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닝시티’ 출신 행보관

울 부대 행보관이 군생활 좀 오래한 상사였는데

별명이 만물상사였다

툭하면 병사들 꼬셔서

두돈반 짐칸에 태우고 나가서는

버려진거 이것저것 주워와서

안쓰는 창고에다가 짱박아놓고

필요할 때마다

“얘야 내가 보물창고 키줄테니까 보물창고 가봐라”

라고 함

근데 보물창고 열어보면 ㄹㅇ 이것저것 다있음

가구공장 지나가다가 합판 훔쳐서 박아놓고

폐차장에서 자동차엔진 훔쳐서 짱박아놓고

공사장에서 시멘트 훔쳐서 박아놓고

어디서 트랙터 엔진 훔쳐오고

폐차장에서 포터 짐칸 훔쳐오고

농가가서 비닐하우스 프레임 뜯어와서

일주일동안 이것저것 용접하고 뚝딱거리더니

지 전용 자가용도 만들어서

숨어서 몰래 낮잠 한숨 때리고 있으면

그거 타고 나타나서 ㅈㄴ 잔소리했음

그러던 어느날에

취사장 좁아서 신축공사 할거라서

시멘트하고 자재 필요하다고 하니까

자기가 봐둔곳 있다고 하면서

걱정말고 있어보라고 하고

힘 좀 쓰게 생긴 애들 몇명 골라내더니

오밤중에 지가 직접 두돈반 몰고

한 30분을 달려서 근처 공사장으로 가더라ㅋㅋ

그래놓고 시멘트하고 모래 퍼가게 하는데

어떤 새끼가 경찰에 신고해서 순찰차 옴ㅋㅋㅋ

아 이거 좃됐구나 하고

후임들이랑 짐칸에 올라가있는데

순경 양반들이

“고생하십니다” 하면서 오는데

경찰들한테 ㅈㄴ 치근덕 대더니

어떻게 쇼부를 쳤는지 서로 경례하고

경찰들 순찰차타고 가버리더라

결국 완성시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놈이 거의 두달 가까이 애들 굴려서

취사장이랑 분리수거장 ㅈㄴ 멋있게 만들고

보도블록 깔아서 진입로도 만들어놨음

웃긴건 진입로에 점자블록 있다ㅋㅋㅋㅋ

난 그때 행보관이 예수인 줄 알았다

아무튼간에 도라에몽 같은 행보관은

그뒤로도 두돈반 끌고 다니면서

근처 공사장에서 이것저것 많이 훔쳐왔다

내가 어쩌다보니 행보관 눈에 찍혀서

두돈반을 자주 몰게 되었는데

내가 뻑뻑한 핸들 돌려가면서

낑낑거리고 운전하고 있으면

이새끼는 내 옆에서

소풍가는 초딩 마냥 창문 밖만 바라보고 있었음

부대가 ㄹㅇ산골이어서

보이는거라곤 다 산하고 논밖에 없는데

“행보관님 뭘 보고 계신겁니까” 하고 물었더니

“주워갈거 보고있다” 하더라

가끔씩 버려진 집이랑

비닐하우스 같은거 있는데

그거 보더니 차 세우라고 하고

나하고 같이 그 쪽으로 가는데

ㅅ발 무슨 고장난 테레비 주워오고

가스렌지 주워오고

비닐하우스 비닐 뜯어오고

철골 프레임 분해해오고

그래놓고선 짐칸에다 싣고

ㅈㄴ 흥얼거리면서 이제 가자는거임

그래놓고서 비닐 같은건

지 보물창고에다 처넣고

가전제품은 혼자 낑낑거리면서 고치는데

난 ㅅ발 존나 오래된 99년 아남 티비가

행보관 손에서 부활하는거보고

‘저새끼는 미다스의 손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취사장을 새로 지었는데..

