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머리 미친듯이 좋은 남자가 군대 오게 된다면 생기는 일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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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는 공사 주로하는 공병대대 나왔다

공사가 많았던 부대 특성상

중대별로 공사감독병이라는 보직을 4~5명씩 굴렸었는데

이 이야기는 공사감독병 하던 우리분대 선임에 대한 이야기임

믿기지 않겠지만 구라없고 과장은 조금있음 ^^7

군대 가기 전에 뭐 열심히만 하면

군생활 짬찌때부터 편다 이런소리를 들었지만

훈련소 수료하고 자대 가봐라 그런 생각이 나나.

게다가 우리부대는 후방이라

나 이등병 때까지만 해도 암암리에 구타가 남아있었고

싸지방 일병, 피엑스 일병, 노래방 일꺾,

피엑스가서 라면먹고 냉동 돌려먹는거 상꺾에

침상에 걸터앉는건 일병..

뭐 이따위 악폐습들이 존-나 많았는데

이등병때부터 그 선임은 모든게 풀리기 시작했다

어느 집단을 가던간에 진짜 정신 나갈 정도의 친화력을 가지고

사람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버리는 놈들이 한놈씩은 있잖아?

그 선임이 딱 그런 스타일이었음

게다가 뭘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이등병은 공사하는 부대 사람들한테 무시 당하고

공사하는 인부 아재들한테도

무시당한다고 해서 공사장에 안 내보냈거든?

근데 얘는 이미 이등병 때부터 감독병 완장차고 댕겼었다

나는 일병달고 처음으로 공사장 견학갔었는데 ..

감독병은 결국 돈을 만지는 보직이고,

금액도 막사 하나 지으면

2~30억은 하는 큰 돈을 만지던 보직이라

대부분 감독병 구조가

상꺾 직전 이상이 사수고

일병이 부사수로 들어가고 이런 구조였는데

이 선임은 이미 일병 때부터

중대 내에서 일 안하기로 소문난 애를 사수로 두고서

실질적으로 모든 감독병 공사업무를 총괄하기 시작했다.

하도 심심해서 추억팔이나 할겸 쓰고는 있는데

계속 써도 되냐?

1.감독병은 위에 감독관을 두고있음

보통 감독관이 중대장이고 그 아래 감독병들

근데 한 중대에서 공사를 두세개씩 하게 되면

중대장은 평소 중대업무 + 공사 업무가 추가되어 지옥을 구경함

그런 이유로 중대장의 노고를 덜기 위해

감독병들은 매일매일 써야하는 4종의 서류와

준공을 볼 때 필요하게 될

17종의 서류를 매일 작성해야됨..

2.보통 사회에서 공사를 할 때는

그냥 내역서에 적힌 금액을

그대로 주는게 거의 관례처럼 되어있어서

능력껏 10억공사를 8억에 끝내면 2억을 회사가 먹을 수 있다

그런데 군대공사는 세금으로 하는거라 그게 안됨ㅋ..

딱 자재를 시공한 만큼만 가져가야됨

그래서 불쌍한 감독병 새-기들은

내역서에 있는 모든 자재를 실측해서

딱 한만큼만 가격을 냄

실측값을 토대로 내역서를 새로 만드는건

감독병, 그걸 검토하는게 감독관

그래서 감독병이 돈을 만진다고 한거임.

물론 공사비는 저 위에서 회사로 주기 때문에

일개 병사나 감독관따위는 구경도 못함.

