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있다 생각해서 회사 때려치우고 ‘주식’ 시작했다가 모은 돈 다 날린 여직원 썰

때는 09년쯤 이었다

리먼사태의 충격이 어느 정도 진정되어 가고 있던 시점

당시 나는 증권사 젊은 브로커였고

그 여직원도 들어온지 얼마안된 젊은 아가씨였지..

아마 대학 졸업하고 갓 들어왔으니 25살 정도 됐었을 거임

뭐.. 젊고 이쁘고.. 아까운 여자애였지

일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주변 선배 언니들이

“너도 용돈으로 주식 좀 해봐~

주문실수 안하려면 니돈으로 해보는게 최고야~”

뽐뿌질 넣기 시작함..

당연히 얘도 지 용돈 몇십만원으로 시작했겠지..

얼마 후 데스크에서 웅성웅성하기 시작함~

“이야~~ 00씨 대단한데? 트레이딩 감각 좀 있나봐~ 우와 ㅎㅎ”

“그러네~ 잘하네 ㅎㅎ 고객 좀 붙여도 되겠는데?”

선배들이 그 여자애 칭찬을 시전함.

여자애가 멋모르고 몇 종목 사댔는데 운좋게 오름

선배들은 무조건 칭찬함 ㅋㅋ

우수한 증권사 브로커의 첫번째 덕목은

스스로 주식에 미쳐있어야함..

자기가 미쳐야 고객도 미치게 하고 매매를 이끌어냄

윗 꼰대새끼들은 젊은 브로커들 과감하게 매매 안 한다고 맨날 지1랄

여튼 그 여자애는 선배들 칭찬에 기분도 좋고

조금 으쓱으쓱 했을거임

근데 당시 리먼사태 정점을 찍고

시장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상승장이었음..

당시 나는 브로커 생활 못 해먹겠어서

다른 직종으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 여자애랑 그리 자주 얘기는 못했지만

걔는 신입이니 나도 칭찬을 많이 했었음

“00씨는 타고났나봐~ 원래 이바닥은 0.1%의 재능을가진 애들이 있는데

00씨는 트레이딩 감각을 타고났을지도 몰라”

이딴 개소리 쳐바름..

걔도 첨엔 “아니에요 그냥 운이죠 뭐..ㅎㅎ”

이러다가 나중에는 선배들한테

차트가 어쩌고.. 이 종목은 별로고..

저 종목은 어쩌고 가르치기 시작 ㅋㅋ

여차저차 나는 이직을 하게 되었고

6개월쯤 후인가..

증권사 선배한테 전화가 옴

“야 너 00씨 소식들었냐???”

“00씨 죽었단다”

“네??? 왜요????”

뭐.. 대강 감은 왔지만.. 팀원들이 아는 내용은 이러했다

내가 그만두고 얼마 안 되어

그 여자애가 갑자기 공무원 준비한다고 그만둔다고 했다 함

뭐.. 본인이 그만둔다는데 말리지 않고

그렇게 그 여직원은 그만 두었는데

얼마전 가족으로부터 그아이가

극단적 선택을 했단 소식을 받고 장례식을 다녀왔다는 것

그 아이 어머니께서 아는 바로는

걔가 회사를 관두기전에

은행, 2금융, 사채까지 영혼까지 몽땅 대출을 끌어다가

모 대학가 근처에 원룸을 얻어다가 전업투자를 시작한거임..

그리고 자기가 모은 돈, 사채까지 끌어쓴 빚까지 싹 다 날리고

목을 매었다는 것이었음

그 얘기를 듣고 퇴근해서 오랜만에 HTS를 켜보았음..

그리고 최근 6개월간 코스피 차트를 보면서

그 아이가 그 시점.. 시기, 느꼈을 감정,

혼돈을 곱씹어 보았음..

아마도 그아이는 이러한 길을 걸었을 것이다.

입사 후 얼마 되진 않았지만

용돈 50만원으로 처음 시작한 주식이

하루만에 10%의 수익을 내고 말았다

선배들은 칭찬세례를 쏟아내고

재능있다 칭찬 해준다

조금 부끄럽지만 기분은 좋았겠지

근데 매매하는 종목마다 타이밍이 잘맞다

쭉쭉 잘 올라간다

(초짜배기들중 제일 예후가 안 좋은 게 이런 케이스..

초반에 소액으로 너무 큰 수익율을 시현하는 것..

시장이 상승장이어서 그렇다는걸 모른다)

그 아이는 주식이 재밌어진다

그러다가 이론책도 몇권 사본다

차트, 재무제표 보는 법 등,

설렁설렁 몇 권 읽어보니 천하의 이치를 깨달은듯 하다

이론까지 섭렵하니, 매매가 더 잘된다

안 먹은 날이 없다.

