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때리는 가족 손절

몇년전에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는데,

지금에 이르기 까지의 과정에서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먼저 우리 아버지는.. 많이 좋지 않은 사람이었다.

경찰을 하다가 사고를 치고 그만두고

사업을 하다 그마저 몇년만에 망하고

재산을 탕진하고 집을 팔고 허름한 아파트로 이사하고

신불자가 되어 빚쟁이한테 숨어다닐때.

그 때 가 1999년, 내가 초등학생이었다.

아버지는 원래부터 거칠고 폭력적인 사람이었는데,

이 무렵부터 정신줄을 완전히 놓으셨다.

집에서는 하루종일 게임만하고,

술에 취해 나와 동생, 누나를 때리고,

술에 취하지 않았을때는

괜히 우리 남매의 가방을 뒤져

정리가 되어있지 않다며 때렸다.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보험설계사 일을 하셨는데

일을 하다 늦게 귀가하면

바람을 핀다며 또 어머니를 때렸다.

그 양반(이해를 돕기위해 이하 아버지라고 쓰겠음.)은

언젠가부터 갑자기 말도없이 짐을 싸더니

집을떠나 한동안 돌아오지 않다가

1년에 한번 두번 제사가 있는 날마다 돌아왔는데

그 때면 또 술에 취해서 난동을 부렸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명절과 제사가 있는날마다

아버지가 올까봐 두려움에 떨어야했다.

경찰 안부르고 뭐했냐고?

한 2001년이었나?

그때 아버지가 어머니 후두려 패다가

스스로 분을 못참고 칼휘두르길래

어머니랑 나랑 다 뛰쳐나와서

밤중에 속옷바람으로 한시간 걸어서 경찰서에 갔더니

“가정사는 우리가 해결 못해요ㅎㅎ”

“가서 그냥 미안하다 하세요 ㅎㅎㅎ”

ㅎㅎㅎ까지는 아니고

그냥 가서 미안하다고 하라더라.

참고로 그때 어머니랑 우리 남매

다시 한시간 걸어서 돌아가서 또 얻어맞고

어깨뼈 금갔었음.. 아 생각할수록 빡치네

나와 동생이 중,고학생이 되었을 무렵부터는

더 이상 우리를 때리지 않았지만,

여전히 난동을 부렸다.

한번은 술에 취해

어머니와 나 우리 남매들을 앞에 무릎 꿇려놓고

이상한 설교를 늘어놓다가

혀가 꼬여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길래 내가

“집안에서 가족들 앞에서 담배피우지 마세요.”

라고 했더니 물잔을 어머니 얼굴에 던졌다.

그 당시 어머니는 암진단을 받아

수술을 받고 여전히 치료를 받고 계시던 때 였다.

뭐 이런 식의 어린시절이었고,

내가 대학이었나 군대를 갈 무렵부터

아버지는 그마저 집에 안 들어왔고

집에 와서 술도 안먹고

제사만 하고 홀랑 도망가는 식이었다.

그 놈의 제사..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사업망하기 전에 돌아가시고

할머니와 작은아버지, 큰고모, 작은고모가 있었는데

제사에 도움은 1도 주지 않으면서

어머니한테 제사를 강요하고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두들겨 맞아도 방치할뿐

아무런 도움이 좋도 되지 않는 어른들이었다.

그것을 보고 자란 나와 남매가 성인이 되어서는

그 어른들에게 표면상 예의를 갖출 뿐

어떤 존경심도 가지지 않은 그런 상태였다.

특히 아버지에 대해서는 당시 사춘기를 보낸 누나

혹은 유아기를 보낸 동생은

아버지를 떠올릴 때마다 치를 떨었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홀로 자취를 하던 누나가 결혼을 한댄다.

누나와 몇 년 정도 동거를 한 남자였는데

참 괜찮은 사람이었다.

결혼을 준비하며 상견례를 했다.

누나의 시부모 될 사람들도

시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셔서 시어머니만 오셨기 때문에,

어머니 혼자 오신거로

전혀 이상해보이거나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서로 이야기를 잘하고 분위기도 괜찮았다.

결혼을 놓고 딴소리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좋은 분위기였다.

