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힘든 군생활 얘기할 때 혼자서 ‘개재밌었다’ 라고 말하는 아재

때는 바야흐로 2006년 11월

학사경고를 뒤로한 채

대한민국 육군의 부름을 받고 입대를 했었던 아재다.

남들은 얼마나 힘든 군대를 다녀왔고

얼마나 스펙타클한 스토리가 함께 하였고

자신이 얼마나 전문적인 일을 하였는지

술자리에서 썰을 풀지만

나는 얼마나 등신같고 유머러스하고

환상속에만 존재할 거 같은 등신같은

군대를 다녀왔는지에 대해 썰을 푼다.

내 이야기 뿐만 아니라

사실로 확인된 고참들과

인근 부대 썰까지 풀어보려고 한다.

1.구보

남들은 최전방에서 스펙타클하게 군생활을 할 때

나도 그들과 함께 최전방에서 군생활을 하였다.

다만 나는 남쪽 끝이었다.

전방의 GP나 GOP같은 ‘해안소초’가

내 자대생활의 시작이었다.

해안부대 경험을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해안소초’는 연병장.. 즉 운동장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아침 구보’나 체력단련을 위한 ‘구보’를

부대 밖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여름에는 구보를 하다가

인근 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즐기기도 하였고

소초PX에 항상 부족하던 담배를 구매 할 기회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소초에 있을때

아침구보는 90% 이상은 안했다.

그냥 안했다. 이유가 없었다.

간부건 병사건 다들 귀찮았고..

정말로.. 정말 가끔씩.. 산보 수준으로 다녀왔었다.

그런데 정작 사고는 여기서 터진게 아니었다.

자주 문제를 일으키던 아빠군번 고참이

구보를 매우 멀리~ 멀리~ 나가서

거의 외출 수준으로 나간거다.

지가 민간인 주부도 아닌게 장을 보고

아이스크림 쪽쪽 빨다가

그냥 차타고 이동중이던 ‘대대장’에게 걸렸다.

‘파라다이스 소초’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대대장은

영창보낼 생각을 하기전에

무슨 사정이 있는가가 궁금했고

이 등신같은 선임은

‘소초에 부식(먹을거)이 많이 부족해서

부소초장님 허락받고 주전부리 좀 사러왔습니다’

식으로 간부를 팔았고..

소초는 병사들이 사주는 과자를

엄청나게 먹을 수 있었으며,

중대장과 행보관이 대대장한테 피를보고

소대장(소초장)이랑 부소대장(부소초장)도

내리갈굼으로 피를 봤다.

그래도 우리 간부들이 대단한건

거기서 다른말 없이 자기들이 욕먹고

커버치고 다 끝냈다..

우리의 주적은 소대장과 부소대장이 아니었고

우린 한패였다.

2.매복

다른 군인들은 ‘치킨’이나 ‘짜장면’, ‘술’이

군대 있을 때

가장 먹고 싶은거였다고 하지만..

우리는 전혀 아니었다.

우리는 병1신부대였다.

일반 군인이나 예비역의 상식이

전혀 통하는 곳이 아니었다.

다른 군인들이 ‘매복’을 힘들어 하지만

우리의 매복은 즉 회식 이었다.

보통 매복을 나가면 매복지로

‘치킨’이나 ‘피자’랑 소주 한두병 시켜서

매복지에서 6명이 도란도란 야외 회식하고

침낭에서 푹자고 복귀하면 되는 거였다.

이를 위해서 엄청난 준비와 희생이 뒤따랐었다

매복지에 침낭을 합법적으로 가져가기 위해서

눈도 안오는 ‘남해안’에서

개꿀빨면서 군생활 했지만

발가락에 동상 걸렸던 등신 한명의 이름을 팔며

병사 복지를 위해 매복지에

침낭을 가져가도 된다는 허가가 떨어졌고,

우리는 불안감 없이 침낭을 가지고

매복지에 자러갈 수 있었다.

