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누나가 곧 죽는다는 것도 모르고 후회할 짓만 골라서 해버린 남동생

누나가 한명 있었는데

나랑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났었음

8살 차이가 났었는데,

당시 몸이 약한것만 알았고

무슨 병이 있었는지는 아직도 정확하게는 모른다.

가족들도 즐겁게 하는 얘기는 아니라서

나도 딱히 물어보진 않았고..

무튼,

내가 아주 어릴 때 엄마 따라

누나 병원에 자주 갔던 기억이 있다.

나도 너무 어릴 때라

그런 기억들이 뜨문 뜨문 나는 정도.

그냥 그런일이 있었다..? 정도의 느낌 처럼..

당시 누나한테 엄청 사랑을 받았는데

사랑을 받았다기 보다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기억 속 누나는 똑 부러지는 성격이었는데

그게 썩 좋진 않았다,

부모님의 사랑을

누나가 다 독차지 하는 느낌이고

낙수효과 처럼 누나가 받는 과분한 사랑을

나한테 나눠주는 느낌? 이었던거 같다

그래서 누나는 뭐든 잘해보였고

상대적으로 나는 못나 보였던

어린날의 자격지심이 있었던거 같다.

정작 누나가 있을땐

부모님의 사랑을 받았다 싶은 기억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하기엔 누나가 너무 잘해주니까

오히려 부모님이 잘해준게

묻힌게 아닌가 싶네.

지금와서 엄마랑 아빠는

내가 상처 안 받을 거 알고 하는 소리지만,

장난식으로

너는 누나 아니였음 태어나지도 못했다.

누나가 동생 갖고 싶다고 안했으면

넌 세상에 없었다 라고 웃으며 얘기한다.

나는 위에 얘기한것 처럼

엄마 아빠가 누나만 좋아하는거에 질투를 느껴서

맨날 누나를 놀렸었던 기억이 좀 많은데,

그때마다 누나는 그냥

놀릴 수 있을 때 놀려둬라,

조금 더 크면 안봐준다

라는 식으로 얘기 했었다,

지금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이 ‘놀릴 수 있을때 놀려둬라’가

지금은 다르게 와닿네.

하여간, 그러다가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고 나서는

누나랑 둘이 병원가게 되는 경우가 잦아 졌고,

한번은 집에서 놀고 싶은데

억지로 누나 따라

병원에 가자고 한 날 이었던거 같다.

아빠한테 개처맞듯이 맞은날이라,

트라우마? 는 아니겠지만

강한 인상으로 남은 기억인데

병원비가 꽤 많이 나와서

엄마 아빠는 일 때문에 매일 바빴고,

내가 초등학교 다니고 나서 부터는

누나도 나이가 있으니

부모님 신경 덜 쓰게

둘이 병원 다녀도 괜찮다고 한것 같다.

어린 나를 집에 혼자 둘 수 없으니

누나랑 병원가는 날이 종종 있었다

그 날은 병원 가기 싫다고

땡깡 부리다가 안되니까,

누나한테 “엄마랑 나랑 아빠

귀찮게 하지말고 평생 병원에 살면 안돼?”

라는 식으로 얘기했고

누나가 좀 시무룩 해져서

누나 혼자 병원에 간 기억이 있다.

그러고 그날 병원 갔다와서

누나가 흐느끼길래,

아빠가 나한테 누나 왜그러냐고 물어봤고

“내가 평생 병원에 살라 그랬더니

저렇게 울어!” 했다가

개맞듯이 맞아서 이 날은 특히 기억이 난다.

그러고 난 뒤부터의 기억인거 같은데,

누나가 그때부터 병원 가자고 하면서

이거 저거로 날 꼬셨었다,

돈까스 사준다고도 했고,

3번 가주면 장난감 사주기 같은것도 얘기하고

뭐 그런게 많았는데

그때 아빠한테 맞은 기억 때문에

더 엇나갈려고 그랬는지

일부로 더 안갈라 그러고

오히려 누나한테

그걸로 갑질을 하려고 했던거 같다.

