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2.1’인 회사에 면접보러 갔는데 대표랑 상무랑 자꾸 싸운다ㅋㅋ

회사 짤리고 실업급여 타 먹으면서 직업훈련 받는중인데,

집 와서 공부하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써봄.

IT쪽에서 영업 관련일 하다가

이거 도저히 못 해먹겠다 싶어서,

일하다 알게된 대표님 한 분께

일자리 좀 소개해달라 했어.

자기 친구한테 내 얘기를 해보니 관심있어한다고

일단 면접을 보자고 하는데,

주말에는 시간이 안되고,

평일에 퇴근하고 저녁이나 먹으면서

겸사겸사 면접이나 보자고 하더라.

잡플래닛에 검색해보니 별점이 2.1 ㅋㅋ

와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식사면접인가,

그냥 밥이나 먹고 와야겠다 하고

퇴근하자마자 식사장소 (면접장)인

신논현역 근방 삼겹살집으로 갔어.

도착하니까

내가 아는 대표님, 대표님 친구, 대표님 친구회사 상무

셋이서 이미 한번 달리셨는지,

얼굴은 이미 용암 버건디 색으로

폭발 직전인 상태로, 반겨주셨어.

명함 먼저 드리고 자리에 앉자,

술부터 따라주시더라고.

누가 먹던 건지 모를

고추가루 낀 소주잔을 한잔 들이키고,

불판 위에서 얼마나 육즙을 빼낸건지

돌맹이처럼 굳어버린 삼겹살을 입에 넣으려는 순간

상무가 한 잔 더 권하더라.

멀리서 왔는데 고생했다고,

용암 버건디 얼굴에서 하얗게 빛나는 안광에 짓눌려

한잔 더 받고 나서 부터 면접 질문을 하는데

생각나는 것만 몇 개 써봄.

1.

상무: 김OO 과장이라 했나?

혹시 우리 회사가 설립연도는 아나?

나: 급하게 오느라 잘 모르겠습니다.

상무: 그럼 우리 회사 연 매출은 아나?

나: 18억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상무: 그 뒤는?

나: 네?

상무: 몇천만원 단위까지 말해보라고~

나: 제가 미처 거기까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상무: 우리 김과장이 면접 자세가 좀 아쉽네~

한잔 하지

참고로 나 경력직 면접으로 알고 갔음.

2.

상무: 김과장 혹시 MBTI가 뭔가?

나: 엔팁입니다.

상무: 그러니까 MBTI가 뭐냐고?

나: 엔팁입니다.

상무: 답답하네, MBTI가 뭐냐니까?

나: ENTP입니다.

상무: ENTP? ENTP.. 한잔 하지

3.

상무: 김과장 내가 문제를 하나 내볼테니까 맞춰봐

예를 들어서 여기 술값이 4만원이 나왔어.

근데 김과장이 콜라 아니

뭐 먹고 싶은거 뭐 몇개 시켜서 8천원이 나왔어

그럼 당신이 내야 하는 돈이 얼마야?

나: 제가 내야 할 돈이요?

더치페이를 하는 상황인건가요?

상무: 아니 그냥 생각나는대로 얘기해봐

나: 오늘 좋으신 분들 모이는 뜻 깊은 자리에

제가 늦게 참석해서 좋은 말씀 많이 듣고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ㅎㅎ

그래도 오늘은 면접을 보는 자리이니

제가 낼 돈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더치페이를 한다면,

늦게와서 제가 추가로 더 먹은

8천원만 내면 될 것 같습니다.

상무: 이 친구 아주 아까 처음부터 센스가 없는 친구네

나: 네?

상무: 약속시간도 늦고

우리 회사 몇년 됐는지도 모르고 말야 어?

나: 제가 센스가 좀 부족했나 봅니다 ㅎㅎ

그래서 정답은 무엇인가요 상무님?

상무: 대표님들도 그래요. 이런 사람이

우리 회사 와서 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예요?

제가 여기 들어와서 어떻게 일했는지 아시잖

여기서 대표 친구가 상무 뺨 때리면서 면접 끝나고

상무 30분 정도 털리다가

대표 친구가 멀리서 오느라 고생한 사람한테

식사도 제대로 대접 못하고 미안하다며,

근처에 근사한 술집이 있으니

2차 하고 가자더라고.

시간도 일렀고, 한 시간이나 걸려 왔는데 아까워서

먹을거라도 얻어먹자는 생각으로 따라갔어.

근데 근사는 개뿔

20살때 대학 입학하고 동기들이랑

처음으로 가는 전집처럼 생긴 곳으로 간거야.

웹툰 패션왕에서 우기명이

고딩때 친구들이랑 간 논두렁?

거기처럼 조명 음침하고,

5공화국때 나왔을 법한 신문으로 도배한 벽지 위에

지혜♡민수 같은 낙서 천지인 곳이었어.