특히 겨울에 엄청 추울때

매복지에서 먹던 치킨맛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치킨 두마리 6명이서 나눠먹고

소주 한 두잔씩 마시고 밖에서

영상5도 ~ 영하1도의 얼어죽을거 같은

강추위 일때 들어가는 침낭은

별다섯개 호텔의 VIP룸이 부럽지 않았다.

3.리니지

다른 부대에서 악폐습을 이야기 할때

구타 폭행 폭언 욕설 등이 주를 이루지만

우리는 ‘리니지’ 였다.

부소대장이 ‘리니지’ 중독이었고,

나는 ‘리니지’를 좀 하다 군대에 왔었다.

그래서 진행 된 악폐습 ‘리니지’ 였다.

진짜 내 소초생활 대부분은 ‘리니지 였다.

소초에는 싸제인터넷이 연결되었고..

‘싸지방’처럼 계정 같은거 필요없었다.

그냥 PC다..

아무튼..

부소대장 리니지 캐릭 부주를 돌리게 되었고..

계약내용은… 먹는 템+아데나 만큼

돈으로 주거나

PX, 혹은 지마켓에서 먹을걸 사주고

나는 경험치만 올려주면 되는거였다.

그당시 라인캐릭에 아크다엘 이었고..

돈이 정말 잘 벌렸다.

집행검 만들면 전역할때 차 사준다고 해서

미친듯한적도 있지만..

아무튼 돈은 정말 잘 모였다.

축젤 축데이 이런거는 먹으면

그날 그냥 돈 뿜빠이 해달라해서

치킨먹고 피자먹고 그랬다..

한번은 구경하고 다니다가 캐릭터 죽었는데

진짜 이틀 내내 개갈굼 당했다.

아직도 가끔 꿈 꿀 때,

리니지 하다가 캐릭죽거나 템 떨구거나

그런 악몽 꾼다..

그게 왜 악몽 수준이냐고?

아무리 친해도 간부의 캐릭터가

죽거나 몇십만원짜리 템을 떨군다고 생각해보셈..

4.아이돌

군대에 있을 때,

근처에 공연온 소녀시대를 실제로 본적이 있다.

그리고 난 제시카 팬이었다.

앨범하나도 안사고 생일도 모르고

팬클럽 가입도 안했지만.. 그냥 팬이었다.

제시카가 제일 이뻤다.

암튼.. 우리 소초에 모 아이돌이

‘위문’을 온적이 있다.

대대나 중대도 아니라 ‘소초’에.

해당 아이돌이 이 내용을 알면

기절할 내용이기 때문에

아이돌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그룹명 말하면 다들 알만한 아이돌이다.

아무리 편한 부대라도

딱 하나 허락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건 ‘여자’였다.

그리고 그 욕망이 절정에 달하면 그냥 ‘변태’가 된다.

진짜 세상을 살다보면

정신나간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상상의 정도를 뛰어넘을 때가 있다.

아이돌이 위문을 왔는데

군대는 화장실이 남자화장실 밖에 없다.

아이돌이 화장실을 갈 때,

어깨같은 형들이 화장실 문앞을 지키고

한번에 볼일 봤다.

그리고 인간의 정말 추악한 모습이 보여지게 됐는데..

이드병은 이제 들어와서 이등병이고

일병은 일만해서 일병..

병1신이라서 ‘병장’이라고 부른다더니..

몇 병장들이 쓰레기통을 뒤졌다.

그리고 ‘유레카’를 외치더니..

그리고.. 그걸로.. 개 또라이들.

선임이라 이건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다들 조용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5.탈영

우리 해안부대가 아니라

대대본부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탈영병이 발생했다.

진짜 탈영범..

다른 사람들은 탈영을 할 때, 어떤식으로 하나?

휴가 미복귀? 월담?

우리 탈영병은 그런 추잡하고

쪼잔한 짓을 하지 않았다.

그는 상병이었고 이등병이나

일병과 같이 소심한 짓을 하지 않았다.

