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였던 친구 때문에 비싼 ‘양주’만 마셔서 ‘소주’ 못 마시게 된 썰

술 먹고 수다 떨 친구도 없어서 글이나 적어봄

본인 위스키 입문한건 초딩 때임

동네가 질이 안좋아서

어른들이 마누라랑 애들 막 패던 동네에서 자랐음

근데 나 한 초3쯤 되니까

그 달동네 집들이 싹 다 밀리고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섬

본인 집도 밀렸고 우리 가족은 어떻게 어떻게

운좋게 그 아파트에 입주하게 됐음

그러니까 리얼 신기한게 애들이 싹 바뀜

전에는 막 학교에서 이 옮고 난리나고

애들도 안씻고 다니는 애들 많았는데

그런 애들이 엄청 줄어듬.

그리고 존나 세련된 애들이 학교에 생기기 시작함.

초딩이 막 머리에 뭐 발라서 넘기고

막 셔츠에 니트 입은 그런 애들도 생김

그러다 우연히 그 중 하나와 친해졌음

걔량 자전거 타고 놀고 그러다 걔네 집에 놀러갔는데

존나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됨

우선 집이 존나 넓음

무슨 복도가 가도가도 끝이 안남;

그리고 엄마가 너무 젋음

어린 나이에 생각하기에도

친구 엄마보다는 누나 같았음

나중에 좀 더 친해져서 알고보니까

얘는 전처 자식이고

얘 아빠가 23살 짜리 애랑 재혼한거임.

그 때 기준으로 23살이니까

진짜 엄마보다는 누나뻘이었던거지

암튼 걔 엄마도 젊고 이쁘고

친구 새끼도 또라이 기질 있는 웃긴 새끼라

걔네 집에서 곧잘 놈

근데 그러다가 이새끼가

어느날 놀이터에 양주를 들고 옴

이새끼 집에 양주 장이 존나 크게 있었거든

그 중 하나를 쌔벼왔다는 거임

“병1신아 빨리 갔다놔” 라고 막 그랬는데

이새끼가 갑자기 병나발 불기 시작함

그게 발렌타인 30이었던 걸로 기억함

처음에는 기겁했다가

이새끼 알콜 올라서 알딸딸 한거 보니까

막 호기심이 생기는 거임

그래서 나도 한 모금 함

근데 이게 지금 생각해보면 존나 웃겼던게

그 때가 초5인데 알콜 40도짜리를 마신 거잖아?

그럼 존나 목구멍이 타들어가서

괴로워야 할 것 같은데 존나 맛있는거야

목이 좀 아프긴 한데

막 씨바 무슨 맛인지는 모르겠는데

암튼 존나 맛있음

막 견과류 향도 나고 과일 맛도 나고

그냥 존나 신세계였음

그래서 존나 먹음

정신차려보니까 한 병 다 비웠음

이 새끼는 이제 뒤진거임

근데 그건 모르겠고 암튼 맛있고 기분 좋고 그랬음

그날 놀이터 미끄럼틀 안에서 둘이 그대로 잠듬

다음날 우리 집이랑 걔네 집이랑 난리가 났음

걔네 삼촌이 우리 찾아냄

초딩 둘이 술냄새 펄펄 풍기면서

미끄럼틀에서 자고 있는걸 찾은 거임

각자 집으로 가서 뒤지게 맞음

난 회초리 한 백대쯤 맞은거 같음

나중에 물어보니까

걔는 옥 재떨이로 머가리 맞았다함ㅋㅋ

그렇게 잠잠해진 듯 했으나..

나나 그새끼나 술 맛이 안 잊혀지는 거임ㅋㅋㅋ

또 먹음

존나 먹음..