일사천리로 청첩장도 만들어 뿌렸다.

누나는 나와 동생한테 디자인을 골라달랬었는데

깊은 고민 끝에 정말 멋진 청접장을 골랐다.

아주 좋은 분위기였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였다.

아버지가 밤중에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어서

온갖 상스런 욕을 퍼부우며 어머니를 죽이겠단다.

“이 XX아 자식교육을 어떻게 키웠길래

아버지를 XX아 청첩장에 내 이름을 왜 넣었어

XX 결혼식 날에 가서 나 엎어버리겠다

TV한번 나와보자 XX아”

뭐 대충 이런식으로..

요약하면 요구사항이 이러했다

“청첩장에 엄연히 내 이름이 들어갔으니

나는 혼주로서 대접받을 자격이 있으며

섭리적으로 나는 딸이 데려온 사위의 인사를 받고

결혼을 허락해줘야하는게 맞지 않는지?

그런것을 거치지 않고

너희들 마음대로 이런 식으로 처리하면

나는 결혼을 허락 못하며 다 죽여버리겠다.”

..

앞서 말했듯이 못난 아버지 밑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우리 누나는

아버지 하면 치를 떨었다.

누나의 결혼식에 아버지와

근처 어른들을 초대하고 싶지않은게 당연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보이는 어머니의 입장이란게 있으니

누나도 어머니 생각에 한 열 걸음 물러나서..

“나중에 초대는 하되, 오든가 말든가 느낌으로 하자.”

“아니면 대충 코로나랑 거리 핑계대로

고향에 따로 자리를 만들어서 뒤풀이 자리를 만들자”

(우리가 사는곳은 먼 지방이었고,

누나는 서울에서 결혼했음)

대충 이런 느낌으로..

비슷한 시기에 친가쪽 사람들도

나한테 전화를 해서 따진다.

“우리들(친가)이랑 상의도 안하고

멋대로 결혼식 준비하고 진행하는게

대체 무슨 경우냐”면서.

저들이 우리한테 준 것은 끔찍한 유년기 밖에 없는데

우리가 뭐라고 저들을 어른이라고

꼴에 대우를 해줘야 하나?

당연히 누나가 결혼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는

아버지와 다른 사람들 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아마도 다리를 건너고 건너고 건너 건너

“XX씨 딸이 결혼한다더라.”

“XX할머니 손녀 결혼한다더니 몰라요?”

소문으로만 들리다가 청첩장이 돌아다니니

그때서 소문이아니었는걸 아셨을거다.

솔직히 이야기 했다

누나는 아버지 정말 싫어하고

집안 어른들 정말 싫어한다.

무슨 도움을 받은적이 있어서

귀빈으로 초대를 하겠느냐,

초대 해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여기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혼자 가족 도움 없이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해서

혼자 그렇게 씩씩하게 사는것만으로 대견한데

무엇을 더 바라느냐. 그랬더니

“그건 그런데..”라면서 본인들도 할말이 없는지

“결혼식 날에 니 아버지 와서

니 엄마 엎어버리면 어떡할거냐..”

그때는 나도 안 참는다 아버지고 뭐고 없다.

나도 아버지 엎어버릴거다. 자신있다.

그랬더니 노발대발 하면서 욕만 한참하다가 끊더라.

누나의 결혼식을 무사히 진행하기 위해,

그리고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일찍이 어머니한테

아버지와 계속 결혼을 유지하는 이유가 뭐냐

제발 이혼해라. 라고

우리 남매는 어머니를 설득시켜왔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하겠다 하겠다’ 하고

10년 넘게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셨었다.

어머니는 지금 고향에서 먼 다른 시골에서

옛날 기준으로 아주 평화롭고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오신 분이셨는데,

방학마다 외가에 놀러가면

집에 돌아가기 싫었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한테는 아마도 이혼이라는게

굉장히 수치스러운 일일 뿐더러

그 이야기 꺼냈다가

아버지랑 친가쪽 사람한테 당할 뒷 일이 두려워서

못하고 계셨던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직접 어머니를 이혼시키고

누나의 결혼식을

안전하게 만들 방법을 찾아야 겠다고 생각해서

변호사 상담을 받기로 했다.