대대장이 행보관한테 수고하셨다고

마지막으로 인테리어까지 좀 부탁한다 하더라

우리 대대장이 사람 하나는 ㅈㄴ 잘 다루는게

형님형님 하면서

비행기를 살살 태우고

그 일을 안하곤 못 배기게 만든다

“이렇게 감각적인 일은

행보관님 밖에 못하십니다”

이러는데 그말듣고 행보관 ㅈㄴ 흥분해서

또 두돈반에 애들 몇마리 태우고

끌고 나가서는

어디서 테이블이랑

플라스틱 의자랑 다 쓸어오더라

여름에 식당에서는 테이블 내놓고 영업하잖아

밤에 그걸 갖고 왔다고 했다

그래놓고선 어디가서 락카 몇통 구해오더니

하얀 의자하고

테이블을 빨갛게 칠해놓으라고 하더라

나랑 후임 한명이랑

그 많은 의자 락카칠 하느라

냄새나서 뒈지는 줄 알았음

그러다 이게 또 배수가 문제가 된다고

물이 잘 안 빠진다고 하길래

이번엔 이새끼가 어디가서

콘크리트 토관을 하나 훔쳐왔다

그걸 또 어떻게 반나절 낑낑거리더니

물이 ㅈㄴ 잘빠지더라

그뒤로 뭐 울타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재료를 구한다고

근처 공사 현장으로 나를 데리고갔다

그때 그 현장에서는

시골이니 훔쳐갈 사람도 없겠지 싶어서

현장 밖에 펜스만 쳐놓고

건물 안에는 재료들을 널부러놨는데

그중에서 아시바 파이프라고

철골구조물 엮는 파이프가 있는데

그것들을 뻔뻔스럽게

지거마냥 차에다 실으라는 거임

그렇게 나랑 행보관이랑 같이

파이프를 ㅈㄴ 가져다가 차에다 싣고

출발하려는데 이새끼가 나한테

“위병소 앞에 레드콘 몇개 있으면 어떨까?”

라고 하더라

그러고선 현장 밖에 쳐놓은 레드콘들을

다 차에 실으라고 했다

무슨 공사할 것도 아니고

레드콘 10여개 가져다가 어따 쓰냐고 따졌는데

모든 물건은 다 쓸곳이 있다고 우기길래

결국은 다 실었다

그중에 가장 이쁜놈 두개만

위병소 앞에 갖다놓고

나머지는 지 보물창고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시바파이프 산소로 자르고

또 용접해서 이어붙이고 락카칠하고

그렇게 울타리난간 비슷하게 만들어놨는데

옆대대에서 와서 보고는

ㅈㄴ 멋있다고 칭찬하더라

이렇게 행보관이 맨날 뭐 훔치러 다니니까

결국 우리부대 근처 현장에선

군용차량은 다 경계의 눈빛으로 봤다

깊은밤 군용 트럭 한대가 멈춰서고

군인들이 어딘가에 내리면

그곳에선 백프로면 백프로 뭔가 없어진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도 그 짓을 계속하자

경찰 몇명하고

관공서 관리들하고 주민대표 하고

이렇게 모여가지고

대대장한테 끝장을 보러왔더라ㅋㅋㅋㅋ

간부놈들은 행보관이 그런거 아니까

모르는척 ㅈㄴ 발뺌하고

대대장은 한술 더떠서 하는말이

“아니 조국과 국민을 지키는 군인들이

어떻게 국민의 물건에 손을 댈수가 있겠습니까?

아무튼 저희 부대가 헌병대와 공조로

자체적으로 조사를 하겠습니다.”

이렇게 하니

ㅇㅋ 알겠다고

끄덕끄덕 거리면서 가더라

ㅆ발 뭔 조사를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대대장이 행보관 부르고

쿠사리 비슷하게 줬긴 줬는데

진짜 쿠사리 준것도 아니고

“행보관님 보급가실때

좀 멀리가셔서 해오세요

이러다 걸릴 거 같습니다”

이렇게 걱정하듯 몇마디 한거임ㅋㅋ

그렇게 며칠 지나니까

행보관의 도벽 근성은 좀 줄어든 것 같았다.

