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지축 빙글빙글 회사생활

서울에 있는 한 좃소에 입사했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재빠르게 추노했다.

아래 사건들은 실제로

약 3개월동안 나에게 일어난 일들이다.

1.”신입사원 환영식에서

여선배한테 말실수 한 동기 형”

당시 29살이었던 동기형이 있었음

딱 봐도 뭔가 비리비리하게 생겼었는데

그래도 유쾌하고 파이팅 넘치는 모습에

나쁜 사람은 아니구나 싶었다

근데 첫 만남 때부터

여자 얘기 존내 풀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입사 첫주 금요일에 있었던

신입사원 환영식에서 일이 터지고 말았음.

술자리에서 기선제압을 하고 싶었던건지

도대체 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남들 한두잔 먹을 때

혼자 한병씩 병나발 불던 그 동기형은

결국 1시간만에 혼자 만취를 하였고

3년 여자 선배한테 찝쩍거리다가

여선배가 들은 척도 안 하니까

“아 함 주라!!!!” 라고 하여

분위기 ㅈㄴ 싸하게 만들었음.

그리고 다음날 아침

단순한 해프닝으로 묻혀가는 듯 했지만

아침 조례 때 혼자 사과한답시고 나서더니

“어저께 정말 죄송했습니다.

사과의 마음을 담아 춤 한번 추겠습니다”

라고 하며

자기 폰으로 클럽음악 틀더니

몸을 흔들기 시작했고

다들 약 3분동안 아무말도 없이

그 형이 춤추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야했다.

이때 정말 현기증이 날 것 같더라.

2.”사원여행가서 선배랑 싸우고

호텔 벽 부셔버린 동기”

일 년에 한 번 사원 여행을 가는 게 있었는데

회사가 가장 자랑하는 복지였다.

솔직히 직장 동료들끼리 여행이라니

그냥 주말에 혼자 쉬는 것보다 못했지만

공짜니까 감사히 갔음.

근데 동기 중 하나가

선배들이랑 술자리 갖던 도중

나이 문제로 시비가 붙었고

“나이가 동갑인데 왜 선배라고 불러야하냐

사적인 자리에선 좀 봐주라.”

라고 발언한게

결국 싸움으로 번져서

선배동기들이랑 우리동기들이랑

서로 말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야밤에 호텔 복도에서

고성이 오가는 걸 보고 있자니

정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더라

결국 분에 못이긴 동기가

주먹으로 호텔 벽을 쳤고

존내 아파보였는데 안 아픈 척

아무말도 하지 않다가

조용히 알아서 방으로 들어가 상황은 끝이 났다.

호텔 벽에 구멍났던데

나중에 보니까 깁스하고 왔더라

자전거 타다가 넘어져서 한거라고 하던데

이때도 정말 현기증이 났다.

3.”신입사원 쿵푸교실로 끌고 가는 차장”

직무 상관없이 신입 사원은

1년간 현장 실습을 해야하는데

뭐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음.

나도 다른 동기 1명과 함께

용인에 있는 현장으로 파견됐는데

문제는 거기 현장소장 (차장)이

정상이 아니었다는 점이었음.

현장과 숙소(모텔)이 거리가 꽤 떨어져 있어서

차 한 대 가지고

출퇴근을 매일 같이해야 했었는데

(숙소는 수원, 현장은 용인)

첫 만남부터 자기는 퇴근 후

일주일에 한두번씩 쿵푸 교실을 가야하니까

너희들도 가야한다는 논리를 펼쳤고

ㅋㅋ농담이겠지 생각했는데

그 날 저녁 퇴근하자마자 숙소로 가지않고

쿵푸 교실로 향하는 걸 보고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음.

2주마다 한번

주말에 출근해야 되는 것도 좃같은데

주중 시간마저 얼토당토 없는 이유로 뺏기니

정말 열이 받기 시작하더라

근데 내가 아무말도 못한 이유가

같이 배치된 동기형이

자기도 쿵푸 배워보고 싶었다고

꽤 진심으로 쿵푸를 열심히 하길래

내 입장만 더 난처해졌고

난 쿵푸교실 등록은 하지 않았지만

하지만 그들이 쿵푸를 할 때마다

근처에서 작업복은 채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빨리 숙소 돌아가서 샤워하고 싶었는데 ㅅ발..

