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책상에다 실수로 유언장을 두고 나온 바보..

원래 평소에 친한 애들한테만

술안주로 제공하던 썰인데 풀어봄

때는 2015년

내가 신입생 1학년 뼝아리 시절일 때임.

당시 수능,내신도 조져먹었는데

적성으로 간신히 붙었음.

마침 집이랑 가까운 대학교 입학했겠다,

과도 기가 맥히는 전화기를 합격했으니

세상이 얼마나 아릅답게 보였겠음?

‘아 ㄹㅇ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이런 생각뿐이었음.

그래서 수업시간에 눈에서 레이저 쏘면서

교수님 하는 말 모두 책에 적는 그런 학생이었음.

사건의 시작은 봄바람 살살 불던 5월이었음

필수교양인데

대충 철학 같은 과목이였거든.

어느 날 교수님이

프로이트와 칸트, 비트겐슈타인 같은

저명한 철학자들을 언급하시면서

수업을 진행하셨는데

내용이 뭐냐면

“사람은 자신이 죽을 상황이 닥쳐와야

비로소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이런 내용이었음.

그러더니 갑자기 A4용지를 하나씩 주시더라.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자신이 죽었다는 상황을 가정하고

진지하게 유언장을 써보도록 합시다” 였음

자신이 죽었다고 유언장을 진솔하게 쓰다보면

우리들도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뭐 이런 느낌이었음.

당시 내가 성적 잘 받고 싶어서

진짜 조오오온나게 감정이입해서 썼음

ㄹㅇ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사람인 것처럼 씀

당시에 내가 치료하기 힘든 병도 있었겠다

내 인생을 되돌아보며 후회스러운 것,

좋았던 것, 아쉬운 것,

엄마 아빠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을

쫙 적어서 유언장을 씀.

거의 자서전 수준으로 쓴듯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했는데

‘돈 많은 집에서 태어난 건 아니여도

내 나름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라고 가닥을 잡으니까

스토리 쫙 나오면서 글이 술술 나오더라

다 쓰고 한번 쓱 읽어봤는데

감동 받아서 울뻔함

근데 교수님이 강의가 끝나갈 시간에

봉투를 하나씩 주면서

그 유언장을 잘 간직하고 있으라고 하고

강의를 끝내시더라고.

특이하게도 우체통에 들어가도

전혀 손색없는 학교 봉투를 주시던데

그 가천대학교 이름 써있고

학교 문양 달려있고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

뭐시기 저시기 써진 봉투였음

암튼 그 유서를 봉투에 넣고

가방 안쪽에 쑤셔박고 한동안 잊고 살았음..

그리고 한달쯤 지났나?

아침에 가방 정리하기 귀찮아서

가방안에 책 전부 집 책상 위에 빼놓고

빈 가방으로 학교를 간날이었음.

당시 공부 열심히 하겠다고

개깝치던 때라

강의 시작 전에 폰 전원 다 꺼놓고

가방 속에 폰 넣고 수업들었거든.

점심 먹고 강의실 들어가서

맨 앞에서 두번째 줄에 자리 잡고

왼쪽에는 수학책, 오른쪽에는 필기노트 펴놓고

교수님 강의를 듣고 있었고

교수님이 도함수에 대해서 설명하고 계시는데

뒤에 앉은 친구가 갑자기 나를 부르더니

“야, 과단톡에서 너 찾아;” 라고 하더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갑자기 앞문이 쾅 열리더니

신환회 때에 신입생 뼝아리들 인솔해주시던

학생회 과대 선배님이 들어오셔서

“여기 OOO학생 있나요?!!!!!!!!!”

라고 하시면서

뒤에 강도라도 쫓아오는 것처럼

헐레벌떡 나를 찾더라고.

그래서 내가 머리에 물음표 100개 달고

“예? 전데요?” 라고 했음

그러더니 갑자기

강의실 좀 나올 수 있겠냐고 하는거임

그때까지만 해도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있었고

강의실 복도에 나오니깐

갑자기 선배님이

“너 혹시 유서 썼어..?” 라고 물어보는거임

그래서

“예? 제가 왜요? 쓴적 없는데요;;”

라고 말함과 동시에

몇주전에 교양시간에 쓴 글과

내 빈 가방과

꺼진 핸드폰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뒤통수를 빡 후려갈기는거임

그 때 깨달았음

‘아 조졌네’

그래서

“아..저 제가 쓴게 아니고요

아 아니 제가 쓴건 맞는데요..

저 일단 핸드폰 좀 가져와도 되나요..?”

진짜 어디서부터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더라

핸드폰 켜면서

내가 지난 시간에 무슨 수업을 들었는데

수업내용이 뭐였고

교수님이 뭘 시키셨고를 다 말했음

그리고서 핸드폰 홈 화면이 딱 나오는데

부재중 전화 50개 넘게 찍혀있고

문자로 나 어딨냐고 찾는 것부터

카톡으로 고등학교 친구들한테

인원수 맞춰서 갠톡와있고

단톡에는

“얘들아 OO이랑 같이 있는 사람 있어?”

“다들 찾으면 연락줘”

이렇게 난리가 나있었음

과대 선배님이 계속 안 믿는 눈치더라

진짜 겨우겨우 설명해서 오해 풀어서 보냈음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선배님이 과사무실 뛰어가서

내 학번 급하게 알아내고

어느 수업 듣는지 IT대, 공대, 비타

다 뛰어다니면서 나 찾으셨다함..

일이 이렇게 커진건

내가 아침에 책상에 책 놔두면서

유언장이 같이 딸려서 놔둔게 화근이었음.

그 날 하필 또 아빠가 낮에 잠시 들어온거임.

근데 내 책상 위를 슥 봤더니

뭔가 책이 널부러져있고 개판이고

그 와중에 책 위에

‘가천대학교’라고 써있는 봉투가 보이네?

그렇게 열어보신거임

아빠딴에는 뭐 등록금고지서나

안내문 같은거 들어있을 줄 아셨는데

엥 첫문장이

‘돈 많은 집에서 태어난 건 아니여도

내 나름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부터 시작해서

한 많은 인생과 죽음에 관하여

A4 용지 한장 분량의 글이 있네?

또 기가 막히게 맨 마지막 줄에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내가 나에게 보내는 유언장’

아빠가 눈이 뒤집어진거지.

당연히 아빠랑 엄마는

나한테 전화를 하셨을텐데 받을 리가 있나..

폰은 꺼져서 가방속에 있는데..

그렇게 되고 나니깐

부모님이 난리가 나서

사방팔방 전화를 하고 다니신거..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엄마랑 아빠한테 전화 했더니

지금 어딨냐고 울면서 화내시더라

“아니 엄마.. 저 지금 수업 듣고 있었어요

저 안 죽어요 제가 왜 죽ㅇ..

나중에 다 말씀 드릴게요..”

라고 잘 이야기해서 안심시켜드렸음..

그러고 집에가서 자초지종 다 설명드렸고

진짜 겨우겨우 오해 풀었음..

그때 과사무실 직원분들,

대표 선배님, 동기, 수업하시던 교수님

모두에게 민폐를 너무 끼쳐서

그냥 그날부터 자발적 아싸하기로 했고..

그리고 그 문제에 유서는

다음날 은행 ATM 지점가서

파쇄기에 갈아버림 씨이벌

아마 그 강의 가르치던 교수님은

‘죽음을 앞두고 느끼는 감정’을

나더러 몸소 배우라고 쓰라고 하신거 같음

니들은 괜히 각잡고 유서 쓰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