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스러운 고백”

몇년 전 초겨울에 있던 일이었음

친구랑 나랑 솔로일 때

‘오늘 불금인데 레즈바나 가볼래?’ 하면서

우리 지역 레즈바를 싹 다 서치했음

그 중에서 새로 생긴지 얼마 안된

분위기 좋아보이는 바를 찾음

친구랑 나랑 기대감으로 ㅈㄴ 빡세게 꾸미고 갔음

이게 레즈바라서 그런지 간판도 없고

구석진 곳에 있어서

주소 하나만으로 찾아가는데 좀 힘들었음

레즈들은 ㄹㅇ 로맨티스트들인듯

왜냐면 이성애자들은 길거리에 있는 포차만 가도

서로 눈이 맞을 수 있지만

레즈들은 내 여자를 찾겠다는 의지 하나로

이렇게 불친절한 주소 한 개로 모험을 하기 때문..

암튼 도착했는데 무슨 조명 딱 하나만 켜진

던전 속 지하동굴 같았음 ㅋㅋㅋㅋㅋㅋㅋㅋ

막상 도착하니까 개떨려서 친구랑 둘이서

벌벌벌벌 거리면서

“야 여기맞아? 아니면 어떡해 ㅅㅂ”

“레즈 맞냐고하면 어떻게 인증해야하는데?”

거리면서 들뜸 반 + 무서움 반의 심정이었음 ;;

친구가 먼저 문을 딱 열었는데

조명은 온통 어두운 보라빛에

들었던 것보다는 생각보다

덜 촌스러운 팝송이 흘러나오면서

(레즈바에서 핸즈 크랩 나온다는

무서운 썰을 들었어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진짜 와..했음

내 눈앞에 펼쳐진 이 여자들이 전부 레즈라니..

그냥 그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음

일단 친구랑 최대한 안 어색한척

걸어가서 자리에 착석함

곧 직원분이 오시더니 메뉴판을 주시면서

“여기 어딘지 아세요?” 하심

순간 저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되지? 싶어서

“어..” 하는데 내 친구가 갑자기

ㅈㄴ 비장하게 니트 팔 소매를 걷더니

무지개 타투를 보여줌

직원분이 끄덕 하시고는

메뉴 주문 결정하면 불러달라고 하시고 갔는데

막 그때는 와 “너 ㅈㄴ 고인물 같았음” 이러면서

꺅꺅 거렸는데 지금 생각하면 거기 앉아있던 레즈들이

우릴 어케 생각했을지 모르겠음

아니 알고싶지 않음

그렇게 메뉴 고르고 술 고르고 나니까

주변에 앉아있는 레즈들을 못보겠는거임

클럽에서의 여자를 노리는 짐승같은 남자들처럼 보일까봐

함부로 보지도 못하겠고

그냥 친구랑 눈싸움하는 것마냥 서로 얼굴만 쳐다보면서

자연스러운척 대화하면서 술 마시는데

갑자기 꽃보다 남자에서 금잔디가 입을 법한

코트 입은 귀여운 분이 오시더니

“안녕하세요 저희 4명인데 합석하실래요?” 하심

마침 심심했던터라 친구랑 바로 콜하고 합쳐서 앉음

참고로 나는 ENFJ로 외향적인 인간이라

테이블 합치자마자 호구조사를 시작함

다들 나보다 나이는 많았지만 같은 20대였고

다 솔로였음

솔직히 나 찐레즈라서 금잔디 코트를 입은 언니와도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되어있었음

그렇게 서로 술도 짠하고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데

계속 무시하고 싶었던 시선이 자꾸만 옆에서 느껴짐

이런 느낌의 시선이 자꾸만 느껴졌음..

처음에 테이블 합칠때부터 듬직하고 우직한 이미지로

침묵을 지키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개인적으로 나랑 덩치가 비슷한 사람을 선호해서

이 언니만큼은 피하고 싶었음..

근데 난 직감적으로 알았음

이 여자가 날

본인의 여자로 만들고 싶어한다는 것을..

너무 빤히 쳐다보는게 느껴져서 결국은

“언니는 여자친구 있으세요?” 하니까

아무말도 안하더니

갑자기 자기의 자켓을 벗어서 내 다리위로 덮어줌

같은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은

“뭐야 자기거래~ 침발랐다 이거야~”

이러면서 난리가 남

애써 그 분위기를 넘기고 어찌저찌 놀았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상형 이야기가 나와서

내가 “난 나랑 비슷한 체격에

성격은 무던한 사람 ~ ㅎㅎ?” 이랬는데

당시에 내가 45키로로 매우 말랐었음..

그래서 언니들이

“와 그럼 너무 말라야하는거 아니야?”

“ㅇㅇ이 이상형 되기 힘드네 ~” 하니까

갑자기 아까 그 우직한 언니가

동굴같은 한숨을 내쉬더니

혼자 한잔을 털어마심

..

ㅈㄴ 웃긴데 안 웃겼음

그러다 그 언니의 이상형을 말할 차례가 됐는데

“난 좀 가부장적이야. 인정해.

그래서 좀 얌전한 여자 좋아하고 내가 리드하고 싶어.

난 부치 기질이 강해.”

다들 “아 그렇구나 ~ ^^”

라고 했지만 다들 웃참하는 것 같았음..

그렇게 다시 술을 마시는데

그 우직한 언니가 소주 한잔을 촤아악!!!

테이블에 탕!!!!!! 소리가 나게 잔을 내려놓음..

순간 ‘이 언니 취했나?’ 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그 언니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남

다들 ‘????’ 하고 쳐다보고

바에 팝송이 크게 깔렸지만

그 소리를 뚫고 들렸는지

옆 테이블에서도 힐끔힐끔 쳐다봄..

그리곤 이 언니가 하는 말이 ㄹㅇ 가관이었는데

손가락으로 딱 날 가르키면서

“나 얘 ㅈㄴ 마음에 들거든?

솔직히 다들 그거 알아줬으면 좋겠고

그 말 하려고 잠시 일어섰다.”

이러곤 다시 앉는거임..

ㅅㅂ..

진짜 다들 표정 관리 하면서

“와 ㅁㅁ이 인기쟁이다~” 이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언니들이 ㅈㄴ나쁜년들임..

딱 봐도 처음 온 어리숙한 나를

그런 가부장 부치에게 그렇게 집어던져버리다니..

암튼 그 뒤로 ㅈㄴ 마시다가 다들 술 취해서

어영부영 엔빵 계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단톡방 타고 들어온 우직한 언니의

“조심히 가라 애기야 라는” 보이스톡을 마지막으로

차단박고 두번 다신 레즈바 근처에도 안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