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 없는 서울에서 길 잃었는데 모르는 아저씨가 데려다줬던 썰

그냥 야밤에 술먹고 생각나서 써보는 이야기이고

내가 어릴 때 겪은 일이야

얼마전 김주혁님의 기일이기도 해서 생각이 또 나네

서론이 기니깐 중간부터 읽어도 괜찮아

너무나도 따뜻한 사람이고 옆집 아저씨 같던 사람이라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이야기 해보자면 나는 전라도에 살고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이었음

그당시 실업계 고등학교에는

‘기능반’ 이라는 동아리 같은게 있었는데

기능반이란, 학교 수업도 안나가고

주말에도 안쉬고

저녁 12시까지 전공 기능훈련만 3년간해서

전국기능 올림픽 대회에 나가서 메달을 따는게 목표인 곳이었음.

나도 고등학교 내내 추석 설날 빼고는 쉬어본적이 없고

학교에서 자고 일어나면서

하루종일 기능 훈련만 하고 살았으니깐.

아무튼 그당시 2학년은 나랑 + 동기

딱 2명뿐이었고

3학년은 대회가 끝나 취업을 하고

1학년 신입생도 없던 상황이였어 (당시 11월 말)

보통 대회는 서울경기쪽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전지훈련이라는 명목으로

다른학교에 가서 일주일간 타 학교 학생들과 교류하며

서로의 기능 훈련 방법이나

대회처럼 타이머 재놓고 훈련을 하기도 했지

12월~1월, 6월~7월

이렇게 전지훈련이 일년에 두번정도 있었는데

1학년도, 3학년도 없는 시즌에

2학년들이 내년시험을 위해

전지훈련을 많이 간단말이야 서울쪽으로

이번에도 일정이 잡혔는데 하필 그때

우리 담당 선생님은 결혼을 준비하고 계셔서 너무 바쁘셨고

전지훈련 일정은 잡아야 했으니

당시 나한테 민박집 예약권을 주면서

“선생님이 정말 미안한데 너무 바빠서 호텔 예약해놨으니까

하루 미리가서 자고 좋은 컨디션으로 전지훈련하고 와라”

하면서 다녀오라 하셨지

지금 이 선생님도 간간히 통화해서

안부 물어볼 정도로 좋은 선생님이다

문제는 내가 서울을 한번밖에 가본적이 없다는점,

무려 중학교 수학여행 때 빼고는 서울을 가본적이 없었음..

심지어 출발 당일

같은 기능반 동기는 식중독에 걸려서

짐까지 다 싸놓고도 올 수 없었지

그래서 나는 혼자 서울로 출발했어

학교->광주 유스퀘어 터미널->서울터미널

가는데만 6시간 걸리는 엄청난 초 장거리에

그당시 옵티머스1 휴대폰 사용했었는데

요금제도 29요금제라

버스에서 잠만 잤던 기억이 있다

1시에 출발했는데 저녁 9시쯤 도착해서

간단하게 밥을 먹고

선생님이 준 숙소 주소를 보고 지하철을 타려는데

서울에는 8호선 넘게 있더라

엄청난 충격이였다 근데 문제는

나는 지금까지 학교가 항상 10분거리 이내로 있어서

버스도 별로 안타본 사람이였단 말이야

허둥지둥 길 찾다가 모르겠으면 지나가는사람에게 물어보고..

역무원한테 물어보고..해서

2호선을 타야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한다는걸 알았음.

2호선 타서 한참을 가고있는데

가다보니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옆사람에게 물어봤더니 알고보니 반대로 탔더라

어떤 멍청한놈이 지하철을 거꾸로 타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하철이라곤 선생님이랑 딱 두번 타본 나에게는

지하철 입장부터가 너무 힘들었다

거꾸로 가다보니 시간은 벌써 12시가 넘어가고

밥도 햄버거로 대충 때운터라 배도 고프더라

근데 좀 더 늦으면 아예 지하철을 못탈거 같아서

참고 지하철을 타고 당산역까지 갔던 기억이 있다

문제는 당산역에 도착하니

다음으로 가는 열차가 안오더라..

역무원 아저씨도

“아까 학생이 타고 온 차가 막차에요” 하고 말씀하셔서

숙소 주소를 보여주면서

“여기로 가고싶은데 어떻게 가야해요?” 라고 물었는데

아저씨 말로는 완전 반대로 온거라고 하더라

그럼 택시타고 가면 되겠지 하고 생각하고

감사합니다 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서울은 엄청 추웠음

평생 따뜻한 남쪽에 살다가

서울에 교복만 걸치고 나왔는데

외투를 안챙겨 와서 너무 후회했었음

머리속으로 다른 애들은 곧 방학식이라고 신났는데

나는 여기서 뭐하나 생각도 들고

그래서 택시타고 주소 보여주면 가겠지? 하고 택시를 잡았는데

주소를 보여주니까

“거기까진 안가요” 하고 휭 가버리더라

나는 택시가 어디까지 안가요 라는 말을

처음 들어봐서 너무 충격이였어

아까 그 택시만 그러겠지 하고

2번정도를 더 시도해봤는데 전부 안가더라고..

그래도 잡다보면 가는 택시가 있을거야.. 하면서

택시를 잡으니까

위아래 슥 보더니 3만원이요 이러는거야

문제는 내가 딱히 용돈을 챙겨온 것도 아니고..

선생님이 버스표랑 5만원 준게 전부라

나도 별생각없이 5만원만 들고 왔는데

밥먹고 간식 사먹고 지하철비로 이미 3만원정도 쓴 상태여서

만팔천원 정도 있었지..