뭐 비싼 변호사 말고 무료변호사도 있다.

동네마다 사무실이 하나씩 있는데

예약을 하고 무료로 자문을 구할 수 있더라.

경찰서로 바로 가지 않은 이유는

어린시절의 “그냥 돌아가서 미안하다고 해라”

라는 말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무료 변호사 법률 상담을 예약하고

사무실에 가서 도움을 청했다.

“오랜 세월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고통받아온 어머니께서

이번에는 딸의 결혼식에서 협박을 받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어머니와 누나의

결혼식을 지킬 방법이 있겠는지요”

변호사는 첫번째로 이혼을 권했고,

결혼식, 그리고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신변보호라는 제도가 있다고 설명해줬다.

변호사 “특히 신변보호는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법원에서 하는게 있고 경찰에서 하는게 있다.

법원에서 하면 2주 이상 걸리고

(기각될수도 있음), 경찰에서 하면 1주 걸린다.”

누나의 결혼이 1주 남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경찰서에 갔다.

경찰서에서 변호사가 알려준 내용대로

신변 보호를 해달라고 했다.

그러니까 거기 경찰이 그러더라

“오랜 세월 같이 살았다면서 왜 이제왔음???”

한 2001년에 여기 왔었는데

그냥 가서 미안하라 하라던데요?

참고로 돌아가서 더 맞고

우리엄마 어깨뼈 금갔었지요.

경찰 “아니 결혼식 1주일 남았다면서요?

신변보호? 그거 하면 법원에서 2주일 걸리는데

이미 늦은거 아님?”

다 알고 왔어요 경찰에서 해주는거 있다면서요

그건 금방 된다던데ㅎㅎㅎ

이러니 경찰이 ‘움찔’ 하면서

그거 하려면 일단 고소장도 접수 해야한다길래

어머니한테 고소장 쓰자고 하니

어머니가 갑자기 돌변하면서

“좀 더 생각해보자”고 도망치려하시고..

경찰은 “그럼 생각 좀 하시고 내일 다시오세요”

하면서 돌려 보내더라.

이 때까지만 해도 경찰에게

그리고 친가쪽 사람들에게

이 이상 실망할 일이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경찰서에서 어머니 모시고 오는길에,

그리고 집에 오고 나서

어머니는 말없이 하루종일 우셨다.

그냥 지켜보다가 어머니한테 좀 안 좋은 소리를 했다.

“어머니가 만든 상황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울기만해서 해결되는게 아닙니다.

우리도 뭔가를 해야

어머니가 안전하고 누나도 결혼을 해요.”

그러니까 알겠다면서 다음날 다시 경찰서를 갔다.

어머니가 일이 바쁘셔서 한 오후 5시 쯤에 갔다.

경찰서는 6시 까지 하니까 괜찮을 줄 알았지.

어제랑 다른 경찰이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태도가 어제 본 경찰보다 더 심했다.

“요즘 법이 잘되어 있어요. 신고만 하면 바로 와요ㅎㅎ

고소 안해도 되고 나중에 신고만 하세요 ㅎㅎ”

지나칠정도의 뻔뻔한 태도에 당황 했었다.

“신변보호? 그거 2주일 걸리는데?

며칠 안 남았잖아요? 신청해도 소용없어요 ㅎㅎ”

경찰에서 해주는 1주일 짜리 있는거 알고 왔고

어제도 똑같이 설명드렸다.

“‘움찔’ 아니 그럼 어제 하시지 왜 지금 와서..ㅎㅎㅎ”

고소 금방 하는거 아니에요.

막 몇시간 걸릴수도 있고

고소하려면 진술서도 써야하고 다 준비해오셨어요?

바쁘시잖아요 우리도 바빠요 곧 6시인데..

집에 가셔야지요?”

이런식으로 계속 뭔가 이상한 핑계

이핑계 저핑계 계속 둘러대는데

이런식으로 계속 시간 까먹다가 6시 딱 되니까

“아 벌써 6시네요? 접수 끝났어요

접수 못해요 내일 다시오세요..”