어차피 집에 제 때 들어가기만 하면 잘 모름

걔네 아빠는 여대생 와이프에 빠져서

이 새끼한테는 관심도 없었고

우리 집은 식당 일이 너무 바빠서

부모님이 집에 안 돌아오시는 날이 더 많았음

걔네 아빠가 사업을 하는데

무슨 술이 끝도 없이 들어옴

아빠는 어차피 잘 먹지도 않으니까

한 두병 사라져도 몰랐었음

둘이 한 일주일에 1병씩 까먹었던 것 같음

제일 많이 먹었던게

로얄 샬루트, 발렌타인, 맥캘란이었음

아마 맥캘란은 거의 종류별로 먹어봤었던 것 같음

그렇게 신나게 먹어재끼다가 중학생이 됨

복도 저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이 걸어옴

같은 학교 옴

또 존나게 먹음

지금은 엄두도 못내는 거 그 때 막 퍼먹음

대충 계산해보니까

한 달에 적어도 1~300정도어치씩은 먹었더라

근데 여기서부터 잘못되기 시작한게

이새끼가 양아치들이랑 어울리기 시작함

돈도 있겠다 막 지르는 성격이니까

양아치들이 접근한거임

그렇게 이새끼랑 멀어짐

그러고 한 일 년 있다가 이새끼가 갑자기 찾아옴

양이치들은 돈 때문에 이새끼랑 친한척 한거고

병1신끼리 놀던게 그리웠던 거 같음

그래서 다시 같이 병1신 짓함

막 위스키 뿌리고 불 붙히고

별 병1신 같은 짓 다하면서 놀았음

그렇게 성인이 됨

나는 가까스로 인서울해서 집에서 안 쫓겨남

이새낀 쫓겨남

병1신이 과외비만 집에서 달에 700을 썼는데

점수가 그따위라 아빠가 극대노 했던 걸로 기억함

지금 생각해보면 호적 안 파인게 다행임

암튼 그래서 이새끼는 집에서 쫓겨남

한국에서는 갈 대학이 없으니까

영국 깡촌의 무슨 대학으로 보낸거

난 한국에서 여전히 병1신 짓 계속하다가 대학에 감

그러고 문제가 생김

대학 OT가서 쐬주를 처음 먹어봤는데

먹고 바로 토 지림

내가 씨바 세상의 온갖 술은 다 먹어봤는데

이건 씨바 사람 먹을게 아닌거임

진심으로 술이 상한 줄 알고 가게 사장님한데 따짐

알고보니까 상한건 나였음

개쪽당함

근데 그래도 도저히 삼키질 못하겠음

입에 넣으면 그 알콜 냄새 때문에 토할 것 같음

그도 그럴게 쐬주랑 맥 25랑 비교를 하니

그게 넘어갈 리가 있나..

그렇게 과 공인 기만자새끼가 됨

그러고 다음 회식 때 로얄 샬루트 30년 들고 가서 바로 영웅 됨

첫 여친도 사귐

그 새끼 덕임

그 새끼도 마음 터놓는 친구가 나 밖에 없으니까

영국에서 계속 술 보내줬거든

그렇게 좋은 시절 보내다가

갑자기 얘네 부모님한테 전화가 옴

차에 치여서 죽었다는 거

시신 한국으로 옮겨옴

신기한게 발인 전까지 눈물이 안나더라

3일 내내 있다가 발인까지 같이 했는데

눈물이 한방울도 안났음

걔네 엄마는 그 사이에 한 번 더 바껴서 그런지

울기 보다는 손님 대접하느라 정신 없음

걔네 아빠도 마찬가지고

처음보는 아주머니가 와서

자기가 생모라고 하시는데 이분이 많이 울었음

나한테도 그동안 챙겨줘서 고맙다고 하시는데

신기하게 눈물이 하나도 안나옴

슬픈 감정이 전혀 안듦

그러고 화장하고 유골 장지에 놓으니까

그 때 눈물이 터져나옴

막 미친듯이 나옴

오열함

오열하다가 눈 떠보니까 병원임

기절했음

그 날 이후로 다시는 입에 술 안댐

이 새끼 기일만 빼면.

오늘이 그 날임

연차내고 묘지 갔다와서 계속 술빨음

사실은 나도 마음 터놓는 친구가 걔 밖에 없었음

개 나쁜 새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