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굼 당하는 거 힘들어서 위에 찔렀더니 선임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함

일단 난 10년 전에 전역한 아재인데

전화 한통으로 부대 뒤집은 적이 있음

사단에서 좀 떨어진 격오지에서 해안근무 했는데

사단에서 멀다보니 감찰 같은 것도 거의 없어서

진짜 별의 별 부조리는 다있는

부조리의 끝판왕 부대가 우리 부대였다.

소초라서 더했음

하루종일 욕먹는건 기본 패시브고

너무 쳐맞아서 멍자국 때문에

부모님 볼까봐 휴가 미룬 애들도 있었음

내가 이등병 6개월동안 저런 가혹한 환경속에서

참고 참다가

그래도 일병 되면 좀 풀어주겠지 했는데

일병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갈굼이 더 심해짐

내 밑에 들어온 이등병들이 잘못하면

일단 나를 제일 먼저 텀.

애들 관리를 안한다고 하는데

나는 차마 저새끼들처럼

내 후임들한테 억까건수 잡고

똑같은 놈 되기 싫어서 절대 똑같이 안했었음

그러다가 어느날

이유없이 욕 먹고 있는데 갑자기 쎄게 급현타가 옴

더 이상 견디기가 힘들 것 같아서

중대장한테 가는 마음의 편지함에

장문의 소원수리를 썼음

대충 기억나는데로 써보면

ㅈ같아서 군생활 못하겠다

선임들 부조리 가혹행위 구타가 너무 심하다.

무슨짓을 했고 무슨짓을 했고 주르륵 다 썼음

근데 이게 의미 없는 짓이였음

이 소원수리가 중대장까지 가지도 못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물쇠로 잠겨있는데 어떻게 빼돌린건지 봤더니

소대 간부랑 선임들이

소원수리함 안에 젓가락 쑤셔서 다 끄집어내고

매일 확인하고 있었던거임

난 이것도 모르고 소원수리 쓴거임ㅋㅋ

누가 썼는지 색출작업 바로 들어옴.

일기 필기체 싹따 뒤져보면서 비교하고

자백할 때까지 아무나 두들겨 패는데

보다못해서 그냥 내가 썼다고 자백함.

소대 간부들이 불러서 형식적인 좋은말 해주고

그냥 넘어가자 선임들 관리하겠다 뭐 이러는데

생활관 들어가자마자 개같이 쳐맞음.

누가 그런거 쓰라고 했냐고 그것도 못버티냐는둥

여기서 생각만 했던거 결심함.

“아 모르겠다 일단 살고보자“

그냥 기무사에 직통으로 전화함

제발 좀 살려달라고.

다행히 바로바로 조치하겠다고 답하더라

그렇게 전화 끝나고

흡연장에 내 아래 후임들 모아서

니네 지금 생활 ㅈ같지않냐

내가 총대 멘다

기무사 오면 일관된 진술만 좀 해달라 부탁함

그리고 하루도 안됐는데

기무사에서 부대 쳐들어옴

기무사 파워 ㅈㄴ 쎄더라..

상상 그 이상임

그냥 말 그대로 부대 뒤집힘.

위에 선임들 줄줄이 영창가고

휴가 다 짤리고 전출가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진짜 부대 거의 터진 수준으로 대격변 일어남.

어느정도냐면 근무투입 인원이 부족해서

옆중대, 증원전력 인원들 빌려와서 투입하고

난리도 아니었음

이건 좀 그사람들한테 미안해지더라

괜히 나 때문에 불려오고.

아 그리고 소대장이랑 부소대장 바뀜.

그렇게 좀 있다가 사건 좀 진정되고

중대장이랑 면담 했는데 하는말이

많이 힘들었을거 같은데 중대장이 미안하다.

근데 본인(중대장)한테 먼저 말하지 그랬냐

왜 하필 기무사에 전화했냐 뭐 이런말 하더라

“소원수리 썼는데 소대에서 컷당해서

중대장님한테 까지 안갔습니다” 라고 하니까

중대장 표정 개 씁쓸해보였음

요즘 군대는 부조리 잘 없다는데

당해본 입장으로써 계속 개선되야 한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