3.보통 군대를 가면 어찌되었든간에 라인을 타게 되어있다

보통 보급관 라인 아니면 중대장 라인을 타게 되는데

감독관인 중대장 입장에서는

감독병들을 챙기고 싶어하는게 당연한거고,

부대 살림을 꾸려가는 보급관 입장에서는

자기랑 같이 작업하는 애들을 챙기고 싶어하는게 당연함

쨋든간에 일병때부터

막사 신축 및 개보수 공사를

실질적으로 맡기 시작하면서

이 선임은 그냥 A급에서 XX사단 공병대대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인재로 성장하기 시작함

실제로 상병 달 때 쯔음 해서

대대장이 저런 똑똑한 애는 처음 본다고

칭찬하던게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테니스장 돌 고르고 있는데 시1발

그 선임이 일병때 중대장도 그 현장이 불안해서

진짜 거의 매일 세네번은 들락날락 했다는데

점점 순찰을 가는 횟수가 줄다가

마지막에는 그 현장에 갈때

짬찌 감독병들 다 데리고 가서 이렇게 하는거라고 하드라

그리고 군부대 내 공사는 어쩔 수 없이

외부업체가 들어와서 시공하는데

군부대 내에서는 감독관,

혹은 감독병 없이는 외부인이 아예 들어올 수가 없음

그런데 공사는 보통 토요일, 급하면 일요일까지 함

그래서 이 불쌍한 감독병 새-기들은 주말이..없었다

평일에 개인정비도 거의 없었다.

한번 치기 시작한 공구리는 어찌됐든 그날 다 쳐야 되는데

그거 못치면 열시든 열두시든

새벽 두시든 못자고 그 현장을 지켜야됨

원래는 18시 지나면 외부인들은 전부 군부대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뭐 어쩌겠냐 공사 빨리 해서

컨테이너에서 자는놈들 막사로 들여보낸다는데

쨋든 그래서 주말에는 어차피 부대 내 작업도 없겠다

짬찌 감독병들이 현장실습 겸 해서 현장에 나갔었는데

그때 본 그 선임은 진짜 미친놈이었다

보통 주말에 공사를 나가면 간부도 없겠다

감독관도 안오겠다 해서 그냥 다 퍼질러 자다가 오는데

이 선임은 주말에 심심하면

시방서 펴놓고 공부하는 미친놈이었다

덕분에 시발 주말에 나도 따라서

컨테이너 안에 틀어박혀서 공부해야했다 ㅅ1바

내가 쓰고 읽는데도 재미가 없다

계속 써도 되냐?

그 선임은 서울에 있는 대학교 토목과 다니다가

학고 쳐먹고 군대로 도망온 사람이었다

주말에 그 선임은 공부하고 나는 공부하는 척 하면서

삐대고 있다가 문득 생각나서 물어본 적이 있었음

어차피 감독병은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면서

중대장 하라는대로 하게 될텐데

공부해서 뭐하냐고

진로 잡으실때 도움되라고 공부 하시는거냐고

대충 이렇게 물어봤던 것 같은데

상상도 못했던 대답이 나왔다

감독병 에이스 찍으면 부대 내 슈퍼맨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어쨋든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그 선임이 일병 말즈음에 우리부대는 혹한기를 갔다

그리고 그 선임은 유일하게 혹한기에 못간 사람임.

중대장이 현장보라면서 명단에서 빼버렸거든.

그 선임 핫팩 두박스인가 사놨었는데

덕분에 분대원이 좀 더 따뜻한 혹한기를 보냄 ㅎㅎ;;

군필들은 알겠지만 겨울에는 뭐 부대내에 작업이 많은게 아님

눈오면 종일 눈치우고

눈 안오면 어제 정리한 분리수거장 또 정리하고 뭐 이런수준

그리고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공사에도 차질을 빚는다

그래서 겨울에는 공사를 안함ㅋ..

감독병 부대내에서 작업 못한다고 핍박받는 시기임..

하지만 그 선임은 겨울에

아무런 공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나갔다

아무도 그 선임이 공사도 없는데 나가는 이유를 몰랐었지만

그 선임만큼은 중대장이

왜 자기를 나가라고 했는지 눈치를 챈 것 같았다

12월 말부터 2월말까지 두달이라는 기간동안

이 미친놈은 모든걸 실측하기 시작했다

내역서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알겠지만

내역서는 존-나 두껍고 품목도 존-나게 많다

그런데 건축, 토목, 전기, 통신, 소방 내역서에 있는 모든걸

전부 실측해옴 미친놈임;;

건축, 토목은 그나마 실측하기 쉬운데,

실측이 존-나 어렵고 빡치는게 전기통신소방이거든

왜? 여기에는..전선이 있어..

