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마다 강제로 김치찌개 먹으러 끌려간 남자

한국인의 소울푸드를 꼽으라면

대부분 아마 김치찌개를 말하지 않을까 싶다

외국가서 하루 밖에 안 지났는데도

한식이 땡긴다고 하고

심지어 김치를 들고 해외여행 가는게 한국인이며

한식 top of top은 김치요리가 아닌가 싶다

근데 나는 그런 김치찌개를 보면

경멸하며 한동안 도망 다닌 적이 있었다.

때는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에 취업을 해서 일하다가

직장 사정으로 권고사직을 당했었다

취업한지 5개월 정도만에 퇴사한거라

근무기간 모자라서 실업수당도 못 받았는데..

그러다 엄마 아는 분 중에

부동산 분양대행사 사장님이 계셨는데

대행사 직원들 관리하는 업무직인데

사람 구하고 있다고 한번 와보라고 하더라

원래 그 쪽에서 일하던 사람은 아니었지만

기본적으로 엑셀 정도는 하니까..

내 나이 또래에 비해 급여도 괜찮았고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개꿀이다 하고 갔다..

이쪽 일이 거의 다 외근 나가는 일이라

보통 사무실에는 각 본부장님 1~2분에

외근 안 나간 직원 몇 분만 계셨다

처음에는 나 혼자 일하니까

점심시간에 혼자 근처 식당가서

혼자 밥 먹고 그랬었는데

그러다보니 본부장님이 신경이 쓰이셨나본지

한번 두번 같이 밥먹으러 가자고 부르셔서

같이 점심 먹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 좀 친해지고 나서

점심시간만 되면

“어이~ O주임~ 점심 먹으러가자아~” 이러시더라

나보다 나이도 많으시고

점심도 매일 사주시고 같이 먹자니까 가긴 가는데..

문제는 맨날 김치찌개만 먹는다..

진짜 하루도 빠짐없이 김치찌개만 먹었다..

근처에 명동찌개마을이라고 있었는데

다른 메뉴가 있어도 2인분부터 주문이라

그냥 강제로 김치찌개만 먹어야했다..

서너번 정도면 괜찮은데 맨날 가다보니까

진짜 도저히 못 먹겠어서

주변 맛집 찾아보고

“여기 어떠십니까!? 여기는 어떠십니까?!” 해도

“어어 김치찌개 먹어~”

하시곤 명동찌개마을로 갔다..

그렇게 평일 5일을 김치찌개만 먹어도

주말에는 다른거 먹으면 되니까 버틸만했는데..

문제는 집에가면 엄마가

김치 남은걸로 김치찌개를 끓여놨다..

어느날은 총감김치 넣은거..

어느날은 파김치 넣은거..

어느날은 참치김치찌개..

그렇게 3~4달 사니까

누가 칼로 나 찌르면

피 말고 김치찌개 국물 나올 것 같더라

그러다가 내가 현장 옮기면서

무한 김치찌개 악몽은 벗어날 수 있었는데..

그 때 이후로 거의 2년동안

김치만 봐도 토가 나오고

김치찌개를 비롯해서

김치볶음밥, 두부김치, 김치전만 봐도

도망만 다녔다 ㅅ발.

어쩔 수 없이 회사에서 점심에

김치찌개 먹으러 가면 속 안 좋다고 둘러대고

편의점가서 대충 때우고 그랬다..

지금은 시간도 많이 지나고 회복되니까

흰쌀밥에 김치찌개 올려서 밥 세공기 뚝딱한다..

근데 문제가 생긴게

지금 현장 바뀌어서 다른데 왔는데

여기 근처에 식당이 중국집 하나밖에 없다..

그래서 매일 중국집만 간다..

ㅅ발.. 짜장 짬뽕 번갈아가면서 먹으면 되긴 하는데

짜장이 물린다..

짬뽕도 존내 느끼하다..

숙소가서 배달 시켜먹으려고 앱키면

맨날 가는 중국집만 하나 딱 있다..

진짜 노이로제 걸릴 것 같다

누가 여기서 식당 창업 좀 해서 살려주라 맨날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