그 비싼 동네에 이런 술집이 있다는게 의문이었음.

암튼 술집 입장해서 대표친구가 나보고

먹고 싶은거 전부 다 주문하라더라고.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꼰대들 앞에서 진짜 먹고 싶은거 시켰다가

무슨 말을 들을지 몰라서

가장 싼 파전에 소주 한병 시켰어

그러고 나서 생각나는 대화만 몇개 써봄.

1.

(주문하고 음식 나오기 전 상황)

상무: 그러니까 형님 장대리 걔는 안된다니까요.

대표친구: 왜?

상무: 센스도 없고 그렇다고

시키는 것도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대표친구: 아 그래?

상무: 아니 제가 전부터 걔는

뭐 가르친다고 되는 애가 아니랬잖아요

대표친구: 니가 잘 키워서 데리고 해봐

묵묵하니 잘하는거 같더만.

상무: 아니 형님은 무슨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 없어요?

전에 걔가 견적서에 0 하나 빼먹고

내가 뒤처리한거 기억 안나요?

사람 뽑아달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이런 애나 데려오고 하 참 (나 말하는거임)

대표친구 상무 얼굴에 물 뿌리고

사람 앞에 두고 무슨 말이냐며 탈탈 털길래

나 소개해준 대표랑 나가서 담배 하나 피고

들어 오는데 아직도 털고 있어서

한개 더 피고 들어갔는데,

음식 나오기 전까지 털림.

2.

대화내용이 잘 기억 안나서 각색.

대충 프로젝트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

상무: 대표님 이번 여의도 프로젝트 이거 말이 되는겁니까?

대표친구: 또 뭐가 왜

상무: 처음 저희 들어갈 때랑

얘기가 너무 다르지 않습니까.

대표친구: 그거 얼마 안 남았잖아 그냥 해줘.

상무: 저희도 먹고는 살아야죠..

안 그래도 지금 애들 갈아넣고 있는데

자꾸 해달라는건 늘어나고, 미치겠습니다.

대표친구: 에이. 술이나 마셔

상무: 그러니까 진작에

사람 좀 괜찮은 애들로 뽑아달라 했잖습니까.

까놓고 말해서 회사 영업도 제가 다 따오고

일도 제가 다 하는데,

솔직히 회사 매출도 제가 거의 다 치는거 아닙니까.

이런 거라도 좀 서포트 해주셔야 하는거 아니에요?

이런 애나 데리고.. (나한테 고갯짓 함)

아니 아무튼 사람 좀

대표친구: 이 새1끼가 아까부터 진짜

내 친구가 소개해 준 사람인데

너 나 무시하냐?

아님 내 친구를 무시하는 거냐?

나: 대표님 오늘처럼 좋은 자리에서 왜 그러세요~

나: 저는 직원도 아닌데 회사 얘기..

하셔도 괜찮으신가요..? ㅎㅎ

대표친구: 아 김과장 미안하네. 술이나 마시지

근데 이 새1끼 생각하니까 열받네.

니가 회사 먹여살렸다고?

상무: 그럼요! 제가 여기서 20년을 형님 옆에서

개같이 모셨는데 이 정도도 말 못해요!?

나 소개해준 대표님이 데리고 나가서

담배 두개 피고 들어가려는데

계속 싸우고 있길래

나 소개해준 대표님이 싸울거면

회사가서 싸우라고 자리 끝내버림.

3.

(술자리 끝나고 나와서 담배피는 상황)

대표친구: 아~ 김과장 오늘 즐거웠고, 집이 어딘가?

나: 아 네 강서구쪽입니다.

대표친구: 집에 가는데 힘들겠네.

근데 이 새1끼는 화장실 간다더니 왜 안 와?

나: 아까 술이 많이 되신 것 같던데

제가 한번 다녀와보겠습니다 ㅎㅎ

대표친구: 아이고 고마워요

화장실에서 소변기를 붙잡고

동양의 전으로 서양의 피자를 만들고 있는

퓨전요리사가 한 분 계셨음.

나: 아이고 상무님 괜찮으세요?

상무: 아 김과장~ 어떻게 여기가지 왔어~ 금방 갈건데~

나: 상무님 힘드실까봐 뫼시러 왔죠 ㅎㅎ

상무: 아 역시 김과장,

내가 처음 보자마자 이 사람 진국이다 생각했다니까?

나: ㅎㅎ; 어서 가시죠 대표님들 기다리십니다.

그리고 전철역까지 걸어가는데

상무가 대표친구한테 내 칭찬을 엄청 하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말로만 듣던 츤데레인가 ㅅ1발

헤어지면서

오늘은 술 때문에 면접이 잘 안된 것 같으니,

조만간 제대로 된 면접을 다시 보자길래,

아 좋다고 연락달라고 하고 헤어짐.

그리고 다음날 나 소개해준 대표님이 전화와서

어제 미안했다고 초밥사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