

본인은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음

그렇게 경제관념 철처한 사람이

나이도 8살이나 많고

결혼을 생각할 정도로 좋아하는 상황인데,

이 정도로 생각없는 놈이란걸 알고도

함께하는 미래를 그릴수 있을까 하고

Y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굳이 이 미친놈이랑 결혼할 이유가 없었음

모아놓은 돈도 꽤 있었고

다른 사람 만나 결혼하면 그만임

나한테 인생을 걸어야만 하는 이유는 없는거임

그래서 생각을 했음

만약 Y가 이 상황을 안고 가겠다고 하면

그냥 시키는대로 하자

어떠한 변명도 하지말고 그냥 시키는대로 하자

근데 도저히 안되겠다

내 미래를 맡기기에는 불안하다 헤어지자 라고 하면

구질구질해도 메달리자

그래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래도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뜻대로 해라고 하자

라고 결정을 했음

왜냐면 이 사람이 너무 좋았음

만나면 너무 즐겁고

그냥 한순간도 행복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음

Y도 그랬을거라고 믿었고,

그래서 이 미친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염치없지만 그렇게 생각을 했었음..

수일 후에 연락이 옴

대략적인 상황은 들어서 알겠고,

자세하게 전부 말하라고 함

카드빚이 얼마인지, 자동차 할부는 얼마인지,

급여 실수령은 얼마인지

하나하나 다 얘기함

(당시 대략적인 빚이 4천 정도였음)

처음엔 몰랐는데

얘기할수록 참을 수 없이 부끄러워짐

이 나이 처먹고 8살이나 어린 사람한테

이따위로 살아왔다는걸 낱낱이 밝힌다는게..

꼴에 자존심인지 뭔지 하여튼 엄청나게 부끄러웠음

그래도 어쩔 수 없었음

다 듣고 다시 정이 떨어져 헤어지자고 하더라도

여기서 치부를 다 드러내고

발가벗은 상태를 보여줘야만 할것 같았음

아니 해야했음

Y가 정리를 했음

일단 현재 쓰는 카드 전부 해지하고

앞으로 소비는 나를 통해서 해라

그리고 용돈 받아서 써라 많은 용돈은 주지 못한다

그러면서 최우선으로 빚 부터 갚고

돈이 좀 모이고 신용도 회복이 되면 대출이 나올테니

그걸로 전세집 구해서 시작하자

물론 앞으로 하는거 보고 정할거다 안도하지마라

반드시 결혼한다고도 생각하지 마라라고 함

눈물이 주룩주룩 남..

그냥 부끄럽고 미안하고..

Y도 울고.. 참..

그 후론 뭐 어렵지 않았음

시키는대로만 하면 됐거든..

우리 둘다 술 좋아하니 가끔은 마시고

아낄 수 있는건 아껴쓰고

급여 들어오면 Y한테 다 보내주고 용돈 받아서 쓰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신용도 회복이 되었는지 1금융에서 대출이 나옴

그걸로 전세 구하고, 결혼하고,

계속 돈 모으다 집도 하나 사고

작년에 득남해서 오손도손 알콩달콩 잘 살고 있음

그래서 뭐 어쩌란 얘기냐 니 자랑이냐 라고 하시면

내 자랑은 아니고 와이프 자랑임

그리고 뭐랄까

옆에 누가 있냐에 따라 사람이 바뀔 수도 있는 걸 느낌

마무리 어떻게 할지 모르겠는데

그냥 이런 븅신도 결혼하구나 하고

그냥 웃고 봐주시면 고맙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