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여자랑 캠핑갔다가 스릴러 한편 찍은 남자..

한 한달전쯤이었음.

혼술하다가 심심해서 소개팅앱 랜덤 보이스톡 이라는 걸 해봄

그러다 어떤 분과 연결되어 보이스톡을 하다가

제한시간 5분이 끝나가는데

그 여성분이 갑자기 자기 번호라고 연락을 하라함

프로필 보니까 3살 연상녀라 조금 망설였지만

그래도 궁금해서 연락해봄

(예쁘지는 않고 멀쩡하게 생김)

계속 통화하고 있는데

그분이 신실한 기독교 신자라

종교 얘기만 1시간이나 들었음 (본인은 무교)

대충 들어주는척 하다가 속으로

‘앞으로는 내가 먼저 연락할 일 없겠다’ 싶어서

대충 정리 후 연락 안했음

근데..

그 다음날 연락이 옴..

그리고 그 다음날도..

대충 싸가지 없이 대답하는데도 계속 연락이 옴..

평소에 본인은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인지라

올때마다 다 받아줌..

그렇게 며칠이 지났고

본인이 갑자기 회사를 퇴사하게 되면서

여행을 가기로 계획함

평소 혼자서도 캠핑을 다녔던지라

그 여자분께 우연히 캠핑 간다는 걸 얘기했음

그런데 그분도 캠핑에 따라가고 싶다고 함

처음 만나지만

별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승락해줌

그리고 만나는 당일에

아침에 집을 나서다가 교통사고가 남

(그때 어떻게든 가지 말았어야 됐는데..)

캠핑장 예약한 것도 있고

약속한거라 사고처리 후 급하게 다시 출발함

그렇게 처음 그분을 만났는데

사진과는 완전히 다른 아줌마가 나옴ㅋㅋ

어차피 잘해볼 생각도 없었고

‘말동무 삼아가자’라는 마음으로 마트에서 장을 봄

그리고 짐을 챙겨 차에 탔고

이동하면서 어색한 기류가 흐르길래

음악 볼륨 존내 크게 키웠음.

캠핑장 도착 후

텐트와 장비들을 설치함

(당연히 잠자는 공간은 구분해서 설치해줌)

아줌마 텐트치면서

도와주는 척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옆에서 줄담배만 계속 피워댐

담배 피면서 “처음 만났는데 이런거 물어봐도 되나?”

하면서 나보고

“돈은 얼마나 모았어?” 물어봄

이때부터 집에 가고 싶어짐

그러다 배도 고프고 해서

장보고 온 음식들을 조리하고 와인도 꺼냄

와인 한 두잔(?)쯤 먹었나

대뜸 그 아줌마가 자기 힘들었던 지난 얘기를 막 쏟아냄

그러더니 갑자기 폭풍오열ㄷㄷ

정신과도 다녔었다고 함

일단 달래주긴 했는데 계속 오열하길래

“기분 좋게 놀러왔는데 왜 그러냐”

“지나간 일이니 앞으로 행복하면 된다.”

하며 다독였음

사실 짜증이 머리 끝까지 올라온 상태라

화내고 싶었지만 참았음.

캠핑장 다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왁자지껄 떠드는 것도 날 밝을 때 하는거고

담배도 몰래 피워야함.

이게 예의임.

아줌마는 조리한 음식도 배부르다며

손 하나 까딱 안했고

본인도 배가 불러서 절반 이상 남김

음식물은 냄비에 모아서 야외에 두고

잠자리 채비를 함

날이 추워서 전기장판을 챙겼는데

아줌마라도 여자는 여자니까 그것도 양보해줌.

아줌마 잠자리 챙겨주고

본인은 밖에서 따로 야전침대를 깔고 누웠음.

그때가 저녁 9시 반,

그리고 갑자기 아줌마가

텐트에서 나오더니 커피를 찾는 거임

그래서 본인이

“시간 늦었으니까 내일 먹으면 안될까?”

하니까 절대 안된다고 하심

본인은 열심히 커피 찾다가 슬슬 짜증이 남

“지금 어두워서 못찾겠다

그리고 이시간에 커피 마시면 누나 잠 못자”

했더니 아줌마가

“내가 그래서 아까 마트에서 사자고 했자나!!!!”

하면서 소리를 지름

본인도 하루종일 짜증났던게 올라온지라

“조용히 좀 해 밖에 다 들리니까

그리고 이 시간에 누가 커피를 마셔”

“아 마실거라니까”

그렇게 크고 작은 언쟁을 하다가

결국 커피를 끓여줬음.

그 시간이 10시 반..

커피 소동 이후 오만 정이 떨어진 본인은

야전침대에 누워 추위와 싸우고 있었음

(난로 및 히터 없었음)

그때 아줌마가 텐트 지퍼를 열고

고개만 내밀며 텐트로 들어오라고 함..

“안추워?”

