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말아먹고 빚만 있던 남자가 죽은 셈 치고 꽃게잡이 배 타러간 썰

니네 인생 망하면 배나 타러가면 되겠지 하고 좀 쉽게 생각하던데

아주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는 걸 알려줄게

첫사업을 뒤통수 맞아서 말아먹고

정신 못차릴 무렵

오랜 투병하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는 한강 물온도 체크 시즌을 맞았음

정확히 지갑에 5천원 있었고

그 돈으로 담배를 샀음

그리고 무작정 걸었지

집은 이미 경매 넘어갔고

남은거라곤 각종 빚들이랑 빨간우편물 뿐이었으니까

그냥 죽어야겠다고 생각했음

근데 꼴에 죽을 깡다구는 없어서

여러가지 합리화 시전하다가

서울을 한강을 따라서 이틀을 내내 걸었음

뭐 이젠 가족도 없고 없는거보다 못한

친척들만 잔뜩있는 상황에서

막상 뒈지려니까 이게 참 어려웠음

고통이나 이런 문제도 있지만

ㅆ바 뭔가 한번 더 할 수 있을거 같은데..

아직 젊은데..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가 않더라

그러다 굶은건 둘째치고

이틀쯤 되니까 담배가 너무 피고 싶더라

인간이라는게 간사한게

그 상황에서도 꽁초는 주워피기 싫고

나도 모르게 장초 같은게 없나 찾고있었음

나중엔 사람 손에 든 담배만 보임

언제 버릴까 하고 보고 있었음

하여간 서울역 근처에서

무슨 교회행사인지 뭔지 밥주길래

고민하다가 갔는데

별말 없이 밥 주더라고

멀쩡한 젊은 놈이 여기서 왜 밥을 먹는지

그런거 전혀 안 물어보고

다만 두시간동안 무슨 찬양가 부르는거 봐야했음

사실 난 거의 배고파서 실신 직전 상태라

쪽팔린거 하나도 없었음 그냥 배고팠으니까

그러다 찬양가 보면서 잠깐 생각하는데

죽기전에 배나 타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또 한참을 걷다가 헌혈하는 곳이 있길래

헌혈하고 뚜레쥬르 상품권, 5천원 받은걸로

빵사고 담배 한갑 샀음

그리고 서울대역 앞에서

담배 한갑을 줄담배로 다 태우고

수원으로 무임승차 했음

수원역 앞에가면

직업소개소가 ㅈㄴ 많았거든

들어가니까

이런저런 일자리 추천해주는데

근데 그냥 무조건 배 태워달라고 했음

배타는거 힘들다면서 다시 생각 해보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던데

그때까지만 해도

이 사람들 참 착한사람이다 싶었음

근데 절대 아님 그냥 나쁜놈들임

니네가 배타면 안되는 이유가

직업소개소 얘네들이랑도 관련있거든

한마디로

얘네는 사람을 팔아먹는거야.

사람 넘겨주고 돈받는거..

물론 더 심한 경우도 있음

암튼

잠깐 기다리고 있으라고 해서 기다리는데

웬 초췌하고 깡마른 남자가 들어오더니

배 타고 싶다고 하셨죠? 하면서

자기 배 경력이 17년이라고

담배 한갑 사주더라고

나는 그게 너무 고마워서

이사람 되게 좋은 사람 같아보이네.. 라고 생각함

나는 그 깡마른 사람과 함께

차를 타고 알 수 없는 곳으로 출발함

한참 고속도로 타고 가다가

이름 모를 곳에서 국밥을 먹고

또 한참을 자고 있었더니

또 어딘가에 내려서 옷을 사주더라고

바다는 추우니까 작업복 있어야 된다고

무슨 중고작업복 매장 같은 곳인데..

아무거나 세벌씩 고르라길래 샀음

그리고 또 한참을 내려갔다

차는 미친듯이 달렸고

왠지 조금 무서워지기 시작했는데

어차피 죽을려고 했는데

죽이면 죽지 뭐 하고 걍 잠 잤음

한참을 더 달리더니

어딘가 알 수 없는 곳에 내려서 선주를 만남

같이 삼겹살 구워 먹으면서

대충 이야기하고

근로계약서에 싸인하라고 하더라

자기를 앞으로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하고

나한테는 아들이라고 부르는데

얼굴도 인상도 포근해보여서 맘이 조금 놓였음

근데 왠지 맘 한구석이 좃같더라고..