생각해봐라 200명이 들어가는 2층막사에

전선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겠냐

그런데도 이 미친놈은 보름만에 모든 전선관을 재고

모든 전선을 잰 후에

그걸 나눠서 도면에 표시해버리는 기염을 토함

겨울에 그 선임이 혼자서는 길이 재기에 어려운게 있다고

감독병 한명 더 요청해서

내가 같이 나갔었던 적이 있었는데

아침 일곱시부터 저녁 여섯시까지 점심먹고

중간에 담배피는 시간 빼고는

하루 종일 PVC관만 쟀었다 시1발..

그리고 그때부터 그 선임이랑 친해져서

내가 그 선임 부사수가 되었다

사상 초유의 감독병 일병 사수가 탄생함

남들 모두는 겨울에 현장나가서 꿀빤다고

나 막 갈궜었는데 나는 시1발 죽을 맛이었다

하루 종일 천장만 쳐다보던가 바닥만 쳐다보다가

여섯시 넘어서 복귀해서 찬밥 쳐먹고 오면 갈굼

오늘 하루 꿀 빨았다고 ㅅ1발

내 사수는 이미 이등병때부터 선임들이랑 칭목칭목해서

개인정비때 선임들한테 PX 두번씩 끌려다니는데..

그러다가 만물이 꽃피는 봄에 그 선임은 상병을 달았고,

그 선임은 기다렸다는듯

슈퍼맨이 되기위한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야 쓰다보니까 옛날생각나고 재밌다

4.

내가 예비군도 절반정도 지났고,

학교도 다니고 학원도 다니고

여기저기 일자리도 어마어마하게 다녀봤지만

여태 그 선임만한 포스를 지닌 슈퍼맨은 아직 못봄

그렇게 그 선임은 작대기 세개를 달았고,

이미 주변에서는 터치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어딜가든

슈퍼맨이 되기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였지

이제 봄이 되면서 공사를 슬슬 시작하니까

그 선임은 나를 데리고

공사하는 그 부대 간부들에게 인사를 시켰다

이미 겨울동안 그 부대 간부들이랑 칭목칭목 끝내놓은 상태였다

뭘 어떻게 간부들이랑 친해질 수 있었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가끔 갑자기 비오는 날이면

그 부대 준위가 와서 맥주 주고 가고 뭐 그랬음

그리고 이 선임은 이제 그 부대 대빵이랑도

칭목칭목질을 해야하겠다고 생각했는지

어느날은 감독병실 컨테이너에 멀쩡히 달려있던

에어컨을 떼서 그 부대 임시 대대장실에 달아줬다..

