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 닮은 ‘일진’ 여자애랑 썸 타다가 결국 커플이 된 ‘평범’한 남자..

때는 고딩시절

우리반 일진 남자애가 같은 학교 여자애 한명을 소개 받음.

근데 그 애가 사진도 안 보내주고

자기 얼굴 궁금하면 점심 시간에 자기 반으로 오라고 하는거임

당시 우리 학교는 남녀공학이긴 했는데

남녀가 따로 분반이여서 사실상 남고+여고 였음

근데 일진애가 쌈만 잘했지 쑥맥이라서

혼자 여자반가기 쪽팔리다고

반에서 개그맨 역할이던 나보고 같이 좀 가달라 부탁했음

심심하던 차에 나는 여자반 구경도 할겸 좋다고 따라감

여자 반 들어가니까 이미 소문이 났는지 우릴보고

“꺅~쟤가 xx이 소개받은 애인가봐~”

“뒤엔 누구야?” “몰라 꺅꺅~”

이러면서 시끄러워짐

일진은 전화 걸면서 소개 받은 애 찾고있고

나는 뭐 관심 없는 척하면서

곁눈질 슬쩍슬쩍 하면서 이쁜 애 없나 스캔하는데

뒤쪽 책상에서 이민정 하위호환 여자애랑

말죽거리 잔혹사 햄버거 상위호환 여자애가 동시에 같이 일어남.

순간 ‘설마 저 햄버거..?’ 긴장 했지만

다행히 이민정께서 핸드폰 흔들면서 웃어주심

알고보니 이민정과 햄버거는 친구였고,

우리는 꺅꺅거리며 시끄러운 반 여자애들을 피해

학교 구석에 위치한 테라스로 자리를 옮김

테라스에 도착하자 일진남은

슬쩍 망을 한번 보더니 담배를 피기 시작했고

그걸 본 이민정과 햄버거도 자연스레 담배를 꺼내 뭄.

알고보니 얘네도 일진이었음

애들이 담배피기 시작하는데

나만 멀뚱히 서있으니까 이민정이

“너 담배없어? 하나 줄까?” 이러면서

자기가 한 모금 빤 담배를 내밈

이때 심쿵 당해서 담배 시작할뻔..

유혹을 참고 “난 원래 안펴” 대답 하니까

“나도 원래는 안폈어~” 하고 씨익 웃는데 2차 심쿵

‘아 생각해보니 간접키스 기회 였는데 걍 받을껄 그랬나..ㅅㅂ’

이런 생각 하면서 아쉬워 하고있는데

혼자 가만히 서있는게 안쓰러웠는지

햄버거가 주머니에서 빨간 츄파츕스 꺼내서 줌.

알고보니 맘씨 착한 여자애였음ㅠ

그렇게 얘기 좀 하다가 종쳐서 빠이빠이 하고

이후엔 서로 반 가끔 놀러가면서 인사하고 장난치면서 친해짐

그때 테라스에서 심쿵한 뒤로 흑심이 있었지만

그래도 같은반 친구가 소개받은 애니까

나름 선은 지키고 있었음.

그러다가 사건이 터진게..

복도를 지나가고 있는데 이민정이 뒤에서 부르더니

자기 문자 다 썼다면서 잠깐 폰 좀 빌려 달라함.

괜히 있어 보이려고

“야 나도 문자 별로 안 남았어..” 해봤지만

“뭐래 문자할 사람도 없는게” 라고 팩폭맞고

“언제 줄건데..?” 라고 찌질하게 되물었더니

“야 내가 양아치냐? 한통만 보내고 줄게” 하곤 폰을 뺏어감

속으로 ‘ㅅㅂ 양아치 맞으면서..’

라고 생각 하고 있는데 진짜 금방 돌려줌

이후 수업시간 내내 왠지 모르게 문자 내용이 궁금해지기 시작..

남의 문자 내용을 훔쳐보는 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고뇌했지만

당시엔 이성보다 본능이 앞선 나머지 보낸메세지함을 들어가봤음..

