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대가리 상실한 초딩이 정신 차리게 된 썰

요즘 날 따뜻해지니까 벌이 자주 보이길래

문뜩 옛날 생각나서 글 써봄..

초등학교 1학년 쯤인가

나는 새로운 장난감이 필요했음..

그 당시에 유행했던 장난감이

100원짜리 종이딱지나 탑블레이드였는데..

근데 솔직히 종이딱지 많이 쳐본 애들은 알겠지만

이거 계속 치면 손끝이 저려서

마비증세 오기도 했고

탑블레이드는 대부분 중국산 3천원짜리였는데

이게 줄 땡길때 존내 빡빡해서

팽이가 빨리 돌지도 않고 재미 없었다..

근데 중요한건 이게 아니고..

슬슬 다른 장난감을 필요로 했을때 나타났던게

눈앞에서 지나가던 ‘꿀벌’ 이였음..

꿀벌이 진짜 얼마나 귀엽냐면

이거 봐봐

이런 귀여운 애가 내 눈앞에 지나가더라니까..?

근데 이때까지 꿀벌에 관심이 없었던게

만져볼려고만 하면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만지지 말라고만 했지

왜 만지지 말라고는 설명을 안해줌..

그냥 내 생각엔 내가 만지다가

귀여운 꿀벌이 죽을까봐 그런가보다 해서

‘그럼 살살 만지면 되겠지?’ 하고

꿀벌을 만졌는데

바로 쏘였음

진짜 무시하면 안되겠더라..

꿀벌한테 쏘이면 ㅈㄴ 아픔..

일단 나는 정신이 반쯤 날아갔고

계속 울기만 했음

선생님이 올때까지 울기만 했어.. 진짜

너무 아파서 설명도 제대로 못하고

반 기절 상태로 보건실에 업혀감..

그리고 30분 뒤에 상태가 멀쩡해졌고

선생님한테 자초지종 설명을 했는데

선생님이 한숨 쉬더니

제발 이상한 짓 좀 그만하라고

반으로 돌아가자고 하더라

근데 이 일 이후로

머리속에서 도저히 잊혀지지가 않더라..

평생 살면서 가지고 논 장난감중에

이렇게 짜릿한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었음..

그래서 꿀벌을 제대로 가지고 노는 법을

연구하기 시작함..

쏘이는게 문제였으니

침만 없으면 되겠지 싶어서

꿀벌을 만질 때는 항상 침부터 제거했음..

일단 긴 팔 체육복을 입은 후

꿀벌을 찾았으면 소매를 손까지 끌어당겨서

꿀벌을 잡고 꼬리를 손톱으로 살짝 누르면

침이 뾱 하고 나오는데

그럼 이제 안전하게 꿀벌을 가지고 놀수 있었음.

이걸 본 우리반 친구들은

‘와 신기하다!!!’ 이러면서

나를 따라하려는 애들도 많았는데 쉽게 못하니까

나를 꿀벌 마스터라고 부르기 시작함..

그렇게 시간이 지나

초등학교 2학년이 됐는데

꿀벌만 가지고 노니까 슬슬 시시해지더라

좀 평범한건 하기 싫고

친구들이 노는 장난감들은 나한테 안 맞고..

점심시간에 밥 먹고 재밌는거 없을까..

생각하던중

창문으로 말벌이 들어옴..

말벌..

말벌을 처음 본 순간 느꼈음..

‘아 새 장난감이다’ 라는걸..

꿀벌과는 다르게 말벌은 존내 멋있었음

이런 녀석을 가지고 놀면

얼마나 재밌을까?

얼마나 짜릿할까?

그래서 일단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 먹은 우유곽을 잘라서 봉인한뒤 고민에 빠짐..

사실 꿀벌은 귀엽게 생기기라도 했지

말벌은 진짜 ㅈㄴ 무섭게 생겨서

갑자기 급 쫄리기 시작함..

그래서 걍 하지말까.. 하는데

친구들이 옆에서 나한테

OO이 ㅈㄴ대단하다면서

“OO아 너 말벌도 가지고 놀 수 있어? 진짜 대단하다

말벌 마스터 같애!!!”

이런 식으로 말하니까

괜히 어깨 올라가면서

평소에도 자주 가지고 논다고 구라침..

그리고 침을 제거하기 위해

체육복을 입고 소매를 손까지 끌어당긴 후

친구들에게 우유곽을 살살 풀어보라고 했음

우유곽이 열림

서서히 열림

말벌 대가리가 보이는 순간

나는 잽싸게 말벌을 잡음..

그리고 바로 좃됐다라는걸 느낌

꿀벌과 다르게

말벌 이새끼는 힘이 개쎄더라

강력한 몸부림에 당황해서

꼬리를 눌러서 침을 빼려고 하는 순간..

말벌이 빠져나왔고..

내 엄지손가락에 침을 한방 놔주고

그대로 날아가버림..

말벌 침은 꿀벌 침과는 다르더라

존내 아프다..

ㅆ발..

그대로 정신을 잃고 기절함

그리고 눈을 떠보니 보건실이더라

정신을 잃었다고 썼지만..

정신을 다 잃은건 아닌게

그러니깐.. ㅈㄴ 아파서

정신 나갈 정도로 쳐 울다가

선생님이 나를 발견하고

친구들에게 상황설명 듣고

보건실로 업고 가는 과정이

제대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냥 필름이 중간 중간 끊겨져있다..

이새끼 침에 기억삭제 능력 있는듯..

선생님이 ㅈㄴ 한심하게 쳐다보더니

이젠 아무말도 안하더라..

암튼 이 일 이후로

벌만 보면 피하는 기겁하는 증상이 생김..

진짜 어릴 때부터 시골에서 자라서

벌레 같은거 다 잘 잡는다고

친구들한테 약간 우상으로 자리 잡았었는데

꿀벌만 봐도 비명지르며 도망가고

말벌과 비슷하게 생긴

침도 없는 꽃등에만 봐도 빤스런하며 살았음..

말벌은 말 할것도 없음..

말벌은.. ㅈㄴ 무서운 새끼다..

절대로 건들지 말자..

ㅆ발.. 싸이코 같은 새끼 아니냐..

세줄요약

1.초등학생때 꿀벌 가지고 놀다가

2.말벌을 가지고 놀았는데

3.쏘여서 기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