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에 미친 학교 선배한테 눈에 띄어서 같이 달려야만 했던 남자

세상에는 수 많은 병신들이 있다.

그 중에는 평범한 병신과, 똘끼 넘치는 병신,

그 외에 다양한 병신이 존재하는데

이번 병신은 에너지틱한 병신이다.

학창시절, 하도 지지리 공부를 못해서

5등급에서 놀다가 생각없이 넣은 원서가

하늘의 은총으로 얻어걸려

수도권 전문대에 다니게 되었다.

대부분의 전문대가 그러하듯,

OT 와 MT를 거쳐

어떤 놈이 나를 즐겁게 해 줄 사람인지,

어떤 여자가 아이유 뺨치게 이쁜지

탐색전을 펼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언제나 술을 갈구하며

마셔라 부어라를 일삼는 악의 무리들 사이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주량 늘리는 연습을 같이 하게 된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개병신같던 이미지를 청산하기 위해

마시지도 못하는 술 마시고,

뭣도 못하는 드립치며 이미지와 인간관계를 쌓았다.

그렇게 술마시고

나를 유흥거리로 만드는데 몰두하다

그 때 당시 스프린터란 별명을 가진

한 선배의 눈에 띄게 된다.

그는 별명에 걸맞게 50미터를

6.5초에 주파하는 축구선수급 주력을 가졌는데

그런 선배가 왜 나를 알게 되었나 했더니

내가 대학 운동회 계주에 주자로 나와서

다른 주자들을 제치고 단독질주를 했었는데

그 모습이 감명깊었다고 했다.

그걸 계기로 인해

그와 함께 다니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그게 지옥의 시간이 될 줄은 궁예도 몰랐을 것이다..

그는 여자들에게는 위트있고,

운동 잘하는 남자로 인식되어 있었는데

여자들과 같이 매점에서 밥을 먹을 때

여 후배가 다음 수업 책을 두고 왔다고 하자

“이 도시락이 식기 전에 과방에 책을 가져오겠소”

라는 싸구려 멘트를 날리며

관우급 비장함을 몸에 두른 채

걸어서 왕복 15분 거리를

약 4분만에 갔다오곤 했다.

그는 언제나 갔다 오면

“나 개쩔지?”

라는 답정너 같은 멘트를 쳤는데

여자들에겐 이 행동이 은근 잘 먹혔던 모양이다.

ㅅ1발 나는 못 봐주겠던데.

그러나 그는 나와 있을 때나, 나를 만났을 땐

에너자이저를 장착한 바이브레이터처럼

나랑 달리기를 할 생각에

얼굴에 머금은 미소와

몸에 흐르는 전율을 참지 못했다.

“야 OO아! 매점까지 누가 더 빨리가나, 콜?”

“OO아! 집가냐? 버스정류장까지 음료수 내기 콜?”

“OO아! 내일 할거 없으면 누가 먼저 쓰러지나 달려보기 콜?”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난 달리기 안 좋아한다고 미친새기야 진짜”

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학교 다니기 힘들 건 뻔할 것이고,

그래도 한번 같이 뛰어주면

한동안은 잠잠해졌기 때문에

1학기의 반 이상은

달리기와 그를 위해 보냈던 것 같다.

영원히 달리기와 함께 살 것 같았던 그였지만

그에게 있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역대급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여름방학을 중반 쯤 보냈을 때였다.

그가 입원을 했으니 시간되는 사람은

얼굴 좀 보러 가보라는 과톡 내용이었다.

아니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릴 정도로 펄펄하시던 분이

무엇때문에 입원을 하셨나,

뭐하고 사시나 궁금하기도 해서

대학병원으로 문병을 가게 되었다.

찾아갔더니 기흉에 걸려 가슴에 관을 꼽고

공기를 빼내던 그의 모습을 보았다.

일어나기도 힘들어보이는 그에게

그냥 누워있으라고 했다.

침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그를 쳐다보았다.

언제나 활기차보이던 그의 모습은

더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와 나는 짧은 시간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침을 맞아 기운차게 기지개를 폈더니

그 날 이후로 가슴이 아프더랜다.

괜찮겠지 하고 담약을 먹다가

참을 수 없어 병원에 갔더니 기흉에 걸렸다고,

위험한 폐포들이 많아 수술을 했다고.

그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던 중

그가 내 앞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

뒤이어 슬피 우는 목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그 사람이 그렇게 우는 걸 처음 보았다.

무엇이 그를 그리도 슬프게 만들었던 것일까..

기흉이라는 병이 많이 고통스러웠던 것일까..

그러다 다음 그의 말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이 싹 사라졌다.

“달리기.. 꺽.. 끅.. 달리기.. 끅.. 하지 말래..

흑 흑.. 나 어떡끅끆..해..달리기 모태..”

그냥 뒤져라 이새끼야

그 날 이후 그는 완쾌하였으나

달리기에 대한 열망을 잊지 못해

한동안 슬픔이 잠기며

산책 못한 강아지 표정을 하고 학교생활을 하게 되었다.

달리기에 모든 힘과 열정을 쏟아붓던 그에게

남은 것이라곤 F 두개가 들어간 학점뿐이었다.

후에 기운을 차린 그는

달리기를 못 하게 된 대신

연애를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부던히 노력하여 첫 여자친구가 생기게 되었는데,

생긴 지 4개월 쯔음에

다시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다.

이유는 기흉이 재발해서.

어쩔 수 없이 나는 또 그의 병문안을 가게 되었다.

이번엔 또 뭘 하시다가

재발을 하셨냐고 물어보았더니

달리기를 못 하게 됐다고 말할 때보다 더 서럽게 울면서

“여자..친구랑..꺼억어 섹ㅆ으..스 하다가 꺼어으윽

나 못하..나봐..어떡끄윽..해..으어어어어”

ㅆ1발 그냥 진짜 뒤져주세요 폐병신아

결국 수술 후 그는

달리기에 쓰지 못한 힘을 여자친구에게 쓰다가 쓰러졌고

그의 여자친구는 한번 할 때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그를 보고 현타가 왔는지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했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동정심이 남은 사람이라면

몸뚱이도 병신되고

마음도 상처받은 그를 위해 기도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