근데 내 후임새끼가

도대체 뭔짓을 했는진 모르겠는데

간부 휴게실 폐지다이로 쓰는

가판대 다리를 부러뜨린거다

그날 위병소에

마이티가 하나 허락도 없이 들어오길래

5분대기조 나가서 누구냐고 했더니만

“나 행보관이야 이새끼야! 총 안치워?”

하더니

부대 들어오자마자

나온 새끼들 중에서 몇마리 지목하고

짐칸에 타라고 하더라ㅋㅋ

그러고선 ㅁㅊ넘이 마이티 조수석에서

싸제 남방이랑 추리닝 운동화 몇개 갖고오더니만

이거로 갈아신으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군바리들이 도둑질 하는거 아니까

민간인인척 하자는거지

그리고 나와바리도 좀 더 넓혔더라ㅋㅋㅋㅋ

아무튼 사복으로 갈아입고

얼굴에 위장크림 쳐바르고

목장갑 끼고 마이티 짐칸에 앉아가는데

이새끼가 어디서 구해왔는지

노랑 번호판 붙은 싸제차를 구해와서

엉덩이 아파죽는 줄 알았다

그러다 어느 큰 슈퍼 앞에 오더니 차를 세웠다

동네슈퍼 말고도

“마트” 붙은 좀 큰 슈퍼 있잖음?

거기 앞에서서 두리번두리번 하더니

갑자기 목장갑끼고

비닐천막 끈을 풀기시작했다

그러고선 안으로 쑤욱 들어가더니

롯데나 해태같은 제과회사에서 주는

과자 다이를 하나 훔쳐옴ㅋㅋㅋㅋㅋ

그러고선 “야 실어라” 하는데

여기 씨씨티비라도 있으면

우리 전부 영창 프리패스라

내가 총대메고

“행보관님

여기 CCTV가 있는지 알고싶습니다” 했다.

그러니까 이새끼가 하는말이

ㅈㄴ 골때리는게

“걱정마라. 내가 오늘 여기 들러서

담배 사는척 하면서 사전답사 해봤다.

씨씨티비 없다. 실어라.”

하고는

다시 비닐천막 묶어놓고 유유히 트럭에 탐

근데 이새끼가 다이를 훔칠거면

과자를 버리고 다이만 훔쳐와야지

다이에 올려져있던 과자까지 훔쳐와서

부대 오는길에 오사쯔 ㅈㄴ 먹었음

그리고 가는길에 폐타이어 세개 더 훔쳐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취사장에 냉장고가 맛이 가려고 하니까

이새끼가 어디가서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훔쳐왔다

빙그레 마크 그려진거ㅇㅇ

그래놓고선 같이 뚝딱뚝딱 하더니

냉동고로 만들어서 취사장에 갖다줌

짬장이 고등어도 언다고 개 좋아했음;

그 냉장고 성능이 미쳐서

아직도 쓰고 있을듯

한번은 폐타이어를 훔치러 가는데

포터를 몰고 어느 어린이집 앞에 섰다.

보통 집앞에 페인트로 주차장 라인 그려놓고

주차금지라고 쓴 레드콘이나

타이어 올려놓잖아

그걸 훔치러온거다

아무튼 어린이집 주차장에서

나하고 후임 하나하고

폐타이어를 다 짐칸에 싣는데

행보관은 어린이집 간판만 쳐다보고 있더라.

“보급관님 무슨일이십니까” 하니까

행보관이

자기 딸 애 생각난다고

담배 피우면서 아빠 힘내세요 부름ㅅㅂ

그거보고 짠해서

동요 아는거 몇마디 알려주니까

ㅆ발럼이 차타고 부대 복귀할 때까지

동요부르게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