뭔지 모를 불안감?

다음날 선주가 담배 한보루씩을 사줬음.

술한잔씩 하라고 밥 사주면서 술도 주더라.

그리고 또 차로 한참을 달려서

어느 포구로 가서

컨테이너박스에 짐을 풀었음

나중에 알게 된건데 거기가 진도 목항이더라

배는 꽃게 통발 배..

한마디로 꽃게를 잡는 배임.

함정카드처럼 트랩을 설치해서

기어들어온 게들을 잡는 그런 밴데

그럼 함정을 많이 싣고 다녀야 되잖음?

그걸 통발이라고 하는데

한번 들어가면 못나오는 구조로 생긴

원형 쇠덩어리임

나는 막내였고 화장 일 하면 된다고 하더라고

화장이 뭐냐면 배에서 밥하는 앤데

커피도 타고, 한마디로 잡부임.

첫날 나보고 다짜고짜 요리 하라길래

냉장고를 열어보니까

돼지고기 한덩이와 김치밖에 없길래

그걸로 김치찌개 끓였더니

요리 좀 하네? 하고 칭찬 받았음

ㅈㄴ 뿌듯했는데 알고보니까

그걸로 한달을 먹어야 한다고 하더라

그리고 신기하게 배멀미는 없었음

선주가 다행이라고 하더라고

오히려 나는

배에서 내리면 멀미가 나던데

그걸 가멀미라고 하더라고.

하여간 배멀미 없어서 고생은 안했음

출항 전에 꽃게 통발 준비한다고

부둣가에서 하루종일 그물을 손질하는데

작년에 쓰던 통발 찢어진걸

하나하나 꿰메는 작업인데

진짜 존내 많았음.. 미친듯이 많다.

그걸 다 꿰매고

그다음엔 밧줄 정리.. 온갖 잡일들..

그리고 바다로 나감

난 배타기 전만해도

모자는 햇빛만 가리려고 쓰는 줄 알았는데

얼굴에 물이 안 튀게 하기 위해서 쓰는거라고 하더라고.

얼굴에 물이튀면 얼굴이 지저분하게 탐.

물이 빛을 굴절시켜서

얼굴이 군데군데 지저분해지거든.

암튼 배에 오르면 포인트마다 깃발이 있고

배가 달리면 통발을 하나씩 던짐

통발무게는 3~4키로정도 되는거 같음

측정은 안했지만

그런걸 500개정도 던져야됨

던지는건 어렵지 않은데

나중에 다시 꺼내는게 ㅈㄴ 힘듬..

비가 심하게 오면 일을 안하긴 하는데

뭐 이것저것 준비한다고 완전 쉬는 것도 아님

배 안에 누워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파도따라 잠자거나

아니면 어디 구석에 앉아서 술 마시거나 함

꽃게철이 되면 평소보다

더 미친듯이 통발을 던지는데

꽃게가 많이 나는 해 풍작이 나는 해에는

돈을 많이 벌고

적게 나는 해에는 선주가 근심이 가득함

그리고 선주가 근심이 쌓이면

일하는 선원들에게 스트레스 품

배 위에서는 모터소리 때문에

말소리가 안 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뭔가 잘못되면 물건이 먼저 날라온다

통이나 망치 같은거도 날라옴ㅇㅇ

왜냐면 배에서는 아차 하는 순간 뒈지니까

더 예민한 것도 있는 것 같음

요즘 세상이 좋아져서

에이 요즘도 설마 그러겠냐 하겠지만

배타는 사람들중엔 범죄자가 많음

비하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바다 쪽에 떠돌이 생활하는 사람들중엔

무식한 사람도 많고

군대 탈영한 애들도 많음

어느날 쉬는날 피씨방 나갔다가

안 돌아오면 헌병대 잡혀간거임.

내가 일하는동안에도 그런 경우 몇번 봣음

범죄자도 많고 못배운 사람들이 많다보니까

의견조율이 잘안되면 바로 주먹 사태로 번지는데

컨테이너에서 자는 사이에

오함마로 머리통 깨고 도망가는 사건이있었음

맞은 쪽은 노인네였는데

선창에서 욕몇마디 했다고 앙심을 품고,

자는데 오함마로 머리를 찍어버렸다고 하더라

바로 옆 컨테이너라서.. 남일이 아녔는데

진심 그날 처음으로 도망가고 싶었음

해경이 오긴 하는데..

