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실수 한 번으로 성격이 180도 바뀌어버린 천사 같던 여동생

한 2년전 얘기인데 우리집이 좀 가난했다.

어머니는 집안살림하고 아버지 혼자 돈을 버셨는데

주식으로 큰돈 한번 말아드시더니

영화에서나 보던 술주정뱅이에

허구한날 마누라 줘패는 깡패가 되더라고

어머니는 집에 있으면 자꾸 구타를 당하니까

아버지 오실 때쯤 되면 나가셨다가

아버지 주무시면 들어오시고 그랬다

그렇게 가정이 무너지기 시작하더라.

당시 내가 스무살이였는데

어느날 아버지가 술 만취해서 집 들어오시더니

내딸 어딨어 내딸 이러더라

동생이 나와서 아빠 부축해주면서

무슨 술을 이렇게 마셨냐고

빨리 집들어가서 자라고 양말까지 다 벗겨주고

물 갖다주고 해장국 끓여주고 진짜 효녀였다.

근데 아버지가 애비가 술먹는게 그렇게 싫으냐?

이러시더니 다짜고짜

집에 나무로된 야구배트 들고와서

동생 진짜 마구잡이로 패기 시작하더라..

너무 놀래서 바로 일어나서

내가 방망이 잡고 말리고 난리가 났는데

아버지가 몸부림을 심하게 하셔서 내가 잠깐 넘어졌다.

그 사이에 또 동생 엄청 맞았다

동생이 너무 아파서 몸부림을 이리저리 하는데도

빠따로 동생 머리도 때리시더라고.

그러다가 갑자기 집에서 휙 나가셨는데

내가 그때 동생 데리고 눈물 콧물 다 흘리면서

맨발로 미친듯이 병원으로 갔다.

밤이였는데 응급실로 동생 부축하고 가니까

피떡 된 동생 얼굴 보고는

간호사들이 엄청 놀랬었던 것 같다

시간 좀 지나서 동생 결과보는데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나가버렸다.

진짜 온몸 구석구석에 멍들고.

동생이 입원했다가 퇴원 후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우울증까지 와서

졸업도 얼마 안 남은 고등학교까지 중퇴했다.

아버지는 그때 이후로 집에 들어오지 않으셨다.

죄책감인지 아니면 그냥 지 인생 살러 간건지

휴대폰도 없는 번호라 하고

사실 그냥 내가 찾을 마음이 별로 없었다.

찾기가 싫었다 그냥.

평생 없는 사람이였으면 좋겠다 싶었다.

어머니도 아버지를 찾을 맘이 없었고

동생도 아버지에 대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 일 이후로 집도 이사갔다. 쪼그만한데로..

어머니는 공장에서 일하셨고

동생은 우울증약 먹으면서 집에서 쉬고

나도 공장 알바 뛰면서

집에 전기세 수돗세 가스세 등

동생 약값에 뭐에

어머니랑 같이 벌어도 벅차더라

근데 이제 내가 군대 가야할 때가 와버린거야.

와 ㅆ1발 둘이 벌어서 먹고 살기도 힘든데

나 군대 가면 어머니 혼자 어떡하나 싶더라

진짜 입대에 대한 막막함보다

가정 문제에 신경쓰여서 불면증까지 생기고

가끔은 수면유도제까지 먹으면서 잤다.

입영 날짜에 논산가는 길에

어머니하고 동생이 따라와줬는데

들어가기 전에 동생이랑 어머니 얼굴 보는데

진짜 눈물이 너무 났다

다른 가족들은 거의 웃으면서 보내는데

우리 가족은 너무 울었다.

중간중간에 휴가 나와서 집에 가보니

엄마가 열심히 일 하셔서

그래도 나름 집은 굴러가고 있더라.

어영부영 군생활하다 제대하고 집에 갔는데

엄마가 엄청 반겨주면서 아들 제대 축하한다고 하시는데

집에 있어야 할 동생이 보이지가 않더라고.

몇시간 있다가 약간 쩔뚝 거리면서 집에 오더니

담배 냄새가 진동을 하는거야

애가 화장도 귀신처럼 짙게하고

진짜 순수하고 착한 애가

내가 군생활하고 못 보던 사이에 확 변해버린 거야

그러더니 “오빠 왔어?” 이러고

그냥 방으로 들어가더라.

그때 어머니 표정이 조금 안 좋았다.

나한텐 어머니가 동생에 대해 아무말도 하지않더라.

한편으로는 그런 동생에게

서운함을 느끼기보다는 마음이 아팠다.

가정 문제 때문에 삐뚤어진걸까..

그냥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날 혼자 술만 먹은 것 같다.