거기에 몇가지 칭목질을 더 해서

나중에는 이 선임 준공 본다고

밤늦게까지 컨테이너에서 작업하고 있으면

회관가서 고기도 사줬었다

나는 그 선임 부사수인 덕을 톡톡히 봐서 나도 같이먹음 ㅎㅎ

이미 그 현장소장님이랑은 칭목질을 완료해서

그 분이 계속 뭔가를 사주려고 하고

그 선임은 계속 사양하고 막 그랬다

그러다보니까 소장님은 그 선임이 없을때

감독병실 서랍 곳곳에다가

PX에서 과자를 사서 넣어놓기 시작했는데,

조금 지나니까 내역서를 넣을 서랍이 없어서

전부 다 밖에 쌓아놨었어야 했었다

그리고 이 선임은 그 과자를 이용해서

그 부대 병사들이랑 칭목질을 시작했는데,

그 선임이 상꺾을 달았을 때는

그 부대 신병이 내 사수한테 전입신고를 하러 왔었다

또 그때 마침 나가사끼 짬뽕이 히트를 칠때였는데

감독병실 컴퓨터 아래에는

나가사끼 짬뽕이 매일 3~4셋트씩 쌓여있었다

얘는 또 이걸 중대원들한테 뿌려서

그때가 우리중대가 새벽에 근무서면

나가사끼짬뽕만 쳐먹던 시절임

칭목질한거 얘기하니까 끝도 없는데,

앞서 말했듯 우리부대는 중대장 라인을 타느냐

보급관 라인을 타느냐 하는 거였는데

그 선임은 이미 중대장 라인에 완벽하게 탑승해놓은 상태였고,

이제 보급관 라인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군대에서 공구리좀 비벼본 사람은 알겠지만,

공구리 라는게 골재가 섞이지 않으면 강도가 병1신일 뿐더러

병사들이 손으로 비벼서 손으로 바르는데

좋은 퀄리티가 나올 수가 없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공구리를 쳐대지

레미콘차에는 총 8루베…어…8m3의 공구리를 실을 수 있는데,

뭐 과적에 걸려서 6m3밖에 못실음

그래서 공구리 치면 매일 3~4루베씩 남아서

그냥 다른데다가 부어놓고

나중에 폐기물로 처리를 해야만 했는데

이 선임은 소장이랑 쇼부를 쳐서

공구리를 칠때 항상 레미콘차 두 대 정도를 더 불렀다

그리고 우리부대 작업하는데

인부 아재들이랑 가서 부어주고 옴

그때가 마침 대대장이 갑자기 테니스에 맛들리는 바람에

우리중대에서 테니스장 새로 만든다고

븅신짓을 하던 시절이었는데,

강도높은 진짜 공구리 + 현장 인부들의 숙련

  • 현장소장님의 지식이 트리니티 포스를 이루어

사단장용 테니스장보다 멋진걸 만들어버렸음

거기에 현장에서 남아서 버리려고 쌓아둔 시멘트 있으면

우리 중대 창고에 넣어놓고 하니까

이제는 현장에 보급관도 놀러오드라 시1발..

그리고 테니스장 사건을 통해서

이 선임은 병사 초유의 대대장 라인에 탑승하게 되었다.

향수에 젖는다 캬

5.

그렇게 우리부대 중대장-보급관-대대장에

공사하는 부대 부대장-간부-병사들이랑 칭목질을 완료해놓으니까

이 선임의 위세는 하늘을 찔렀다

중대장, 보급관이 아끼는것 같으니까

이제 갓상병인데 그 누구도 터치하지 못함

진짜 세상에서 제일 부러웠다

갓상병 주제에 자기 분대원을 남의 중대가 털었다고

남의 중대 쳐들어가서

자기보다 선임이랑 싸우고와도

우리중대 선임들이 커버를 쳤으니까.

그러다가 준공을 보는데

준공이란게 절대로 호락호락한게 아님

보통 감독병들은 준공때 되면 진짜로 잠을 못잠

완성해야될 서류도 존나많고

내역서도 완성해놔야되고 뭐 시1발 하여튼 할거 존나 많음

그런데 사실 준공이 빡센게

공사 끝나고 나서 준공을 보려니까 빡세지..

그래서 이 선임은 아직 공정률이 90%도 채 되지 않았는데

내역서를 치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옆에서 일일자재 검수부였던가

뭔가 하루종일 씀

공사하는데 들어왔던 모든 자재 명세서랑

영수증 다 모아놨다가

그거 자재별로 분류해봤냐 리얼 사람 죽어간다

내역서를 치면서 덜 쓴 자재 깎고

내역에 없는거 추가로 해놓은거 있으면

그거 추가하면서 소장이랑 돈을 쇼부치는데

회사 들어온 것 같았다 그때 지옥 같았는데

그렇게 건축, 전기, 소방, 통신 소장들이랑

전부 쇼부를 완료하고 나서

틈틈히 공사계를 갈궈서 준공 기본서류도 완료해버리고

아예 준공보고서 초안을 만들어버리더니

공정률 90%때 중대장한테 보고함

우리부대는 매일 간부들이 공사회의를 했는데

다음날 그 선임하고 나는 그 회의에 참석했다

그때 간부들이 회의한다고 엄마손파이 깔려져있는데

나는 맨날 그거 챙겨서 나왔다 개이득ㅋ

쨋든간에 그때 그 선임에게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 선임은 이미 자기가 하는 공사에