솔직히 이때 엄청 화났는데

여기서 경찰하고 싸우면

나중에 될 일도 안될거 같아서

이번에는 약속도 받고

내일 만날 담당 경찰 연락처까지 받아놨다.

집에 돌아와서는 증거로 제출할

녹음파일도 미리 준비해놓고

(아버지 협박 통화 내용.

통화 당시 내가 옆에서 녹음시킴)

다음날, 이번에는 아침일찍 갔는데

이번에 만난 경찰은 어제만난 사람보다는 아니었지만

귀찮아 죽겠다는 특유의 뻔뻔함이 여전했다.

그저께부터 했던 상황설명,

법원 2주일짜리 말고

1주일 짜리 있는거 알고왔다. 또 이야기하고

증거자료 달라길래 녹음한거 들려줬다.

좁은 사무실에 아버지의 상스런 욕설이 울려퍼지고

어머니는 손을 부르르 떠시고..

녹음을 듣고 나서야 경찰의 태도가 진지해졌다.

경찰 “그저께 왔었다더니 왜 이제 접수 하시나요”

이때 나 어금니 꽉깨물음.

그래도 이후로 경찰이 도움을 많이 줬다.

어머니가 울면서 고소장 쓰고 나니까

진지한 얼굴로

녹음파일을 증거로 제출하기 위해서는

녹취록을 만들어야 하는데

녹취록을 만들어주는 사무실도 알려주고

(원래 경찰이 그러면 안된다고 함)

“신변보호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결혼식 당일까지 적용될지 모르고,

또 보통 자택과 근무지까지만 접근금지가 내려지고

결혼식장은 안될수도 있다.

혹시 모르니 누나 결혼식장(서울) 결혼식 시간에

경찰이 근처에서 차 세우고 대기하고 있을수 있도록

협조 공문을 보내겠다.”라고..

경찰의 진지한 태도에 한참울고

고소장까지 쓰고나니까

어머니는 마음이 놓이셨는지 좀 밝아보이셨는데

근본적으로 해결된건 아무것도 없었다.

과연 법이 어머니를 보호할수 있을지

진짜 아버지가 쳐들어왔을때

경찰을 믿을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절대 그렇다고 답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경호업체를 고용하기로 했다.

경호업체와 대화를 해보니

생각외로 이런 케이스는 흔한 모양이었다.

나랑 이야기하기 1주 전에도

똑같은 일을 맡았었다고 했다.

경호업체에서는 의뢰자를 보호하고

결혼식을 조용히 해결할 방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줬었다.

총 7명이 투입되는데

1명은 결혼식 전날부터 위험인물(아버지)를 감시하고

1명은 새벽부터 보호대상자(어머니) 근처에서 머물고

나머지 5명은

결혼식장 주요 출입로마다 배치될거라고 했다.

400만원이었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면 아주 싸다고 생각했다.

결혼식 전날 아버지한테서 나한테 전화가 왔다.

“나 결혼식 갈거다.”

당신이 이야기 했던거 때문에 모든 준비 다해놨다

안오는게 나을거다. 라고 말했다.

“아버지인 내가 내 딸 결혼식 가는데 니가 뭔수로?”

이 순간에 지금까지 참아왔던 분노가 터져나와서

내가 무슨말을 했는지도 모를정도로

온갖 욕설을 다 뱉었다.

중간에 전화 끊었더라.

경호업체한테 다시한번 연락해서 상황을 설명했다.

차량번호와 전화번호 사진,

내가 도와줄 수 있는건 다 전달했다.

걱정하지 말랜다.

그리고 결혼식 당일 준비해둔 한복을 차려입고

꽃단장을 하고 있는 어머니한테 이야기 했다.

경호업체를 고용해놨고

한명이 어머니 근처에 있을거니까

놀라지 말고 그냥 내 군대 선배라고 둘러대라고 했다.

어머니와 어머니측 하객,

그리고 경호원은 전세버스에 타서 서울로 올라갔고

나는 혹시 몰라서 자가용으로 따로 올라갔다.

버스가 떠나고 얼마 안있어 경호업체에서 전화가 왔다.

“위험인물의 차가 출발했습니다.”

