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겨서 별로였던 소개팅녀에게 이상하게 자꾸 호감이 가기 시작한다..

싱글로 얼마나 산건지 가늠도 안되고 있을때

친구로부터 소개팅 하겠냐는 연락이 옴..

소개팅 나가서 홈런 쳐보겠다고

칼을 갈고 나간건 아니고..

여자 만날 때 도대체 어떤 느낌이었는지

기억도 안나서 다시 느껴보고 싶어 나감..

소개팅은 너무 오랜만이라

요즘 트렌드를 여동생한테 물어봄..

나: 야 소개팅 할건데 밥 뭐 먹어야 되냐?

여동생: 딱히 먹고싶은거 없으면

파스타나 피자가 무난하지..

나: 피자헛 가면 되냐?

여동생: 어린이날이냐 븅신아?

나: 그럼?

여동생: 기달려봐 내가 찾아줌

동생이 알려준 가성비 좋은

파스타집으로 약속 잡고 ㄱㄱ

신사도 정신으로

먼저 와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주차비 아끼려고 동사무소 찾다가 지각함..

레스토랑 도착..

나보다 대가리가 하나 더 있는

모델같은 알바가 문 열어줌..

테이블이 꽉찬걸 보니 맛집인듯..

굿 초이스 ^^..

“저 예약했는데..”

“성함이?”

“백달구요..”

“일행분 와 계십니다.

테이블 안내 도와드리겠습니다.”

하.. 존나 긴장된다.

누굴까.. 안 이뻐도 돼..

그냥 평범하면 돼..

피부만 좀 하얬으면..

자 지금부터 확인 들어가 보겠습니다~

따라라라 쿵짝짝 쿵짝짝 쿵짝짝~

여자 혼자 앉아 있는 테이블은 오직 하나..

코너를 돌자 실루엣이 보인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계가 날아와서 꽂힌다..

그 있잖아..

학생들 폭행해서 짤린

서울대 음대 교수같이 생긴 여자애가 앉아있음..

물론 그여자보단 조금 날씬하지만

의미없는 숫자놀음..

기사도 정신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나도 많이 부족한놈 아니던가..

제발 늦었다고 불같이 화내고

나가버렸으면 좋겠다만

순한 말투로 웃으며 인사를 하네..

어색한 첫만남 인사 후

메뉴판 보다가 걍 해물파스타 시킴..

다른 메뉴들은 뭘로 만든건지

알 수 없는 이름들 뿐이라..

그리고 피자도 한판 시킴..

좀 양이 많은듯 하지만..

원래 촌놈들은 짜장면 2개 시키면

탕수육도 하나 시키는 버릇이 있다..

안그럼 외식하는 기분이 안남..

카톡 프로필에 얘는 꽃밭..

나는 람보르기니를 올려놔서

서로에 대한 외모를 모르고 나옴..

목소리는 겁나 좋았는데..

나도 노력중이지만

얘도 싫은 내색없이 생글거리며 잘 먹더라..

이와중에 스파게티는 겁나 맛있었음..

내가 새우를 안 먹고 남겼더니

왜 안 먹냐며..

까먹기 귀찮아서 그렇다니까

나이프 2개로 능숙하게 해체해서

내 접시에 올려줌..

뭐냐..

왜 이런거에 호감도가 상승하는건지..

피자가 반정도 남았는데

포장해서 피클까지 챙겨 넣어쥼..

“이거 랩 씌우지 말고 전자렌지에 돌리세요.”

뭐..뭐냐.. 호감도가 계속 올라가..

먹을만큼 먹어서

식당을 나오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2시간 넘으면 견인조치 한다는

동사무소 경고문 땜에 매우 불안했음..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이따가 다리를 절어볼까

별의별 내 매력도를

떨어뜨릴 궁리를 존나게 했는데

웬지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짐..

그렇다고 술을 먹는다거나

지루하게 영화를 보는 짓은 하고 싶지 않음..

“저기 의상디자인 전공하셨다고..”

“네..”

“저 정장 사야 되는데 좀 골라주세요..”

“지금이요?”

“네..”

“그래요..뭐”

지금 딱 이정도다..

같이 옷을 사러 가고 싶은 정도의 호감..

절대로 애프터를 한다거나

밤늦게 술을 마실 정도는 아님..

아무리 외모가 육중해도

처음 본 소개팅남이

지 옷좀 골라 달라는게 좃같고

자존심 상할법도 한데

마치 지 옷을 사러 가는 것 마냥

신나서 매장을 휘젓고 다님..

얘 땜에 정장 안감 패턴이 왜 중요한지

살면서 처음 알았음..

새로 산 정장을 들고 매장을 나오는 길..

이미 동사무소 데드라인 4시간을 넘겼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음..

견인 됐을 줄 알았던 내 차가

멀쩡히 서 있는걸 보니 행복하기까지 함..

날씨도 선선하고..

뭔가 얘 복덩이 같음..

무의식적으로 얘한테

잘 보이기 위한 행동까지 하는 나를 보고

흠칫놀람..

교수님 집까지 모셔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길..

뭐지..

이 오랜만에 느껴지는 심리적 안정감..

집에 돌아갔는데

자꾸 이 사람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참..

분명 별로였는데..

왜 자꾸 생각나고

한번 더 만나고 싶은지 나도 모르겠음..

이 사람이 나에게 했던 행동들을 보면

확실한 호감표시였기 때문에..

내가 먼저 에프터 신청만 하면 됐음..

며칠 후 시크한척 문자를 보냄..

“잘 들어가셨어요?^^”

몇시간 후 돌아온 답장..

“그날 제가 드린 사인을 좀 오해하신 것 같은데요

다른 좋은 분 만나시길 바라겠습니다.”

개ㅆ1발 빡치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