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만 가면 여친도 생기고 캠퍼스 라이프가 펼쳐질 줄 알았던 “아싸”의 눈물

찐따는 찐따를 알아보는 법임..

아직도 기억남.. 대학교 입학식에 갔을 때..

나도 이제 여친이 생기겠지?

분명 여자 앞에서 말도 잘 나오겠지?

하지만 현실은 달랐음..

신입생끼리 밥 먹을때 내 앞에 여자 2명이 앉았는데

난 인사도 못 하고 고개 숙인채 밥만 먹다가

먼저 다 먹고는 황급히 갈려하니까

선배님은 같이 가자고 앉아있으라고 하고..

결국 고개숙인 채 폰 만지다가

괜히 주위를 여기저기 바라보기만 하고..

근데 내 옆에 침묵하던 냄새나는

피부 검은 안경 쓴 얘가 먼저 내게 말을 걸기 시작..

딱 느낌이 옴..

‘아 이 새1끼, 나랑 같구나..’

우리 둘은 약속이나 하듯

앞에 앉은 여자는 외면한채 서로만 바라보며

괜히 말 잘하는척 대화를 지속했음..

그래도 결국 서로의 공감대는 게임 뿐이고..

혼자이긴 싫고 같이 있긴 쪽팔린다는

이기적인 생각도 들었음..

그래도 연락처가 하나 늘어서 행복했음..

신입생 환영회 그날 밤..

설레는 마음으로 신입생 환영회를 감..

엄마가 카드를 6개월 할부로 끊으면서까지 옷도 사줬는데

집에서 나갈 때 엄마가 내게 멋지다며

응원의 한 마디도 해줌..

지하철을 타고 향하는 길에 술게임에 대해서 검색해봄..

역에 도착하고는 화장실 거울에서

뭔가 달라보이는 내 모습에 흐뭇해하며

안락한 상상에 빠짐..

나도 드디어 술게임을 하는건가?

분명 술을 마시면 말도 술술 잘 나와서

분위기에 잘 파고들겠지? 근데..

알 수 없는 긴장과 희열이 교차함..

그렇게 교실에 모여 인사의 자리를 가짐..

모두가 화기애애하게 웃었고 여자랑 말도 해봄..

신기하게도 날 혐오하지 않음..

흐뭇하긴 한데.. 할 말이 없음..

멍하게 앉아 있으니 바쁜 척이라도 해야할 거 같은데..

그래서 다른 자리에서 웃고 떠들 때

조용히 생각에 잠긴듯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었음..

산이 보인다.. 난 왜 하필 그 순간에

‘저 산에는 누가 있을까’라는 상상에 빠져

대화에서 이탈했던 건지 아직도 의문임..

그러다 밤이 됨.

다 함께 식당으로 향했음

이번엔 진짜 무리에 껴서 신나게 놀아보자고 결심함..

모두 식당으로 들어옴..

근데 문제가 하나 있었음..

‘어디에 앉아야 되지..?’

누군가가 먼저 앉아있는 테이블에 합석했다가

내가 괜히 분위기를 망치는 게 아닌가?

그렇다고 혼자 앉으면

아무도 내 테이블에 앉지 않아서 혼자 있게 되면..?

그렇게 고민하다

마음이 편해지는 구석의 테이블에 혼자 조용히 앉음..

근데 참 웃긴게..

약속이라든 한 것처럼 나와 비슷하게 생긴 남자들이

날 따라 함께 앉음..

여자들은 이 곳을 쳐다보지도 않음..

또 웃긴 일이 있는데

선배님은 한 명씩 만원을 거둬가셨는데

막상 나오는 음식들은 우리 테이블에서 낸 돈의

반도 안 되는거 같음..

하지만 따질 용기는 없었음..

다른 테이블에선 화기애애하게 떠들 때

우리끼리 조용히 술만 계속 마심..

근데 조금만 마셨는데도 여드름 얼굴이 더 빨개짐..

몸 안이 요동치기 시작..

혼자 조용히 나가 골목에 토를 해버림..