결혼식장에 도착해서

하객들한테 인사를 주고 받고 웃으며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행동하며 상황을 살폈다.

양복입은 덩치들이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조금 있다가 또 전화가 왔다.

“위험인물이 결혼식장에 주차했습니다.”

전화를 끊자 마자 양복입은 덩치들이

귀에 손을 대더니 엘리베이터로 모였다.

(아마도 이어폰 같은 무전기였던듯)

혹시라도 어머니한테 부끄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나는 미리 큰소리로 외쳤다.

“XXX씨의 딸인 XX씨,

그리고 남편분의 결혼식이 곧 시작됩니다.

하객분들은 미리 안으로 들어가주세요!!”

다행스럽게도 다들 별 의심 없이 식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대부분 들어갔을때

식장의 반대편에서 엘리베이터가 열리며

익숙한 얼굴이 등장했다.

나는 곧장 손짓으로 ‘저사람이 맞으니 끌어내라’고 했다.

7명 중 2명은 식장의 입구를 지키고.

5명은 우르르 남자를 막았다.

그중 한명이 말했다.

“우리는 웨딩홀의 보안직원들이며

혼주분께 당신의 출입을 막아달라 요청받았습니다.”

아버지는 몇초 당황했지만 감정을 숨기고 웃으면서

“내가 혼주인데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날 막는거요?

저기에 내 딸과 아내가 있는데?”

내가 ‘당신은 혼주자격 없다’고 하니 날 노려봤고

경호원은 “조용한데서 이야기하시죠?^^”라면서

엘리베이터 옆의 비상계단으로 보냈다.

나랑 경호원 셋이 아버지와 비상계단으로 들어갔고

나머지 두명은 밖에 남았다.

비상계단 문이 닫히는 순간

경호원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아버지는 여전히 웃고있지만 부자연스러웠다.

당연하지 강자 앞에서 비굴한 양반이었으니까.

내가 그걸 아니까

당신은 아버지 자격 없다. 혼주자격없다.

대우받을 자격없다. 여기 당신자리 없다.

대충 이런식으로 이야기 하는데,

뭐 돌아오는 대답은

“당신? 니가? 이자식!” 뭐 이런식이었는데

아버지가 미동할때마다

경호원이 다가오려 했기 때문에

나중에는 입만 움직이더라.

아버지 본인도 본인이 아무것도 못하는걸 알았는지

씩씩거리면서 계단으로 내려갔다.

경호원이 자기들이 감시하고 주변을 지킬테니

식장에 들거가면 된다고 이야기해줘서,

나는 식장으로 들어가

어머니 옆에 앉아 결혼식을 무사히 마쳤다.

혹시 몰라서 어머니 휴대폰도 내가 가지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문자를 보냈더라

“너 고향 내려와서 보자 사무실로 찾아갈게”

뭐 이런식이었지.

어머니 번호로 전화하니까

아까의 비굴함은 어디갔는지 의기양양하게

“야.”하고 받길래

그때부터는 나도 더이상 예의고 뭐고 없었다.

“어이, 방금 뭐라그랬어?”

바로 끊고 전화를 해봐도

문자를 해봐도 답이 없더라.

아버지 차가 웨딩홀을 떠났다고 말하러 온 경호원한테

감사하다며 밥이라도 먹고가라고

식권 두장씩 나눠드리고

이번에는 모르는 전화가 걸려와서 받아보니까

이번에는 자기들이 경찰이라면서

“협조 공문받고 기다리고 있었는데..아무일 없어요?”

진짜 마지막까지 도움 안된다.

경호원 안썼으면 큰일날뻔 했지 진짜.

며칠뒤 어머니께 신변보호등록이 되고

아버지에게 접근급지가 내려졌다는 우편이 도착했다.

그렇게 어머니의 결혼식은 무사히 끝났다.

문제는 결혼식이 끝나고 그 다음이었다.

접근금지 처분이 내려지고

바로 다음날 아버지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가정폭력과 협박으로 고소를 당한 상태였는데

진짜 웨딩홀에 쳐들어갔으니 뭐..

