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생기면 바지에 똥 싸버리는 신병’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한다..

1.”혼모노”의 등장

내게 박힌 일병 작대기 두개의 무게가

슬슬 익숙해진다 느껴질때 쯤,

팍팍한 군생활 최대 이벤트, 신병이 들어왔다.

둘이 들어왔는데, 한놈은 빼빼 마른 이미지고,

한놈은 턱근육이 이상하게 발달해서

꼭 아가미가 달려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끔 하는 이미지였다.

아가미 달려있던 놈이 바로 이 “혼모노”인데,

이새끼는 앞으로 2시간 안에 생활관을 터트리게 된다.

2.제가 밖에선 선배인데..

약 2시간 후, 생활관이 터졌다.

그새끼가 자대에 와서

약 4시간만에 벌어진 일이고

두고두고 회자되는 전설의 시작이었다.

혼모노의 11개월 선임인 이훈남(가명) 상병이 있었다.

이제 투고에다가 막 실세가 된 군번인데,

그가 신병인 혼모노와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벌어진 일이다.

“제..제가 밖에서는.. 서..선배인데..

저…저한테..마..막대하시다가..밖에서 만나면 어쩌..실겁니까”

혼모노가 생활관에서 실제로 이훈남 상병에게 한 말이다.

짬차이 11개월,

혼모노 이병 위로, 이훈남 상병 밑으로 있는 사람이

소대에만 14명.

자, 군필자라면

여기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순간 시간은 정지하고,

신병의 맞선임은 접고있던 속옷을 떨어뜨리며

(‘0’) 이런 표정으로 그 둘을 응시하고

그 둘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니 위로 내 밑으로’들의 머릿속에서는

베토벤의 운명교향곡과 함께 자신의 운명은

3글자로 축약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며

그 세글자가 끊임없이 울려퍼진다.

“좃됐다”

말년병장조차 읽고있던 맥심을 떨어뜨리고

(‘0’)표정을 짓게 되었으니

아이러니하게도 이 상황의 구심점인 혼모노만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그 날 밤

나는 입대 직후부터

나에게 붙어있던 ‘천사’ 타이틀을 반납하고

혼모노를 중대 쓰레기장으로 끌고가서 조인트를 까게 된다.

3.그는 왜 “혼모노”인가

우리 모두는 그의 자대편입 직후

4시간만에 벌어진 재앙을 통해,

그가 얼마나 끔찍한 잠재력을 갖춘 신병인지를 인지했다.

우리는 2차, 3차 피해를 막기 위해

그의 과거를 들춰보기로 했다.

그는 입대 전, 지난 5년간

부모님 외 다른 사람과 이야기해본적이 없으며

히키코모리짓을 하다가 군대에 왔다고 한다.

중학교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했었고

그게 계속되자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방구석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고 한다.

그의 나이는 이미 28세.

입대하기엔 너무 늦은 나이었다.

“근데, 저런 새끼가 어떻게 군대에 들어온 검까?”

“너나 나같은 븅-신도 군대에 들어오는데

저런 정예신병이라고 못들어오겠냐?”

히키짓을 하는동안

얼마나 많은 애니를 봤는지 잘 모르겠지만

혼모노는 한국말을 할때

말을 일부러 더듬었으며

사용하는 문법이 일본식이었다.

“군생활 목표를 말해봐.”

“보..보통의.. 군인입..니다.”

4.방어기제

여기서부터는 좀 더러울 수도 있다.

“혼모”노의 전설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자대배치후 약 3일간

이등병이 저지를 수 있는 거의 모든 실수를 다 저질렀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전설에 비하면

너무나도 평범하기에 따로 서술하지 않겠다.

그것은 혼모노 맞선임인 최이병이

나를 찾는 다급한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

“유일병님! 자리에 앉으시면 안됩니다!”

나는 막 샤워를 끝내고 내 자리에 앉을생각이었으나

그렇게 제지되었다.

무슨 어떠한 중요한 스펙터클한 사유로

나를 제지했는지 최이병을 닦달하려는 찰나,

나의 후각을 자극하는 자극적 악취로 인해

나는 일단 표정을 찌푸렸다.

자극적 악취란 어디선가 풍겨오는 똥냄새였다.

“혼모노새끼가 바지에 똥쌌습니다!”

