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갈 때마다 몇백만원씩 깨지고 오는 사람들을 보고 수의사가 쓴 글

1.우리도 “전문직”이다

우리도 6년제다. 등록금 아주 비싸다.

수의사가 되는건 쉽냐?

갑X목X 처럼 인성 터진 새끼도

결국 대가리는 좋아서 수의사 준비중인거다

아주아주 힘들다

대학교 6년 나와서, 또 월급쟁이로

3~4년 더 공부해야지

제대로 된 수의사가 되는데

그게 돈이 안되는 직업이면

도대체 누가 하냐?

2.박리다매가 어렵다

아무리 애완동물을 키우는 애견인구,

애묘인구가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사람만큼 많으냐? 아니다

그리고 사람처럼 빠르게 진료할 수도 없다

사람이라면 아쎄이 기열!

가만히 있으세요! 하겠지만

개와 고양이들은 움직이려고

아주 난리가 나는 ‘동물’이다.

결국 진료 한번 보는데 30분 정도가 들어간다

그리고 주인분들의 상담도 받아야 한다

그 상담비 또한 포함되어 있는거라고 보면 됨

3.사람보다 비싸다

사람과 달리 모든 기계가 비싸다

약도 비싸고.

예를들어 1주일에 10만원짜리

사람 약이 있다고 하면

실제로는

자기부담금 3만원, 나라에서 7만원이 나간다

그치만 개나 고양이는

10만원이 100% 자기부담이다

아니면 사람 약을 1주일에

50만원짜리로 만들면

보험공단에서 제약사 반으로 갈라서 찢어 죽인다

근데 동물 약은 1주일에 50만원에 팔아도

아무런 제약이 없다.

해당 제약사에게

즉 원가가 높은 경우가 많다

물론 약값은 나도 달달하게 벌리긴 함

사실 약이 아무리 비싸봤자

개나 고양이는 70%가 인수공통 약제거든

4.위험부담

동물은 동물이고 연악하다

사람 목숨 얼마나 질기냐?

근데 개나 고양이는 연약하다

사람이라면

“아 그냥 금식하시고 수술합시다 바로ㅇㅇ”

하지만 개나 고양이는

상태 안 좋을 때 수술하면 죽는다.

결국 치료 자체가 장기간,

최대한 비침습적으로 갈 수 밖에는 없다.

사람은 그냥 병원에 와서

당일날 검사하고

다음날 수술하고 2일 정도 입원했다가

집에 가면 되지만

동물은 당일날 검사하고

3~4일 약 먹이면서 상태 좀 보고

수술하고 5일 정도 입원해야 한다

아니면 약만 주구장창 2~3주 먹이거나

5.과잉진료

과잉진료 할 수 밖에 없는 구조기도 함

의사들이 환자 봐도 정작

정확하게는 알 수 없어서

두루뭉실하게 하거나,

예방적 차원에서의 치료를 하는 경우가 있듯이

예를들어 나도 약간 애매하다 싶으면

과잉 진료?를 하는 편임

왜냐면 처음 초진에서

치료가 제대로 안 이루어지면

보호자들이 엄청 불만을 가지고,

화를 내는 경우도 많고

다시 재방문 하지도 않음.

그리고 동물은 동물이라

사람처럼 “며칠 더 지켜보죠”가 안됨.

위에서 말했듯이

사람은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하는데

동물들은 그러다가 상태 급속도로 안 좋아지고

휙 죽어버림.

그러면 병원은 난리가 나는거임.

병원와서 샤우팅 지르고,

카메에 글 올라가고 좃되는거지 뭐.

예를들어 피검사를 했는데

“하..수치가 애매한데..

근데 아마 이거일 것 같기는 한데..

약을 좀 광범위하게 줘야하나..”

하면 그냥 좀 약을 광범위하게 투약함.

6.마인드

내가 지금까지 봐온

거의 90% 이상의 수의사들은

동물이 좋아서 수의사가 된게 아님.

성적이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못가서

성적 맞춰서 온게 수의대였음

전문직이니깐.

(내가 대학가던 시기에는

아직까지는 PEET 대신 약대로 갔었음

다시 약대로 전환이지만)

나도 동물이 좋아서 수의사가 된게 아님.

돈이 좋아서 된거지.

나 동물 별로 안 좋아함.

최대한 사람에게 만족을 주는게 내 철학임

동물은 동물이니깐.

내 워크에씩은 그런거임

난 사람에게 최대한의 만족을 주기 위해

정성을 다한다는 마인드임

대부분의 수의사들도 이럼

그래서 나는 원가에 해드리지만

내 돈까지 쓰지는 않는게 절대적인 원칙임.

길냥이가 불쌍해?

그럼 자기 돈으로 치료를 해야지

물론 길냥이 치료해놓으면

단골이 될 수도 있으니

원가에 해주는거지

절대 길냥이가 불쌍해서 해주는거 아님.

돈 없는 어르신들이 오셔서

우리 강아지 좀 살려달라 해도

나는 진통제 쎄게 주고 끝냄.

그거 수술하고 비싼 약 먹이면

어차피 돈 못내시는게 팩트거든.

근데 그걸 내 돈으로 해줄 이유는 전혀 없고,

그렇게 해준적도 한번도 없음.

그렇다고 마음 아프시게

“그냥 안락사 시키세요” 할 수도 없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돈써서 치료 해봤자

동물이 나한테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러오는 것도 아니고

동물을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위해서 하는 일임.

나는 수의사가

사람에게 서비스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함.

동물에게 서비스 하는 직업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