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이 중국으로 ‘한달살이’ 가서 여자친구 만들더니 결혼한단다..

때는 약 8년전.

내가 한창 학원에서 중국어를 배우던 시절이었음

제대하고 뭐 딱히 할게 없던 상황에서

취업훈련코스로 중국어를 신청해서 학원을 다니게 됨

거기서 초급부터 시작해서 중급반으로 올라간 상황이었고,

거기서 옆자리에 앉던 사람과 말을 트게 되었음

나보다 한살 많은 형이었고,

중국여행을 한달동안 다니고 싶어서 배우러 온 형이었음.

나는 중국어로 취업한번 해보자! 하고

ㄹㅇ 목숨걸고 중국어 배우던 생계형 학생이었고

그형은 여행 다닐려고, 일명 즐겜러 스타일로

중국어를 배우는 형이었기 때문에 곧 반이 갈렸음.

나는 중국어 진짜 제대로 파려고 작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HSK반에서 눈 돌아가면서 중국어 쓰기연습 하고있었고

그 형은 회화 중급반까지 떼고 중국으로 쓩 여행감

그리고 몇 달 뒤

그 형에게 연락이 옴

결혼한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

워낙 개뜬금없는 소식에 궁금증이 도져서

결국 술자리를 만들어서 직접 물어봄

그형은 좀 힙스터 기질이 있던 형이라

베이징 같은 대도시는 가기 싫어했음

그래서 ‘차마고도’란 다큐멘터리를 인상깊게 봐서

무작정 ‘운남’ 이라는 곳으로 향했음.

운남이 어딘지 모르는사람 많지?

딱 2단어면 설명됨

‘촉나라’ ‘남만’

맹획이 병쉰같이 7번 잡힌 그 남만 맞음.

베트남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 많은데

정확한 위치는 운남쪽임.

여튼 그 운남을 기차타고 며칠동안 가서

차 재배하는 곳을 아득바득 걸어서 갔음.

‘진짜 차’를 마셔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운남 차밭 깡촌을 간거임.

근데 거기서 문제가 터짐

학원에서 가르쳐주는건

중국 푸통화 (베이징말) 인데

운남은 개깡촌에 쿤밍위라는 특유의 사투리를 쓰는,

사실상 다른 언어 민족이었던거임

지금은 일대일로의 루트고 고속철이 어느정도 깔려서

운남이 꽤 발전을 한 지역이지만

그때는 말그대로 길 없는 깡촌 그 자체였음

편의점도 없고 호텔도 없는 깡촌에

말 안 통하는 한국인 한명이 들어간 상황

식당도 못찾고 숙소도 못찾은 채로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음

죄다 노인이나 아재들뿐이라

말도 제대로 안 통해서 땀 찔찔 흘리던 중에

젊은 여자애가 한명 지나가길래

쟤는 푸통화 좀 알겠지 해서 물어봄

밥먹는 제스쳐 잠자는 제스쳐 하면서

호텔이나 여관 민박 같은곳 아냐고 물어본거임

근데 여자애는 다르게 들었는지

자기집으로 형을 데려감.

여자애가 부모님한테 한국에서온 여행객인데

이러이러해서 밥먹고 잠잘 곳을 찾는다 해서

민박 비슷하게 묵게됨

여자애가 학교갔다가 오후 일찍 집에오면

같이 놀러나가서 사탕수수 주스 마시고

차 마시고 운남 식당 찾아다니고

저녁은 먹고 오거나 부모님들이랑 한식탁에서 먹고

그 형이랑 얘기하다 안건데

보이차 하면 숙성차만 먹을거라고 생각하는데

별 희한한 방법으로 다 먹는다고 함

원래 한달잡고 시작한 여행이고

중국 전국을 돌아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출국한건데

결국 운남에서 한달을 살게 됨

외간남자 데려와서 한달 재워준 여자애와

부모님이 이해가 안갔지만

더 이해가 안가는건 그 이후 스토리였음

어쨋든 한달이 지나가고 귀국할 시간이 되어서 역으로 가는데

여자애가 막 울고불고 했다고 함

안가면 안되겠냐고.

그렇다고 한국으로 데려올 수도 없고

(여자애 당시 나이 18세 고3)

자기가 중국에서 살 수도 없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뿌리치고 한국으로 옴.

근데 오고 나니까 자꾸 그 여자애가 생각나는 거임

미치도록 생각이 나는거임 그냥.

뭐 엄청난 미녀도 아니고 몸매가 좋은 것도 아니고

그냥 중국가면 흔히볼 수 있는 중국여자1인데

계속 생각이 나더라는 거임

여행 첫날 곤경에 빠져서 뭐 어찌할지 모른채로

지나가는 여자애 붙잡고 물어봤을때

순박하게 웃으면서 자기집 데려갔던게

너무 기억에 남았다고함

결국 한달만에

다시 비행기표를 사서 운남으로 날라감.

여자애 집을 다시 찾아갔는데

여자애 엄마가 아이고 잘왔다 잘왔다 라면서

얼른 들어가보라고 함

방에 들어갔더니 여자애가 상사병이 나서 앓고있던 거임

그냥 학교 갔다가 집에오면

방에 콕 처박혀서 울고

시름시름 앓다가 잠자고 그랬는데

다시 못 만날 줄 알았던 형이 돌아왔으니

놀래서 아무 말도 못하고 울기만 울었다 함.

결국 그렇게 다시 만나서 한달 또 살다가

형은 먼저 귀국하고 그애 성년까지 기다렸다가

서류 떼고 바로 한국으로 데려와서 결혼신고함

그 다음 술자리엔 형수 될 사람도 같이 왔는데

어디가 좋아서 결혼했냐고 물어보니까

‘얼굴이 하얘서’ 라고 함

그래서 그형이 말 거니까

숙소 찾고 있다는 말 알아들었었는데

일부러 집으로 데려갔다고 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술자리에서 처음 나온 진실인데

그때까지 그 형은 자기 중국어가 허접해서

숙소 찾는다는 걸 못 알아듣고

집으로 데려간 줄 알고 있었던 거임

사실은 형수가 형한테 작업한게 된거지

결국 그렇게 결혼하고

지금은 보이차 수입대행 업체 차려서

보이차랑 보이차 추출물 팔고있음

장인장모가 보이차 농사 짓고 있기도 하고

주변사람 보이차 재배하는 사람 많이 알아서

찐퉁 발효 보이차 수입해서 판매한다고 함

보이차가 짭퉁이 워낙 많아서

형수 출생지 증명서 걸고 장사하는데

꽤 장사 잘된다는 모양.

참고로 이 소설같은 이야기는 구라 1도 안 들어간 사실.

왜 사실이냐고?

그형이랑 같이 중국어 배운 나는 아직도 모쏠임.

시이1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