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택시가 아니란 것을 바로 알아챈 대학생

아직도 어제 새벽의 공포가 가시질 않아서

손이 벌벌 떨린다..

요즘 야작이 많아서 학교에서 3일동안 작업을 하고

밤늦게 학교에서 집으로 향함..

버스를 타고 강남역에 도착하니

새벽 1시를 넘기고 있었음..

강남역은 새벽 1시 같은건 상관없이

여전히 대낮 같이 밝고 사람들로 가득했음..

집까지 10분 거리라

평소에 버스타고 다녔는데 너무 피곤해서

신호등 건너편 있던 택시를 탈려고 감..

건너편 신호등 대기하면서

탈려는 택시 대충 찜해놓고 보고있는데

어떤 여자가 내 택시에 타려고 함..

근데 이상하게 여자가 앞자리에 앉을려고

들어가다가 다시 내림..

난 별 생각없이 오 개꿀 하면서 바로 뛰어감..

근데 가까이서보니

택시가 좀 오래 됨..

완전 옛날 소나타 모델이던데

내가 알기로 보통 택시는 6년 이상인가

그정도 연식 넘기면

의무적으로 바꿔야하는걸로 알고 있는데..

택시 색깔도 서울은 그 뭐야..

황토색인가 암튼 전부 주황색으로 도색되있는데

그 택시는 거의 다 색이바랜 누런 흰색이었고

여기저기 기스도 많이 나있고

범퍼도 굉장히 상태가 안좋았음..

암튼 조수석에 탈려고 하니깐

웬 큰 검은색가방이 조수석 밑에 있음..

아니 ㅅㅂ 손님을 태워야할 택시가

자리에 그딴걸 두는게 말이되나 싶었음..

아 그래서 아까 그 여자가 안탄거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근데 뒷차로 다시 가기도 그렇고

몸도 존나 피곤해서 그냥 뒷자석에 걍 탐..

ㅆ발 이게 존나 큰 실수였음..

기사한테 “아저씨 XX로 가주세요” 하니깐

기사가 대답을 안함..

갑자기 고개를 돌려서 나를 보길래 쫄았음..

그런 눈빛을 가진 사람을 살면서 첨 봄..

눈이 반쯤 퀭해가지고

어눌한 말투로 말하는데

“에 알숴~”

왜 영화도 많이 나오고

택시로 납치하는 괴담들 많았잖음..

그때 솔직히 뭔가 이상한 걸 느꼈는데

나름 20대 남자의 자존심도 있고

무엇보다도 여기가 강남역이라

거리는 반짝반짝 대낮처럼 화려하고

또 사람은 존나 많고

여기저기서 클럽 노래도 흘러나오고 하니까..

설마 그건 영화에서나 나올 얘기지 하면서

요즘 그런 택시가 어딨냐는 생각으로 넘김..

근데 그 새끼가 점점 갈수록

룸미러로 나를 흘끔흘끔 눈을 마주치기 시작함..

속으론 개쫄았는데

티내면 만만하게 볼까봐

눈 개크게 뜨고 당당하게 눈싸움 함..

근데 그 색기가 순간 ‘피식’하는걸 봄..

소름이 좀 끼침..

그러다 이제 좀 한적한 곳으로 가니까

노래는 커녕..

새벽이라 사람들도 별로 안 보이기 시작하고..

순간 3일동안 밤새서 피곤했는데

잠이 싹 다 사라지고 식은땀이 나기 시작함..

등에서 땀이 맺힐 정도..

순간 조수석 앞에 있던 그 수상한

검은 가방이 생각나는거임..

아 ㅆ발 내가 왜 뭣도 없는 자존심으로

이 택시를 탔지 하면서 존나 자책하기 시작..

설마 하면서 그 가방을 흘끔 봤는데

진짜 구라 안치고 망치 손잡이가 보임..

아.. 그냥 여기서 확신이 듬..

‘이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려도 될까’ 하는 고민을 시작함..

한 50키로 정도로 달리고 있었는데

뛰어내리면 몸 부러져도 목숨은 건질듯 싶었음..

근데 막상 할려니 존나 떨리는거임..

속으로 벌벌 떨면서 고민하다보니

내 목적지까지 4블럭 정도가 남은 상황..

그래서

“아 이새끼가 망치 손잡이 잡는 순간

바로 뛰어내리자” 생각하고

벌벌 떨면서 기다림..

눈싸움이고 자존심이고..

그때부터 ㅆ발 백미러로 날 쳐다보는

그 퀭한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겠음..

1블럭을 지나고 좌회전을 해야할 차례인데

이색기가 멍하니 가만 있는거임

아 ㅆ발 택시 납치구나..

건장한 성인 남자한테도 이런 일이 있구나..

부모님 얼굴..

학교에서 쓰라고 볼펜을 건내준 착한 동생

아직 펴보지도 못한 내 꿈들이

주마등처럼 휙휙 지나감..

그래서 진짜 어차피 피할 수도 없으니

마지막 남은 가오로

침착하게 안 쫀듯이 말함..

“저기요 아저씨 여기서 좌회전 해야되는데요.”

기사가 또 어눌한 말투로 대답함

“으에~”

웅얼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이는데도

안가고 버티는거임..

진짜 눈물이 나기 시작함..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음..

카톡으로 부모님 동생 친한 친구들한테

뭐라고 보낼지 생각까지 고민하고 있는데..

근데 갑자기 이색기가 액셀을 졸라 밟으면서

골목길로 들어감..

‘아 올게 왔구나..’

ㅆ발 공모자들처럼 장기 털리러 이제 가는구나..

고통이라도 적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과 함께

부모님한테 사랑해요 라고 적은거

카톡 전송 누르고

그냥 내가 먼저 선빵치고 도망갈까 생각도 했는데

혹시 주머니에 칼 같은 거라도 꺼낼까봐

일단 말부터 먼저 꺼냄..

“아저씨 이쪽 아니라니까요.”

존나 강하게 화내는 말투로 말했는데

아마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울면서 말한 거같음..

그 기사 색기가 갑자기 말투가 싹 바뀌더니

“이쪽이 더 빨라” 라고 또박또박 말함..

근데 진짜 존나 빠름..

10년간 우리동네 살면서

이런 하이웨이가 숨어있는지 몰랐음..

아참 내리면서 보니까

조수석에 있던거 망치가 아니고 빗자루임..

담날 엄마 아빠한테

사랑한다고 보내논거 답장왔는데

왜 용돈주게? 해서 읽씹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