보니까 정말 문자를 한통만 보냈고

그 문자에는

‘이거 내 번호다 김OO’ 라고 적혀있었음

내가 그 번호로

‘야 뭐야ㅋㅋ 그냥 직접 물어보지’ 라고 문자 보내니까

‘와 니 남의 문자 내용 보는 쓰레기였네? 같이 못놀겠다~’

이렇게 답장이 왔음

자기가 번호를 따갔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레 주도권을 가져가는 요물 그자체ㄷㄷ

그렇게 서로 폰으로 연락하면서 더 친해졌는데

어느날 이 애가 말하길

우리반 일진남이 고백을 했다는거..

그래서 애써 아무렇지 않은척 내가

“아 그렇구나” 했더니

이민정이 “넌 어쨌으면 좋겠어?” 라고 물어봄.

“내가 뭐 사귀라면 사귀고, 말라면 말거냐” 라고 말하니까

“응 사귀지 말라면 안 사귈건데?” 라고 되받아침

‘응? 뭐야 혹시 나한테 마음이 있는건가?’ 싶어서

혼자 싱숭생숭하고 있는데

“사귀라해도 안사귈거지만ㅋㅋㅋ 이미 찼엌ㅋㅋㅋ” 라고 말함

‘그럼 그렇지 씨1발 또 속냐..’

그때 딱 아 얘는 요물이다

교복 치마밑에 꼬리를 숨기고 있다 싶었음

그렇게 일진남을 차버린 후에도

가끔 햄버거와 함께 우리반에 놀러와서 나와 놀고가던 어느 날

종치고 반으로 돌아가던 햄버거가 교실문에서 뒤돌더니

“야 OO아 얘가 너 좋아한대!”

이렇게 말하니까

이민정이 “아 뭐래 미친년이!!” 이러면서

햄버거 등짝스매싱 갈기며 나감

그걸 듣고 반 친구들이 “오오오~~~” 거리면서

반 분위기가 달아오를때

차인지 얼마 안 지나서 눈앞에서 NTR을 목격한 일진남이

“아 ㅆ;발.. 거 존나 시끄럽네…” 라며 나지막이 혼잣말을 했고

반 분위기는 갑분싸..

나는 일진남이 뒤에서 이단옆차기를 날리면 어떻게 낙법을 쳐야할까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수천번 돌리면서

그 날 하루를 보냄.

암튼 그 후 걔한테서

‘아까 햄버거가 했던 말 농담인거 알지? 신경쓰지마’

라고 문자가 왔고 당시 모쏠아다였던 본인은

‘야 당연하지ㅋㅋㅋ 그정도 센스는 있어’

라고 쿨병 찐따냄새 진하게 풍기는 답장함

그렇게 위기이자 기회를 날리곤

평소처럼 문자와 인사 따위로 지루하게 썸을 타다가

고2를 맞이했고 수능 대비하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전교생이 강제 야자를 하게 됨.

강제로 야자를 하니 공부가 될리가 있나..

걔랑 체육관 강당에서 베드민턴 같은거 치면서 놀거나

밖에서 아이스크림 사먹고 다님

이제와 생각해보면 강제 야자 덕분에 더 많이 시간 보낼수 있었던듯

암튼 그렇게 야자를 하던 어느날 저녁

석식을 먹고 복도를 지나가는데

그 애가 어두운 복도에서 숨어있다가

“우왁!!!” 하면서 긴머리를 산발한 채로 뛰쳐나와서 나를 놀래킴

근데 나는 웬만해선 놀라도 겉으로는

잘 티가 안나는 편이라서 덤덤하게 쳐다봤더니

(물론 그때 속으로는 심장 잠깐 멈춤)

걔가 “야! 넌 왜 안놀라? 귀신 안무서워?” 이랬는데

그때 뭔 미친 생각으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너처럼 이쁘게 생긴 귀신이 어딨냐?”

라고 미친 멘트 날림

한 10초간 정적 흐름….

진짜 이때 창문깨고 복도에서 뛰어내릴까 생각함

다행히 걔가 정적을 깨곤

“뭐얔ㅋㅋ 야 내가 그렇게 이쁘냐?ㅋㅋ” 함

근데 여기서 또 장난치듯 넘어가면

천년만년 썸만 탈까봐 진지하게

“응 예뻐” 했더니

얘가 갑자기 웃음기 싹 사라진채

“진짜? 장난치는거 아니고?”