담당 형사가 어머니한테 전해줬는데 아버지가

“말만 그렇게 했지 실제로 축의금 주려고

500만원 들고 갔었고

협박한거도 내가 화를 못참아서 그런거지

실제로 그럴생각도 없었다.

아무튼 미안하다고 좀 전해주시오.”

하고 했다면서 불쌍해보이는데

그래도 살아온 정도 있고 이럴텐데

고소 취하하면 안되겠느냐.

나는 뭐 이사람 불쌍해서

기소유예로 할려고 한다. 이러더라.

어머니한테 물어봤지

“진짜 그양반 말을 믿으세요?”

어머니는 그래도 미안하다니까

짠했는지 말이 없으셨다.

그래서 내가 어머니한테 그랬다.

“미안하다는 말은 직접 해야지 왜 경찰한테 하나요?

한 며칠 시간줘서 직접 사과하러 오게 하시죠

안그럼 거짓말 하는겁니다.”

어머니는 알겠다고 했다.

나도 아버지한테 문자를 모냈다 (전화는 안 받더라.)

“미안하다 전해달라는 말로 어머니가 마음이 약해지셨다.

진짜 사과의향이 있으면 어머니한테 찾아와라.

안그럼 거짓말로 간주하고

진짜 우리 마음대로 하겠다.”

한 한달 지나니까 답장대신 우편이 왔다

누가 보냈냐고?

아버지가.

어디서?

법원에서 맞고소장이 날아왔다.

“나(아버지)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아내가 잦은 외도와 사치로 내 사업과

재산을 탕진시켜 나는 신용불량자로 만들었고

딸의 결혼식에 들여보내주지도 않고 문전박대해서

나에게 심각한 명예훼손을 시켰으니

위자료로 3억을 내놓아라”

고소를 하면 고소장이 당사자한테 갈때까지

보통 한달 걸린다.

무슨말이냐면 경찰서에서는 고개숙이고

미안하다고 전해달라 해놓고

나와서는 곧장 변호사 찾아가서

이딴 소리를 했다는 말이 됐다.

어머니는 담당형사한테 전화를 했다.

상황설명을 하니

“아 그래요? 큰일이네; 제가 해줄건 없겠네요

알아서 잘 해결하세요..”

안그래도 결혼식 끝나고

쇄약해진 어머니 홧병에 누워버리고

나도 돌아버리는줄 알았다..

내가 돌아버리면 내 가족 어떡하냐고..

정신 차리자 정신차려.

사실 어머니는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으셨던것 같다.

그냥 조용히 해결되고

집안에 이런일이 생기고 있다는걸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길 원하셨지 싶다.

정신을 놓고 누워계신 어머니를 다시한번 설득 시켰다.

“여기서 드러누워버리면

어머니 혼자 끝나는게 아니에요.

누나랑 나랑 동생은요?

그리고 우리가 한 고소는 형사를 낀 이혼소송이고

아버지가 한 고소는

그냥 민사 고소라서 아무나 할 수 있는거에요.

쫄지 말고 우리도 변호사 하나 구합시다.”

어머니는 열심히 사신 분이었다

나쁜 남편과 시댁살이를 했지만

주변에 어머니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머니는 어머니의 주변에서

가장 발이 넓은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다.

집근처에서 옷장사를 하는 아주머니였는데

다양한 모임에 다니시는 분이셨다.

그 아주머니는 법원 근처의 변호사를 소개시켜 주셨다.

우리측 변호사가 이야기 해주기를

“상대측 변호사 사무실이 인근에서 가장 크긴 한데

사무실 크기가 실력을 따라가는게 아닙니다.

그 변호사는 아무 의뢰나 받아서

다 찌르고 보는 사람이라 이런 고소를 맡은겁니다.

사실 당신 아버지 고소 이거

그 변호사 말고는 맡을 사람이 없어요.

이딴걸 누가 믿고 맡아줍니까.

그리고 이거 우리가 딱히 질 싸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어머니나 잘 지켜드리세요.”

이때부터 거의 1년 반 정도 동안

한달에 한번 변호사무실과 법원을 따라다녔다.

