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하고 2년동안 숨어지내다가 DP한테 잡혀서 다시 끌려갔던 썰

40대 초반 아재고

99년도 군번임.

Dp보고 너무 리얼해서 진짜 옛날생각 많이 나더라.

강원도 화천 27사 이기자 부대 나오고

1212 보직에 군대 자주포 컴프 계산병이였음.

아직도 하나둘삼넷오여섯칠팔아홉공이랑

군번 뒷자리는 군생활 10개월만 했는데도

강제주입 덕분에 아직까지 내 뇌에 남아있다 ㅎ..

아직도 102보충대 마치고

첫날 자대 배치 받았을 때 저녁에

서울 사는 병장 새끼가

저녁에 자기 모포로 들어오라고 시키고

내 거기 주물거리면서 음담패설 하길래

엉엉 울었더니 장난인데 왜 쳐 우냐고

고참들이 갈궜던 기억들이 아직도 뇌리속에 남아있고

공고 나와서 고등 수학은 배우지도 못했는데

자주포 탄도 계산병 보직 받아서

자로 머리 맞아가고 대가리 박아가며

탄젠트, 코사인으로 고각사각 구하는거

처음 배워봤다.

맘이 약해서 밑에 애들 갈구지도 못하고

웃으면 웃는다고 갈구고

울면 운다고 갈구고

그냥 선임이 자기 기분 나쁘면 나쁘다고 갈구고..

그래도 군생활 열심히해서 첫유격 때

중사가 나 유격 뛰는거 보더니

군생활 잘할꺼 같다고 하사관 하래서

반강제로 수락하고

2개월 빨리 조기진급해서

10개월째 상병달고 9박10일 휴가받고

휴가 미복귀로 2년동안 숨어지내다가

DP한테 잡혔다.

2년동안 그래도 남한테는 절대 피해 안주고

오만가지 일을 다 겪었는데

아는 형 동네에 노가다 자리 겨우 구해서

낮엔 거기서 일하면서

돈벌고 밥 때우고

상가 계단이나 벤치에서 자면서

몇개월 버티다가

어느날 잠깐 빵 하나 사서 돌아오는 길에

아까 누가 나 찾던거 같다는 소리 듣자마자

짐 다 버리고 그대로 도망갔다

갈때가 없어서 그냥 무작정 버스타고 가다가

어딘지도 모르는 깡촌에 도착했는데

어르신들 모여서 수다떨고 계시길래

밥만 주고 재워만 주시면 뭐든 하겠다고

울면서 얘기 했더니

할아버지 한분이 자기집으로 가자고

거기서 밥도 주고 재워도 주셨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일도 안 시키시고

그냥 편하게 있으라고 하셔서 많이 울었다

밤마다 누가 나 찾으러 올까봐 잠도 못자고

엄마 목소리 듣고 싶어도

전화 했다가 잡혀갈 것 같아서 전화도 못했다..

다시 돌아갈까 생각이 들어도

돌아가긴 너무 늦었고

다시 돌아가도 그 지옥 같은 곳에서 버틸 자신이 없었는데

그렇다고 도망다니는 것도 무섭고 힘들어서

매일을 힘들게 살았다..

그렇게 밭일 잡일 하면서

2년을 버티다가

할아버지도 우리 아들 같다고 좋아해주시고

많이 챙겨주시고 눈치도 준적 없으셔서

사실 저 탈영했다고 처음 솔직하게 털어놨다..

걱정말고 괜찮으니 푹 자라고 하고

자고 일어나서 어르신들 일 도우고 있는데

DP한테 잡혀서 그대로 끌려갔다..

나중에 안건데 할아버지가 나 없을 때

아들한테 전화해서

신고 어떻게 하냐고 했고 아들이 대신 해줬다했다..

아무튼 잡히고 군사재판 받아서

형 1년 2개월 받고

그당시 경기도 이천에 있는 육군교도소에 있다가

10개월만에 모범수로 형 마치고

이등병 불명예 제대한 걸로

군생활 마무리 했다.

거기도 참 별사람 다들어 오더라

돈 수십억 해먹어서 온 중령부터..

전역 며칠 안 남기고 보초서다

이등병 후임을 갈궜는데

그애가 그 자리에서 총기로 자살을 해서

그 충격에 안면이 반이 마비가 돼서 형 살고 있는 애도 있고

후임 반 X신 만들어서 들어온놈..

자기 여자친구 사진 뺏어가서

자위행위 하는 선임에 격분에서

내무실에 실탄 까고 수류탄 던져서 온

모이병 사형수 부터….

육군교도소에서 탈출해서

민간인 강간하다 다시 잡혀와서

평생 독방 신세인 모 중위..

별에 별 사람이 다 있더라..

아무튼

지금은 두아들의 아버지이고 한 여자의 남편으로

남은 생을 충실히 살아가는데….

그냥 내 생각엔 세월이 지나고

아무리 군대가 변한다해도

부조리는 없어지지 않을꺼고

지금도 어느 모 부대에서는 누군가는

탈영을 생각하고 자살을 생각하며..

힘든 군생활을 하고 있을꺼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거다..

군대 다녀온다고 군부심 이런거 다 부질없고

군대 뺄 수 있으면 최대한 가지말고

가서 부조리한 일 겪으면 나처럼 겁 먹어서

멍청하게 탈영 같은거 생각 하지말고

바로 상부에다 보고하고

최대한 부조리 안 겪고 피해 안 입도록

너희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으면 좋겠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다른글도 올리도록 하고

대한민국 군대에 지금 복무중이고

앞으로 복무하게 될 모든 청춘들에게

희망과 축복이 가득하길 바라며

이만 글 줄일께..