심신이 지쳤는데도 억지로 더 마실까 생각도 했는데

더는 저 테이블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술게임에 바쁜 선배님께 조용히

바쁜 일이 있어 그만 가보겠다고 하고

테이블 친구들에겐 억지로 웃으며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말하곤 떠남..

지하철 역으로 향했음..

식당에선 다 웃으며 술을 마시고 있음..

나도 저럴려고 했는데..

난 분명 새벽까지 마시고 마셔

다 함께 미쳐버리는 즐거운 상상을 했었는데..

현실은 달랐음.. 쓸쓸했음..

난 아마도 이 쓸쓸함이 두려웠을지도 모르겠음..

그래도 늘어난 연락처 수를 보며

안일한 만족에 빠져봄..

사실 연락처 늘어나도 전화할 일도 없으면서..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별 생각없이 가입하게 되었던 바둑 동아리

공강이면 아무 이유없이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집중해서 할 것도 없으면서 이유없이 폰만 보던 나

과에서 적응하지 못한 내게

그 동아리실은 도피이자 안식이었으며

그 작은 곳에 스스로 갇혀

외부와 단절된 채 끼리끼리 뭉쳐있음에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었음..

(그 끼리끼리란 나와 마찬가지로

항상 찾아와 머물고 가는 ‘비슷한’ 느낌의 친구들

말하지 않아도 느꼈던 감정.)

겉만 바둑 동아리일 뿐이지..

그 속은 그저 시간이 가길 기다리는 곳..

먼지쌓인 바둑판은 사람 손길이 잊혀진지 오래이며

허름한 이불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기만 수십 번

더 이상 찾아오는 이 없고 떠나가는 이 없어

냄새나는 남자끼리의 ‘아지트’는 완성되어 갔음..

그래도 달아날 수 있어 행복했음..

하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못함..

어느 날 한 여자가 가입했는데..

칙칙한 안경, 어색한 화장 사이로 드러나는 그 피부

허름한 옷.. 아.. 처음보지만 친근한 느낌..

그 첫인상에서 이루 말하기 힘든 연민의 정을 느꼈음..

하지만 인사를 건넬 수는 없음..

그래도 여자라고 낯설게 느껴져서 그랬던 건지

다른 사람이 말을 걸 때 난 만화책에 열중하는 척 함..

낯선 여자 앞에서 편히 누워있기 불편하기도 했고..

‘가입해볼까?’하는 생각에 잠시 들어왔다가

그 안을 보고는 이내 가버리는 사람은 있었어도

가입한 사람은 없었는데..

하지만 그 여자는 가입했음..

그날부터 언제나 찾아오기 시작했음..

언제나 앉는 그 자리 그대로..

그렇게 몇 일이 흘러감

이내 포기하고 말았지만 ‘말을 걸어볼까’ 하는 생각에

훔쳐보기만 수십 번,

하지만 절대로 헛된 ‘망상’ 따위는 품지 않았음..

그저 그 상황이 낯설었을 뿐..

그리고 아직도 생생한 그 날의 저녁이 됨..

다른 몇 명이 시간 때우기로 대화를 나누다

서면 번화가에 가자는 결론에 이르렀음..

이 방황의 무리를 결성한

그 여자와 남자 2명의 3인조

이 때까지는 각자의 시간을 가지다

집에 가는 게 하루였는데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거임..

확실히 여자가 있다는 건

분위기를 변화시킨다고 봐야 하나..

나도 참여하고 싶었음..

하지만 나도 가고 싶다고 번쩍 손을 들긴 어려웠음..

전 그 공간안에서도 마음을 나눌 상대는 없었던 상황이라..

그러다 고맙게도 그 2명 중 한명이

나에게 함께 가자고 제안함..

내색은 안했지만 속으로 만세 부르며 기뻤음..

근데 나 말고는 더 가는 사람이 없었음..

4명이 함께 걸어감.. 함께 버스에 탐..

야경을 바라봄.. 야경만 바라봄..

지하철을 탐.. 아, 또 창문만 바라봄..

