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한테 연애 좀 하라고 했더니 골프 치러가서 26살 새엄마를 데려왔다..

내 친구 명득이는 서른넷에

열심히 마을 농축산물을 가꾸며

우리땅 우리먹거리를 지키고 있는 친구다.

어느날 명득이 아부지는

26세 “라니”라는 여성을 데려와

본인의 처임을 공표하게 된다.

아무런 예고도 전조현상도 없이

인도네시아에서 골프 몇번치고 돌아와서는

자기보다 8세나 어린 엄마를 만들어준 아부지에게

자초지종을 물으며 개거품을 쏟아냈으나

평소온화한 아부지가 정색을 하며

앞으로 라니는 앞으로 너의 어머니이니

극진히 효를 다하고

마음에 안들면 집을 떠나라라시며

으름장을 놓으셨다.

명득이가 아부지 말씀에

찍소리도 못하는 이유가 있었으니

첫째로 매일같이 아부지에게

“이제 연애좀 하셔~”라며

옆에서 재혼을 부추긴 것과

아부지가 가꿔놓은 농축산물을

팔아나온 이익 일부를 홀랑 꽁으로 먹고

7시리즈 풀할부을 땡겨놔

함부로 거역했다가는 그대로 그지가 되어

쫓겨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전조현상이 없었던 것도 아닌 것이

명득이 아부지는 몇달전부터

내 인도네시아 골프회원권을 갖고

한달에 한번씩 해외골프원정을 가시며

어느날 저녁에는 나에게 국제전화를 하셔서는

“대한아, 나와 결혼해주쎄오가 인도네시아 말로 무엇이냐”

물으셨기에

나는 어느정도 눈치는 채고있었다.

다만 명득이가 7시리즈 탄다고

너무 날 깔보기에 그냥 입닫고 있었다.

그렇게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는데

아부지는 명득이가 새엄마를 무시할까 걱정돼

몇가지 규칙을 만들었으니

아침에 일어나 문안인사를 드릴것,

만들어주는 음식은 무조건 맛있게 먹을것,

장보러 간다고 하면 무조건 7시리즈로 모시고

짐은 항상 들어드릴것,

또 인도네시아 말을 배울 것을 당부했으니

명득이는 피눈물을 흘리며 받아들인다.

그렇게 34세 명득이는 아침마다

26세 라니에게 문안인사를 드리고

조식으로는 밀가루튀김을 먹어야 했으며

농사일을 하든

커피를 마시든

낮잠을 자든

새어머니가 부르면 언제든지 집으로가

기사노릇을 해야했다.

그렇게 몇주간 몸과 마음이 따로놀며

공황장애를 키우던 명득이는

급기야 정신줄을 놓고

새엄마를 본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계획을 짜는데

감자기 집안거실에

청국장을 띄우기 시작하거나

저녁상으로 홍어먹기,

이슬람인 엄마두고 삼겹살먹기,

팬티에 된장발라 내놓기등

갖가지 쌉짓거리를 하게된다.

자기에게 꼽을 준다는 느낌을

매우 강하게 받은 새엄마도

삼시세끼 미고랭주기,

명득이빨래 세제 안 넣고 물빨래하기,

명득이방 청소하다가 발견한 오x홀

거실에 꺼내놓기등으로 반격을 했고

둘사이의 감정의골을 깊어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날 과수원 갔다가

시내에 돌체한잔 하러 나온 명득이는

익숙한 뒷태의 여성이

모텔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했고

그것이 자기 새엄마라는 것을 깨닫고는

신나서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는 집에 돌아가 눈누난나 티비를 보다가

새엄마가 들어오자

“야이 썅~년아~”를 외치며

머리채를 잡아 거실바닥에 던지게 된다.

그리고는 악다구니를 쓰는 새엄마와

놀라 따라온 아부지가

뭐하는짓이냐고 소리를 치자

기세등등한 명득이는

이 썅-년이 해도 안진 한낮에

모텔로 들어가는걸 자기가 봤다고~

아부지 속으신거라고~

이년 남자 있다고~

ㅊ녀 같은년 첫날부터 알아봤다며

개거품을 물고 춤을 추는데

그걸 보고있던 아부지는

명득이 아구창을 날리며

“나랑갔다 이병신새끼야”라고 외치게 된다.

그날을 기점으로 집에서 쫓겨나

과수원에 있는

컨테이너에서 생활을 하게 된 명득이는

복수를 다짐하고 피눈물을 흘렸지만

이미 새엄마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사죄를 올린 명득이의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새엄마가 눈만 부라려도

오줌을 지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래도 하나뿐인 자식이

밥굶는건 볼 수 없어 새엄마는

매 끼니마다 밥과 반찬을 컨테이너로 갖고왔는데

고기반찬이 없자 명득이는

새엄마를 쏘아봤고

새엄마는 “너. 죽는다. 먹는다.”라며

으름장을 놓고는 돌아가자

또 별다른 반항없이 꾸역꾸역 밥을 먹곤했다.

그렇게 몇달이 지나고

아버지의 용서로 본가로 돌아오게 되고

쥐죽은듯이 사는 나날이 계속됐는데

명득이가 절대 참지 못하는 것이 딱하나 있으니

창간때부터 모아둔

맥심 화보들을 건드리는 것이었다.

특히 창간호는

명득이가 가장 아끼는 보물로

우리도 보려면 하얀장갑을 끼고

몇번 뒤적일수나 있는 정도였는데

새엄마는 명득이가 없는 새

이 박스를 다락으로 옮기게 된다.

명득이가 일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어딘가 허전함을 느끼고는

자신의 컬렉션이 사라진걸 알아차리고

새엄마에게 내려가 길길이 날뛰며

내 박스 어디갔냐고 개거품을 물자

당황한 새엄마는

“없어. 박스 없어. 박스 이제 없어.”

를 반복하게 되고

이성의 끈이 끊어진 명득이는

새엄마가 자신의 위치를 과시하기 위해

자기 보물을 버렸다고 생각해

아버지가 새엄마를 위해 꾸며둔

기도방으로 들어가

오줌을 뿌리며 패악질을 해댄다.

거기에 있는 물품을 깨부수며

울부짖는 명득이를 말리지 못해

새엄마는 그저 그 광경을 보고만 있게된다.

한창 패악질을 해대던 명득이는

분이 좀 풀렸는데

새엄마를 쏘아보며

나에게 배운 어설픈 인도네시아 말로

“쁜띵! 이뚜 쁜띵 쁜띵 운뚝 바나나!!

(중요해. 존나 내 바나나를 위해 중요한거야.)”

라고 소리를 치자

새엄마는 명득이 손을 잡고

다락으로 이끌게 된다.

명득이는 다락에 고이 잘 모셔져있는 박스를 보고는

자기가 쌉짓거리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아버지한테 맞아죽을 각오로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는데

그걸 본 새엄마는 모든걸 용서하고

명득이를 안아주며

“비밀.”이라고 말해줬다.

그동안 서러움과

또 오랜만에 받아보는 여성의 자애로움에

명득이는 눈물을 흘리며

새엄마에게 감사를 표했고

그렇게 그날일은 둘만의 비밀이 됐다.

그 뒤로 둘은 세상에 없는 친한 친구 겸

가족이 되어 행복하게 살았고

명득이는 본인보다 8세 어린 어머니에게

효도를 하며 참효자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