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이 “무한”으로 출몰하는 부대에서 군생활 하면 생기는 일

우리 부대 단장이 사슴을 존나게 좋아했음.

그래서 부대에 사슴이 진짜 조온나 많았음.

그래서 사슴에 관련된 경험이 좀 많음

일단 기본적으로 사슴 가족이

밥 먹으로 취사장 앞으로 존나 몰래 옴.

(보통 4~5마리, 엄마1 아빠1 새끼 2~3)

그거 마주치면 아빠 사슴이 딱 꼴아 보는데

위협하긴 개뿔.. 무서워서 바로 눈 깔게 됨.

1.축구 골대 그물 없어진 사건.

간단함.

연병장에서 미친놈 마냥 뛰어놀던

숫 사슴의 뿔이 축구 골대 그물에 걸려버림.

낮에 그렇게 됐으면 이걸 구해 줬을 텐데.

밤에 걸린거라, 사슴이 밤새 거기서 발버둥을 쳤나봄.

다음날 아침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됨.

단장 빡침.

그 날 이후로 축구 골대 그물 다신 없었음.

축구할 때 골 넣으면 공 주으로 가야 돼서 짜증났음.

2.사슴 파닭 쳐묵 사건.

니들 사슴이 초식 동물이라 알고 있음?

나도 원래 그렇게 생각했는데 사실은 아님.

우리부대가 개 꿀 가라 부대라서,

밤에 몰래 몰래 파닭은 조온나 시켜 먹었음

뒷 문으로 받아서 옮기곤 했음.

한번은 파닭 2 상자를 받아서 옮기다가

중간 지점에 파닭 두상자를 잠시 내려놓고

콜라와 기타 물품들을 받으로 갔다왔음.

그런데 파닭의 근처로 복귀 했을 때 내가 본 것은……

파닭을 조온나 처묵 처묵 하고 있는 사슴 새끼 였음.

그 ㅅㅂ 존나 가지런한 치열로 잘 뜯어 먹었더라.

오분도 안되는 순간에 반마리 먹었음.

결국 한박스는 반은 이미 없어졌고

반은 침 범벅이라 버리고, 남은 한 박스만 먹음.

다음부터 절대 내려놓고 다니지 않음.

3.병장 VS 사슴

내가 막 이병일 때

진짜 조온나 병.신 같은 병장이 있었음.

진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궁금할 정도.

근데 그 병장이랑 2년동안 사귀던 여친이

과동기랑 바람이 났다는 거임.

진짜 하루종일 흡연장에서 담배만 태우는데

후임들 교대로 돌아가면서 위로해주고 그랬음.

하루는 그 병장과 다른 상병 하나와 나랑

이렇게 세명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데,

사슴 한마리가 존나 유유자적하게 우리 앞을 지나감.

갑자기 병장 존나 급발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진짜

쨋든 사슴이 최대한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자기와의 거리가 최소가 되었을 때,

“야이 씨빨!!!!!” 하더니

갑자기 뛰쳐 나가서 뿔을 잡음.

근데 사슴 진짜 니들이 생각하는거 보다 존나 큰거 아냐?

티비나 만화 에서 보는

예쁜 꽃사슴 이딴거 생각하지 마셈.

내가 그때 느끼기로

사슴이랑 나랑 1:1 다이다이 뜨면 질거 라고 확신 했었음.

뿔에 한번 찔리면 아마 즉사일 거임.

쨋든 병장이 그 사슴 새끼와 뿔을 잡고 존나 대치를 시작하는데,

는 개뿔 그냥 병장은 뿔 잡을 채로

전나 질질 끌려 다녔음.

결국 놓치고 사슴은 존나 뛰가고

병장은 옷 다 찢어지고 피나고

근데 씨익 웃더라.. 존나 무서웠음.

그 이후로 그 병장이랑 절대 안 엮일려고 노력함.

4.사슴 뿔 수집 퀘스트

아까 말했듯이 우리 단장이 존나게 사슴을 이뻐하고

사랑하고 보살펴 줬는데

(병사들보다 더 사랑함)

그 이유는 자기 몸 보신 때문이였던거 같음.

한번은 화창한 봄날.

수요일 전투 체육 시간에

단장이 전 부대원을 집합 시킴.

그리곤 한다는 말이

“부대에 사슴뿔 떨어진 게 있을 것이니 주워올 것,

주워오는 자에게는 포상휴가”

?

알고 보니 뿔이 떨어지는게 아니라

봄이 되면 사슴뿔도 허물 같은 걸 벗어서.

한꺼풀이 떨어진다는 거임.

그게 이름이 있었는데 기억이 안남

무튼 우리는 그거 하나 주어서

포상휴가 받아 보겠다고

부대 구석구석 존나게 뒤적 뒤적 했고

결국엔 내 후임 하나가 뿔 껍데기 쪼가리 하나 주움

(은근 크더라. 나무 껍질 처럼 생김)

포상 휴가 받았음.

단장 진짜 존나 해맑게 웃더라

5.사슴 울음소리

니들 사슴 소리 들어봄?