장난감 같은것도 누나가 얘기한거 보다

더 비싼거 사주면 간다던가 그런..

근데도 누나는 자기가 가능한 선에서

내가 말했던 걸 다 들어줄려고 했다.

가끔 내가 말하는 걸 누나가 들어줘도

내 마음에 안들면 안가곤 그랬는데,

그때마다 누나가 장난식으로

“OO이 누나 서운하다!” 이러면서

혼자 병원에 가곤 했었다.

그런 상황으로 6~7개월쯤 지내다가

내가 9살 쯤 됐을 때

누나가 통원이 아니라 아예 병원으로 입원했고,

그때 나도 뭔가

심상치 않았다 정도만 눈치채서

누나한테 막 보채거나

장난치거나 하진 않았던거 같다.

입원하고 2~3달 정도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그냥 있다가 온거 같다.

누나는 나랑 계속 놀고 싶으니까

내가 좋아할만한 것들 찾아서

자기는 관심도 없는 만화 얘기 자꾸 하는데,

난 한창 친구들이랑 싸돌아다니고

놀기 좋아할 때라

되게 시큰둥하게 대했던 거 같다.

그러다 3달 정도 뒤였나.

엄마가 같이 병원 안가도 된다고 하길래

어린 마음에 병원 안가고

친구들이랑 놀 생각에 신나했었다.

그렇게 한동안 병원을 안가고 있었는데

누나가 죽었다.

여름쯤에 누나 장례를 치루고 있는데

엄마 아빠가 많이 우셨던게 기억난다.

누나가 죽고 난 후로

한번도 싸우지 않았던 엄마 아빠가

좀 많이 싸웠던 것도 기억한다.

그러다가도 내가 무슨일이 있거나

울거나 그러면 남은 가족들끼리

단합이 됐었다고 해야되나.. 그래서

아마 엄마 아빠도 이혼 안하고 산게 아닌가 싶다.

그러고 이제 시간이 한 20년쯤 됐으니까

엄마 아빠랑도 가끔 누나 얘기 하는데,

엄마 말로는 누나가 그렇게 입원해 있을 때

너가 왔다 가면 누나가 엄청 많이 울었고,

몸 상태가 안 좋아질 때 마다

누나가 엄마한테

00이는 데려오지 말라고,

보면, 자기가 너무 살고 싶어 질거 같다고

이렇게 말 했다더라,

그리고 누나가 한창 이유없이

용돈 좀 올려 달라던 때가 있었는데

용돈줄 때마다 내 장난감이 늘어났으니

대충 어디 쓰는지 보이니까

그게 또 누나가 너무 기특해서

엄마 아빠 두분이서 너무 많이 울었다고 한다.

내 짧은 생각으론 누나는

아마 나를 삶을 지탱하는 존재로

투영한게 아닌가 싶다.

시간이 지나서 지금 생각해보니까

한번이라도 더 누나랑 병원에 같이 갈껄.

병원만 다니느라 친구도 하나 없었을텐데.

뭐 바라지 말고

누나랑 마실 나가고 산책 나가는 겸

나랑 돈까스 먹고

장난감 사러가고 하는 길에는

누나가 항상 웃어주고 밝았으니까,

누나는 항상 그런 사람 이겠거니 했었는데..

누나도 그땐 어렸는데,

아픈 몸 이끌고 병원 오가는 길에

혼자 무슨 생각을 하면서 걸었을까,

혼자 얼마나 쓸쓸했을까, 싶다..

형제 있는 너네들도.

물론 사이 나쁜 형제들도 있겠지만,

사연같은게 없어도,

옆에 없으면 또 보고 싶은게 형제다..

어느덧 어렸던 내가 누나보다 더 많은 나이를 먹었고

가끔 누나가 살아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가 좀 더 컸을 때 누나가 아팠다면

누나가 외롭지 않게 잘 지켜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자꾸 든다.

누나가 지금 까지 살아 있었다면

잘해줄 수 있다는 확신은 못하겠지만,

후회 하지 않게

미친듯이 노력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