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갈 때마다 할머니들 도와드리고 오는 청년

현재 한 방역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남자임.

고객님 댁에 방문하면

요즘따라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들 보고

드는 생각이 몇가지 있어서 적어본다.

지역 by 지역인데

내가 지금 근무하는 지역은 시골이라

혼자 사시는 할머니들이 참 많아서

일하면서 있었던 썰 좀 몇개 풀어보려고 함.

1.화분 옮겨 달라하는 할머니

고객님 댁에 도착해서 방역 해드리고

설명드리고 갈려고 하니까

혹시 미안한데 화분 좀 옮겨줄 수 있냐고

조심스레 여쭤보시더라

거실에 요양보호사가 앉아서

같이 다과 먹으면서 얘기하고 있던데

“허허 그럼요 어디로 옮겨 드릴까요?”

하고 한15키로?

되는 화분을 옮겨 드린적이 있다.

화분 옮기는거 별일도 아닌데

고맙다고 나가는 문앞에서

홍삼즙, 양파즙, 도라지배즙

이렇게 챙겨주시더라..

정기적으로 일년에 몇번 내가 방문하니까

내가 올때까지 기다렸다가

오면 옮겨 달라고 말해야겠다 생각하고

기다리고 계셨다고 하더라..

“요양보호사분한테 부탁하시지

왜 힘들게 기다리고 계셨어요..” 하니

요양보호사 분은

힘이 없어서 못하겠다고 했다 하더라고

몇달동안 나만 기다리고 계셨다는데

그 말에 마음이 좀 뭉클하더라

2.전구 가르쳐 달라는 할머니

할머니가 화장실에 불이 안 들어온지

한달쯤 되셨다더라

철물점에서 급하게 후레시 사서

해지면 그거 키고 쓰시고

근데 사회복지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하는데

전구 규격을 모르셔서

문자준다 해놓고 까먹고 안줘서

전화하기도 미안하니까

철물점에서 혼자서 몇개 사보시고 안되니

한달정도를 내가 올때까지 기다리셨다더라..

겁도 많으시고 아이 같은 할머니셨는데..

혼자 해보시려다가

철물점에서 사온 전구 3개를 꺼내서 끼웠는데

다 안 맞는 것 같고

올라가서 교체하면 넘어진다고

자식들이 전화와서 말렸다고

미안한데 교체 좀 도와줄 수 있냐고 하시더라

그중에 하나만 딱 맞는거 였는데

무서워서 조심조심 하신다고

제대로 맞춰서 돌리지도 못하셨더라고.

그래서 교체 해드리고

불 잘 나오는거 확인시켜드리고

다음에 또 이런 일 있으면 전화주세요 할머니

하고 가려고 하니까

포도를 몇개 싸주시는데

집에서 먹어보니 너무너무 달더라

3.”나” 라는 손님

이거는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방역을 돈주고 시골 할머니들이

직접 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 자식 or 손주들이

추석, 설날에 와서

해충 문제가 있는 것 같으면 신청해놓고 감.

물론 요금도 자식들이 대부분 다 내고

이제 날짜랑 시간 약속하려고 전화드리면

사실 지역을 묶어서 가는게 나도 이득이라

2주, 3주 전에 전화드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시골 일수록 더더욱 묶어서

이동하는게 중요해서 그렇게한다.

근데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전날 전화해도

“몇시였더라?” 다시 묻거나

노쇼 하시는 분들이 많다.

근데 시골에선 노쇼나

일정 다시 묻는 사람이 의외로 드물다.

왜냐면 대부분 노인분들인데

따지고보면 젊은 남자가 오는 경우가 없는거다.

예로들어 가정집에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정수기필터 교체원, 공기청정기필터

이것밖에 잘 생각 안나고

가스교체나 기름보일러

기름 채우러 오는 사람은

일년에 몇번이나 오겠냐..

그러니깐 적적하신데

여자들이 하기 힘든 일도 도와주고

말동무도 해주고

가끔 그렇게 오는게 좋으신거다.

그래서 달력에 누구누구 온다고

체크 해놓는 사람이 한두분이 아니시고

내가 온다고 떡도 해놓으신 분도 있고

롤케익도 사놓으신 분도 있었고

대부분 나를 기다리고 계시더라..

하나의 손님으로..

이때까지 무리한 부탁은 단 한번도 없었고

오면 뭐

문이 고장났는데 어디 전화하면 되냐,

문자 보내는법 좀 적어달라,

핸드폰 화면이 어둡다 (밝기 내려감),

인터넷으로 뭐를 사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 등등

거의 3분내로 처리 가능하고

가벼운 것들이었다.

결론적으로 이런거 보면서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데

뭔가 확실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해보였고

예의 바른 청년들 통해서

이런 노인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더라.

청년 일자리도 늘어나고 말이야.

진짜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한달 두달 고민하며 지내는,

정말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분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라고

일하면서 많이 느껴서 적어본다.

긴글 읽어줘서 고맙고

나는 노인분들, 어떻게보면 고객님이지만

부탁하시는게 하나도 짜증나지않고

할머니 생각도 나고해서 너무 좋다.

맛있는것도 참 많이 챙겨주시고

다들 안 고마우신 분들이 하나도 없으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