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짬밥만 13년을 먹은 직원의 흥미진진한 ‘공장 직원의 삶’

-아침 9시-

공장 도착해서 담배 한대 피고

도살장 끌려가는 마음으로 현장에 도착하면

전날 밤을 쫄딱 샌 야간조 근무자가

입에서 커피+담배 냄새 풍기며 인수인계를 해줌

주된 인수인계 내용은

기계 몇호기가 썩었다 맛갔다 같은

듣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한 내용들 뿐임

그렇게 인수인계를 마치고

기계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하루가 시작

베트남에서 온 뚜언이가

오전에 높은 사람들이 와서 현장을 본다고 알려줌

이새끼 분명히 한국말 할 줄 아는데

나에게만 일부러 반말하는 것 같음

(반장에겐 요자 ㅈㄴ 잘 붙임)

이상한 양복쟁이들이 몰려와서

내가 일하는 현장을 보며 수군수군함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아무렇지 않게 일하지만

속으로는 존나 신경쓰임

그러다 양복쟁이들은 돌아가고

행복한 점심시간이 찾아옴

-점심 12시 30분-

다들 10분만에 밥 먹고 들어와서

대충 퍼질러 앉아 스마트폰 보거나

이어폰 꽂고 노래 듣고 있음

점심시간이 40분밖에 안 돼서 개빡셈..

휴게시간 1시간에서

나머지 20분은 오전 쉬는시간 10분

오후 쉬는시간 10분 쪼개서 사용

그래도 점심에 계속 앉아서 최대한 쉬어야 됨

오후 내내 서 있어야 하므로..

-오후 3시-

작업 물량은 쌓이고 시간은 안 가고

아주 죽을 것 같음

쉴새없이 기계 돌아가는 굉음이 비트가 되어

내 마음을 계속 불안하게 함

공장은 아무 일 없어도 일단 불안함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음

-저녁 7시-

저녁시간 30분 대충 밥 먹고 잔업 시작.

그래도 퇴근시간이 눈에 보이니

갑자기 공장에 활기가 돔

다들 집에 가면 뭐할까 생각하며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데..

“얘들아 씨바 오늘 한잔 해야지?!~~”

또라이 반장이

또 술처먹자고 사람들 모으는 중..

다들 파김치가 되어 있는데

이새끼만 언제나 유쾌함..

공장을 오래 다녀서

미쳐버렸다는 소문도 있음..

그렇게 어쩔 수 없이 거절도 못하고

반장을 따라 술약속을 잡음

-밤 10시 반-

동네 호프집 상석에 앉아 가오 잡는 반장..

“야 씨바 형이 니들에게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야~”

반장 이새끼 돈 있는 날은

노래방 도우미 불러서 혼자 놀고

돈 없는 날은 우리들을 불러 술마심..

회사 이야기 2교대 이야기

물량 이야기

회사경리 청바지 핏이 어쩌니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 나누다 술자리 끝남

-밤 12시-

인적이라고는 없는 원룸촌에 돌아와

대충 씻고 누우니 암울함이 밀려옴.

몇 시간 자고 일어나면

이짓거리를 또 반복해야 한다니..

그렇게 미래라고는 없는

00공단의 하루가 저물어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