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할 줄 알았던 ‘모텔’ 알바에 생각보다 ‘빌런’들이 많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안산에 한 모텔에서 약 1년 일하면서 겪은 얘기 몇개 풀어볼까 함

이런저런 사건이 너무 많아서 대충 기억나는 것만 몇개 적어봄

1.법무부 소속 입니다 조사할게 있습니다.

저녁시간 때였다 10시쯤 될랑 말랑 했었음

이때는 대실을 마감하고 숙박만 받는 시간임

근데 한시간 전부터 카운터와 주차장

모텔 주변을 배회하던 수상한 남자가 있었는데

당번 형이 저사람 잘 보고 있으라고 사고칠거 같다고 했다

이 형은 당번 짬 15년이라 손님 사이즈만 봐도

사고 칠 사람인지 각을 잘 잰다

주변을 배회하던 남자가 카운터로 오더니

출입증? 카드? 를 들이밀었는데 자세히는 못봤음.

근데 본인이 법무부 소속이며

조사를 위해서 CCTV를 보고

방에 들어가봐야 할 것 같다고 입을 터는 거임.

물론 들여 보내줄 수도 없고 CCTV를 보여줄 수도 없다고

당번 형이 딱 잘라서 말했다

경찰을 데리고 오면 보여주겠다고..

그 법무부소속 이라던 남자는 알겠다고 말하고 밖으로 나갔음

대실이 끝날 시간이라 이제 손님들이 하나 둘 퇴실하고 있는데

밖에서 고함소리가 들리기 시작함.

그 법무부 소속이라던 남자가 밖에서 숨어있다가

자기 아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 것ㅋ..

CCTV로 보니 법무부남이 불륜남을 뚜까 패고 있었음..

여자는 소리 지르면서 말리고있고..

대실시간은 항상 바쁘기 때문에..

지배인 이라는 직책의 사람이 10시까지 같이 있었거든.

지배인이 뛰쳐나가서 업장 앞에서 이러시면 안된다고 하고

싸움을 말렸고 그 사람들이 사라졌는데..

20분 정도 뒤에 피투성이에 늘어진 옷을 입은 불륜남이 다시 들어왔고..

그 불륜녀랑 함께.. 숙박을 결제하고 그들은

꿋꿋하게 하룻밤을 지내고 감..ㅋ

2.소x넷 횐님들

원래 숙박이고 대실이고 2인이 기본임

추가인원이 발생하면 인당 1만원씩 받기도 하는데

우리 횐님들은.. 그런거 없다.

남2 여1 와서 한명은 방까지만 같이 가고 바로 나가야 된다고 입을 텀..

알고도 넘어가는거지 뭐.. 어쩔 수 없이 받아줌..

금방 나가야 된다면서 왜 셋이 4시간 채우고 같이나가냐 ㅎㅎ

아 물론 정말 한명은 먼저 나갈 때도 있음..

1~2시간 후에.

3.스피드레이서

우리 모텔에서 쓰던 객실관리 프로그램은

대실의 경우 20분이 지나야 대실 1개로 카운트가 올라감.

즉 19분까지는 시스템상으로는 입실이 되었으나 카운트는 안됨

저녁 7시쯤이었나..

아재와 아지매가 위풍당당하게 들어왔고

나는 ‘쉬었다 가시죠 2만5천원 입니다’ 자동응답기  마냥 멘트를 쳤고

아재와 아지매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근데 정확히 13분 후 아재와 아지매가 다시 내려옴..

모텔 특성상 환불..진짜 해주기 애매하고..

오래 걸리고.. 클레임인가.. 뭐지 싶었는데

우리 아재는 얼굴이 벌게져서 차키를 달라하고

아지매와 모텔을 나갔음..

지배인이 말하길 ‘내가 20년 모텔하면서 13분 컷은 처음본다..

컨디션 안 좋으면 그럴 수도 있지..’

4.야동이 계속 나와요

새벽 1시쯤 숙박 손님들이 거의 방을 채우고

이제 1회용품 가방에 1회용품을 채워넣는 작업을 할 때였음

카운터로 전화가 왔고 남자 손님이

‘저기.. 여기 계속 티비에 야동이 나와서.. 다른 채널이 안 나옵니다..’ 라고 문의했다

리모콘에 STV 라는 버튼이 있는데

이걸 누르면 바로 성인채널로 넘어간다

근데 이게 그냥 넘어가는게 아니라

외부입력을 케이블로 바꾸고 눌러야 넘어가는데

이걸 조작할 줄 몰라서 문의가 항상 많았음.