물론 출항전에 가서 신고 다 하고

포구마다 해안경찰이 있긴 하지만..

워낙 선원 구하기가 힘드니까

범죄자들도 다 쓰는거임.

선주들이 대신 가서

다른 사람 이름으로 신고하고..

물론 범죄라는게 막 사람 죽이고 이런게 아니라

경미한 범죄자들이 많음

그러니 당연히

배 위에서도 험악할땐 진짜 험악함

말주변이 없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다 보니까

일상언어가 대부분 다 욕이고

때리거나 뭐 던지는건 일상임

물론 분위기 좋은 배들도 좀 있지만..

그건 유대감이 깊을 정도로

오래 같이 배 탄사람들이고..

그것보다 더 무서운건 밧줄인데

배가 달리면 밧줄도 따라달리거든

이게 잘못 세알리면 밧줄이 춤을 춤

배가 달리는 속도가 빠르니까

그 빠르기만큼 딸려들어가면서 춤을 추거든

여기에 다리 같은게 걸렸다?

그럼 공중부양 하거나 다리가 으스러지는거임

운좋게 앞으로 떨어지면 다행이지만

배가 선회중이거나

운이 나쁘면 스크류로 말려들어가면 즉사.

그래서 배위에서는

항상 밧줄을 조심해야함..

꽃게철이 오면 제일 분주해지는데

매일 두물 세물 보고, 꽃게를 잡음

하루에 세번이고 네번이고 통발을 던지는데

하루가 저물면.. 온몸이 달아오르고

감기걸린 것처럼 온몸이 뜨겁다

노인네들은 술 먹으면 낫는다고 달래고 잠들고

가끔 있는 나 같은 젊은 애들은

낑낑 거리면서 앓아눕는다.

사실 난 운이 좋은 케이스임

그나마 인간적인 선주 만나서

일한거보다 더 많이 받았고

딱 1년 일했긴 했는데

바다 위에서 돈 쓸일이 없으니까

돈 많이 모아서 떠날 수 있었음

특히 내가 배를 타면서

저 정도로 끝났다는게

참 다행스러운 일인게

직업소개소 가면 인생이야기 하면서

술 맥이고 좀 취하면

2차 3차업소 데려가서 금액 뻥튀기해서

그 돈에 팔려서 김 양식장이나

멸치잡이 팔려가는 경우가 허다하거든

나도 에이 설마 그러겠냐 싶어서

어느정도 부풀린 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랬던 경험을 말해주는 선원 할배들이

한둘이 아니었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말해주는거면 진짜지 뭐..

아마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봐야할거같음

쓰다보니 스테미너 딸려서..이 얘기는 걍 마친다..

근연해안 배를 타지말라는 이유는 간단함..

여러가지 위험성은 물론이거니와

환경상 죽음과 밀접한 상황에

너무 자주 노출된다.

그렇다고 정말 90년대처럼

꽃게잡아서 4~5천씩 대박 터트리는 경우는

이제 거의 사라진 것 같고

또 사람이 좀 멍청해짐

미래 계획이 불가능함

선주가 나가자면 아침에 나가고

입감 준비하고

선주가 안나가면 그냥 이유없이 논다

미래에 대해 설계하고

계획하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했음

그냥 날씨에 순응해서

혹은 시키는대로

육체 노가다를 반복하는 직업임

물론.. 지금도 육체직업에 종사하고

오래해온 사람들 존경한다..

하지만 네가 젊고 한번 경험 해보고 싶어서

근해연안선을 탈 생각을 한다면

차라리 공장에 가길 권함..

나처럼 진짜 인생 망했을 때 가는 곳임

하여간 나는 잘 버티다 돌아왔고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존내 열심히 산다..

옛날에는 몇십만원도 펑펑 쓰고 다녔는데

배타고 돌아온 뒤부터는

천원짜리 한장도 아끼면서 삼..

다시 배 탈일 없도록 더 열심히 일했고..

아무리 어려워도

그때보다는 나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