모든 부분을 다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미 공법이나 시방서 같은건 다 머리속에 있는것 같았고

대대장이 물어보면 바로바로 대답이 나오고

뭐 거기 부대 대대장님이 어디에 뭘 더 원하시는데

이 항목에서 깎은 돈을 일정량 돌리면

시공이 가능한데 하시겠느냐

관급으로 잡힌 시멘트가 아직 40포 정도 남았는데,

이걸 냅두면 폐기물인데

두돈반에 병사들 보내주시면 대대창고에 넣어놓겠다

막 이러니까 대대장 신나서 공사회의 끝나고

이 선임이랑 나랑 1호차 뒤에 타고 현장갔다

그러면서 중대장한테 공병대대에 100년만에 나오는 인재라고

칭찬을 하는데 옆에서 존나 부러웠다 진심

내가 군 생활 할 적에 준공을 한 일곱번 정도 봤는데

가장 큰 금액이면서

가장 편하게 준공을 봤던 공사가 그 선임 공사였다

미리 해놓으니까 잘거 다 자고 놀거 다 놀면서 해도 됨

그렇게 공사가 끝나고 그 선임은

부대안에 있고 싶다고 해서 부대안에 있고,

나는 다른 현장으로 이동해서 새 사수랑 일을 하는데

그 현장 사수는 나와서 라면쳐먹고

자는 것 밖에 하는 일이 없었다

리얼 막 그 선임 존나 그립고

막 그런데도 꼴에 같이 있었다고

내가 감독병질 하는거 보니까 좀 신기했다

6.

그렇게 나는 그 선임 공사하던데

바로 아래에 있는 현장에서 공사를 하고

그 선임은 부대내에서 작업하다가

힘쓰지말고 머리를 쓰라는 보급관의 인사이동에 따라

위병조장을 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선임이 위병조장 서는날은

독서실에서 권장도서 다섯권씩 순서대로 빼서

위병조장실로 가져다줘야했음

아마 그때부터 새로 들어오는 권장도서란

권장도서의 처음은 그 선임이었던 것 같다

쨋든 그 선임은 이제 부대 안에 있으니까 차치하고

나는 다른 현장에서 신나게 공사를 하고 있는데

이거 뭔가 이상했다

새로운 사수는 내역서 다 쳐놨다고

소장실에서 에어컨 틀어놓고 퍼질러 자고 있는데

아무리봐도 내역서가 좀 이상했음

뭐 돈도 안맞고 딱봐도 소장이 원하는대로

돈 넣어준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근데 이거 중대장한테 보고하면

새로운 사수 좃될까봐 보고 못하고 혼자 끙끙대고 있었음

그러다가 20억공사 준공을 정말 편하게 봐서

미리미리 준공 준비를 해야겠다고 느낀 중대장이

덜컥 내역서를 가져오라고 시킴

언제까지? 부대 복귀할 때까지.

그리고..그 사수는..그 내역서를..고대로..가져갔다가..

