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롤’만 하던 친구가 집에서 쫓겨난 뒤 밖에서 노숙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우리 고등학교에는 민수 라는 진짜 모두가 인정하는 또라이가 하나 있었음.

보통 고등학교 졸업하면

아, 얘는 뭐했지, 얘는 뭐했지 하면서

누가 뭐 하나 했다 하는 식으로 기억나기 마련인데

얘는 좀 달랐거든.

얘는 “와 진짜 미친놈 아니냐?” 라는 반응이 나오는 애였음.

핸드폰, 피씨방, 여자친구, 가출이라는

네개의 굵직한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건 다음에 쓰기로 하고

지금은 대학에 입학한 민수가

작년 여름방학에 겪은 일을 쓰려고 함.

민수는 고등학교 때 롤에 거의 중독되다시피 해서

부모님이 굉장히 싫어하셨음.

어느날 선생님이 민수에게 야자를 째는 이유에 대해서 묻자

공부가 꼭 성공의 길은 아니라며

대한민국에서 게임 제일 잘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확고하게 꿈을 얘기하는 아주 멋진 새1끼였는데

이 새1기 실버4티어인가 그랬음.

그래서 하나도 안 변했네, 하고 연락을 종종 하며 지내고 있었는데

여름방학 쯤에 연락이 오더라

“야, 너 성철이 번호 아냐?”

성철이와 민수는 고등학교 때 찰떡궁합으로

야자를 항상 함께 째던 녀석들이었는데

조금 멍청한 경향이 있고, 착하긴 하지만

행동의 방향이 잘못된 친구라고 할 수 있었음

민수가 성철이를 부를 때에는

항상 무언가 문제가 발생하거나 돈이 필요할 때였거든.

나는 무언가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했지만 그냥 모른다고 답했지.

그렇지만 이 때에는 그렇게 큰 문제라고 생각지 않았음.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들은 것은

지난주 주말이었는데

민수는 여전히 참 낙천적으로 말을 꺼내기 시작하더라.

“야.”

“왜?”

“나 고딩때 가출 몇번 했었잖아.”

“그랬지.”

“이번에는 가출 당했음. 집에서 쫓겨났었어.”

그리고 민수가 가출당한 뒤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그 때 나에게 연락을 한 이유를 들을 수 있었는데.

때는 바야흐로 여름방학 초.

민수는 평소와 다름없이 롤을 즐기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화가 많이 나신 민수 부모님은

런닝만 입은 민수를 집 밖으로 쫓아냈다함.

민수 부모님이 어떤 생각이셨는지는 모르겠다.

바로 빌 거라고 생각했는지, 어쨌는지는.

하여튼 아직 정신 못차린 민수가

오히려 짜증이 나서 지갑만 들고 밖으로 나간거임.

그러나 지갑에는 단 3만원만 들어있었고,

옷은 런닝과 팬티, 그리고 바지 한장이 전부였음.

핸드폰 조차 오기로 들고오지 않았다보니

민수는 거의 생존게임을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거든.

일단은 나오긴 했는데,

3만원과 런닝으로 가능한 것이 있겠냐. 없지.

게다가 저녁에 쫓겨나서, 순식간에 날은 어두워져갔음.

민수는 결국 이리저리 헤매다

역 주변에 있는 응급실로 들어가 소파에서 잠을 청했다함.

간호사가 누구냐고 물었지만

민수가 조금 많이 불쌍한 척을 하면서

“부모님 기다려요.”

라고 하자 흐뭇한 표정으로 가버렸다고 한다.

다음날 민수는 병원에서 나왔지만

여전히 런닝 하나와 바지 하나를 입은 상태라서,

우선 만원짜리 티를 하나 사입었다 함.

그 뒤부터는 완전히 고생길의 시작이었지.

응급실에서 노숙할 때가 가장 행복했었다고 하더라.

“교회 바닥은 진짜 차갑고.. 다음날 삭신이 쑤시더라.

잘만한 곳이 못돼 진짜. 모기도 ㅈㄴ 많아서 다 뜯김;;.

공원 벤치는 교회바닥보다 더 안좋았어.

차갑진 않은데 모기가 교회의 두배는 있었던 것 같고 온몸이 아파.”

당연하지만, 2만원으로 이틀동안

모든 끼니를 해결하기란 불가능했던 거지.

그러나 실버 부심인지 자존심인지

여전히 집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고 함.

그래서 결국 민수는 인맥을 활용하기 시작함.

역 주변에 살던 영수 라는 친구를 무작정 찾아가

집 문을 두들겼고

영수는 회상했다.

“무슨 거지가 온 줄 알았어. 며칠동안 씻지 못해 잔뜩 떡진 머리.

튼 입술, 얼룩진 옷. 그리고 대사도 완전히 거지야.