그럼 제가 얼마밖에 없는데

최대한 가깝게 가주시면 안될까요

이런거라도 해봤어야 했는데

내가 또 소심왕이라 그런 말은 또 못하고

“앗..네 알겠습니다..” 하고 보낸 다음

피씨방이라도 가서 밤을 새야하나.. 하는데

문제는 또 교복을 입고옴 ㅋㅋㅋ

날씨도 추운데 갈곳도 없고

택시도 안잡히니 그냥 버스정류장 같은곳에서

2시간정도 가만히 있었다

휴대폰도 꺼지고 방법이 안보여서

새벽에 날 밝으면 피씨방 가서

검색 좀 해보고 가야겠다..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있었는데

갑자기 내앞에서 suv 한대가 멈춰 서더라

기억은 안나지만 트라젯 같이 생긴 차였어

조수석 창문이 열리더니 웬 험상궂은 아저씨가

“거기서 뭐해요?” 물어보는거야

근데 나도 항상

모르는 사람을 조심하라는 말을 많이 들어가지고

“그냥 있어요” 이렇게 대답했지

근데 그 아저씨가

“내가 아까 저기서 30분동안 보고 있었는데

혹시 버스 끊겨서 그러는거 아니에요?”

물어보더라고

“저도 어차피 집에 가는 길인데

가는길 맞으면 태워다 드릴게요” 했는데

내가 “아니 정말 괜찮아요

제가 알아서 갈게요”하고 거절했음..

저녁에 어두컴컴한데

차 한대가 서서 물어보니까

너무 무서워서 그런 것도 있고

“그래요 그럼.. “하고 창문이 닫히는데

갑자기 뒷좌석 문이 열리면서 웬 아저씨가

“그러지 말고 타요 데려다 드릴게요” 이러면서

의자를 팡팡 치는데

안에서 나오는 열기가 너무 따뜻하더라

“정말 괜찮아요..” 하면서 거절했는데

(무서워서) 뜬금없이 “나 몰라요?” 물어보는거야

근데 나는 정말 몰랐어서

“모르겠는데요..” 대답했지

아저씨는 웃으면서

앞 사람 “승호야(가명) 우리 더 열심히 해야겠다~~” 하면서

네이버에 김주혁을 검색해보래

“..저 휴대폰 배터리 없어서 꺼졌는데..” 하니깐

본인이 직접 검색해서 보여주더라 ㅋㅋ

“봐요 똑같이 생겼죠?

위험한 사람 아니니깐 얼른 타요 데려다줄게요” 이러는데

나도 춥고 워낙 인상이 선하게 생겨서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탔었어

“나 진짜 누군지 몰라요?”

“모르겠어요”

“아저씨 영화랑 드라마에 가끔 나오는데

프라하의 연인 알아요? 아 그건 모르나?”

생글생글 웃으면서 물어보니까

좀 안심되기도 하고 그때서야 긴장도 풀리더라

“아 더 열심히 해야겠네~

이름이 뭐에요?” 웃으면서 물어보니까

나도 긴장풀려서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름 좋네~ 이시간에 여기서 뭐해요??”

물어보길래

버스타고 왔는데 지하철을 잘못타서

방황하고 있었다 하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주소를 보여줬더니

“어우 완전 한참 돌아서 잘못왔네~~

어쩌다 여기까지 왔어~~”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 해주다가

국밥집 앞에서 내리더니 “언능 내려 밥 안먹었지?”

따뜻한 국밥이랑 순대도 시켜주고

자기는 배 안고프다면서 먹는거 구경하면서

순대만 몇개 집어먹더라

그리고 본인을 계속 확인시키고 싶은 눈치였어

자꾸 영화포스터 보여주면서

이건 알아? 이건??

아 이건 어차피 모르겠구나

이건 나중에 나이먹고 꼭 봐~~

그리고는 자기 어릴 때 이야기도 좀 하구

“이야 서울을 그래도 혼자오네 젊음이 좋아~~” 하는 둥

그냥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을 심어주더라구

밥 다먹고 나니까 새벽 3시40분인가 그쯤

다시 차에 타서 어디 호텔 같은데 들어가더니

“형이 너 가는곳까지 데려다주는건 힘들거 같아 미안해,

대신 여기서 자고 아침에 저기 바로앞에 정류장 보이지?

저기서 버스타고 가면 1시간이면 갈꺼야

내일은 길 잃어버리지 말고 잘 도착해야된다?” 하면서

자기 지갑에 있는 만원 3장을 주면서

“나중에 갚아야한다~” 이러고는

종이에 싸인 하나 해주고

“나중에 메달 따면 형이 맛있는거 또 사줄게”

얼굴에 피곤함이 보이는데도

내가 엘레베이터 탈 때까지 손 흔들어 주고 가더라

아직도 그 웃으면서 손흔들던 모습이 기억이 나곤 해

나중에서야 검색해보고

아 진짜 연예인이 맞았네 하고

김주혁 나온 영화들을 다 보곤 했었어

1박2일에 나오는거도 보니깐 괜히 반갑고

친구들한테 자랑도 많이 했었지

일부러 1박2일 챙겨서 보기도 하고

주변사람들한테 같이 보자고도 하고

물론 대회 때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순위 발표할 때까지도 혹시나

김주혁 아저씨가 왔나..?하고

두리번두리번 하기도 했었음

우연히 겪은 짧은 만남이였지만

그 사람이 베푼 호의, 따뜻한 마음이 아직도 생생하고

추운날에 새벽에 밖에 돌아다니다 보면

괜히 김주혁 배우님이 생각난다

얼마전에 김주혁 배우님 기일이였는데

내가 산소 찾아가거나 그러진 않았고..

그냥 생각이 나서 한번 글 써봤다..

그곳에선 편하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