그래서 “응 이런걸로 장난을 왜 쳐” 했더니

따라오라면서 테라스로 끌고감

테라스에서 그 애가 “그럼 우리 사귈래?” 시전

내가 터져나오는 웃음 참으면서 “그래” 대답했더니

바로 포옹하고 입술 뺏김

모쏠아다에겐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운 상황이라

입술이랑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더니

그 애가 “푸푸풉..!” 하며 웃참을 실패해서

내 얼굴엔 성수가 한가득 뿌려짐

누가 첫키스는 사과향이라고 했던가..

나에게 첫키스는 사과 향이 아닌 사과식초 향이다..

그렇게 사귀게 된 우리는

이런 날 무슨 공부냐면서 야자를 째고 베라를 가기로 함

먼저 나가있었더니 이민정이 햄버거랑 같이 나옴

근데 베라를 도착하니 문제가 생김.

이민정과 햄버거가 뭐 먹을지 티격태격 하다가 나한테 물어보는데

그때 당시 내가 베라를 가본적이 없었던거.

그땐 사춘기라 그랬는지

베라 메뉴를 모른단게 쪽팔려서 난 다 좋아한다고 함

근데 이민정이 고른것중 하나가 하필 민초..

처음 먹어보니 치약맛이라서 속으로 욕이 절로 나왔음

햄버거: 야 어때? 솔직히 맛없지?

이민정: 민초 개맛있거든? 그치 OO아?

나: 어.. 맛있는데?

햄버거: 진짜? 진짜 그게 맛있다고..?

이민정: 그거 먹고 키스하면 상쾌해

햄버거: 뭐랰ㅋㅋㅋ 너 얘랑 키스하게?ㅋㅋ

이민정 : 이미 했는데?

그거듣곤 우리 테이블 3초 침묵..

햄버거: 어? 니네 드디어 사겨?

나: 어.. 아까 저녁시간에 그렇게 됐어

햄버거: 헐 미친.. 누가 고백했어? 벌써 키스도 했다고?

놀란 햄버거는 질문을 쏟아냈고

아까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줬음

(예쁜 귀신 드립을 듣곤 오글거린다면서 나를 경멸함)

햄버거: 사귀는건 간보면서 몇달씩이나 걸리더니 키스는 하루만에 하네

나: 이 속도면 다음주엔 임신할수도 있어

웃겨볼라고 개드립쳤다가 이민정한테 뒤통수 처맞음

암튼 그렇게 떠들다 집 갈 시간이 되어서

집이 가까운 햄버거는 먼저 일어나고,

이민정은 아빠를 기다리는데

나보고 아버님한테 인사는 하고 가래서 ㅇㅋ하고 기다림

한 10분쯤 기다리니까 베라 문이 열리는데

이런 헤어스타일과 외모를 가진분이 들어옴

‘설마 저분은 아니겠지..’했지만

옆에서 들려오는 “아빠! 여기!”

아버님은 딸을 보고 환하게 웃으시다가

옆에 붙어있는 나를 보곤 표정이 굳으심

쫄아서 90도 인사박고

나: 안녕하세요 아버님 처음 뵙겠습니다.

민정이 학교친구 OO이라고 합니다

아버님: 그래 반갑다. 근데 밤 늦었는데 여태 안가고 뭐하고 있어?

민정: 밤 늦었다고 아빠 올 동안 같이 기다려준거야.

그리고 얘 이상한 애 아냨ㅋㅋ 내 남자친구야

차라리 귀찮은 스토커새끼 라고 했으면

2~3대 처맞고 끝났을거 같은데

남친이란 말에 관자놀이를 꿈틀거리며 살기 뿜어내심.

아버님: 아.. 그래..? 그럼 우리랑 같이 타고 가지. 자네 어디살어?

나: 아.. 전 괜찮습니다 버스타고 가면 됩..