이 차장에 관련된 썰로는

“자기 용인 에버랜드 가고 싶다고

신입사원들 작업복 입힌 채로

용인 에버랜드 끌고가서 T익스프레스 탄 썰”

“업무시간에 신호주면

스타크래프트 접속해서 2:2 해야 했던 썰”

등등 참 일일히 나열하기도 힘들다.

일단 급한대로 하나만 적어봤음.

4.”첫만남부터 업소 얘기 하던 20년차 과장”

신입 사원이랑 선배 사원들이랑

친목 다진다고 축구를 한 적이 있음.

딱 거기까진 좋았다..

그 후 뒤풀이 자리에서

어떤 과장과 테이블을 같이 앉게 됐는데

처음엔 점잖은 척

이것저것 호구조사 하더니

여자친구가 있냐고 대뜸 물어보더라

없다고 대답하니까

그때부터 자신이

청량리와 후쿠오카를 넘나들며 쌓았던

다대한 업소 경험을 읊기 시작하며

자신의 철학을 진지하게 늘어놓는데

진짜 받아주기 너무 힘들더라..

여자 얘기 하는 거 좋고,

뭐 야한 얘기하는 것도 좋다 이거야.

남자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지.

근데 그날 처음 만났고

나이 차이 20살은 날 법한 과장이랑

그런 얘기를 나누고 싶진 않았다.

옆 테이블에 여자 사원도 있고

같은 테이블에 다른 사원들도 있는데

도대체 정말 무슨 생각이었는지

아직도 내 머리론 이해 못하겠음.

5.”아침 조례 때 토악질 하면서 발표한 대리”

이 케이스는 사람의 인성에 문제가 있었다기보단

그냥 너무 충격적이었던 기억이라 적음.

본사 근무 때 있었던 일인데

매일 아침 조례 때마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발표를 하는 파트가 있었음.

뭐 삶에 대한 조언이라든가

아니면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내용이라든가

특별히 제한은 없었다.

그 날은 내가 현장으로 파견되는 날이라서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데

안경 쓰고 어딘가 약간 맹해보이는 대리가

발표를 맡았고

근데 이 대리가 전날에 과음을 한건지

연신 구역질 토악질을 하면서 발표를 하더라

그러니까 진짜 토를 하는 건 아니고

우웩 끄억 꾸억

추임새처럼 계속 넣어가면서 발표를 진행하는데

“우웩, 그러니까 제가 드리고 꾸웨에에엑 싶은 말씀은

흐어에윽 이런 꿰엑”

이런 식이었음.

소름끼치는 것도 소름끼치는 거지만

전무, 이사, 사장 다 있는 자리에서

보는 내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더라..

약 5분간의 발표가 30분처럼 느껴졌고

발표가 끝나자 진짜 거짓말 안하고

너무나도 조용했다.

아무도 반응하질 않아서.

자연스럽게 조례는 다음 수순으로 넘어갔는데

정말 지금 생각해도 인상적인 기억임.

대리는 조례가 끝나고

사과 한번 할 법도 한데

“아 숙취 돌겠네” 하며

자신의 자리로 그냥 돌아갔다.

이 일 말고도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전부 3개월동안 일어난 일이라는게

믿기지가 않았고

바로 추노를 하게 되었다.

좃소를 가지 말라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사람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사람도 멀쩡하고

기업문화가 괜찮은 중소기업도 많아졌지만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는 좃소이고,

겉모습으론 중소인지 좃소인지 둔갑하여

쉽사리 판단하기 어려운 현실인 것 같다.

심지어 내가 입사한 기업도

겉으로 보기엔 참 멀쩡한 기업인게

지금 잡xxx가서 확인해보니까

강소기업, 우수기업, 기관인증 메달 다 받았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취준생이고 입사 지원을 하고 있다면

내부자의 증언과 같은 확실한 증거가 있지 않는 이상

중소 기업 입사는 신중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거기가 좃소일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