“?”

“유일병님 자리에 앉아서 바지에 똥쌌습니다!”

그 순간, 생활관의 인원들 모두는

내 자리에서 스사삭 소리를 내며 멀어져갔다.

생활관은 침상형이었는데,

반대쪽 침상에 앉아있던 놈들마저

내 자리에서 멀어지려고 했다.

“..어, 그러니까. 최이병아. 저기야. 음,

내가 지금 좀 혼란스러워서 그런데.

아, 이걸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그 씨X놈 지금 어디있냐?”

“옆생활관입니다.”

나는 치약과 칫솔과 빗자루를 들고,

샤워를 끝낸 런닝셔츠 차림으로 옆생활관으로 달려갔다.

옆생활관에서는 소대 왕고가 코를 틀어막고

혼모노를 갈구고 있었다.

“야. 미쳤냐? 어? 미쳤냐고. 와, 바지에 똥을 싸? 허.”

절대지존인 ‘실세들과 친한’ 말년병장이

코맹맹이소리를 내며 신병을 갈구는 그 상황은

서술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희극적으로 보일수도, 비극적으로 보일수도 있다.

그리고 내 경우는 둘 다였다.

“제..제가..그.. 서..선임들이..이..이..이것..저것..

시켜..서 시..시간이..”

“(코맹맹이 소리)똥싸러 갈 시간이 없었다고?”

“그..그렇..습..습니다.”

나는 끼어들어야 했다.

“야, 혼모노.”

“이..이병! 혼!모!노!”

“니가 PX가서 사온 과자 까먹다가

내 자리에서 똥을 싸놨던데,

누가 뭘 시켜서 시간이 없었다고?”

혼모노의 얼굴이 노랗게 질리며

“그..그게..그게, 그게..”라고 말을 더듬었다.

“(코맹맹이소리)야, 너 왕고가 갈구는데

일병 찌끄레기가 끼어들게 되어있어?”

“죄송합니다!”

“(코맹맹이소리) 됐고, 나도 돌겠으니까 니가 알아서 조져놔.”

“예, 알겠습니다!”

혼모노의 맞선임들이 치약과

방향제와 걸레등을 들고오는 걸 보며,

말년병장은 투덜거리며

맥심을 꺼내들어 자리에 누워버렸고,

나는 창의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었다.

어떻게 조져야 할까.

나의 분노와 혼모노의 뻔뻔함을 심판하며

동시에 내 자리를 청소할

완벽한 갈굼의 방법이 필요했다.

결론적으로 나온 방법은

고전적이고 심플하지만 확실한 방식의 갈굼이었다.

일단 그새끼를 샤워실로 끌고가서

똥싼바지와 똥싼팬티를 손빨래하게 하고

똥냄새가 안 날때까지 샤워시킨 다음,

우리 생활관의 인원들을 일단 옆 생활관으로 대피시키고

혼모노에게 칫솔을 쥐어주고 나는 치약을 들었다.

“생활관 전체 미씽합니다. 실시.”

“잘못..잘못들었습니다”

“칫솔. 들어. 내가. 치약을. 짠다.

너는. 닦는다. 오케이?”

나와 혼모노와 치약과 칫솔과

생활관 침상을 차례로 삿대질하며 그렇게 설명하자,

혼모노는 알아들은 것 같았다.

생활관 바닥에 칫솔질을 박박 하고있는 혼모노 앞에

치약을 주욱 짜면서 말했다.

“니 바지에 똥 왜쌌냐?”

“ㅈ..잘…잘..모르겠습니다.”

“잘 모르는게 어딨어?

니가 바지에 똥을 지렸는데 니가 왜 이유를 몰라?”

“ㅈ..저는..중학교..때부터..바지에..ㄸ..똥을..쌌습니다.”

“어, 중학교때까지 바지에 똥을 쌌다고?

그거 참 오랫동안 쌌네.

난 유치원 이후에 바지에 똥 싸본적이..”

“ㅈ..중학교..때..부터..입니다..”

“그러니까 중학교 때 까지..”

그 순간 나는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아니 X발 잠깐.

너 지금 평소처럼 한국말 헷갈린거 아니지.”

“주..중학교..”

“중학교 때 ‘부터’ 바지에 똥을 쌌다고?”