민정: 타고가! 너 집 천호동이잖아 가는길에 내려주면 돼

그렇게 탄 차 안에는 적막만이 흘렀고

처음 어렵게 말을 꺼낸건 아버님이었음

아버님: 우리 딸 다 컸네 벌써 남자친구를 다 만들고..

민정: 아빠 서운하구낰ㅋㅋ

아버님: 아니 뭘 서운해 그저 아빠로써 걱정되는거지

민정: 뭔 걱정이야 이래보여도 얘 듬직해(내 팔뚝 주물럭)

그 모습을 백미러로 지켜보던 아버님과

눈이 마주쳐버렸고 다시 적막만이 흘렀음.

잠시후 내 동네에 도착했고, 차가 멈추자

“아버님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후다닥 내림

그때 운전석 문이 열리곤 아버님도 따라 내리심.

‘어쩐지 오늘 운이 좋더라니.. 짧은 인생 즐거웠다..’

하며 마지막을 직감하고 있는데

아버님이 아까는 자기가 경황이 없어서

너무 딱딱했다면서 악수를 청하심.

냉큼 악수를 하고 휴대전화를 드림.

나: 아버님 번호 적어주시면 혹시 민정이 늦거나

무슨일 생기면 바로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아버님: 허허 그럴 필요까진 없고 9시 전 까지만 들여보내면 돼

나: 알겠습니다! 조심히 가세요!

집에가서

‘너희 아버님 포스 쩐다’고 문자보내니까

‘울 아빠 군인이라 원래 좀 말투나 행동이 딱딱해.

게다가 내가 남친 소개시켜준거 첨이라

아빠도 당황했을걸ㅋㅋㅋ’ 라고 답장이 옴

처음 소개시켜줬다는 말에 싱글벙글 하며

‘혹시 내가 첫 남친이야?’ 보냈더니

‘내가 바들바들 떨던 누구처럼 모쏠이겠냐?

소개시켜준게 처음이라고’ 라며 팩폭 맞음

그렇게 험난한 하루를 보내곤 사귀게 된 우리

이후 벌어지는 둘의 연애썰은

나만의 썰이 아닌 그 애와 같이 만들어간 이야기이기에

헤어져서 연락도 안닿는 지금 내 독단으로 올리는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닌거 같아서 이만 줄임

이별 썰은 간단함

위 문자 내용처럼 모쏠이던 나와는 달리

털털하고 적극적이며 이쁜 그 애 주변엔

정말 지독히도 남자애들이 많았음.

그 애와 길 걷고있는데 오토바이 시끄럽게 끌고와선

나는 아랑곳하지않고 “민정아 오랜만이네” 하며

어깨에 손올린채 말 걸던 한살 형 개1새끼라던가

노래 부르는거 좋아하던 그 애한테

같이 학교축제 나가자며

몇달을 치근덕거린 밴드동아리 씹1새끼라던가

나랑 사귀는거 알면서 그 애한테 사귀자며

문자보낸 미친새끼라던가

그리고 가장 쓰레기는

그 새끼들한텐 말 못하고

괜히 죄없는 그 애한테 심술 부리던 병1신인 나새끼

그 병1신새끼는 자격지심 때문에 잘나보이려고

주말에 알바 하고 게임 쌀먹 하면서 돈벌기 바빴음

좋은 신발 신고 비싼 곳 데려가면 안 꿀릴 줄 알고..

그렇게 찌질한 병1신답게 차임

혹시 그 애가 이 글을 본다면 분명 알아볼텐데

이 말 꼭 전해주고 싶다.

여자한테 서툴고 부족했던 나는 너 덕분에 많이 성장하고 바뀌었어.

이후에 다른 사람 만나면서

내가 그때 당시 얼마나 한심했는지 알게 되더라.

찌질했던 그땐 말 못하고 헤어졌는데

이제야 말할 용기가 생기네..

민초는 사람 먹는 음식 아니다. ㅆ;1발

ps.많이들 궁금해 했던 햄버거는

대학가더니 살 빠지고 존나 이뻐짐

물론 인스타로 본 것뿐이라 진짜 그렇게 생겼는진 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