“추우면 들어와 전기장판 따듯해”

그래서 본인이

“나 텐트 들어가면 누나 덮칠 수도 있어” (농담)

한술 더 뜨는 아줌마

“너 나 건드리면 책임져야돼”

(정적)

..

“그럼 안 들어가지”

그렇게 잠이 들었음.

원래 혼자 여행 일주일 간다고 했던터라

그 아줌마가 하루 더 있다가도 되냐 안되냐 하고 있었음

아줌마한테 너무 정 떨어져서

다음날 집에 간다고 하고 보낼 생각이었음

그렇게 긴 하루가 끝나고 잘자나 했는데

머리맡에 부스럭 부스럭 소리가 나는거임

눈 슬쩍뜨고 시계 봤는데 새벽 1시..

아줌마가 혼잣말로

“배고파” x3 라고 중얼거리는 거임

이거 안 당해보면 모르는데

동공 풀린 사람이 초점없이 먹을거 찾으면

이렇게 무섭구나 했음.. (좀비 보는 느낌)

그러더니 내가 일어난걸 알고

소고기, 라면, 오리훈제

이 요리들을 지금 당장 차려달라고 하는데

속으로 진짜 미ㅊ년이라고 생각했음

근데 거절했다간

진짜 엄청난 재앙이 닥칠거 같아서

대충 먹이고 다시 재울라고 했음

냄비가 있어야 음식을 데울거니까

밖으로 뛰쳐나가서 냄비를 찾는데

음식물 모아둔 냄비에 음식들이 조금 비어있음..

그래서 본인이

“누나”

“혹시 여기있던 음식물 쓰레기 누나가 치웠어?”

했더니 돌아오는 말

“배고파서 유부초밥이랑 조금 먹었어”

먹었어???

먹어??????

이때부터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존내 드는데

장비들 다 버리고 갈 수도 없어서 고민에 빠짐

새벽 2시에 공포는 극에 달아올랐고

차라리 내 귀가 잘못된거 였으면 싶었음

‘이 몽유병 환자 빨리 먹이고 재워야 내가 살겠다’

싶어서 소고기 300g을 모두 불판에 올려버림

아줌마는 고기가 익는 동안도

잠시도 가만히 있질 않았음

“나 진짜 배고파, 아까 많이 못먹었어”

“이번엔 진짜 맛있게 먹자”

“따뜻하게 먹자, 아 추워”

“국물도 먹고 싶다”

무슨 정신병자처럼 한참 중얼중얼 거리는

아줌마가 갑자기 조용해짐

정적을 느낀 본인이 고기를 굽다가

슬쩍 고개를 들어 아줌마를 쳐다보니

이번엔 반조리 밀봉 포장된 오리훈제를

굽지도 않고 손으로 집어 먹고 있음..

(하..넌 진짜 다시는 볼일 없다.)

(참자..몇시간만 참자)

“누나, 내가 이렇게 추울 줄 모르고

동계 장비를 준비를 못했네 미안,

우리 아침에 동트면 저리하고 집에가자~

여기선 도저히 추워서 못자겠다”

아줌마

“그래, 하다못해 커피 같은거도 그렇고..

근데 며칠 더 있고 싶은데 많이 아쉽다”

아줌마가 더 있고 싶어하는거

겨우겨우 설득해서 텐트로 집어넣음

소고기가 흡족해서 고맙다 인사를 한건지

방귀도 시원하게 발사하더라

소리가 꽤나 컸는데도

약기운인지 술기운인지 모르는척 하는건지

민망함 1도 없이 텐트로 쑉- 들어가심

본인은 한숨 크게 내쉬며

아침에 차사고부터 캠핑장까지

우연처럼 일어난 모든 일들에 현타가 와서

차에서 조용히 쉬고 있었음

그리고 약 20분 뒤

아줌마가 자다말고 차까지 따라오심..

“oo아” x5 (본인이름)

밖에서 이름 부르는 소리에

무서워서 조용히 차문 잠그고 의자 뒤로 내림

그리고 새벽 2시 40분에

다시 한번 바리스타가 되었음

차에서 불편한 수면을 취하는 동안

결국 아침이 오긴 왔고

캠핑사이트 2박을 예약했으나

하루는 포기하기로 맘 먹음

그냥 그렇게 캠핑장을 나왔음

네비에 그녀의 집주변을 검색하고

‘이젠 끝이다’라는 생각 하나로

대전에서 천안까지 1시간동안 전도 받았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종교에 별다르게 좋고 싫음이 없었는데

이젠 뚜렷해짐

오랜만에 뿌린 향수라며

자랑하는 냄새도 역겨울 정도로 싫었고

빨리 집에나 갔으면 싶어서 미친듯이 밟음

드디어 도착지 10분 남겨두고 신호대기중..

아줌마

“너, 사람 얘기 잘 들어준다.”

“너 쬐끔 호감 갈라고 하네.”

하길래

“아니야 그런말 하지마” 라고 말하고 집에 보냈음

살면서 INTP 여자보면 이제 도망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