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 5만원이 걸린 ‘초등학교 발명품 대회’ 참여했다가 대참사 난 썰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한창 발명대회가

중국발 미세먼지처럼 유행했었다.

노란 발명 노트 하나 던져 주곤

일주일에 하나씩 발명품을 구상해서 만들라는데,

에디슨, 일론 머스크, 이 두 명도 우리 학교에 다녔다면

개빡쳐서 선생이랑 멱살 잡을 만큼 감당 안 될 숙제였음.

게다가 나는 발명이란 것 자체에 재능이 없어서

옷걸이 책 받침대나 옷걸이 화분걸이? 같은

무쓸모 쓰레기만 만들었음.

그러다가 학교 자체에서

우수 발명 대회인가 그런 공모전을 주최했는데,

상금이 무려 문화상품권 5만원이었다

평소에는 구몬처럼 거들떠보지도 않던 초딩 새1끼들이

문상에 눈깔이 뒤집혀서

서로 참가하겠다고 교무실에 우르르 몰리더라.

근데 나도 그 눈깔 뒤집힌 새끼들 중에 한 명이어서

잽싸게 신청서 양식 작성하고 늦지 않게 참가했다.

3일인가?

발명 기간이 존나 부족해서

애들끼리 서로 대가리 맞대고

교장선생님이 부1랄을 탁 쳐줄만한

발명품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어떤 새끼는 간이 소화기인가 만들겠다고 하고

또 어떤 놈은 식용 연필인가?

진짜 병1신 같았는데,

나는 그런 병1신 같은 구상도 못하고 있었음.

그리고 집에 가서 발명 노트 펄쳐놓고

아직 성장도 다 하지 않은 뇌세포를 한껏 모아서

일상 생활에 충분히 도움 될만한 발명품을 생각하고 있었음.

그러다가 TV를 봤는데

전동 발 안마기 인가 그게 나오길래

와! 그래! 저거다! 하고

당장 아버지가 드시고 던져놓은 빈 소주 병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발명 노트에 도면을 그리면서 구상을 하기 시작했음.

다음 날 하굣길에 문방구에 들려서

두꺼운 마분지 몇 장을 사서 집으로 갔음.

마분지를 A4용지 크기로 여러 장 잘라서

두껍게 겹겹이 붙여놓고,

그 위에 병 소주 뚜껑을 본드로 발라서 붙였음.

대충 저런 느낌으로 삽시간에 만들었다.

그리고 대망의 발명 공모전 발표 당일.

1차는 담임선생님이 반 아이들 작품을

눈으로 보고 통과 여부를 심사했음.

나는 병1신들 틈에 껴서 어부지리로 통과해서

2차 심사까지 갔음.

2차는 교장선생님이 직접 발명품을 보고

학생이 시범하는 걸 확인한 뒤

몇몇 선생님들과 점수를 채점해서 판별하는 형식이었음.

나는 자신감 있게 소주 병뚜껑 발 지압기를 소개했고,

교장선생님은 재활용의 좋은 표본이라면서

매우 흡족해하셨다.

그리고 마지막 관문인 실용성을 검증해 보라고 하셔서

양말을 벗고 위풍당당하게

지압기 위로 올라가서 스케이트 타듯이

좌우로 발 지압을 했는데,

발가락 아래쪽 틈새가 존나 따가운 게 느껴지더라.

그래서 슬쩍 밑을 봤는데,

지압 뚜껑 사이로 피가 존나 폭포수처럼 흘러내리고 있었음.

그렇게 순수했던 발명품 공모전은

병뚜껑 불바다가 됐고

심사 하던 선생님들도 당황해서 우왕좌왕 하는데,

그 와중에 누가 제보를 했는지,

양호 선생님이 허겁지겁 구급상자 들고 교무실로 뛰어오더라.

양호 선생님 부축받고 발에 붕대 감은 채

침대에 누워있는데, 번뜩 생각나더라.

아 맞다 ㅆ1발 뚜껑을 반대로 붙였어야 했는데.

그날 집에 가서 붕대 감은 발을 부모님한테 보여드리면서

있었던 일을 다 말하니까

아버지가 내 등을 토닥이면서

‘발명이 뭐가 중요하냐 살아가는데 지장 없다 착하면 됐지.’

라고 하시더니

냉장고에서 소주병을 까시더라.

우리 집에 빈 소주 병이 하나 더 늘어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