전화로 설명을 해줘도 못 알아듣길래 바로 방으로 갔고

‘손님 카운터입니다’ 똑똑.. 문을 두드렸고

손님은 문을 열어줬음..

문 열기 전부터 방 안에선

‘앗흥..항 아..스고이..기모띠….’ 라는 소리가 들려왔고

방안에 들어갔을땐 남녀 커플이 뻘쭘하게 나를 지켜보고 있었고

TV에서는 성진국의 체육활동이 살색을 내뿜고 있었음..

진짜 이게.. 엎친데 덮친격으로

볼륨이 졸라 컸는데 리모콘 건전지가 다 됐음

나는 창고로 뛰어가서 건전지를 들고 다시 올라왔고

‘앗흥..항 아..스고이..’ 소리를 들으면서

리모콘에 건전지를 교체하는데

이게 진짜 X벌 존나 민망하다..

뒤에 커플이 뻘쭘하게 지켜보는데

‘앗흥..항 아..앗흥..항 아..’ 이거 진짜..계속 나오니까

손도 발발 떨리고 귀 빨개지고

어쨋든 지상파로 맞춰주고 나오면서

“편히 쉬세요” 해야되는데 너무 당황해서

‘수..수고하세요!!’ 하고왔다 쉬이~벌 ㅋ 수고했겠지

5.스피드 레이서2

손님 연령대가 30대~50대 정도까지

아재 아지매 커플 (반 이상이 불륜)이 대부분이었다

젊은커플도 많이 오지만.. 7:3정도 비율이라고 보면 됨

이 근처에 술집이 좀 모여있는 곳이 있는데

그쪽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얘기는

여기가 불륜의메카 라고 한다는거다 ㅎㅎ..

암튼 그날도 자정을 넘기고 일회용품 포장작업을 하고 있을 때 였는데

장난끼 가득한 아조씨랑

긴웨이브 머리의 아지매 커플이 입장하셨음 ㅋ

‘숙박 5만원입니다’ 라고 모텔 앵무새 마냥 자동으로 멘트를 쳤음

(제일 비싼 방이 평일 6만원인데

아재들한테 6만원방 제시하면 5만원으로 깎아달라고 함)

계산을 마친 아조씨랑 아조모니는 엘베를 타고 올라갔고

30분쯤 뒤에 아조씨가 카운터로 난닝구만 입고 내려왔음.

‘아니 저기 용품자판기 돈을 넣었는데 안나오네?’

우리 모텔은 고객용 계단에 용품 자판기를 층마다 설치해 놨는데

그 아조씨가 돈을 넣고 사정지연제 (일명 칙칙이)를 눌렀는데

아무것도 안 나왔다고 하는거임.

나는 아조씨랑 자판기로 같이 올라갔고

확인해보니 아조씨가 술을 마니 먹어서 상품 배출구에 나온 거를

허우적 거리면서 못꺼내고 안 나온다고 했던 거였음.

‘아 손님 상품배출구에 있네요 ^^’

나는 아조씨에게 칙칙이를 선사했고

아조씨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방으로 돌아갔음

그리고 나는 다시 카운터로 내려오는 순간

아조씨랑 같이 온 아지매가 가방까지 메고 나가는 거임;

우리는 손님이 퇴실을 하는건지 확인해야하기 때문에..

1명만 나가더라도 퇴실의사를 물어봄

‘손님 퇴실하시는 건가요?’

아지매는 ‘아 네 저만요..’ 이러고 똥으로 가글한 표정으로 나갔음

아마도 30분 이상 아조씨가 안오니까 기다리다 빡이쳐서 집에 간듯싶었음

그러고 잠시 뒤에 아조씨가 카운터로 내려와서

‘같이 온 여자 나갔어?!!?!’ 라고 다급하게 물어봤고

나는 일행분은 퇴실하고 가셨다고 했음..

우리 아조씨는.. 방으로 올라가서 옷을 갈아입고 터덜터덜 퇴실하심..

