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플로 만난 여자 어머니의 장례식 빈자리를 3일 내내 지켜주고 온 남자

2013년 봄이였음

어플 만지작 거리다가 한 여자를 만나게 됨

토요일 점심에 만나서 커피 한잔하고

내 스타일 아니라서 돈 쓰기도 아깝고

그냥저냥 때우다가

내가 영화 보여줄테니까

밥 사달라고 했더니 알았다고 하길래

3만원짜리 스시뷔페 가서 밥 먹고

배 아프다고 영화 못 볼거 같다고 구라치고 헤어졌지

그러다 일요일에 톡이 왔음

시간 괜찮으면 점심먹고 영화 보자고 해서

좀 미안한 감이 있길래 알겠다고 했음

보고싶은 영화 말해주면 예매 하겠다고 해서 말해주고

만나니까 밥 사준다고 하길래 낼름 얻어먹고

영화 보는데 원피스 입고 나왔길래

영화 보면서 허벅지 스담했더니 저항도 안함

영화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혼자 열심히 쓰담쓰담 하다보니까 영화 끝나더라

어떻게 한번 해볼라고

말 빙빙 돌려가면서 얘기하니까

자러가자는 말 왤케 돌려서 말하냐고 돌직구 날림

그 뒤로는 가서 생각하는 그대로 그날 같이 잠

그 뒤로 사귀지도 않는데 주말마다 만나서

6시간/7시간 대실 해주는 곳 찾아다니고

편의점에서 먹을거 사서 주말 내내 방 잡고 놀았음

그렇게 3달 정도를 주말마다 만났는데

금요일 4시 쯤엔가 전화가 오길래

속으로 아 요거요거 하고싶어서 먼저 전화했구나

하고 받았는데..

자기 어머니 돌아가셨다고

어떻게 해야 하냐고 얘기하길래

너무나 당황했지만 하나하나 물어봤지

-사고로 돌아가신거냐?

“원래 아프셨는데 돌아가셨다”

-그럼 일단 아버지하고 주변 친척분들에게 전화해라

“아버지는 예전에 이혼하셔서 다른 살림 차리셨고

이모가 병간호 해주셨는데

자기도 이모한테 연락 받았다”

-그럼 이모님께 주변 친척 분들에게 연락해서

이 사실 알려 드리라고 해라,

그리고 상조 같은거 가입했냐 라고 물으니

“일단 이모가 친척한테 연락은 했고, 상조가 뭐냐”

-그럼 일단 병원에 장례식장이 있냐?

“있는 걸로 알고있다”

-일단 어머님 시신을 옮겨야 하니

병원에 얘기해서 장례씩장으로 모시는게 좋을 거 같다

“친척 분들 중에 남자가 없고 다 여자다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저 답변에 나도 모르게) 내가 도와줄게

“지금 나 회사로 데리러 올 수 있냐”

-반차쓰고 갈테니까 먼저 회사에 이 사실 알리고

관리팀에도 알려라,

빈소 마련되면 다시 알려주겠다 라고 얘기해라

“알았다”

내 일도 아닌데 내 일처럼

그 여자의 어머니 장례식을 준비하게 되었지

3달 동안 만나면서

그 여자에 대해 궁금한게 없다보니

아는 사실도 없었고 그냥 디컵이다

이거 말고는 아는게 없었다

결국 몇시간 뒤에는

내가 상주가 되어 그 여자의 어머니 장례씩을 치렀고

염할때도,

발인할때도,

화장할때도, 납골당에 모실때도 내가 다 참여했지

토요일 저녁에 내 친구들 다 불러서

너무 조용하니 좀 시끄럽게 하라고 해서

밤새도록 고스톱 치고 가고 그랬다

친척분들이 누구냐고 계속 물어보고

또 물어보는데

여자가 대답을 안하길래 귀찮아서

남자친구고 결혼까지 생각하는 사이입니다

라고 말을 해버렸고

여자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거 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고

장례식 마치고 집에 갈려고 하니

같이 있어 달라는 그 말에

그 여자 집으로 가서 저녁까지 같이 있어줬다

회사에는 연차 쓰고 2-3일 정도 더 쉬다가

출근 하는게 좋을거 같다고 얘기하니

팀장한테 연락해서 그렇게 했고

그녀가 즐겨먹던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와서

둘이서 저녁으로 먹고나서

이제는 집에 가야 했기에

집에 간다 라고 말을 하고 집에 와 버렸지

월요일 퇴근하고 그녀 집으로 가니

아무것도 안 먹고 있길래

순대국 사다가 끓여서 밥 먹이고

간 사람은 간 사람이고

남은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이제 좀 정신 차리자 하니 고맙다면서 울더라

아까 그 여자에 대해서 아는게 없다고 했듯이

그 여자도 나에 대해 아는게 없었다

그래서 나에 대해서 얘기했지

20대에 어머니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30대 초에 아버지 현장에서 일하시다가 돌아가시고

나도 현재는 부모 없이 혼자 살아가는 사람이다

부모를 먼저 잃어 본 인생 선배로서 얘기 해주는데

결국 내가 잘 살아가는게

그게 돌아가신 부모님께 효도하는거다

이렇게 우울해 하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잘 살아가지에 대해

생각하는게 좋을 거 같다

물론 지금 내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거 나도 안다,

나도 경함했으니까.

하지만 같이 우울하게 있는거 보다는

누군가는 현실적인 얘기를 해주는

그런 사람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

너무 차갑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말 하고 있는데

그녀가 안아달라고 하는데

그때 서로 또 반응을 해버려서

결국 집 안 가고 거기서 자게 됐음

다음날에도 퇴근하고 오고

그 다음날에도 오고

그 다음날에도 또 오고

며칠 뒤에 어느 정도 괜찮아져서

벚꽃 보러 데리고 나가니 엄청 좋아했는데

그렇게 어쩌다 보니까 지금 내 와이프가 됐다

둘 다 부모가 안 계시지만

아들 아들 딸 3자녀 키우면서

5명이서 행복하게 잘 살고있다

물론 마누라가 졸라 이쁘거나 몸매가 좋다던가

그런건 절대 아니지만

그래도 평생 내 편인 걸 알기에

서로 의지하면서 잘 살아가고 있다

여기 결혼을 포기한 사람들도 있을거 같은데

누구든지 언제 결혼을 하게 될지 모르고

누구든지 결혼을 할 수 있다

누구와 결혼을 하는게 중요한거지

얼굴이 이쁘거나 몸매 좋은 여자랑 결혼하는게

정답은 아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