뭐라든 말을 해야 할 텐데 분위기가 어색했음..

너무나도 어색함..

“이번역은 서면역, 서면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도착했더니 경직된 걸음과 눈빛

우리들은 아무말 없이 걍 걷기만 함..

길을 잘 아는 친구의 인도를 받아 오락실에 도착했음..

태고의 달인을 함께 해봄..

그러나, 우린 제대로 즐기지 못함..

노는 것 하나 제대로 못함..

교대하는 방식으로 2명은 막대기를 잡고

1명은 어색하게 서서 구경을 함..

근데 서로에겐 가식적 웃음이 잠깐,

이내 침묵이 돔..

싫증, 이 새로운 시도에 대한 싫증,

이것이 정녕 함께 노는 건가..?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닌가 봄..

나중에는 각자 할 게임을 하기 시작..

함께 고기집을 가 보자는 대화도 돌았지만

이내 다시 흩어짐..

근데 이 여자, 나랑 가는 방향이 같음..

그 땐 왠지 자연스럽게 말을 걸 수 있을 것 같았음..

그 때야 인사를 해봄..

하하.. 해산할때야 인사라니.. 내 자신도 우스웠음..

그 여자도 인사를 하며 대화가 시작됨..

왠지 용기가 나기 시작..

남자가 여자에게 느끼는 그 ‘감정’은 없었지만

친해지고 싶었음..

이대로 지하철역으로 함께 향한다면

어색한 침묵만이 돌 거 같았음..

그러다 마음에 있던 소리가 불쑥 튀어나옴..

“카페갈래?”

그 여자가 선뜻 수락함..

“그럴까?”

이런 용기는 처음이었음..

내 외모에 상처받아 살아왔기에

똑같은 고통을 안겨주는 이 발언이 싫지만,

노골적으로 말하면 아마 추남은 추녀를 알아보고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거 아닐까 싶음..

전 고작 카페에 같이 가는 거 가지고

성욕없는 사랑에 대한 상상에 빠짐..

근데 막상 가게 되니 왜 또 불안하게 되는지 모르겠음..

카페.. 외향적 사람들의 모임..

그런 편견 때문에..?

처음엔 별 생각없이 같이 걸었는데 커플이 된 것만 같았음..

골목길 밤 거리에 내 모습이

희미하게 가려져서 더 용기가 났던 걸까

부양된 마음에 말을 이것저것 했던 거 같은데,

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도저히 기억이 안 남..

그 여자가 내게 무슨 말을 했던 거 같은데..

여자 표정이 좋은거였는지

나쁜거였는지도 모르겠음..

문득 우리의 두 모습을 상상해봤음..

우리 둘은 ‘비슷’함.. 그 둘은 같이 걸어가고 있음..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짐

‘끼리끼리 사귄다.’ 누구도 제게 그 말을 하지 않았지만

마음 속 소리가 내 귀를 스쳤음..

골목 쪽에서 번화가 쪽으로 나왔음..

사귀는 걸로 오해받기 싫어 먼저 앞서 걸어감..

(이 생각은 너무나도 이기적이였음..)

근데 그 여자가 소리를 지르며 쓰러짐..

길에서 실수로 크게 넘어진거..

어떤 하의를 입었는지는 기억에서 희미하나

분명 다리를 다쳤었음..

그 여자의 안경도 망가짐..

그 여자는 처음에 땅만 바라보다가

아무 말 없이 날 쳐다봄..

도와줘야 했음.. 도와줘야 했는데..

근데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음..

그 때의 난 안 그래도 시선을 상상하며 걸었는데

정말 시선이 몰리자 공황장애가 온 것만 같았음..

식은땀이 흘렀고 눈 앞은 하얘졌음..

난 쓰레기였고 모르는 사람인 척 가버림..

쓰레기 그 자체였음..

무서워서 달아난거임..

그 날 이후로 그 동아리실 안에는

그 여자가 그 곳에 항상 앉아있는 것만 같았음..

전 그 얼굴을 볼 수 없었고

그 후론 다시 그 곳에 가지 못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