상대측에서 자료와 요구사항을 내밀면

우리는 반박자료와 증거자료를 제출하고,

판사는 ‘그럼 다음에 다시’라는 느낌으로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주변 인물들의 진술서와 탄원서가 오갔다.

어머니의 친구와 친척 나와 남매들은

어머니는 죄가 없으며 깨끗한 사람이다.

혼자 자식들을 키워낸 사람이다.

라는 내용이었고,

친가측은 XXX(어머니)가 방탕한 사람이고

치사한 사람이고 나쁜사람이고..뭐 이런식이었다.

와 진짜 생각하니까 빡치네

진짜 이딴게 사람이냐 진짜.

아무튼

소송이 길어질수록 어머니는 더욱 쇄약해지시고

내가 대신 변호사무실을 찾아가야했다.

사실 안가도 되는데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고 하니 변호사가

“우리가 유리하고 이길 싸움이 맞습니다.

상대측도 그걸 압니다.

상대측이 원하는건

우리가 지쳐서 합의해주는겁니다.” 라더라.

판사도 매번 보던 사람이었던거 같은데

어느날 갑자기 어머니와 아버지를 불렀다.

아버지 만나야 하니까

어머니는 바들바들 떨고, 당연히 내가 따라갔다.

법원가니까 재판장 앞에 친가쪽 사람들 와있더라.

나보니까 눈뒤집혀서

“너는 장남이라는놈이 어떻게~”

“태어났을때 엎어버렸어야 했는데~”

무시하고 어머니 재판장 들여보내고.

나는 밖에서 조용히 안에서 나는 소리에 귀기울였다.

내가 밖에서 기다리는동안,

친가쪽 특히 할머니라는 사람이

내 옆에서 얼마나 욕을 하는지.

어린시절 나한테 잘해주시던 할머니를 생각하며

“할머니 그만하세요”

꼬우면 한대 치라고 하더라.

할머니가 손자한테 말이야.

무시하고 재판장에서 나는 소리 가만듣고 있었다.

어머니는 똑같은 요구 그냥 깨끗한 이혼을 원하는데,

아버지측은 뭐 돈 내놔라 했다가

욕했다가 뭘 원하느냐 라는 취지였다.

판사: 그래서 XXX(아버지)는 뭘 원하느냐?

아버지 : 돈주세요 돈.

판사: 그럼 XXX(어머니)는 뭘 원하느냐?

어머니 : 돈못줘요. 깨끗하게 이혼만 하고싶어요.

진작에 아버지는 재산 탕진하고

재산에 기여한 내용이

1도 없다는 자료를 이미 제출한 뒤였다.

이 과정에서 안건데,

아버지는 큰고모 명의로 사업체 내서

노가다 사장 하고 있더라.

그래놓고 본인는 신불자라서 돈이 한푼도 없고

계좌에 190원 있다.

이런식으로 둘러댔던거였다.

친가쪽은 아버지가 주는 돈 받아먹으면서 생활하고

우리한테는 입 싹닫고 아무것도 모르는척 하다가

지금 이상황에서 어머니 나쁜사람이라고 욕하면서

아버지 편들고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판사가 “진짜 때렸어요?”하고 물어보면

아버지가 “맞을짓 했으니 때렸다.”고 답하고

아버지 변호사는 어머니가 돈 숨긴 이야기만 하는데

판사가 괜히 배운 직업이 아니었다.

당연히 제출한 자료로 상황판단 다 하고

판사: 판결. 이혼. 재산분할 없음.

끝.

그리고 나는 이제 진짜

지쳐서 겨우 걸어나오는 어머니 모시고,

나한테 욕하는 친가사람들

상스러운 욕을 무시하며 집으로 돌아왔고.

며칠 뒤 합의이혼이 되었다는 판결문이

우편으로 들어오고

집주소도 모르게 이사를 하고,

등본 떼도 우리 어디사는지 못찾게 해놓고.

우리 가족은 더이상 몰상식한 사람들에게 시달리지 않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게되었다.

벌써 2년이나 지난이야기인데,

어디가서 이야기도 못하겠다.

가족들이 힘 합쳐서

아버지 쫒아낸 이야기를 누구한테 하겠음..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속이 후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