다음날 편하게 위병조장 서면서

책이나 보던 그 선임이랑 나랑 둘이서 현장에 출근했다

그 선임은 화를 잘 안내는 선임이었고

그렇게 빡빡한 선임도 아니었다

현장에 둘만 있었을때는 형이라고 불렀었으니까

그런데.. 위병조장 서면서 모처럼 꿀빨다가

끌려나왔다고 투덜대다가 내역서를 보는데

그때 미친 그렇게 빡친 모습은 처음 봤었다

그리고 현장을 한바퀴 돌아보는데

막 시1발 벽에 이슬 맺히고 천장에서 비새고

막 이러는 와중에 내가 대답을 잘 못했거든

그날 진짜 그 선임 빡침의 정점을 찍고

나 진짜 하루종일 엎드려뻗쳐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중대장이 현장보러 와서 살았다 싶었는데

중대장한테 상황설명하고 계속 엎드려뻗쳐시켰다 시1발

그날 진짜 어깨 나가는 줄 알았다

이새끼야 보고있냐? 나 그날 존나 힘들었다고..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이 선임이 갑자기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담배한갑이랑 콜라 큰거 하나를 사오라고 하더니

컴퓨터 앞에 앉아서 담배를 피워대면서

내역서를 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나는 현장을 한바퀴 돌면서

지금 어디서 무슨 공사를 하고 있고

진척도는 얼마나 되었으며

현장에 문제는 어디어디이고

보수시공을 한 곳은 뭐 어떻게 되었고

이런거를 한시간 간격으로 그 선임한테 보고해야 했는데

그 선임은 거짓말 안하고

일주일동안 하루 종일 내역서를 잡고 있었다

이미 전기통신소방 같은데서 금액을 좌지우지하는 전선들이

이미 천장속 벽 속에 다 가려져 있어서 존나 오래 걸렸던 것 같다

그러고서 그쪽 소장이랑 쇼부를 치는데

한시간에 한번씩 큰소리가 막 왔다갔다 하는데

나는 옆에서 듣고만 있었음 개무서웠음

군대 공사는 처음에 내역서 내려올 때의 금액을 초과하면 안됨.

근데 그 현장은 추가로 해준게

존-나 많아서 소장은 돈을 더 받으려고 하는데

그 선임은 그게 안된다는걸 아니까

막 둘이서 막 큰소리 치는데

문제는 감독병이 직접 쓴 자재를 실측해놓은 자료가 없다는 거였다

전에 현장 할때는 모든거에 대한 자료가 다 있어서

소장이 태클걸면 그거 주고

의의 있으시면 직접 실측해서 가져오세요

하면 끝났는데..

진짜 내역서 가지고 소장이랑 씨름만 한달동안 하다가

그 선임이 포기했던건지 뭔지

중대장한테 보고올리고

중대장이랑 같이 가서 대대장한테 보고를 해버렸다

그리고 전에 이 현장 하던 사수는

주어진 임무에 불성실했다고 영창 5일 갔다옴

쨋든 대대장 개입하고 나서 한달 더 걸리고

드디어 말도많고 탈도많았던 그 현장의 공사가 끝이 났고

그 선임은 병장을 달았다

7.

마지막임

다시한번 말하지만 과장은 있어도 구라는 없다

그런데 그 선임이 병장을 달 때 쯤 해서

부대에 사건사고가 많이 터졌다

거기에 최근 공사에서 개빡친 것까지 더해져서

얘가 성격이 좀 변했다

예전에는 사소한 걸로 애들 갈구지 좀 말라고

자기 선임들이랑 티격태격 대다가 라면먹으러 가고

자기가 악폐습 하나 만든다면서

신병들 첫면회때는 분대장이 같이 내려가서

막내네 부모님한테 인사드리게 하고 막 이런 선임이었는데

사건사고가 터지면서 마음의편지를 하루에 세장씩 쓰고

착했던놈 나빴던놈 가릴거 없이

줄줄이 비엔나 소세지로 영창을 들락날락하니까

배신감을 느낀 모양이었다

그때부터 자기 후임들을 잡기 시작했는데

보통 육군은 병장달면 이빨 빠지고 실세에서 밀려서

뒷방 늙은이 신세로 지 하고싶은거 하다가 전역하는데

간부들의 신뢰를 뒤에 업고 있어서

아직 이빨도 안 빠진 상태에다가

또 똑똑해가지고 후임들도 진짜 기가막히게 갈궈대는데

진짜 그때 내가 상병이었으니까 다행이지

일이등병이였으면 어휴..