영수야, 나 밥 좀 주라. 나 어제오늘 아무것도 못먹었어 ㅠㅠ”

그래서 영수는 민수를 집에서 씻게 해주고,

밥을 양껏 먹여주었다함.

그리고 하룻밤 재워주기까지 했다는데

얼마나 민수의 비주얼이 상태가 좋지 않았는지는..

다음날 민수는 영수의 부모님께

부모님이 걱정하시니 얼른 집에 돌아가라는 말과,

돌아가기 싫으면 하룻밤 더 묵으라는 말을 뒤로하고 떠나기로 결심했다함.

영수에게 만원을 빌린 후.

민수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고 함.

이대로라면 나는 파멸한다. 돈이 필요하다고.

민수는 무작정 구인광고를 뒤진 후에 전화를 걸었고

일자리가 있냐고, 내가 간 때에도 남아있겠냐고 하자

그렇다고 하는 말을 듣고 민수는 곧바로 버스를 탔다함.

버스로 40분정도를 달려 도착한 곳은 일자리 중개소였는데

푸른 눈의 외국인들과 우락부락해 보이는 흑형들이 잔뜩 있어

민수는 쫄아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더라.

결국 일자리가 전부 나갈 때 까지도 민수는 짜져있었고,

중개소 사장이 오더니

“왜 일도 없는데 아직도 있어? 나가세요.”

라고 말해 민수는 힘없이 중개소를 나섰다함.

그러나 다행인게 민수는 아직도 믿는 구석이 있었는데.

그 동네에 절친이었던 성철이가 살고 있었던 것이었음.

그래서 피씨방에 들어가

나를 비롯한 성철이를 아는 사람들에게

전부 성철이의 번호를 물었다고 함

성철이 번호를 알자마자,

새벽 2시에 공중전화로 성철이에게 전화를 걸고

재워달라고 무작정 말했고

성철이는 밤샘 알바중이라면서 오지 말라고 했지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뭔가 둘은 알 수 없는 상하관계가 있었거든.

민수는 결국 성철이 집으로 밀고 들어가게 된거임.

새벽 3시에.

민수는 성철이 집에서 씻고, 밥을 먹고, 구인광고를 뒤졌고

결국 수원에서 하는 상하차 알바를 발견한 거임.

“야 민수야 이거 일당 8만원이네. 개꿀인데?

이거면 일주일은 먹고 살 거 같다.”

“그러네. 근데 수원까지 차비는?”

“일단 나 돈 있으니까 이제 피방이나 가자. 우리 부모님 깨서 들키면 혼남.”

민수는 성철이 말만 믿고 피씨방에 가서 시간을 보낸거지.

그리고 수원으로 여유있게 가기 위해서 피씨방을 나섰는데..

성철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전혀 바뀐게 없었음

피씨방비로 모든 돈을 민수가 지출해서

민수가 수원까지 갈 교통비가 없었음

둘은 성철이 집에 있는 저금통을 다 털었지만

턱없이 부족했고, 상하차 알바까지는 3시간 정도가 남아있었음.

뭐 다른 방법이 있겠음?

그냥 달리기 시작했다함. 역까지.

1시간동안 계속해서 달리기만 한 민수는

역에 도착해 다시 영수의 집을 찾았다함.

돈 벌면 만원을 갚겠다고 말하면서

입 속으로 음식을 우겨넣는 민수의 말에

영수는 눈물이 날 뻔 했다고 함.

그리고 민수는 드디어 약속의 땅 수원에 도착한 거임.

상하차 알바는 제대로 진행되었고

민수는 일을 할 수 있었고, 하루종일 고되게 노동했음.

그리고 민수가 드디어, 반성을 한거임.

민수는 회상했음.

“택배를 나르는데, 뭔가 느껴지더라고..

부모님 얼굴도 생각나고.. 내가 뭔 병1신 짓 했나 싶기도 하고..”

민수는 상하차가 끝나자마자 7만원을 들고 다시 내려옴.

(처음 하는 일이라고 만원 떼임)

곧바로 영수의 집을 찾아 약속대로 만원을 건네고

목욕탕에 가서 온몸의 구정물과 땟국물을 벗겨내고

치킨집에 가서 치킨 두마리를 구워서 집에 돌아갔음.

부모님은 안본 사이에 10년은 늙은 듯한 아들을 보더니

잠시 말을 잃은 듯 하다가

“왔냐.” 하고 반겨주셨다고 함.

민수는 가족끼리 오랜만에 단란하게 저녁 치킨을 즐기면서

다시는 게임에 손대지 않고, 공부 열심히 하겠다 선언했고

그런 철든 민수의 모습에 부모님은 눈물을 글썽거렸다고 함.

근데 민수 이 새1기가 방에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롤을 켰고,

집에 들어간지 3시간만에 엄마에게 욕을 처먹었다고 함.

세줄요약.

1.고등학교 친구중에 미친놈 있음.

2.집 쫓겨나 개고생함.

3.그러나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