급등주 따라잡다보니 어느순간

한달만에 원금이 두배가 된다.

뭔가 아쉽다, 그동안 모아둔 적금을 깬다.

시드를 키우고 매매 시작.

그런대로 잘 된다

순식간에 투자 수익은 불어난다

연일 선배들은 칭찬을 해대고,,, 스스로 확신하게 된다.

“그래, 난 트레이딩 감각을 타고난거야 졸라 쉽네.

이런 노다지가 있는걸 왜 이제 알았담 ㅜ 진작 주식할껄”

슬슬 나이 든 선배들 중에 조심조심해 라고 말하는 선배들이 생긴다.

“지;랄 패배자 틀딱새끼 그러니 니가 그리사는거야

센스 없으면 공부라도 열심히 하던가 ㅋㅋ”

(그 시점 초보새끼들 중 수익 좀 본 새끼는 대게 저런 생각을 하게됨..

자신감이 머리 끝까지 차오르고, 주변 틀딱들 다 병1신으로 보임)

불과 몇 달 만에 원금에서 두 배 이상 불렸을 것이다

원금은 얼마 안되겠지만.

근데 뭔가 매우 허무했겠지

“수익률이 100%를 넘었는데

불과 한달만에 근데 원금이 얼마 안되네..”

“시바 1억만 있었어도.. 한달만에 1억 벌은거 아냐?

두달이면 2억이 4억이 되고 4억이 8억이 되고..”

“나라면 가능해. 분명 가능해.’

주식에 점점 미쳐가고

업무 중에 주식하는게 가능한 증권사라지만

고객들 주문 들어오고, 선배들 시키는 업무에 짜증만 난다.

“아 ㅅㅂ 이 종목 모니터링해야 되는데”

업무 때문에 자꾸 타이밍을 놓치는 거 같고

돈 벌 기회를 놓치는 거 같다

며칠을 고민하다 결심한다

“그래 해보자.. 딱 1년만 하면 평생 놀고먹을수 있어.

강남 아파트에 슈퍼카 타며.. 매주 해외여행이다~~~ ㅎㅎㅎ”

우선 은행, 보험, 캐피탈, 사채까지, 빌릴 수 있는데까지 다 빌린다.

왜냐면 잃는다는건 상상도 해본적이 없기때문이다

이까진 대출은 한달이면 갚을 수 있다.

(지가 아무래 애써봐야 1억도 안되는 돈을 빚졌을 것이다

그 아이에겐 우주와 같은 큰돈이었겠지)

회사에 드디어 사표를 제출한다.

선배들이 전업한다고 들으면 뜯어말릴거기 때문에

공무원 준비한다고 구라를 친다.

그리고 번듯한 신축 원름을 하나 구한다.

그리고 최신형 검퓨터와 책상, 모니터는 듀얼로 달고,

책장은 주식관련책으로 데코레이션한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새벽같이 일어나,

미장을 체크하고, 주요 신문기사를 확인한다.

백수에 불과하지만,

스스로는 대한민국 1% 스페셜리스트라 착각한다.

(그 아이가 그만두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부터

약 1개월간은 코스피 차트상 상승세가 지속되었다

아마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시장이 급격히 조정받기 시작한다

차트상 약 4개월짜리 하락장이 시작되었는데,

마지막 한달째가 가파르게 떨어졌다.)

정신이 좀 멍하다, 원금이 30% 날아갔다.

왜 이렇지? 뭘 잘못한거지??

분명 샀다하면 올랐던 내 감각은?

아니다, 무조건 벌기만 하는건 아니랬다,

이럴 때도 있다, 손절을 냉철하게 쳐야한댔다,

충분히 만회한다.

시장은 계속해서 하락하기만 하고

손절과 다른 종목 갈아타기를 반복한다

-50% 돌파

얼마 안되지만 자기가 모은 돈은 이미 다날렸고

빚진 돈을 꽤 까먹었다, 회사도 그만두었고,

다시는 대기업 입사는 불가능이다.

마음이 급하다, 만회해야한다, 할 수 있다.

(점점 급등주, 개잡주에 몰입한다..

이미 멘탈이 나갔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정신이 있을리 없다)

어느순간 코스피 하락장의 마지막 한달간 시장은 급하게 조정을 받고,

그 아이의 마지막 희망도 끝나버렸을 것이다.

만감이 교차하고, 믿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마치 귀신에 홀렸던 것처럼,

그때 만약 옆에서 누군가 괜찮다고,

기껏 1억도 안되는 돈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주었다면

부모님께라도 말했더라면

그정도 빚이야 어떻게든 됐을텐데,

그 충격은 그 아이를 완전히 집어 삼켰을 것이다

살아있었다면 지금쯤 결혼해서 아기도 있었을 나이겠지..

벌써 십수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