“ㄱ..그렇..습..니다”

나는, 그 순간 머리가 아찔해지며

‘이새낀 진짜다’라는 것을 느꼈다.

혼모노의 분대장이 소대장을 통해

이새낄 정신과로 보내달라는 탄원서를 넣었고

소대장은 녀석을 데리고 사단 의무대로 갔다.

결국 녀석은..

‘완전정상’판정을 받았다.

어처구니 없어진 나는 소대장과 대화를 나눴다.

“그럼 바지에 똥찌린게 뺑끼였단 말임까?”

“아니, 그건 아니래.”

“그럼 뭡니까?”

“중학교때 왕따 당하면서, 애들이 구타하잖아?

그 구타하는데, 바지에 똥을 싸면

더럽다고 피하고 안 때리니까,

그때부터 싼 게 버릇이 된 거래.”

“바지에 똥싸는게 일종의 방어기제가 된 검까?”

“물리적 방어기제가 된 거지. 스컹크 같은 거야.”

“스컹크는 귀엽기라도 하지

저건 뭔 쌍 턱밑에 아가미가 달려가지고..”

“의가사도 안된댄다.

뭐, 선천적으로 전두엽에 약간 문제가 있다는데

그게 또 군생활하는데 지장은 없다네?”

“아니 이빨 발치하는 새끼도 군대 안 오는데

저런 쌍똘아이가 의가사가 안 된답니까?”

“그러게 말이다.”

그 대화를 나눌때까지만 해도,

그게 고작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린 아직 모르고 있었다.

5.이..이것은..이것은..!

때는 바야흐로 ‘소드아트 온라인’이 한참 유행할 때였다.

아마 혼모노가 우리에게 오고 나서

1개월정도가 지났을 때였을 것이다.

그는 하루하루 조인트 까이는 날들을 보냈고,

나를 볼때마다 경끼를 일으켰다.

그래서인지, 생활관이 나와 달랐던 혼모노는

우리쪽 생활관에 내가 있는 걸 확인하면

들어오려다가 도망치듯 문앞에서 사라졌다.

“유일병님, 혼모노 또 도망쳤습니다.”

“저 씌빢샊희는 30분째 몇번째야.”

주말을 맞아, 동기와 함께 PX를 가야하는 혼모노인데

혼모노의 동기는 내 옆자리고

당연 동기와 PX를 가려면 내 옆까지 와야한다.

그래서 녀석은, 우리 생활관 문 앞에 서서

동기쪽을 바라보고, 내쪽을 한 번 본 뒤에

결심한듯한 표정을 짓다가

다시 풀죽은 표정을 지으며 문앞에서 사라지기를,

30분동안 5회정도 반복했다.

“야야, 유일병아.”

“예쓰, 동상병님.”

“점마 저거 애니 켜놓으면 들어올거같지 않냐?”

“에이, 설마 인간이 그렇게 뻔하게 움직이겠습니까?”

“PX빵?”

“콜.”

동상병과 나는 소드아트 온라인을 켜고,

혼모노가 다음번에 들어오는지 아닌지에

서로 슈넬치킨 두개와 음료수 한개를 걸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내기에도, 소드아트온라인에도 졌다.

혼모노의 나에 대한 공포는

소드아트 온라인에서 나오는 그 로리캐릭터

(검색해보니까 이름이 유이였다)에게 정화되었고,

그는 황홀한 목소리로

“오오..오오오!!!”이라는 말과 함께

황홀한 표정으로 생활관에 입성했다.

생활관 전체 인원들은 그 새끼의

“오오..오오오!!!”이라는 대사에

혐오스런 표정으로 그쪽을 일제히 쳐다봤다.

그 대사와 목소리가 얼마나 혐오스러웠으면,

입대이후 화내는 걸 본적 없는 우리 생활관 왕고가

내가 기억도 못하는 이상한 이유를 대며

혼모노의 조인트를 깠다.

6.장남일세. 28세인데 저 모양이지.

“오오..오오오!!!”을 외치며 들어온 혼모노는

TV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자신을 혐오스런 눈길로 쳐다보는

다른 8명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화면을 보며, “오오, 카와이!”라던가

하는 말들을 조그맣게 외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쪽으로 시선을 돌려 말했다.

“유..유일병님은 어떤 캐릭터가 제일 좋으십니까?”