아조씨는 불타는 밤을 위해 캐시템까지 구매했는데..

근데 그 아조씨가 그렇게 떠나고 정확히 일주일 뒤

다시 그 아지매를 데리고 나타나셨음 ㅋㅋㅋ

이번엔 술도 조금 마시고 엄청 자신있어 보이셨는데

당당하게 계산을 하고 엘베를 타러가면서

아조씨가 멘트를 날렸는데

아지매를 지긋이 바라보며

‘넌 오늘 뒤져쓰~ ㅎㅎ’ (실제로 아조씨가 한말) 라고

상남자의 멘트를 날렸고

아지매는 꺄르르 하는 얼굴로 엘베를 타고 올라감.

그리고 정확히 20분 뒤 차키 받으러 내려오셨음

6.첫눈에 빠진 사람 하루만에 잊는 방법

나는 당번이 아니기 때문에 출근은 오후 8시쯤이었음

곧 대실을 마감해야 하고 이 와중에

늦은 대실 손님도 많기 때문에 한참 바쁜 시간대임..

그날도 출근을 하고.. 잡일을 하고 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20대 후반 정도의 미모의 여성이 혼자 내려오는 거임

카운터로 가까이 다가오는데

뭔가 알 수 없는 미모와 매력에 5초정도 넋을 놓을 정도였음.

‘저.. 혹시 여기 분실물 중에 호피 무늬 파우치는 못 보셨나요?’

나는 잠시만 기다려달라 하고

분실물 박스와 서랍 여기저기를 뒤져서 파우치를 찾았다

‘아 손님 이거 맞나요?’

어디 나사 빠진 모자란 애 마냥 실실 빠개면서 파우치를 들이밀었다

그 누나도 그게 웃겼는지 웃으면서

‘아 그거 호피 무늬 아닌데 ㅎㅎ귀여우시네요’ 했고

서로 미소를 지으며 그 누나는 자기방으로 돌아갔음

나는 머릿 속으로 그린라이트인가 하면서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음

당번 형도 ‘야 그 여자가 너 맘에 들어 하는 거 같어’ 하고 불을 지폈음

20분정도 후에 모텔로 배달이 하나 왔는데

맥도날드였나 롯데리아 였나 그 누나방으로 배달을 갔음

배달라이더가 돌아가고 잠시 뒤에

이쁜 누나가 손에 치킨을 들고 카운터로 오시더니

‘저 이거 드세요ㅎ..’ 하고 치킨을 주심.

진짜 그 짧은 순간 이미 머릿속으로

결혼하고 애까지 낳고 손주까지 다 봤음

나는 잘 먹겠다고 또 실실 빠개면서 감사하다고 받았고

누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감

치킨을 맛나게 씹고 뜯고 맛보고 하고 있는데

웬 무섭게 생긴 아조씨가 혼자 들어와서

‘여기 사장님한테 반장왔다고 하면 아니까 전달해’

라고

혼자 엘베타고 올라감

당번 형한테 말하니까 사장 아는 사람인데

그냥 올려보내라 그래서 그냥 올려보냈지..

그리고.. 반장이라는 아조씨는..

누나 방의 벨을 띵동띵동 눌러서 그 누나 방으로 들어감..

나는 먹던 치킨을 내려놓고..바로 담배 피러나감..

이미 머릿속으로는 손주까지 본 사이라

굉장히 씁쓸하고 슬펐지

다음날 아침 반장 아저씨랑.. 누나가 같이 방을 나왔고..

나는 치킨 잘 먹었습니다 라는 슬픔이 담긴 미소로 인사를 해주었고

반장 아저씨는 나도 잘먹었다 라는 표정으로 누나를 데리고 갔음

그 이후로 그 누나는 볼 수 없었음.

7.편견을 깨부순 문신 형님

내가 일하던 지역이 안산인데..

진짜 안산드레아스 라고 부른는 이유가

외국인 때문만이 아니고.. 조폭, 양아치가 오질나게 많다..

젊은 남녀오면 남자는 반정도는 몸에 문신을 두르고 온다

(얘네들은 싸가지가 진짜 없음.)

반말은 기본이고 뭐 갖다달라 뭐 해달라

술 심부름까지 시킴..