그런데 일이등병들은 이미 본인들의 마음의 편지로

좃같던 선임들을 영창을 보내본 경험이 있어서

귀신같이 그 선임을 타겟으로 해서

마음의 편지를 긁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선임 말차까지 3주정도 남았을때

우리부대 전설이 탄생함

처음의 마음의 편지를 써서 보급관한테 제출함

그런데 보급관이 그 선임 실드를 쳐버림

보급관 선에서는 안된다는걸 느끼고

중대장한테 마음의 편지를 꽂음

그런데 중대장이 그 선임 실드를 쳐버림

안되겠다 싶어서 대대장 직통으로 가는

마음의편지함에 마음의 편지를 꽂아넣음

그런데 대대장마저 그 선임 실드를 쳐버림

대대장도 막히니까 애들이 벙쪄있다가

최후의 수단이라고 헌병대에 다이렉트로 찔렀는데

이 선임이 1년 넘게 한 공사가 헌병대 공사임

헌병대에서 얘 이럴애 아니라고 실드 쳐버리고 끝남

내가 분대장을 빨리 달아서

마음의편지 폭풍이 불때 당직근무를 몇번 섰는데

그때 새벽에 몰래 중대장실 들어가서

마음의 편지 보면 막 구타, 가혹행위, 취침방해,

성희롱 뭐 영창가는 죄목들이 종합세트로 들어있었다

그런데 그걸 대대장까지 나서서 실드를 쳐줌..

한차례 마음의 편지의 폭풍 속에서

중대장이 얘 이러다 진짜로 영창가겠다고 생각했는지

폭풍이 지나가고 난 후에는

자신이 가는 모든 곳에 그 선임을 데리고 다녔다

옆 중대에서 뭐 저기 연대에 공사를 하는데

틀어진 것 같다 싶으면 대대장이랑 우리 중대장이랑

옆중대 중대장이랑 그 선임이랑 가서 보고오고

우리 중대장이 사단에 들어갈 일 있으면 같이가고

그러면서도 우리분대는 끔찍히 아껴서

멀리 나가는 날이면 항상 뭔가를 사와서 애들 멕였음

사실 그 선임 영창 보내려고

마음의 편지 가동한 애들 중에 한명은 우리분대였는데

그러다가 결국 탈없이 말차를 나갔다 오고

전역 전날에 그 선임한테 전역빵 할라고

중대 전원에 옆중대 앞중대 뒷중대

다 할거없이 우리 생활관에 모여있는데

정작 그 선임은 BOQ 올라갔다가

새벽 두시에 술냄새 풍기면서 생활관에 들어왔다

그리고 전역날 아침에 다들 택시타고 터미널 가는데

그 선임은 중대장 차 타고 터미널 가는게 마지막 모습이었다

예전엔 그랬었는데 어느덧 예비군 4년차

그 선임도 예비군 4년차겠지

나도 전역하고 연락처를 몇번 수소문 해봤지만

자기 후임들에게 정나미가 다 떨어진건지

뭔지 아무도 연락처를 모름

진짜 존나 똑똑했는데 취업은 했을까

자기 학고맞아서 학점관리가 안된다고

맨날 찡찡댔는데 지금쯤 학점은 잘 만들어 놨을까

복학하면 하루 종일 공부만 해서

장학금 타겠다고 하던 놈이었는데 장학금은 탔을까

진정 와우충이라서 와우 노래를 불렀던 놈인데

지금도 와우하고 있을까

툭하면 밥 안 쳐먹고 너구리 쳐먹던 놈이었는데

아직도 너구리 좋아할까

가끔씩 친구들이랑 술마시면서

군대얘기 나오면 금마가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