우리 부대에는 아까도 말했듯이

사슴이 존나 많아.

밤만 되면 안테나 많이 있는 언덕이 있는데

거기서 단체로 풀을 존나게 뜯어 먹는음.

그러면서 지들끼리 존나 싸우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데,

한번은 내가 개 짬찌 때,

사슴이 우우우우 하면서 우는 소리 듣고 존나 무서웠음.

진짜 귀신인 줄 알았음.

군대 다녀온 애들은 알텐데

고라니 소리보다 더 소름돋음

그 머라 형용할 수 없는 울음소리가 진짜 좃같다.

가끔씩 끽끽 되기도 하는데

진짜 리얼 소름 돋는다.

니들 사슴도 그르렁 거리는거 암?

내가 병장이 됐을 때 너무 심심해서

애들이랑 짜고 사슴 한번 잡아 보기로 함.

뿔 달린 놈은 존나 무서워서 절대 못건들고

뿔없는 중간 크기, 그놈을 몰아서 잡기로 했어

한 대 여섯 명이서 몇번을 그냥 노가다로 쫓아 보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지들만 갈 수 있는

비상 탈출 루트로 존나 도망감.

(뛰 댕기는 속도는 그렇게 안빨라서

전력으로 따라가면 겨우 잡기는 하겠더라.)

몇번 그래 보니깐 대충 루트를 알겠더라고

그래서 진짜 근무시간에 하라는 근무는 안하고

애들이랑 역할 분담 하고

루트 막고 몰 장소 물색하고 해서

날잡고 진짜 한번 잡아 보기로 했음.

드디어 d-day.

30분간의 치열한 두뇌 싸움으로

드디어 막다른 곳으로 사슴 한마리를 몰아넣었음

우린 존나 신났지.

이걸 우째 할까 고민하며 점점 다가가는데

이놈이 그르렁 거리기 시작함 ㅅㅂ..

존나 무서웠음.

개가 으르렁 거리는 거 처럼 하는게 아니라

끼끼끽 하는 소리로 먼가 지랄 지랄 하던데,,

ㅅㅂ 존나 무섭더라.

절대 화나게 해선 안될 사람을 화나게 한 느낌이었음.

나의 본능이 그렇게 말하더라

보내주라고.

우린 모두 똑같은 마음을 느꼈는지,

일로 가면 된다고 조용히 길을 터 줬음.

그렇게 사슴이 떠나고

우린 존나 초라해져서 PX갔음.

6.사슴의 종말

이미 말했지만 우리부대에서

사슴이 존나게 번성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장의 가호 덕분이었음.

그 어떠한 몹쓸짓을 해도

단장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사슴을 용서해줌.

(우린 조금만 잘못해도 휴가외박 다 짤렸다 ㅅㅂ)

근데 어느날 사슴 새끼가 드디어 사고를 침.

단장이 우리 부대에서 아끼는게 두가지 있는데

하나는 사슴, 다른 하나는 바로 연병장에 깔린 잔디였음.

우리부대 연병장은 올 잔디로 돼 있었는데,

단장이 이 잔디를 너무 너무 아껴서

우린 연병장 사용하는게 진짜

일년에 한번 또는 두번 정도 였음.

(그것도 사용하고 나면 파인곳 다 다듬어주고

민들레 뽑고 했었어야 했음)

얼마나 이 잔디를 아끼는지 단장이 중령이였는데,

대령이 헬기타고 연병장에 착륙 해야하는 것을

헬기 앉으면 잔디 상한다고

졸라게 말려서 ktx 타고 우리부대 오게 만듬 ㅋㅋㅋㅋㅋㅋㅋㅋ

쨋든, 사슴이 단장의 가호 하에 존나게 번식하니깐

그 수가 진짜 상상을 초월했음.

그때 당시 나왔던 말들이

병사수 보다 사슴수가 많다.

단장이 사슴으로 군대를 조성해서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 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음

근데 이 사슴이 수도 많아지고

겨울이 되서 먹을 것도 없고 하니깐

연병장에 있는 잔디를 밤새 다 뜯어 먹어버림ㅋㅋ

출근해서 상쾌한 마음으로 연병장 잔디 보러 갔는데

반쯤 없어진 걸 본 단장의 그 느낌

그 허무함. 그 분노. 그 배신감.

그 즉시 단장은 사슴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포상휴가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취사병들도 밥 하다가 뛰어나와서 국자들고 뛰어다니는.

이게 군대인가 동물농장인가 모르겠는 상황이 계속 됨.

대대적으로 사슴 잡기 프로젝트가 펼쳐졌음.

군인에게 휴가라는게 얼마나 컸던건지

전쟁은 약 두달만에 종전선언이 됐고

진짜 극 소수의 운 좋은 사슴을 제외 하곤

거의 다 농장에 팔려 갔음.

(소문에 의하면 단장이 사슴 고기 쳐묵 쳐묵 했다고도 함)

그 이후 내가 전역할 때까지 사슴은 거의 볼 수 없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