나는 얼떨결에 “아..아스나?” 라고 대답했고,

“저..저는 유이가 제일 좋습니다..로리 ..흐흐..”

참다못한 왕고가 이쪽으로 다가왔고,

혼모노는 그대로 끌려나가 30분간 조인트를 까였다.

7.대재앙

어느 화창한 날, 나는 위병소 경계조 조장을 서고 있었다.

부사수에는 혼모노가 위치했고

사수에는 인원부족으로 옆소대에서 빌려온 A급 일병,

김일병이 경계중이었다.

날씨는 화창하고, 군트라넷으로 만화나 보면서

시간을 때우면 되는 조장임무중이니 마음은 편했다.

그렇게 재앙은 일어났다.

“유일병님! 유일병님!”

혼모노와 대화를 나누던 김일병이

나에게 달려와서 다급하게 외쳤다.

“혼모노 똥매렵댑니다!”

“뭐? 참으라 그래.”

“저도 그렇게 말했는데

배가 아픈게 아무래도 쌀 것 같답니다!”

“아 씌벌진짜”

나는 잽싸게 장구류를 걸쳐입고 나가서

혼모노와 교대했다.

“공포탄, 대검. 내놔. 믜친것아

왜 싸기 직전까지 말을 안해!”

“바..바지에..싸면 됩니다..”

“아 ㅆ바 좀”

‘싸..쌉..니다!”

“야, 조장실 화장실 들어가서 해결하고 나와! 얼른, 뛰어!”

“ㅇ..알겠습니다.”

혼모노를 조장실에 보내놓고

경계를 선 지 약 10분

놈이 나오는 걸 보고 다시 교대하여 들어갔다.

“이새끼 면회객 화장실에 개판쳐놓은건 아니겠지?”

조장실 화장실은 면회객 화장실이었기 때문에

조장들은 언제나 그곳을 깨끗하게 해둬야한다.

나는 화장실로 들어갔고

믿을수 없는 역겨운 광경과 마주했다.

“씨이…우욱! 바아아ㅏㅇ아아아아알!”

사람이 역겨운과 놀라움이 뒤섞이면

욕과 구역질과 눈물이

함께 나온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변기커버 위에 푸짐한 똥덩어리들이 얹혀있었다.

그 광경을 묘사하기는 생리적으로 힘들다.

“혼모노 씌벌놈아아아아아!” 외치며

조장실에서 뛰어나온 나를

A급 김일병이 사색이 되어 맞이했다.

“유일병님! 좋됐습니다!”

“뭐 저 ㅆ벌놈이 화장실 변기커버에

똥을 싸놨다고 너한테 실토했냐?”

“무슨 말씀이심까?”

“뭐?”

“혼모노 점마 바지에 똥쌌습니다!”

혼모노는 이쪽을 보며 생글생글 웃었다.

전투복 하의의 고무링 채운 부분에서

똥색인 무언가가 흘러내리며 전투화를 적시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 저새낄 좋나게 패고싶지만

똥이 묻을거 같아서 패면 안된다는 딜레마에 빠졌던

그의 학창시절 일찐들의 심정을

약간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8.가설들

우리 소대의 인원들은, 혼모노의 바지의 똥찌림 현상을

수없이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트리거를 아직 해석하지 못했다.

무슨 조건이 갖춰져야 혼모노가 바지에 똥을 싸는가.

수십번을 보았음에도

우리는 원인을 해명하지 못하였다.

1.가혹행위

의무대와 간부들의 상담을 통해 알아낸 사실은

혼-모노가 중학생시절 구타당하면서 일으킨

작은 기적(똥찌림)이 방어기제가 되어

버릇처럼 계속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는데,

실질적으로 나와 다른 선임들이 갈구거나

조인트를 깔 때 혼모노는 바지에 똥을 지린적이 없었다.

가혹행위는 자연스레 가설에서 사라졌다.

2.심적 부담감

혼모노에게 심적으로 많은 부담감을 지게하면

그가 바지에 똥을 지린다는 가설이 세워졌지만,

정작 그새끼의 뺑끼로 인해 대부분의 작업과 훈련은

그 선임이나 동기가 도맡아 하고 있다.