그는 휴가증을 위조해서 점호가 끝난다음에

당당하게 위병소를 통과해서 나갔다.

대대도 악폐습이 없다 못해서

개막장에 가까운 부대 였는데

상병 달고서 왜 탈영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때 우리소초에서

간부캐릭 죽이거나 템 뛀궜나 하고서

우스갯 소리를 했다가 아차 싶었다.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는 막장 부대였다.

그리고 내가 전역할 때 까지 잡지 못했었다.

우리 소초에서 힘들 이유가 전혀 없었다.

진실은 부소대장만 알 것이다.

그냥 기억나는 큰 이야기는 저런것들이고

작은것들도 정말 많았다.

-중대에 사리곰탕 통조림이 많이 남아서

봉지 라면 끓일때 그냥 물이 아니라

강제로 ‘사리곰탕’ 육수에 끓이게 했다.

문제는 한두번은 이게 정말 맛있는데..

이걸 한달동안 계속 쳐먹이니..

그리고 부식중에 스파게티가 많이 남았다고

그 라면 ‘스파게티’를

일주일 삼시세끼를 다 먹인적도 있다.

우리는 항상 먹을게 풍족..했다.

-군단장이 헬기타고 온다고 해서

군부대 뿐만 아니라

인근 해수욕장이랑 둘러볼 수 있다고

일주일동안 해수욕장 근처까지 제초하고

청소하고 도로 아스팔트까지 물청소 했다.

그리고 군단장 십1새기 안왔다.

-간부랑 선임들이 군생활 하면서 모은돈으로

주식에 몰빵했고 그리고 휴지조각 됐다.

이게 본인 이등병때 일인데

우리 부대만 한 500만원 정도 날아갔고

내 기억속에 가장 심각했던 군대 분위기가

딱 이때다.

더 가관인건 리니지 시키던 부소대장은

불안하다고 며칠 빠르게

본인이 가진 주식 팔았고 혼자 손해 안봤다.

선임들 대부분이 조금 더 벌어보겠다고 하다가

돈 날렸고

지나가다 숨을 왜 그렇게 쉬냐고

삼십분동안 갈굼 먹을 정도였다.

-우리부대가 얼마나 당나라 였냐면

대대장 명령하에

중대장이 병사들을 밖으로 다 내보내고서

내무실이랑 다 점검한 적이 있다.

멀티탭 2개가 휴대폰 충전기를 주렁주렁 달고 나오고

닌텐도DS와 PSP,

싸지방에서 보려고 만든 야동USB 등.

너무 많아서 보통 휴가 짤리고 끝났다.

-이런 등신같은 부대였어도 전투력은 최고였다.

내가 만난 선임들부터 내가 전역할때까지

‘선봉중대’를 놓친적이 없었고

분대장파견, 공용화기 파견가면

전원 상위권에 사격대회라던지

무슨 사이보그 뽑는것처럼 뭐더라..

그 엘리트 병사들끼리 뽑아서 경쟁하고

대회하는 곳에서 우리중대가 항상 상위권이었다.

부대가 등신이라 ‘일과’ 가 없고,

하는거라곤 ‘플스’나 ‘운동’이 전부다인데에다가

먹고 싶은만큼 먹고 여유시간도 많아서

몸이 박스그래픽 같은 놈들도 많았고

악폐습도 없어서 이등병때부터 운동하고

공부하다 보니 다들 머리도 잘 돌아갔다.

그러다 보니 휴가증이 넘쳤다.

전역 이주 정도 남았을 때 부소대장 한테

“부소대장님 혹시 간첩 아닙니까?” 하고

농담반 진담반 물어본 적이 있다.

진짜 부대 이렇게 돌아갈 정도면

간부들이 간첩 아닌가 하고 의심이 생길 정도였으니까.

앞뒤 서론본론도 없이 쓰게 됐는데.

그냥 요약하면.

-군대는 편한 곳이 짱.

악폐습없고 등신짓만 하고 놀고 먹는게

전투력 1등 부대의 지름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