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고 6번이나 버려진 개를 전재산 다 털어서 가족으로 만든 애견인 ㅜㅜ

울집 개스끼

파양 6번 당한 불쌍한 개스끼

나한테 왔을 때

지난 여섯 년놈들보다 잘해주자 다짐했고

그렇게 아무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

어느날 퇴근해서 집에 돌아 와 보니

바닥에 흥건한 피웅덩이.

옆엔 선치처럼 굳어버린 피 뭉텅이..

처음엔 살점인줄 알았다.

그렇게 피를 잔뜩 흘려놓고도

내가 문 열자마자 꼬리치는 이 미련탱이 개스끼.

짐이고 나발이고 다 갖다 던지고 살펴보니

이상하게도 몸엔 상처하나 없었다.

토혈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몸집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피가 바닥에 고여있었다.

일단 피 웅덩이 사진찍고

옆에 피 뭉텅이 사진 찍고

바로 켄넬에 개스끼 넣고 뛰었다.

가까운 동물병원까지 뛰어가다

뭔가에 부딪혔는데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일단 검사 받아보니 혈액량이 너무 적고

피가 연하다고 했었나.

‘정확한 검사는 큰 병원 가셔야합니다.

여기선 장비가 없어서 못합니다.’

그 소리 듣고나와서 병원비 계산하려고

지갑 꺼내다 아래를 보니 내 발이 보이더라.

오른발 새끼발가락쪽에 벌겋게 피가 묻었더라고.

양말 벗어보니 새끼발톱이 뒤집어져서

뚜껑이 열린 상태더라.

부딪힌게 제법 딱딱했던 모양이지.

편의점에서 밴드 사다가 발가락에 둘둘 감고나니

운전이고 뭐고 할 생각이 안들어서

택시를 잡아타고 큰 병원으로 갔다.

잠깐동안 앉아서 대기하는 동안도

평소랑 다름 없이 꼬리치는 개스끼.

진료실로 들어가서 찍어온 사진과

최근 이상했던 점을 이야기했는데

그중 하나가 유독 더 새까만 변을 본 것.

변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머리를 스친 생각이 있었다.

이미 며칠전부터 출혈이 있었구나.

위장에서 피가 나고

먹은 음식물과 함께 소화되면서

색이 검고 짙은 변을 봤구나.

왜 알아볼 생각을 안했지?

하루라도 일찍 왔으면 더 좋았을걸.

수의사 소견으로는

위 내부에 상처가 난 것 같은데

거기서 계속해서 실혈이 있다.

보통 혈소판수치가 정상이면 피가 멎어야하는데

원래 빈혈이 있었던 것 같다.

혈소판수치가 낮아서 출혈이 안잡힌다.

이런 경우엔 수혈하고

경과를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

아직까지 그때 수의사가 했던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이대로 실혈이 멈추지 않으면 힘들수도 있어요.’

이런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고있는데도

눈 앞에 보이는 개스끼는

무슨 힘이 남았는지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쓰다듬다가

평소처럼 등가죽을 잡아 당겨봤다.

탄력이 하나도 없었다.

가죽이 제자리를 찾아가질 못하고

당긴모양 그대로 옆으로 접혀버렸다.

수의사는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살려야지.

살려야 내 다짐도 지킬 수 있는거잖아.

입원해야하고 하루에 수혈해야하는 양과

필요한 약들 기타 비용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대충 계산해보니 생각보다 비용이 컸다.

당시에 계산했던건 3~5일 입원생각하고

비용은 100만원 내외로

나름 계산을 했던 것 같다.

입원하기로 했다.

비용이 많이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서

병원비 관련해서 따로 할인을 받거나

지원 받는 제도가 있는지 물어봤지만 없었다.

그렇게 첫날 하루를 병원에 맡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 문을 열어보니 첫번째로 눈에 들어온게

치우지못한 피 웅덩이와 피 뭉텅이들이었고

두번째론 비어있는 개스끼 집과 방석

덩그러니 놓여있는 장난감과 개껌이었다.

다음날 점심 쯤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너무 짖고 울어서 수혈이 힘들다고 했다.

퇴근하고 바로 병원으로 가서

수혈받는 개스끼를 하염없이 쓰다듬었다.

수혈을 팩으로 하는게 아니더라.

기계에다 피를 채운 주사기 같은걸 꽂고

라인을 연결해서 주입하는데

그 속도가 아주 느렸다.

주사기 하나 맞는데 두시간쯤 걸렸던 것 같다.

어떤날은 두번 맞기도 했다.

입이 말랐는지 끈적한 침소리만 들렸고

숨소리도 위태롭게 들렸다.

쓰다듬다가 눈이 마주치면 무슨 힘이 있다고

꼬리를 그렇게 흔들어댔다.

그렇게 수혈이 필요한날은 매번

두시간이고 네시간이고

수혈이 끝날 때까지 있었다.

병원 간호사들, 의사들 사이에서

소문이 난 모양이더라.

우리집 개스끼.

몸집은 작은데 목청이 중대형견이라면서.

진료접수하고 대기한다고 앉아있는데

내 목소리를 알아들은건지

누가 들어도 내새끼 짖는 소리가 들리고

내 옆에서 따라짖는 시바견이 한마리 있었다.

그 시바는 앙 앙 짖는데

울집개스끼 웤! 웤! 하고 짖어댔다.

덩치가 울집개스끼보다 4배는 컸다.

그 시바스끼

차츰 회복하고

입원에서 통원치료로 전환하기로 했다.

중간 정산을 두어번 하긴 했었다.

47만원 한번 80만원 한번

마지막 계산을 하는데

총 금액 계산해보니 319만원이더라.

그 시기가 내 수중에 육만원 현금있고

전화요금 못내고 보험료도 미납인

제법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 육만원도 결국 개스끼 먹일

부드러운 습식사료 사는데 56,000원 쓰고

사천원으로 디스 하나 사다 폈다.

담배 끊었었는데.

그렇게 살면서도

이놈새끼 살린거 단 한번도 후회한 적 없다.

그때보다 여유가 조금은 생겼지만

다시 병원을 가고싶진 않다.

내 사정 때문이 아니라 이 스끼가 아픈게 싫다.

사람새끼는 그래도 아프면 아프다 말이나하지

개스끼 지가 아프면서도 말을 못하니

이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일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던 나날이었다.

이 글의 목적은 없다.

그냥 며칠전에 얼핏 봤던

돈 없으면 개 키우면 안되나요 보고

생각나서 써봤다.

글이라는게 꼭 내가 목적이나 의미를 정해둬도

목적도 의미도 결국 읽는사람 몫이더라고.

그래서 그 개스끼 지금 뭐하냐고?

폰 거치대도 했다가

귀염뽀짝도 했다가

개스낀데 밤중에 우다다다 뛰다가 점프해서

내 존슨에 궁 한번씩 박기도 하고

뭐.. 그렇게 잘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