만약 심적 부담감이 원인이라면,

그새끼는 훈련도중에

‘어억! 허리가!’라며 허리를 부여잡고 쓰러진 뒤

외진에서 정상판정받고

슈넬치킨냄새를 풀풀 풍기며

돌아오는 짓거리를 할 리가 없다.

3.애니를 못봐서

나름 괜찮은 가설이었다.

우리는 “오오..오오오!!!” 사건 이후

TV시청에서 애니메이션은

거의 반 강제적으로 못보게 되었고,

매일같이 무정도시같은 3류 드라마나 보게 되었었다.

하지만, 그가 처음으로 바지에 똥을 지린것은

애니메이션 시청을 제한하기 전이었고,

이 가설은 묻혀지게 되었다.

4.혼모노의 뺑기

처음에 우리는 그가

‘정신질환에 의한 의가사 제대각’을 잰다고 판단했고

바지에 똥을 지리는것이 뺑기라 판단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는 ‘진짜’였다.

혼모노가 일병을 달고,

내가 물상병을 벗어날 때까지

이 토론은 주-욱 이어졌지만,

결국 그의 똥찌림에 대한 모든 가설은

증명되지 못하고 쓰레기통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몇개월의 과정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내가 중대 관심병사 짬처리용 분대장이 되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길고, 끔찍하고, 답답하고,

더럽고, 배드엔딩에, 지루하기까지 하니 생략하도록 한다.

9.미친소리 같겠지만 전부 사실이에요.

나의 물상병 말, 나는 분교대에 입소했다.

미필자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분교대란, 분대장 교육 대대의 줄임말로서,

군생활 중 예비군의 심정을 느낄 수 있는

작은 이벤트라 할 수 있다.

어느정도 짬이 찬 군바리들에게

전시지휘관 자격이 갖춰지게 되는 시험인데

말이 그렇지 실질적으로 4박5일간

옆대대 아저씨들과 오손도손 놀다오는 이벤트다.

분교대에서 나는, 랜덤돌려서 불침번을 서게 되었고

나와 함께 불침번을 서게 되는 아저씨는

옆옆 수색대대 상병 아저씨였다.

1시간 30분동안 노가리를 까기 시작한 우리는

서로의 군생활이 얼마나 ㅈ같은지 비교하며

허세를 떨었고, 수색대대 아저씨가 어느 순간,

“소대에 관심병사 있어요?”

라는 말을 꺼내게 되었다.

나는 당연히 혼모노를 떠올리며 대답했다.

“네. 후임중에 한명.

선임중에 두명, 옆소대에 한명 있어요.”

“키야, 편하시겠네. 우리는 소대에 관심병사만 넷인데.”

“어떤데요?”

“아, 말도 마요. ㅆ벌 지네집 안방이라니까.

내가 진짜 이등병 새키가 다리꼬고

전화하는 꼬라질 보고있자니..”

“그걸 살려뒀어요?”

“아, 당연히 금마 위로 내 밑으로 싸그리 불러서 조졌는데

며칠 후에 또 꼬고있더라고.”

“그래요? 아, 근데 금마도 바지에 똥싸요?”

옆 수색대대 아저씨의 표정은

대체 그게 무슨 개소리냐는 표정이었다.

“우리소대 관심병사는 바지에 똥싸요.”

“??? 뭐 신검때 바지에 똥찌린놈이에요?”

“아뇨, 부대에서 바지에 똥싸요.”

“부대에서? 왜요?”

“우리가 이유를 알면 금마 괄약근을 막아보려고 했겠죠.”

“아니, 아니. 아니아니아니. 잠깐만.

그러니까, 다큰놈이 사람들 앞에서 바지에 똥을 싼다고요?”

“네.”

“한번?”

“수십번.”

“화장실 제한해서?”

“아뇨, 그냥. PX가다가도 싸고

경계서다가도 싸고

생활관에서 동기랑 떠들다가도 싸고

나한테 암구호 전해주다가도 싸고.”

“에이, 이 아저씨 구라가 심하시네.”

“구라같아요?”

그 아저씨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그 순간, 잠깐이나마

내가 떠든 말이 전부 구라라서

내가 분교대에서 복귀했을 때 그냥 뺑기만 치고

바지에 똥을 지리지는 않는 혼모노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부정할 수 없었고

내가 아는 혼모노만 남아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