자존심 상하고 빡쳐서 순간 못참고

‘저희 심부름 하는 직원들 아닙니다.

고객님이 직접 나가셔서 사오세요. 여기가 무슨 심부름 센터입니까?’

라고 했어야 했는데 못했음

형님들이 팁 만원이나 줬거든.

그날도 이제 새벽시간때 모든 일을 끝내놓고

잠깐의 여유를 즐기던 순간

시꺼먼 k5를 타고 젊은 남녀 커플이 입장했음

이게 날씨가 추우면 외투 때문에 몸에 문신을 했는지 안했는지 모르는데

한참 더울 때라 반팔 입고 오면 문신 일진들은 다구별 가능함

근데 이 형님은 .. 팔에만 한게 아니라

거의 목까지 타투가 올라왔음..

덩치는 평범한데 약간 칼잡이 같은 인상이었다.

나는 매우 정중하게 계산을 해드렸고..

이 형님도 매우 정중하게 계산을 했다 좀 의외였다..

잠시 뒤에 카운터로 문신 형님에게 전화가 옴

‘아..죄송합니다만 혹시 소주 1병하고 우유 작은거 하나..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나는 알겠다고 한 뒤에 개처럼 달려가서 돈을 받아왔다

학교 다닐 때도 안하던 셔틀 짓을 나이 먹고 할려니까 힘들긴 했었는데

왠지 늦게 갖다주면 칼 맞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근처 편의점까지 점멸까지 빼가면서 달렸던 거 같음

나는 우유와 소주를 방까지 배달해주었고..

형님이 문을 여는 순간..

태어나서 그렇게 빽빽하게 문신으로 뒤덮힌 몸은 처음본 거같음..

나는 최대한 형님의 시선을 무빙으로 피하며

우유와 소주를 전달했고

형님은 ‘잔돈은 됐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라며

몸을 90도로 숙여 인사했음..

뭔가 망치로 뒷통수 때린거같은 느낌이었다..

그순간 나도 모르게 같이 90도로 인사하며

‘편히 쉬쉽싱..오’ (당황해서 말더듬음)

하고 카운터로 내려왔다..

비매너 문신 친구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순 사람이었다.

8.빅-팩맨

모텔 카운터에서 한달만 있어도

주변 식당 배달 오는 아저씨 아주머니들 하고 꽤나 친해진다

오며가며 쿠폰도 주고 우린 음료수도 주고 하게 되면서 친해지게 됨

우리도 야식을 시켜먹으니까 ㅎㅎ

그날도 무슨 야식을 시킬까 당번 형과 고민을 하고있었는데

손님이 입장하셨음..

여자는 평범한데 남자가 등치가 꽤있었음

흡사 데프콘

계산하고 올려보내고 우리는 그냥 밥이나 시켜먹자며

제육덮밥을 근처식당에 시켰고

잠시 뒤에 식당 아조씨가 배달통을 3개를 들고 배달오셨음

우리는 우리가 시킨 것만 받고

아저씨는 위에도 배달해야 한다며 데프콘의 방으로 배달을 갔음

잠시 뒤에 아저씨가 내려오면서

한강에 괴물 본 표정으로 ‘ 저 방에 몇명 있어요?’

라고 물어봤음..

‘저기 2명 밖에 없는데요?’

아저씨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김치볶음밥 곱빼기 8개를 시켰어요..’ 라고 중얼거리며

식당으로 돌아가셨다..

30분 뒤에 데프콘의 방문이 열렸고

배달 가방 두개가 방 밖으로 튀어나왔음..

복도에 배달통이 있으면 미관상 좋지않고

냄새가 나니까 우리가 계단으로 치워줘야됨

나는 배달통을 치우러 올라갔고..

배달통 안은 정말 깔끔했음..

그릇 수저 외엔 음식물 쓰레기를 찾아볼 수 없었고..

8인분을 반찬까지 해치운 빅-팩맨에게

매주 수요일은 잔반 없는 날 캠페인 홍보대사 추천이라도 해주고 싶었음..

암튼..다음날 그방 내가 치웠는데

화장실에 그렇게 많은 휴지가 쌓인건 처음봤다..

소화력 짱짱 빅팩맨

모텔 일하면서 재밌는 일 생각보다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