근데 다음날 애가 아침에 밖에 나가더니

집에 들어오질 않더라고.

저녁에 연락했는데 휴대폰은 꺼져있고

친구집에서 자나 싶어서

내일 들어오겠지 하고 말았는데

그 다음날도 안 들어오더라.

어머니가 진짜 걱정하면서

나한테 나가서 찾아봐야하지 않겠냐고

울면서 말씀하시길래

동생 친구들을 몇명 알고 있어서

친구들한테 연락 돌렸더니 다들 근황을 모르겠대.

그날 하루종일 밖에서 친구 2명 데리고

구석구석 찾아다녔지만 도저히 못 찾겠더라고.

나도 마음이 급해지고 오만생각이 다 들더라.

범죄자 같은 새끼한테 잡힌건 아닌가

아니면 어디가서 사고라도 당한건가

뉴스에서 보던 여자들이

길거리에서 당하는 안 좋은 일도 막 떠오르고

결국은 경찰에 실종신고 넣었다.

그 뒤 한 3개월동안 나 혼자

동생 사진으로 만든 전단지도 붙여보고

이리저리 찾아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동생이 걱정에 잘 안 먹던 술도 매일 마셨다.

어머니가 술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으셔서

잠깐 나갔다 온다고 하고 집 앞 골목에서

몰래 깡소주 마시다가 들어오고 그랬다

어머니는 매일밤 우셨다.. 딸걱정에..

공장 생산직 하면서

일 끝나면 찾다가 자고

일어나면 일가고 그랬다.

그렇게 한 2~3개월 더 지났나

동생을 찾았다.

친구들이랑 오랜만에 만나서 술 한잔 하고

술이빠이 취하고 집갈려고 택시 기다리고 있는데

인천 계산동에 사는 애들은 알텐데

계산택지나 계산시장 쪽에 유흥주점이 많거든.

거기에 보도 뛰는 애들 실어나르는

봉고차가 꽤 많이 다녀.

근데 웬 봉고차 한대에서 여자가 둘이 내리는데

진짜 얼굴 한눈에 알아보겠더라.

내 동생이였다.

쩔뚝거리면서 내리더라.

겨울이였는데 검은 코트에 웨이브펌하고

장화 같은거 신고 있었다.

전형적인 노래방 도우미 패션.

진짜 순간 굳었다.

내 동생이 저럴 줄은 상상도 못 해봤거든.

바로 이름 부르면서 달려갔다.

동생 손목 꽉 잡고 일단은 택시타고 집으로 향했다.

아무 반항 안하더라

그냥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동생이.

그리고 집앞에 내려서

집앞 공터에 앉아서

무슨 얘기부터 할지 몰라서 동생 얼굴을 보는데

술도 많이 먹고 애가 얼굴이 너무 상했더라.

마음 한편으로 진짜

화가 너무 많이나서 때리고 싶었다.

근데 아버지하고

똑같은 인간이 될 수는 없었어.

또 한편으로는 너무 안쓰러웠다.

눈물이 너무났다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난다

그냥 꽉 껴안고 울었다. 동생도 울고.

그러더니 먼저 입을 열더라

오빠 내가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내가 도대체 왜 이랬는지 모르겠다

내가 과연 집으로 돌아갈 자격이 있을까

정말 죽고싶었다는 말을 하더라..

동생에게 왜 그랬냐고 꾸짖음을 하기보단

아무것도 묻지않고 집에 데려와서

일반 가정처럼 가난하더라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어디서 지냈냐고 밥은 잘먹고 다녔냐

무슨일이 있었던거냐 진짜 묻고 싶었지만

그냥 아무것도 묻지않고

집에 돌아오라고 했는데 동생도 수긍하더라.

집에 동생 데려가니까

어머니 그날 동생 부둥켜안고 하루종일 우셨다

새벽에..

그렇게 다음날 되고 동생이 할말 있다고

자기가 6개월 동안 1500만원 정도 모았다고

집안에 쓰자고 하더라.

어머니랑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 2년 정도 지났는데

어머니는 집에서 살림을 하시고

아버지는 아직도 연락 안되고 뭐 하고 사는지

어디서 술 먹다가 죽었는지 모른다.

동생은 이제 괜찮으니 아버지가 보고싶다고 하는데

난 솔직히 별로 찾기가 싫다.

아버지를 안 봤으면 좋겠다.

동생은 우울증은 지금은 없다.

검정고시로 고졸 상태고 인테리어쪽 일 하고있다.

나는 지금 제법 괜찮은 생산직 다니고 있고.

여전히 돈 없는 가난한 가정이지만

그래도 나름 웃으면서 살고있다.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말에

나는 공감하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